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08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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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442g | 140*210*20mm |
ISBN13 | 9788956608846 |
ISBN10 | 8956608849 |
발행일 | 2016년 08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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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442g | 140*210*20mm |
ISBN13 | 9788956608846 |
ISBN10 | 8956608849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1부 | 낭만주의 매혹 신성한 시작 사랑에 빠지다 섹스와 사랑 청혼 2부 | 그 후로 오래오래 별것 아닌 일들 토라짐에 대하여 섹스와 검열 감정전이 모든 게 네 탓 가르치기와 배우기 3부 | 아이들 사랑의 가르침 사랑스러움 사랑의 한계 섹스와 양육 빨래의 위신 4부 | 외도 바람피우는 남자 찬성론 반대론 양립할 수 없는 욕망들 비밀 5부 | 낭만주의를 넘어서 애착 이론 성숙함을 향해 결혼할 준비가 되다 미래 옮긴이의 말 |
알랭 드 보통에 대하여 많이 들었는데 책으로 읽기는 처음이다. 제목을 보고 외국인(유럽인)의 사랑과 결혼은 우리와 많이 다를거라 짐작했는데, 역시 책을 다 읽고 보니 한국사회와의 이질감을 절실하게 느낀다. 근본적으로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보고 배운 것이 틀린데 공감한다는게 사실상 어렵다. 본의 아니게 나이가 많은 사람이고 서구 여러나라 사람들을 접하면서 한국사회와 비교가 가능할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와는 안맞는다. 기본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은 같을지 몰라도 문화적인, 정서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확실하게 있는거 같다. 우리는 기성세대나 지금의 MZ 세대나 전통적인 유교사회의 뿌리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 여자와 남자가 하는 생각은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양에도 청교도적이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회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우리나라가 보수적인 사고가 훨씬 많은것이다. 그것을 나타내는것이 정치 성향이고 남녀간의 갈등으로 비춰져 미루어 짐작케 한다. 중국은 다소 예외이고 일본이나 대만 같은 나라도 우리와 비슷한걸로 생각되는데 공통적으로 젊은 사람들과 황혼의 60대 이후 이혼율이 높은걸 보면 알 수 있다. 내 주위에서 봐도 연애할때는 죽니 사니 하다가 결혼하고 애만 낳으면 서로의 볼일은 다 끝난듯 관심도 없고 아껴주거나 배려하는 마음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슨 자랑거리도 아닌데 그런 상황을 주위 사람들에게 대놓고 떠들어댄다. 안타깝다! 서로의 배우자들에게,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사랑한다는 말만 열심히 해도 이렇지는 않을텐데... 이렇게 우리 사회는 삭막하고 받기만 하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아져 가는듯! 바램이 있다면 국내의 우수한 철학자나 심리학자가 서구적인 관점이 아닌 순수한 우리만의 정서를 기반으로 이런 책을 한 번 내놓는다면 좋겠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더 따뜻한 인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결혼한 지 16년이 지나서야 자신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라비’.
열 다섯 살 때부터 영혼의 짝에 대해 꿈꾸기 시작했을 정도로 낭만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의 일부분을 완성해줄 여자,‘커스틴’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불완전한 자신의 삶이 드디어 완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라비는 현장에서 근육질의 인부들을 관리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모습도 사랑하지만, 자신의 팔에 안겨 과거의 상처를 조곤조곤 털어놓는 유약한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커스틴도 자신의 불행한 과거, 나약한 모습, 숨기고 싶은 약점을 하나씩 드러낼 때 모두 이해한다는 라비의 따스한 눈빛에서 사랑을 느끼며 안도한다.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연인으로부터 온전한 이해를 받을 때 진득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마침내 운명의 짝을 만났다는 성급한 결론에 이른다. 위험천만한 결론인지도 모른 채 결혼을 향한다. 보통의 러브스토리는 사랑이 시작되기까지 상세히 다루다가 결혼을 하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단숨에 끝난다. 결혼 이후의 모습은 다루지 않은 채, 결혼에 대한 행복한 환상만 남긴다. 동화책,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가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강하게 심어 놓았기에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지나치게 열정을 쏟고 그 이후 꾸준히 맞춰 나가려는 책임과 노력에 대해선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다"라는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로 시작된 이야기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우리가 알던 러브스토리를 완전히 뒤집는다.
이 책에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단 몇 페이지 설명으로 끝내고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세밀하게 다룬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해서 만난 낭만적인 두 주인공의 결혼 생활은 어떨까? 영화처럼 아름다울까? 현실처럼 차가울까?
