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8년 1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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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12g | 135*205*20mm |
ISBN13 | 9788949120836 |
ISBN10 | 8949120836 |
출간일 | 2008년 1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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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312g | 135*205*20mm |
ISBN13 | 9788949120836 |
ISBN10 | 8949120836 |
‘너’의 이야기도 될 수 있고 ‘나’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평범한 열일곱 살 하연이에게 어느 날 일어난 이야기 비룡소의 청소년 문학선 29번째 책으로서,『키싱 마이 라이프』. 이 책의 저자 이옥수는 2004년 『푸른 사다리』 로 사계절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내 사랑 사북』,『킬리만자로에서, 안녕』과 같은 청소년 소설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가 새롭게 내놓은 신작인 이 책은 열일곱 살의 평범한 주인공이 미혼모가 되는 이야기로, 어쩌면 우리 주변의 10대 누구라도 겪을 법한 일을 너무나 사실적이고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1인층 화자인 주인공 하연이의 눈을 통해 요즘 ‘고딩’들의 화법으로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이야기 속엔 현실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남자 친구와의 우연한 관계에서 임신을 하게 되고 그 아기를 낳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손에 잡히듯 그려진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의 당황스러운 마음, 아기를 없애고 싶은 갈등, 낳고 나서는 길러야 할지 입양시켜야 할지의 선택의 문제,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까지, 소설은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낸다. 실제로 미혼모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된 작가는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도 성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그들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언어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의 성을 솔직한 담론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고 얘기한다. 탈선이나, 강압, 성폭력과 같은 무거운 단어들로 10대 미혼모 이야기를 몰고 가는 대신 이 소설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 때문에 생겨난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너에게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일이라는 과감하고도 솔직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
주인공이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해서 혼자 삶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하던데 제가 읽기에도 좋은 것 같네요^^ 아이가 읽으면서 현실성도 있고 혼자인 미혼모들의 마음이 치유 될 수 있는 책이라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워낙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제목부터 머리 속에 맴돌았다나 뭐라나... ^^ 아무튼 아이가 잘 읽어서 저까지 뿌듯하네요. 그리고 이 책이 청소년 권장 도서라고들 하던데 이런 것도 또 기회 삼아 읽고 아이에게 도움이 돼서 다행입니다.
The main character of the book, a high school student, is pregnant. At first, she hesitates to visit a hospital, but is disappointed to hear that she needs the consent of a legal guardian to have an abortion. There are many modern single mothers who are experiencing these experiences.
성(性)적 주체, 혹은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청소년들
기성세대에게 청소년들은 불안한 존재로 인식된다. 기성세대 역시 청소년 시기를 거쳐 왔기에 그들은 청소년기의 불안감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청소년들을 ‘타락한 사회’에서 보호하려고 한다.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회통념은 사회의 타락을 인정하는 기성세대의 사회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가 타락했으므로 ‘타락하지 않은’ 청소년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펼쳐지는 청소년의 ‘보호담론’은, 그러나 청소년들의 삶터가 ‘타락한 사회’라는 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섹슈얼리티(sexuality)의 맥락에서 살펴보자.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성적 대상’으로 호명하는 섹슈얼리티의 사회를 ‘현실’로 실감하며 살아간다. 사회는 청소년의 몸을 섹슈얼리티의 대상으로는 인정하면서도, 청소년이란 존재를 섹슈얼리티의 주체로 인정하지는 않으려 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그들 스스로 그러한 대중매체의 성적 이미지를 수용한다. 하지만 성적 이미지가 현실화되는 과정에는 분명한 한계가 그어진다. 미혼모가 되어서는 안 되고, 동성애를 해서도 안 되며,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려서도’ 안 된다. 배제의 전략을 바탕으로 개진되는 청소년의 성 담론은 성적으로 대상화되면서도, 성적 주체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지금 이곳>의 청소년들의 삶을 예시한다고 보면 좋겠다.
사회가 청소년들을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든,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간다. 사회가 배제하려고 하는 성적 주체로서의 청소년(주체)은 현실 속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청소년의 ‘보호담론’이 보호해야 할 존재와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문제아)로 구성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든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는 없지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청소년은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원조교제를 하는 청소년들을 ‘비윤리적’ 잣대로 평가하고, 청소년 미혼모를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현상을 당연하게 여긴다. 현상을 현상대로 바라보지 않고 담론적인 규정으로 현상을 무시하는 과정은 청소년을 인식하는 기성사회의 담론(시선)에 이미 내재해 있다. 기성세대와 청소년세대의 끊임없는 갈등은 실상 현상 너머의 ‘도덕적 세계’를 가치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전제로 하여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옥수의 키싱 마이 라이프(kissing my life)(비룡소, 2008)는 청소년 미혼모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른들은 ‘청소년 미혼모’라는 사회적 ‘증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그것은 항상 기성 사회의 배면(背面)을 떠돌고 있다. 사회적인 담론이 호출하는 무성적(無性的) 존재로서의 청소년은 청소년들의 실제 삶속에서는 ‘성적 주체’로 현실화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청소년이라고 해서 그 사랑을 미래의 일로 미룰 이유는 없다. 따라서 ‘청소년 미혼모’라는 증상은 기성세대에게는 ‘불길한 기호’로 비쳐진다. 불길한 기호는 일단 사회의 외부로 숨겨야 한다. 그것은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 행위의 결과일 뿐,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청소년 미혼모에게 임신은 그 자체로 공포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난다. 임신하는 순간, 사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들은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온종일 앓았다.
