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요와 함께 하면 포켓몬고도 부럽지 않아!
기발한 미션이 함께 하는 이야기책으로 동네, 도시, 세계를 배운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학교에서는 세계 각국의 이름과 수도를 달달 외우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허겁지겁 오갈 뿐, 자신과 가장 가까운 세상을 배울 기회가 없다. 예부터 아이들은 마을 곳곳에서 뛰어놀며 자연과 사회를 배워 왔다. 또래들과 함께 강변의 모래사장, 뒷산 숲속, 으스스한 폐가를 탐험하며 감정과 지식을 함께 얻었다. 아파트와 자동차가 가득한 현대의 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할까? ‘미요와 동네 탐험단’의 첫 번째 책, 『꼬물꼬물 지도로 새 학교를 찾아라(이하 꼬물꼬물 지도)』는 말한다. 지금의 아이들도 가능하다.
게임 ‘포켓몬고’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매일 돌아다니는 동네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수집하며, 주변의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게임 속 몬스터를 잡기 위해 평소에 가 보지 않던 공원, 숲길, 박물관을 찾아갔다. 실제의 세상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아내는 기쁨을 깨닫고,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도전 과제가 있는 이야기 책 『꼬물꼬물 지도』도 이와 닮았다. 매번 아이들에게 기발한 미션을 던져 주며 시장, 공원, 골목길에서 흥미로운 보물을 발견하게 한다.
『꼬물꼬물 지도』의 주인공 미요는 낯선 동네로 이사 온 초등학생이다. 새로 이사 온 집은 높은 아파트지만 학교로 가는 길에는 작은 집들이 가득하다. 어찌 보면 평범한 동네지만 공원, 재래시장, 미술관, 도서관처럼 구경해 보고 싶은 곳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이 동네가 특별히 재미있어진 건 달고나 삼촌 덕분이다. 달고나 삼촌은 미요가 전학 온 첫날부터 꼬물꼬물 이상한 지도로 학교를 찾아가라고 한다. 그 다음에도 아파트 놀이터, 학원 가는 길, 시장 앞에서 튀어나와 이상한 말로 꼬드기면서 친구들과 같이 할 놀잇감을 던져 준다. 다리를 묶고 학원 가는 길의 거리를 재 봐. 동네에 얽힌 전설과 사건을 모아 이야기 지도를 만들어 봐. 우리 동네에서 7대 불가사의를 선정해 봐. 가게 간판에 나오는 외국 이름을 모아 만국기를 만들어 봐. … 달고나 삼촌과 만나면 매일 다니는 동네가 놀라운 모험의 세계로 바뀌게 된다.
어린 독자들은 기발한 재치와 엉뚱한 웃음으로 가득한 이야기 속으로 쏙 들어간다. 흥미진진한 상황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은 상상력을 더욱 부추긴다. 그래서 누구든지 미요와 함께 동네 탐험단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매번 이야기가 끝나면 독자들에게 주는 ‘나도 동네 탐험단’ 코너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비슷한 미션을 수행하며, 거리, 높이, 방향 같은 지리적 개념을 익힌다.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도 익힌다. 동네를 찾아온 외국인들, 마을 곳곳의 간판들을 통해 세계인과 사귀는 법도 알게 된다. 자신도 몰랐던 동네의 재미를 알고 도시, 나라, 지구 등으로 생각의 폭을 넓혀 나간다.
『꼬물꼬물 지도』의 저자 이명석은 놀이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책 『논다는 것』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과 관련된 강의를 하며 전국 수십 개의 학교에서 독자들과 만났는데, 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놀고는 싶은데 공부도 해야 하잖아요.”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어떻게 놀아요?” 『꼬물꼬물 지도』는 놀이와 공부가 함께 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 자체가 거대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지식을 삼키는 법만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진짜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올까요?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얻어야 하죠. 이 책에 나오는 엉뚱한 놀이와 별난 미션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석은 『여행자의 로망백서』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 『도시 수집가』 등 여행의 체험에 인문학적 지식을 결합한 책을 꾸준히 써 오고 있다. 그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돌아보면, 아무리 평범한 동네도 수많은 발견과 탐험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그런 호기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은 아이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보면 세상 곳곳이 신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