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05월 02일 |
---|---|
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52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798 |
ISBN10 | 893746179X |
발행일 | 2008년 05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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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60쪽 | 252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798 |
ISBN10 | 893746179X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합니다."
25살의 시몽은 39살의 폴을 외롭고 체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폴은 두 번의 사랑을 떠나 보냈고, 현재 로제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로제는 폴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 아니며 항상 폴을 기다리게 만드는 자유로운 성향의 남자이다. 폴은 로제와의 관계에서 다소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 안에서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낀다. 이런 폴의 모습은 젊고 아름답고 한눈에 폴에게 사랑을 느껴버린 시몽에게는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고독하고 체념적인 사람으로 보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브람스 연주회에 함께 가자는 시몽의 편지는 로제의 일상을 흔들었다. 로제는 그동안 일과 자신을 고독하게 하는 로제에게만 관심을 쏟는 나머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망각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시몽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를 물었고, 이 물음은 폴이 잊고있던 자신에 대해 환기했으며, 시몽을 만나볼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과 점심을 먹자고 하면서 한낱 풋내기 청년과의 불장난 이야기를 들을 줄은 생각 못했어." 로제가 말했다. "당신이 벌이는 어린 여자와의 불장난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겠지." 폴이 즉각 응수했다. "그게 훨씬 더 정상적이지." 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로제의 무관심과 외도로 폴은 로제와 거리를 두게 되고, 그런 그녀의 곁에 시몽이 있게 된다. 시몽은 폴을 사랑하면서도 폴이 언젠가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위스키에 취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일에 소홀히 하지만 폴의 간절한 부탁으로 곧 일상으로 회복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 정도 안정화 된다.
시몽은 여자들의 눈길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마침내 그녀는 나이 차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되었다. "십 년 뒤에도 그가 여전히 나를 사랑할까?"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하지 않았다. 십년 뒤에 그녀는 혼자가 되거나 로제와 함께 지내게 되리라. 그녀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집요하게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거듭 속삭이고 있었다. 스스로도 속수무책인 그런 이중성을 떠올릴 때면 시몽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배가되었다. "나의 희생양. 나의 사랑스러운 희생양. 나의 귀여운 시몽!" 생전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불가피하게 상처입히지 않을 수 없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서 오는 끔찍한 쾌감을 경험했다.
시몽과 관계가 안정화 되었지만, 폴은 언젠가는 시몽과 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했던 사랑의 기간 때문인지, 사랑에서 주인이 아닌 주인에 구속되는 것에 익숙한 것 때문인지, 젊은 시몽과의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시몽과 함께 들른 술집에서 한 여자와 같이 앉아 있는 로제와 마주치게 된다. 폴과 시몽은 각자의 현재 연인과 춤을 추다가 손길이 닿게 되면서 서로를 간절히 그리워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폴은 시몽과의 관계를 정리한다.
그는 그녀에게 설명했다. 여자들을 조심했어야 했다고, 자신이 경솔했다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임을 잘 알고 있다고, 그는 그녀가 줄곧 자신만을 기다려 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그래, 그래, 그러자, 로제."라고 맞장구쳤다. 그녀는 좀 더 울고 싶기도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싶기도 했다. 익숙한 그의 체취와 담배 냄새를 들이마시자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울러 길을 잃은 기분도.
6년의 로제와의 사랑은 폴에게 이처럼 안정감을 주는 시간이었나보다. 젊은 애인과의 불같은 사랑을 잠재울 수 있는.
"시몽, 시몽." 그런다음 그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덧붙였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젊고 아름답고 열정적인 시몽을 사랑하기에 이미 늙어버렸다고 생각한 폴은 이별의 슬픔에 뛰쳐나가는 시몽을 그렇게 떠나보낸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로제는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폴 역시 로제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시몽과의 열정적인 사랑 대신 예전처럼 자신을 고독하게 할 로제에게서 더욱 안정감과 익숙함을 느낄 것이고, 체념적인 사랑을 이어갈 것이다.
불쌍한 폴.
이 작품은 폴이 6년 동안 사귄 레지와 자신보다 14살 어린, 25살의 어린 청년 시몽 사이의 관계에서 갈등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익숙한 권태 vs 새로운 선택
폴은 한 번의 이혼을 거쳤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가지고 있고, 혼자서 생활하고 있다. 레지와는 6년 동안 사귀어 왔는데 둘 사이의 관계는 폴의 일방적인 이해와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레지는 마음이 내킬 때에 연락을 하고 폴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의 자유가 억압 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폴 이외에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폴과의 약속도 취소하기 일수이다. 이러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폴은 레지와의 이별이 두려워,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과 레지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하지 못한다. 폴은 로제와의 관계에서 '오래 전부터 줄곧 앞장서는 입장, 혼자 애쓰는 입장'이었다.
그 앞에 나타난 시몽은 25살의 어린 청년으로 수습변호사이다. 첫 눈에 반해 열성적으로 폴에게 구애한다. 그의 사랑은 열정적이고 맹목적이다. 폴과 함께 살게 되면서는 하루 종일 그녀를 생각하며 출근도 하지 않고, 거리를 오가며 그녀의 일터를 찾아가기도 하며, 폴과의 관계에 불안함을 느끼며 술을 마시기도 한다. 폴은 '스스로가 늙고 지쳤다고 생각되며 약간의 위안'을 시몽으로부터 얻으려고 했을 뿐이다.
로제가 그녀를 가지면, 그는 그녀의 주인이고 그녀는 그의 소유였다. 그는 그녀보다 몇 살 연상이었고, 그녀가 이제까지 회의 없이 받아들여 온 도덕적이고 심리적인 기준에 완전히 부합했다. 하지만 시몽은 그 자신이 그녀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오히려 손해라는 것도 모르고 연극적인 동작을 동원해 의존적인 태도를 취했다. 시몽은 그녀에게 보호라도 청하는 것처럼 그녀의 어깨를 베고 잠이 들었고 이른 아침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했으며 모든 것에 대해 충고를 구했다. 폴은 그런 태도가 감동적이었지만, 왠지 비정상적인 것을 대할 때처럼 거북하고 불편했다.
시몽을 사랑하기에 그녀는 너무 늙었다. 그녀는 시몽이 느끼는 '격렬한 슬픔, 아름다운 슬픔, 아름다운 고통'을 느낄 수 없고, 이를 부러워 한다.
결국 폴은 로제에게 돌아간다. 로제에게 돌아간 폴은 로제의 전화를 받고 로제가 하려는 말을 짐작한다. 그렇게 약속이 취소된 폴은 아마도 계속 외로움 속에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소설은 끝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녀는 로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뿐인지도 몰랐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낯선 것을 경계하고 불확실한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직업이든, 사랑이든 진정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처음에 낯선 것을 견뎌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폴은 나이 차이라는 사회적 관념에 부딪쳐서 진정 자신을 행복하게 할 선택이 무엇인지 숙고하지 못했고 익숙한 것을 선택하며 고통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녀의 선택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