서로가 오래토록 갈망하던 운명의 짝이라는 걸 확신한 두 주인공은 결혼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바로 이것이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보여주고 싶은 진짜 러브스토리다.
‘에이~ 설마, 이건 아닐 거야. 그럴 리가.’라고 외면하는 독자들을 진득하게 따라붙은 작가는 어떻게 사랑을 시작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지속시킬 건가에 대해 쉴새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라면 결혼 생활의 진정한 동력은 무엇일까? 낭만주의였던 라비가 현실주의로 바뀌면서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했듯이 완벽한 결혼생활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상대방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게 된다. 사람은 저마다 이상한 점들을 가지고 있고 결혼 전에는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느꼈던 장점도 결혼 이후엔 참을 수 없는 단점으로 바뀐다. 섬세함은 치졸함으로, 책임감은 피곤함으로. 부부싸움은 점점 사소해진다. 결국 두 사람은 어느 러브스토리에도 나오지 않은 부부심리센터를 방문하며 좁힐 수 없는 거리를 너덜너덜한 채로 마주 보고 깨닫는다. 결혼은 사랑을 완성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덕스런 삶에서 사랑을 지속 시켜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영원한 사랑처럼 완전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음을. 완전한 순간은 있어도 완전한 인생은 없다는 것을. 연인으로부터 완전한 이해를 받았다는 느낌은 찰나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필요한 배우자는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이 아닌 취향의 차이를 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불타는 사랑을 시작하는 낭만이 아니라 일상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사랑은 열정보단 기술이다. "기술의 핵심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함께한 사람을 덜 물리고 익숙하지 않은 눈으로 새롭게 보는 데 있다" 새로운 것을 찾지 않고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보는 눈이야말로 일상의 낭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세다. 사랑은 크게 두 가지다. 사랑받기와 사랑하기. 태어나서부터 별다른 노력없이 자연스럽게 받은 부모의 사랑과 달리 상대방을 위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랑하기가 준비된 자에게만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달콤한 낭만이 주어진다.
알랭 드 보통의 21년 만의 장편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낭만 속에 갇혀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에겐 현실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낭만 없는 현실에 지쳐 있는 이들에겐 다른 이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차가운 위로를 건넨다. 상대방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완전해진다는 사실과 함께.
연애에 대한 책은 참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애 그 이후를 다루는 책은 거의 없기에 연애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환상을 잘 꾸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매스미디어가 연애 이후의 삶에 대해 다루는 경우는 없다 보니 결혼에 대한 달콤한 환상으로 꿈을 꾸며 사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죠. 하지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연애의 뜨거움과 더불어 그 후의 일상도 냉정하게 다루는 장편 소설입니다.
라비와 커스틴, 두 사람의 만남에 이은 격렬하고 낭만적인 사랑,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아름답고 다정하게 묘사되지만, 이 책은 그런 연애의 모습은 빠르고 신속하게 다루고 더 많은 지면을 결혼 이후의 일상을 이야기합니다.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라비와 커스틴의 삶은 삐걱거리고 충돌하고, 화해하며, 아이를 키우고, 외도를 하기도 하며, 심리치료까지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책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연애하는 입장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무척 많았습니다. 특히 소설 중간중간에 마치 해설처럼 붙어있는 고딕체 글귀에 마음이 많이 닿았었습니다.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상대방을 어리게 취급하면 거만하게 윗사람 행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탓에 우리는 성숙한 자아 너머의 것을 바라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내면의 아이를 만나는 - 그리고 용서해 주는 - 것이 가끔은 가장 큰 특권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는다.
89~90p
감정을 그 출발점으로 송환하는 일은 사랑의 가장 섬세하고도 필요한 과제다. 전이의 위험성을 인정하면 짜증과 비난보다 공감과 이해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두 사람은 갑자기 폭발하는 불안이나 적대감이 항상 그들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그러니 그런 폭발에 매번 분노나 상처받은 자존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다. 격분과 비난이 동정심에게 자리를 내준다.
114~115p
서류상으로는 이미 결혼한 둘은 16년 뒤 다시 결혼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라비는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하고, 자신이 미쳤음을 자각하고, 커스틴이 까다로운 게 아님을 이해했고,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했고, 러브스토리가 소설과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극히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서 더 러브스토리 같은 이런 책의 끝마무리는 현실이기에 더 매력적입니다.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습니다. 책에 어느 부분도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없었던 터라 더 재미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번 이 책을 읽어보며 결혼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