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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 본격남자망신에세이

리뷰 총점8.5 리뷰 4건
베스트
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1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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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62g | 128*190*30mm
ISBN13 9788962621501
ISBN10 896262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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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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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어른들은 예고도 없이 방문한 며느리와 손자 덕분에 얘네들이 대판 싸웠나 걱정했을 게 틀림없다. ‘근데 왜 여길(시월드) 왔지?’하며 적잖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나한테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다. “느그 싸운 거 아니제?”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 집이 며느리와 막역하고 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속속들이 파고들면 여느 집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마누라가 좀 이상한 여자다. 가장 이상한 건 어른들의 배려를 사양할 줄 모른다. --- p.20

미안하다고 아무리 말한다 해도 진짜 용서가 될까. 나는 이따금 화해의 실존을 의심하곤 한다. 그리고 이건 가깝게 지내던 친구든 가족이든 예외가 없다. 즉, 모든 틀어진 관계를 통틀어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왕따 안 당하려면 앙금을 잊고(혹은 잊은 척하고)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때도 있다. 영원히 보지 않겠다며 등을 돌리는 경우 도리어 이해받기 힘들 때도 있다. --- p.39

만약 우리가 결혼을 결심했을 무렵이 요즘과 같은 분위기(남성과 여성의 갈등이 도처에서 반복·재생산되는)였다면, 결혼은 엄두도 못 냈겠구나 싶다. 또 이 양극단의 이야기들은 도리어 결혼이나 출산 자체를 혐오하게 만드는 것도 같다. 우리는 왜 결혼을 했을까 종종 되묻곤 한다. 분명 이 땅에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물리적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했지만, 그건 양성평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서로 주어진 역할(아내, 남편, 엄마, 아빠, 아들, 딸, 사위, 며느리 등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 p.89

아무튼 옛날 엄마 스타일인 나는 애한테 다음부터 학교에서 뭔가를 받아오면 일단 꺼내놓으라고 당부했다. 마침 애는 가방에서 또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고, 애가 꺼낸 가정통신문 중에는 부모의 직업 설문지도 있었다. 그런데 내 직업을 뭐라고 쓰지? ‘옛날 엄마’는 좀 그렇고 ‘주부’라고 써야 할까? --- p.160

사회가 언제부터 이토록 삭막해졌을까? 내가 자기네 애들 좀 보고 있으면 초면이라도 다가와서 닭다리는 아니더라도 닭날개 정도는 권하고 그래야 명랑사회 아닌가? 맥주 한 모금 나눠 먹을 수 있는 거잖아? 처음 보는 애들을 차례차례 물속에 한 200번쯤 메다꽂고, 우리 애랑 대충 씻고 찜질방에 갔다. 애는 일전에 엄마랑 한번 와봤다고 되게 아는 척을 했다. --- p.179

엄마 말에 의하면 그 무렵의 나는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는 그게 자기 탓이라고 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선생님의 요구에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말하자면 촌지를 못 줬다는 얘기였다. 그때만 해도 촌지가 공공연한 관례였고,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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