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소년
우리는 인생에서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사건’을 하나쯤은 경험하게 된다. 그 결정적 사건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사건일 수도 있고, 여전히 생각해도 아프고 후회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자기 생애를 통 털어 이런 ‘결정적 사건’을 한 번 두 번 만나며 그때마다 강해지고 지혜로워지며, 길고 긴 ‘성장’의 터널을 지나쳐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는 할머니가 된 캐티가 어린 시절 ‘결정적 만남’을 한 제이콥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어느새 나는 아주 늙어 이렇게 할머니가 되었다’는 캐티의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너무 울적하고 복잡하고 오래된 이야기’,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소년, 제이콥을 이야기한다.
▶ 진실을 들여다보는 단 한 사람
캐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는 제이콥은 어떤 소년일까. 제이콥은 말이 없는 소년이다. 자폐증 성향이 두드러지는 정신지체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이콥을 ‘모자라다’고 하고,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캐티의 아빠는 “제이콥은 다른 사람들과 단지 다를 뿐”이라고 캐티에게 설명하며 “제이콥이 소리 흉내내는 재주가 꽤 훌륭하다”고 칭찬한다. 장애를 의사로서 따뜻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덕분에 캐티는 장애를 속 깊게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 말 없는 소년과 특별한 우정을 서서히 키워 나간다.
캐티는 자신의 아홉 번째 생일 파티에 제이콥을 초대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제이콥은 파티에 오지 않았고, 그날 밤 비극은 일어난다. 절망을 불러 오는 오해, 하지만 캐티는 그 비극의 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진실은 드러나지 못했고, 그날 밤 이후 캐티는 제이콥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 빛바랜 흑백사진들, 어엿이 소설의 일부가 되다
어린 시절 캐티와 특별한 우정을 키워가는 자폐증 소년의 가슴 사무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20세기 초다. 작가 로이스 로리는 이 책의 비극적 이야기 외에도 그 당시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복원해 놓는 데 초점을 두었다.
농장과 제분소가 마을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20세기 초 사회, 작가는 굉음을 내는 자동차가 마을에 첫 선을 보이던 흥분된 장면이나 전화기가 처음 도입돼(전화선을 온 마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때문에 전화벨이 울린 횟수에 따라 누구네 집에 전화가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용되는 등의 역사적 장면들을 섬세하고 밀도 있게 담았다. 이런 묘사의 생생함과 구체성은 뉴 베리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라는 수식어의 힘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책의 각 장마다 사용된 흑백사진들이 이 역사소설의 특별함을 더한다. 흑백사진들은 작가가 직접 친구들에게 얻거나 골동품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이다. 고풍스러운 흑백사진들은 이야기의 아련함을 불러온다. 가슴 사무치게 아픈, 그래서 당신을 울릴지도 모를 그런 책이다.
▶ 주요 내용 -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그 소년에 대한 이야기
캐티는 마을의 유일한 의사의 딸이다. 그녀는 호기심이 많고 똑똑하며 미래에 아빠처럼 의사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는 여덟 살 소녀다. 캐티는 어느 날 아빠를 따라 집안일을 도울 페기라는 소녀를 데리러 간다. 거기서 페기의 동생인 제이콥을 처음 만난다. 제이콥은 정신지체아로 사람들과 말을 하지 않고,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농장일을 잘 돕고, 동물들을 대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다. 엄마 양이 새끼 양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그는 새끼 양을 대신 거두어 줄 다른 엄마 양을 찾아 새끼 양을 살려낸다. 캐티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이 조용한 소년, 제이콥과 특별한 우정을 키워 나간다.
한편 캐티의 옆집비숍씨 댁에는 페기의 언니인 넬이 집안일을 돕고 있다. 넬은 페기와는 달리 외향적이고 화려한 성격을 지녔다. 넬과 비숍씨 댁 장남인 폴 사이의 어떤 비밀은 곧 모든 가족들에게 밝혀지고, 넬은 결국 농장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그리고 캐티만이 그 착하고 조용한 소년이 가족들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제이콥은 해를 끼치려 한 것이 아니라 도우려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드러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