뜨거운 불길처럼 갈라지는 미묘한 감정과 캄캄한 동굴 속에서 울부짖는 짐승의 격한 울음소리 같은 그런 악몽 속으로 자꾸만 빠져들었다. 귓가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땐 가위에 눌려 죽을 것만 같았다. 눈을 뜨면 오만가지 생각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 두려움에 떨었다. 내 안에 내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한쪽에선 하연아, 괜찮아. 어떻게 되겠지. 걱정하지마 하는 위로의 소리가, 또 다른 쪽에선 정하연, 너 이제 큰일났다. 어떡할 거냐? 죽었다 하는 공포심이 교차하며 나타났다. (90쪽)
인용문에는 임신을 확인한 정하연(주인공)의 양가적인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다. 하연의 마음을 구속하는 두려움의 근원에는 “만약 너희들이 남자애들하고 돌아다니다가 애라도 밴다면 엄만…… 같이 죽어 버릴 거야.”(94쪽)라는 기성세대의 사회적 통념이 반영되어 있다. 마음의 한켠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가 흘러나오지만, 하연의 실제 마음은 사회에서 완전하게 배제될 수 있다는 공포심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임신을 확인한 청소년 미혼모들은 우선 ‘낙태’를 생각한다. 뜻하지 않게 생긴 생명이고,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에 드리워진 사회적 제약 때문에 청소년 미혼모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낙태를 합리화하더라도, 생명을 ‘지운’ 죄책감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는 없다. 실제 낙태를 다룬 청소년 소설에는 이러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인물(임태희의 쥐를 잡자에 등장하는 주홍)이 드물게나마 나타나기도 한다.
낙태를 선택하는 청소년의 내면에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내장되어 있다. 미혼모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하연은 낙태를 포기하고 아기를 낳기로 결정한다. 키싱 마이 라이프는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 하연과 친구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소설의 후반부에서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연은 친구들이 ‘알바’를 해서 모은 돈으로 우선 여관방을 얻어 생활하기 시작한다. 언니 수연과 함께 생활한다는 핑계로 엄마를 안심시킨 하연은 “캄캄한 밤에 구름 사이로 환하게 비치는 달을 보고 혼자서 미소 지을 수 있을 만큼”(181쪽) 낯선 곳에서의 삶에 차차 적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학교 생활(시험)과 알바 사이에서 고민하며 서로 싸우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하연은 또 다른 갈등에 휩싸이고, 결국 인터넷에서 찾아낸 ‘미혼모의 쉼터’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다.
청소년 미혼모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이처럼 청소년 미혼모 문제를 사회적 맥락과 결부시키는 장처를 지니고 있다. 임신이라는 상황은 이미 일어났다. 그 상황을 일으킨 존재를 사회도덕의 가치로 단죄한다고 그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청소년 미혼모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로 한정될 수 없다면, 당연히 그 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사회일수록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이옥수는 이 소설을 통해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청소년을 무성적 존재로 인식하려는 사회(제도)적 담론과는 다르게 청소년들은 분명 성적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성적 주체로서의 청소년을 기성세대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난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하연과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것은 제도적 교육으로는 억제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옥수의 키싱 마이 라이프는 ‘성적 주체’라는, 청소년 시기를 가장 핵심적으로 규정짓는 문제를 초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청소년 미혼모 문제를 우울하게 그려오던 기존의 청소년 소설의 경향에서 벗어나, 이 소설의 주인공 하연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 친구들의 도움과 시민단체(미혼모 쉼터)의 지원으로 하연은 무사히 아기를 낳는다. 현실이 이처럼 만만하지 않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만만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인다면 청소년 미혼모 문제는 지금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담론 속의 청소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중요하다. 그들의 현재적 삶과 공명하지 않는 청소년 ‘보호담론’이 판치는 세상에서 작가는 보호담론 너머에서 펼쳐지는 청소년들의 실상에 주목한다. 실상을 실상으로 보는 정신이 리얼리즘이라면, 이옥수는 성적 주체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리얼리즘의 정신으로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