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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재 독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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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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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44g | 128*188*30mm
ISBN13 9788993814453
ISBN10 899381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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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고재석
1956년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만해 연구소장. 대외교류연구원장. 편저와역자로『일본문학.사상명저사전』,『일본메이지문학사』,『일본다이쇼문학사』, 『일본쇼와문학사』, 『일본현대문학사』(상하)등이 있고 저서로『한국근대문학지성가』, 『숨어있는 황금의 꽃』, 『불가능한 꿈을 꾸는 자의 자화상』, 『탕지아唐家의 붉은 기둥』『한용운과 그의 시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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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책상에 앉아

학교에서 돌아오면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쪼르르 달려 들어와, 오늘 두 문제 틀려 속상하다고 울상 짓던 아이……. 그 아이는 오늘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퇴근할 시간이구나. 혹시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러 오다가, 아차 하고 돌아섰던 것은 아닐까 .
“그래? 그러면 내일부터 몽땅 만점 맞으면 되겠구나!” 통통한 볼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이렇게 말해 주면, 두 눈을 반짝거리며 “아! 정말?” 하고는 내 무릎에 폴짝 올라와 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종알종알 들려주던 큰딸아이의 결혼식은 잘 끝났다. 그러나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 아이가 중3 올라가던 해 그 애에게 물려주었던 책상에 앉아 본다. 문득 엠마 보바리를 시집보내고 회상에 젖었던 루오 영감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혼례식이 있은 지 이틀 뒤 부부는 떠났다. 샤를르는 환자들 때문에 더 이상 오래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루오 영감이 자기 마차에 두 사람을 태우고 바송빌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그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마차에서 내려 되돌아갔다. 한 백 보쯤 걷다가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차가 저만큼 멀어져 가면서 먼지 속에서 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결혼하던 때의 일, 흘러간 지난 시절, 아내의 임신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역시 아내를 장인댁에서 자기집으로 처음 데려오던 날은 어지간히도 즐거웠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어서 들판이 흰 눈에 뒤덮여 있었으므로 아내를 말잔등에 태우
고서 눈 속을 터벅거리며 왔었다. 그녀는 한쪽 팔로 그를 붙잡고 다른 팔에는 바구니를 걸쳐들고 있었다. 코 지방 특유의 머리 두건에 달린 긴 레이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때로는 그녀의 입술 위에 닿곤 했고 그가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가까이 어깨 위에 그녀의 발그레한 작은 얼굴이 보닛 모자의 금박 장식 아래에서 말없이 미소
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린 손을 녹이기 위해서 그녀는 이따금 씩 그의 가슴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 모두가 얼마나 아득한 옛날인가! 그때 낳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서른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길 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빈집처럼 쓸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마담 보바리』 (민음사, 2000), p.50.

잘 살아라. 빨간머리 앤처럼 언제나 씩씩했던 우리 큰딸은 지금 신혼집 현관문을 열고 있을 것이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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