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P. 호건은 국내에서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일본 SF 컨벤션 참가자들의 투표로 뽑는 일본판 휴고상이라 할 수 있는 성운상(星雲賞)을 세 번 수상할 만큼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1981년에 본서 《별의 계승자》를 시작하여 1982년에 《The Genesis Machine》 그리고 1994년에 《Entoverse》로 해외장편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이 중 《별의 계승자》와 《Entoverse》는 모두 ‘Giants’ 시리즈에 속한 작품으로 이 시리즈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호건은 1986년 제25회 SF 대회(DAICON5)가 개최되었을 때는 해외 게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는 다른 매체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적으로 SF 애호가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마지막 제목이나 2005년 개봉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건담]의 부제목은 모두 이 책의 일본어판 제목인 ‘별을 계승하는 자(星を繼ぐ者)를 사용하고 있다. 호시노 유키노부가 4부작으로 만화화하기도 했으며, 만화판도 2013년 성운상 코믹부문 수상을 했다.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 아이작 아시모프
과학소설의 흐름은 스페이스 오페라 등으로 활기가 넘쳤던 1950년대를 지나 뉴웨이브가 등장한 1960년대로 이어졌다. 이는 외우주가 아닌 인간 내부의 세계인 내우주를 다루면서 통속화된 과학소설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이를 통해 과학소설 장르의 범위가 더욱 풍부해진 반면 판타지나 순문학과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 과정에서 과학과 기술은 과학소설의 중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1970년대가 되자 역시 과학소설의 주인공은 과학이어야 한다는 독자들의 갈망이 생겼고 이에 호응하는 작품과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도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한 1977년에 출간되었다.
달에서 약 5만 년 전의 것으로 밝혀진 인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상호 모순되는 사실들과 의문점이 발견되자 과학자 집단들이 모여 그 해답을 풀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소재로 삼는 것은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이미 여러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이 그런 발견을 계기로 인류가 외행성으로 진출하게 된다거나 새로운 진화단계로 넘어가는 등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소설은 오로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갈등관계와 그 해소라는 스토리텔링이 아닌, 증거와 논쟁점을 여러 개 나열하고 그걸 짜 맞춰가며 도출되는 단일한 결론과 그 전개 과정에서의 논란 같은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정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치 과학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과학이라고 선언하는 듯 말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기원이나 전쟁, 외계인 등 상당히 스케일이 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그 비밀을 풀려는 과학자들의 논쟁이 벌어지는 연구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잠시 가니메데와 가니메데행 우주선으로 무대가 옮겨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주 무대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자칫 명확한 클라이맥스가 없고 제시된 증거들도 도출되는 결론이 쉽게 예상되는 등 지루한 소설이 되기 쉽지만, 이 책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할 만큼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을 때 마지막 반전을 숨기고 있어서 ‘과학’이 주는 경이감이라는 장르 특유의 카타르시스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한 편의 훌륭한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여러 정보를 제시하고 퍼즐을 맞추며 비밀을 밝혀 가는 추리소설 특유의 지적인 유희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모든 사람을 모아놓고 태양계에 걸친 트릭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추리소설의 독자들도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소설이 출간된 지 40년이 되었음에도 그다지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제트기를 예약하는 과정이라든가 DNA 검사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찰리의 인종 문제와 같이 현재의 과학기술과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빛바랜 느낌이 거의 없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소설이 과학자들의 논쟁을 주로 따르고 있고, 그런 학자들의 세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지인은 이를 두고
‘학회 SF’라는, 소설업계에선 존재해선 안 되는 장르를 제대로 개척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물론 칭찬이다). 이렇게 소설의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활용하여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고 있는 점은 저자의 뛰어난 재능일 것이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마치 이 소설이 굉장히 무미건조한 사실들의 나열로만 되어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인공 헌트가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모든 사실을 깨닫는 장면에 대한 묘사 등을 보면 굉장히 시적이며 정서적인 감흥까지도 충분히 주고 있다.
한편 인물이 너무 정형화되어 있고 스토리의 나열에 그치는 느낌을 주는 서술방식 등 소설로써 결점과 한계도 뚜렷하다. 하지만 그런 흠에도 불구하고 읽는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힘과 매력이 그런 단점을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
호건은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과학이 주는 경이감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과학소설의 재생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편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작으로 《The Gentle Giants of Ganymede》와 《Giants’ Star》를 통해 본서에 잠시 언급된 미네르바인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월인의 전쟁은 어떻게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그렸다. 또 이렇게 3부작으로 이야기를 완결 지은 이후에도 《Entoverse》(1991), 《Mission to Minerva》(2005)를 발표하였다.
