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2년 12월 10일 |
---|---|
쪽수, 무게, 크기 | 492쪽 | 546g | 153*224*30mm |
ISBN13 | 9788982816116 |
ISBN10 | 8982816119 |
출간일 | 2002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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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92쪽 | 546g | 153*224*30mm |
ISBN13 | 9788982816116 |
ISBN10 | 8982816119 |
이해경 장편소설. 제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소설쓰기와 관련된 본질적이고도 다양한 문제 의식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경쾌하게 그려낸 '소설쓰기에 대한 소설'. 실직한 뒤 소설을 쓰라는 아내의 강권에 밀려 전전긍긍하는 주인공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주인공과 그 주변의 소설가 지망생들이 쓰려는 소설, 쓰고 있는 소설, 쓰다 만 소설, 소설을 쓰는 중에 읽는 소설, 인용하는 소설, 쓰지 못하는 소설 등 수많은 텍스트들로 미로를 이루기 시작하는데.. |
소설을 쓰려는 남자가 있다. 스스로 원해서?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떄문이다.
만년 대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아내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잘 되었다며 소설을 써 볼 것을 권유한다. 고등학교 교지에 실린 동명의 소설을 아내가 인상깊게 읽어서다. 자신의 글이 아니라고 딱히 부정하지 않아 아내는 아직도 자신이 쓴 줄 안다. 실제 그 글은 고교동창 M이 썼다. M은 지금 회사를 관두고 소설을 쓰려 한다. 친구도 쓴다고 하고 아내의 요청도 있어 소설을 쓰기로 한다.
아내는 거창하게 노트북을 선물한다. 목수가 연장 탓을 못하게 하듯이. 그것을 들고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소설이 쉽게 써지랴. 왔다갔다 교통비만 버리고 있다. 그러던 중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가 소설을 쓰고 싶다 한다. 노트북을 빌려 주며 한 번 써보라고 해본다.
그녀가 쓴 소설을 아내가 읽었다. 자신이 쓰지 않았다고 또 부정하지 않는다. 감탄한 아내는 자신의 자주 방문하는 커뮤니티에 소설을 몰래 올려 평을 들어본다. 기대 이상의 호평 일색이다. 익명의 한 네티즌은 출판하라면서 자신의 지인이 소설과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다며 신기해 한다. 소설은 이렇게 꼬이고 꼬인 실타래같다.
도서관을 맨 처음 출입할 떄 주인공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다. A가 B를 좋아하고 B가 C를 좋아하며 C는 A를 좋아하는 트라이앵글의 로맨스다. 결국 모두가 새드엔딩을 맞는 이야기다. 남자가 쓰지 않은 소설이 기막힌 소설로 둔갑하는 과정에 소설 속 주인공인 실제 인물은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는 그런 이상한 뫼비우스의 띠같다. 문체가 마찬가지다. 마치 말장난 하는 것처럼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은 낯설지 않으면서 조소를 자아낸다.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는 제목처럼 정작 실제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 인물들이 그 주인공의 이야기를 가지고 떠들어대고 있다.
솔직히 내용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제목 땜에 선택한 책이었다.
나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 그녀이기 때문에...
내용은...아마 이 소설은 저자의 다양한 이력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아주 많은 인용들이 있다. 적재적소에 쓴 영화이야기들은 어쩌면 감탄스럽다.
완전한 창조로서의 맛은 떨어지지만 왜 있잖은가...아는 이야기라도 딱 필요할 때 딱 맞게 쓰기는 어려운데 이 소설에서는 참 재미있게 쓰인다.
영화관련일을 했다는 저자의 배경지식이 빛을 발한 것이려니...
등장인물이며 화자인 그는 주변에서 지루하고 좀 짜증나는 찌질한 사람 대접을 받을테지만 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솜씨는 블랙유머스럽다.
물론 코드가 맞는 사람만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지만...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로 하고 그녀를 만나고...
아주 기가 막힌 우연들이 있고 그걸 더 기가 막히게 만드는 그의 태도? 그의 사고방식 들이 재미있다.
요즘 소설이 잘 안읽혔는데...오랫만에 키득거리며 빨리 읽어진 소설이었다.
맨 먼저 문체에서 한번 놀랐다. 그리고 포복절도할 사건들의 전개에서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소설 안의 소설이라는 구성에 놀랐다.
문학동네 소설상은 언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작가는 주인공의 처한 상황을 해학적인 문체와 재기발라한 표현들로 묘사해 놓았다. 그 묘사들을 읽으면서 혼자 킥킥대며 웃었다.
내용이 진행될 수록 구성은 심호해졌다. 소설을 쓰려는 남자가 소설을 쓰려는 여자를 만난다. 그런데 그 여자는 늘 그렇듯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자다. 여기엔 현대소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내적 필연성이 없다. 어찌보면 소설의 수준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내용인데, 이 소설은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모든 소설에 내적 필연성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게 아니라 아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처음 부분 역시 자신의 우연적인 사건으로 시작하고 있다. 우연하게 그녀를 만나서 그 우연이 치말하게 플롯을 이어주어 종국에는 우연히 만난 그녀가 소설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참신한 소재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 재미를 더해주었다. 아쉬운 점은 끝으로 갈수록 작가의 해학 넘치는 문체가 약간 식상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포복절도하게 웃었던 표현들이 힘을 잃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굉장히 심호한 구성을 취한 소설인지라 한 번만 보고 책장에 꽂아 놓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삶이 무료해지면 나는 소설 속에서 소설을 쓰고자 하는 한 남자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