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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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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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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444g | 127*195*30mm
ISBN13 9791158790004
ISBN10 115879000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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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요일이다. 매주 화요일에는 병원에서 책을 실은 수레를 밀고 다니는 봉사활동을 했다. 수요일에는 붕대를 돌돌 감는 활동을 했고, 목요일 아침에는 미술협회 모임에 갔다가 오후에는 병원의 기념품 가게를 지켰다. 금요일에는 원예클럽 모임이 있다. 토요일 아침에는 미용실에 들르고, 오후에는 엘리스 위긴이 차를 마시러 올 예정인데, 와서는 또 손자들이 배변 훈련을 멋지게 해냈다느니 하는 얘기를 늘어놓을 게 뻔했다.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하신 일은 없습니까?”
폴리팩스 부인은 소파에 신문을 던졌다가 곧장 다시 집어들고 쓱 훑어보았다. 세상과의 끈을 유지하려면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부인의 시선은 3면에 실린 어떤 여자의 사진에서 멈췄다. 사진 밑에 적힌 “63세에 시작된 새로운 인생!”이라는 글귀가 흥미를 끌었다. 폴리팩스 부인은 곧장 자리에 앉아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기사는 마그다 캐럴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로, 자식들을 결혼시킨 뒤에 극단 ‘리틀 시어터’에 들어간 그녀가 단 두 편의 연극에 출연하고서 브로드웨이 캐스팅 담당자의 눈에 띄었다는 내용이었다. 마그다는 지금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극에 출연 중이었다.
“이게 다 나이 덕분이지요.” 마그다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연극계에는 반짝이는 재능을 가진 젊은이는 참 많지만, 63세의 인물을 연기할 여배우는 부족해요. 그래서 제가 쓸모가 있었던 거지요, 뜻밖의 존재라고나 할까요.”
폴리팩스 부인은 바닥에 신문을 팽개쳤다. “그래서 제가 쓸모가 있었던 거지요, 뜻밖의 존재라고나 할까요? 어쩜 이렇게 근사한 말이 있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어쩐지 서글퍼진 부인은 일어서서 복도에 걸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아담한 체구에, 여성스럽고, 몸매는 포동포동하고, 머리카락은 거의 하얗게 셌고, 눈은 새파란, 작고 귀엽기는 해도 무슨 쓸모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 여자였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하나도 없는 걸까? 내가 뜻밖의 존재가 될 수 있는 분야는 없을까? --- p.16~18

폴리팩스 부인은 메이슨에게 지지 않을 효율적인 태도로 지역구 의원이 써준 소개장을 내밀었다. CIA를 찾아가는 진정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의원은 부인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훌륭한 소개장을 써주었다. 소개장을 읽은 메이슨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폴리팩스 부인을 한 번 더 쳐다보더니 또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특히 부인이 쓴 모자를 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부인은 모자 장식으로 달아놓은 꽃분홍색 장미가 흐트러지기라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요, 폴리플랙 부인.” 메이슨은 폴리팩스 부인을 잔뜩 칭찬한 소개서의 내용도, 눈앞에 보이는 노부인의 모습도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폴리팩스라네.” 부인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투로 정정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용건이……? 소개서에는 부인이 동네 원예클럽 소속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계시다고 적혀 있는데요.”
“아니, 사실은 그게 아니라…….” 폴리팩스 부인은 황급히 끼어들고는 주변을 살폈다. 문이 꼭 잠겨 있다는 것을 확인한 부인은 메이슨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인 뒤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네 스파이 활동에 대해 상의할 게 있어서 말이지.”
메이슨은 황당함에 입을 쩍 벌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폴리팩스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혹시 스파이 필요 없으신가?”
그는 폴리팩스 부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입은 좀 다물면 좋을 텐데. 좀 둔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귀가 안 좋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인은 목소리를 높여 또박또박 말했다. “스파이 일을 하고 싶어 온 게야. 그게 내가 여기 온 용건이라고.”
메이슨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설마…… 진심이세요?”
“당연히 진심이고말고.” 부인은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무보수라도 상관없다네. 어디 매인 몸도 아니고, 빚진 것도 없고, 책임질 것도 없거든. 물론 기가 센 것 말고 딱히 뛰어난 재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 나이쯤 되면 제일 중요한 건 기력이 있느냐 없느냐 아니겠나? 애를 둘이나 키우고, 집안도 꾸려냈고. 운전도 잘하고, 응급처치도 할 줄 안다네. 피를 봐도 겁 안 내고,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난 편이지.”
메이슨은 너무나 충격을 받은 나머지 어처구니가 없어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어…… 그런데 요즘엔 스파이 일을 하더라도 딱히 피를 볼 일은 없는데요, 폴리…… 폴리…….”
“폴리팩스라니까.” --- p.21~23

아름다운 5월에
우리는 양 떼를 몰고 산으로 갔다네!
산에서는 바람의 목소리가 들렸지.
그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었나.

5월에 나무엔 꽃이 피고
노랫소리는 산 위로 울려 퍼졌지.
나이팅게일이 짹짹 노래했다네.
그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었나.

그 5월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대 내 가슴에 기대 입을 맞추며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던 그때.
그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었나.

다시 그 5월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그 산 위에 올라
다시 그 산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그 아름답던 나날을 그대는 잊고 말았나.

룰라시의 노래가 끝나자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룰라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중얼거렸다. “티라나에서 온 러시아 엔지니어가 있었답니다. 그녀도 제게 똑같은 말을 했는데, 그녀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어째서 온 세상의 사랑 노래는 다 이다지도 슬픈 걸까. 바소빅 소령이 큰 소리를 내며 코를 풀자, 부인은 빨리 무슨 말이든 해서 이 슬픈 분위기를 깨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라키를 마셨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서 오히려 누구든 붙잡고 싸우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넥스뎃 대령님, 제가 알바니아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 이 나라를 중국에 넘기겠다는 대령님의 생각은 도덕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룰라시는 공포에 질렸다. “대령님이 우리를 중국에 넘긴다고요?”
대령이 단호하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런다는 뜻이 아니네, 룰라시 일병.”
“그럼 누굽니까? 대체 누가 우리를 중국에 넘기는 겁니까?”
대령이 어깨를 으쓱했다. “러시아가 철수하고 중국이 들어왔지 않나.”
바소빅 소령이 고개를 들고 충성심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우리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의지로 중국을 받아들인 겁니다.”
룰라시의 표정에 모욕감이 담겼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령님. 알바니아에 필요한 존재는, 조지. 조지…….” 그러더니 폴리팩스 부인을 바라보았다. “조지 누구라고 하셨죠?”
“워싱턴.”
“그래요. 조지 워싱턴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령님, 할 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알바니아를 꼭 누구에게 넘겨야 한다면, 차라리 폴리팩스 부인에게 넘기십시오.”
“어머나, 고마워, 룰라시.” 부인이 따뜻하게 받았다.
--- p.230~23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자식들은 다 키워서 떠나보내고, 남편과도 8년 전에 사별한 60대 미망인 폴리팩스 부인. 경미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그녀에게 의사는 오래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없었냐고 묻고, 폴리팩스 부인은 수줍게 털어놓는다. “어렸을 때는 스파이가 되는 게 꿈이었지.” 의사가 배꼽 잡고 웃은 것은 물론이다.
비웃음에 지지 않고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해 CIA로 난입한 폴리팩스 부인. 운 좋게도 담당자의 착오로 스파이로 발탁된 그녀는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멕시코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부인을 기다리고 있는 건 노년의 우아한 여행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중공군과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 그리고 엉뚱 발랄하고도 스펙터클한 대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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