추천의 글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 아이작 아시모프
SF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어떤 아이디어에 드라마적 상상력을 부여하여 이끌어 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배움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나는 전설과 마법 따위 믿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델레이 출판사가 ‘별의 계승자’를 출간하기로 결심한 바로 날, 그곳에 뭔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던게 틀림 없다. - [SF 북리뷰]
철저한 하드 SF지만 구성이 뛰어나서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고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 [아날로그]
제임스 P. 호건 작가의 별의 계승자는 달에서 무려 5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으로 그것과 연관한 일련의 사건들을 그려낸 작품이자, 하드 SF를 대표하는 작품을 떠올릴 때면 항상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사실 작 중 언급되는 부분들 중에서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꽤나 있는 편이었다 보니 읽는 이에 따라서 호불호;
제임스 P. 호건 작가의 별의 계승자는 달에서 무려 5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으로 그것과 연관한 일련의 사건들을 그려낸 작품이자, 하드 SF를 대표하는 작품을 떠올릴 때면 항상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소설 중 하나입니다. 사실 작 중 언급되는 부분들 중에서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꽤나 있는 편이었다 보니 읽는 이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다만 그 점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서부터는 제가 지금 SF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추리 소설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별의 계승자 1권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마지막 반전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게 할 만큼 놀라웠기에 별의 계승자 2권 또한 곧바로 읽어볼 생각입니다.
별의 계승자 1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YES마니아 : 로얄아**파|2021.11.24|추천0|댓글0리뷰제목
제임스 P.호건의 <별의 계승자1>을 읽었다. 이 책은 5권의 시리즈로 출판됬지만, 1권이 인기를 끌면서 후속편이 나왔기 때문에 이 1권의 재미는 말할 필요도 없다. SF 마니아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최근 다시 복간 되었으며, 한국에서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휴고상이라고 칭할만한 SF문학상인 '성운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작가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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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P.호건의 <별의 계승자1>을 읽었다. 이 책은 5권의 시리즈로 출판됬지만, 1권이 인기를 끌면서 후속편이 나왔기 때문에 이 1권의 재미는 말할 필요도 없다. SF 마니아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최근 다시 복간 되었으며, 한국에서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휴고상이라고 칭할만한 SF문학상인 '성운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작가의 대표작이다.
가까운 미래의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인간의 유해가 발견되어 전 지구적으로 떠들썩해졌다. 연대측정의 결과 그 시신의 사망시기는 무려 5만년 전이다. 온 지구가 발칵 뒤집어진채 찰리라고 명명된 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대규모 조사단이 만들어진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되어 조사하지만 의문의 퍼즐은 점점 늘어나고, 찰리의 동료로 보이는 유해가 여럿 발견되며 우주선의 잔해까지 드러난다.
1969년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이 우주에 대한 관심과 SF 소설의 붐을 일으켜서 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출간되던 시대이다. 어느정도의 과학적 지식이 있으면 훨씬 더 재미를 느낄수 있는 이 작품은 1981년에 출간되었으며, 배경년도는 2028년이다. 불과 10년 남짓 남은 시간동안 인류는 달을 자유자재로 왕복할 수 있는 기술과 자본을 가질수 있을까? 출간된지 거의 40년이 다되어가지만 현재 읽어도 전혀 올드한 느낌을 받을수 없는 간결한 문체이다. 다만 초반부에 비해 중반부는 좀 지루한 감이 있지만 후반부의 페이지는 숨가쁘게 넘어간다.
5만년전 달 우주인의 유해의 정확한 유래을 밝히기 어려워서 각계의 과학자들은 많은 가설을 쏟아내고 진위를 가리기 위해 논쟁을 벌이지만 시원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 헌트박사가 놀라운 가설이 강한 설득력을 바탕으로 밝혀지는 인류 조상들의 행적은 다른 과학적 가설과 태양계의 트릭이 어울어져 기가막힌 반전을 보여준다. 정말 재미있었다. 호건은 이 소설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어 이전의 빈곤함을 떨치고 <별의 계승자> 후속편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달에서 인간과 비슷한 유골이 발견되고 그 월인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네요. 월인의 곁에 있던 수첩과 유물들을 통해 여러 가설들이 세워지고, 여러 전문 분야에서 모인 사람들이 때론 협력하는 과정이 좀 지루해서 이 소설이 왜 유명한가 싶었는데,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또다른 거대우주선이 발견되면서 재밌어졌어요. 반전의 반전이 나타나며 소행성의 유래나 달;
달에서 인간과 비슷한 유골이 발견되고 그 월인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네요. 월인의 곁에 있던 수첩과 유물들을 통해 여러 가설들이 세워지고, 여러 전문 분야에서 모인 사람들이 때론 협력하는 과정이 좀 지루해서 이 소설이 왜 유명한가 싶었는데,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또다른 거대우주선이 발견되면서 재밌어졌어요. 반전의 반전이 나타나며 소행성의 유래나 달의 기원이 정말일 수도 있다고 믿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