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시리즈 4부작 중 첫번째 <나의 눈부신 친구>.
거의 정보 없이 구매한 책인데 한 편의 드라마처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이 이끄는 가족 중심 문화라는 점에서 이탈리아는 한국과 비슷한 가정환경을 보여줄 때가 많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이 책을 홍보했으면 더 많이 알려졌을까 생각해 본다.
이탈리아나 그 어느 땅이나 여자의 삶이란 척박하고 고난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비슷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릴라와 레누. 나폴리 변두리 동네에서 자란 절친 소녀들이다.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뛰어난 릴라는 가난한 집안 때문에 좌절한다. 같은 동네 출신이지만 릴라네보다 형편이 훨씬 낫다는 레누는 알게 모르게 릴라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애정과 질투가 교묘하게 섞이는 소녀들 세계의 우정이 실감난다.
현재 시점에 장성한 아들을 둔 60대 여인으로 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소녀 시절은 60~70년대다. 그 시기 나폴리의 모습은 마피아가 득세하는 마초 세계다. 남자들은 모두 하나 같이 폭력적이고 부패하고 권위적이다.
그 시절을 관통하며 때로는 감출수 없는 질투심도 있지만 릴라와 레누는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깊숙한 내면의 우정을 보여준다. 그래도 아무리 남자들 때문에 삶이 힘들어도 나에게 동지 같은 친구가 있어, 그래서 난 버티며 살 수 있어.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지역색 강한 이탈리아에서도 나폴리는 시칠리아 만큼이나 악명 높은 유명세를 자랑한다. 나폴리 거리 어딘가에 이층 창문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릴라와 레누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