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작은 공터에 너무도 조용히 누워있었다. 그리고 나무에 매달린 작은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두 발이 땅 위에서 달랑거렸다. 등에는 책가방을 메고, 목에 걸린 종이에는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I’m travelling alone. --- p.16
지금 같은 미아 크뤼거를 본 적이 없었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아마 다시는 그녀를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 여간해서는 냉정을 잃지 않는 수사관이었지만 나무에 매달린 어린 소녀 생각을 할 때마다 뭉크는 등골이 오싹했다. --- p.79
가브리엘은 진심으로 지금 당장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몇 분 사이에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사진을 보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갑자기 절망스러워졌다. --- p.127
“카롤리네?”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카롤리네가 침대에 없었다. 바닥에는 피가 고여있었다. 순간 아득해졌다. 그녀는 고여있는 핏물에 발을 디뎠다. 이건 틀림없는 꿈이었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이다. 의사가 아무리 권해도 수면제를 먹지 말아야 했는데. 그녀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날 때까지 딸의 침실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꿈이 싫었다. 카롤리네가 침대에 없다니. --- p.234
하나님이 말씀하시길 아이들은 순수하기에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한다. 아이들은 정결하고 깨끗하며 어머니 자궁에 있던 때처럼 순수하고, 이 땅에 온 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때가 묻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은 정화되어야 한다. 심지어 불을 붙여서라도. 지옥불. 목사는 차분하고 온화한 음성으로 겉은 강하지만 안은 부드러운 신의 손길처럼 단호하게 설교를 했다. --- p.326
그야말로 대혼란이었지만 미리암은 그들을 진정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가능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는 확신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뒤통수에서는 항상 잔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넌 엄청난 위험에 처할 수도 있어. 겁을 내야 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 p.394
미아는 눈물을 흘리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어서 와, 미아, 어서. 시그리, 사랑스럽고 예쁘고 다정했던 시그리. 그 쓰레기 놈팡이를 총으로 쏴죽였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비극만 더 짙어졌을 뿐이다. 슬퍼하는 사람들만 더 늘었고, 암울함만 더 커졌다. 정말 이러려고 총을 쏜 게 아니었다. --- p.494
“그들을 탓할 수도 없어.” 그녀가 다시 키득대며 말했다. “노인네들 말이야. 그들은 하루 종일 혼자 누워있어. 몸은 여기저기 고장나고. 삶을 뒤돌아보며 후회를 하지. 얼마나 후회하는지 모를 거야. 난 그런 노인들을 많이 봐. 그들의 얘기도 듣고. 열이면 열 다르게 살 걸 그랬다는 말만 하지. 다른 사람에 대한 걱정은 줄고 오로지 자기만 생각해. 더 멀리 가본 사람일수록, 더 많이 경험해본 사람일수록 즐거웠던 기억도 많은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