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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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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EPUB ]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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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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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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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29.2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4.7만자, 약 7.8만 단어, A4 약 155쪽?
ISBN13 97911587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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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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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익은 발이었다. 오랜 세월 감싸쥐고, 어루만지고, 때로는 입을 맞췄던 발. 길고 홀쭉하지만 그래도 앙증맞고, 두 번째 발가락이 첫째 발가락보다 조금 긴 발. 불룩한 혈관과 발바닥의 굳은살, 붉게 칠한 발톱 모두 그가 아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발이 지금 매트리스 위로 불거져 나와서는 안 된다. 그건 그녀의 나머지 부분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그는 침대 가장자리로 다가가 아래를 보았다.
카산드라 데커, 세상 가장 소중한 그의 캐시가 바닥에 누워 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응시라는 단어는 이제 그녀에게 적절한 말이 아니다.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 그녀 옆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청바지 무릎이 피 웅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피였다.
그녀의 목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피는 목이 아니라 이마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는 팔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 들고 잔뜩 부푼 가슴에 끌어안아 아이를 달래듯 천천히 흔들었다.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카락이 물보라처럼 출렁이며 그의 팔 위에 흩어졌다. 이마의 구멍은 이미 검게 변했고, 주변 피부는 총알의 열기 때문에 거뭇하게 부풀어 있었다.
구멍은 단 하나뿐이었다. 단 한 발의 총알이 그녀의 생명을 끝장내버린 것이다. 잠든 상태에서 당한 걸까? 아니면 깨어 있을 때? 살인자가 위에서 내려다볼 때, 그녀는 공포로 벌벌 떨고 있었을까? 그는 아내를 안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포옹이었다.
데커는 아내를 도로 내려놓고 생기라고는 없는 창백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마 한가운데 돋아난 검은 점. 그것이 아내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문장 맨 끝에 찍힌 마침표가 되었다. 모든 것이라는 문장의 끝에.
--- p.7~8

나는 에이머스 데커다. 마흔두 살인데 열 살은 더 들어 보인다(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날에. 지난 479일 동안 괜찮은 날은 거의 없었지만). 심적으로는 100년도 더 산 것 같다. 한때 형사였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무것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무슨 훈련을 통해 카드 한 벌의 순서를 외울 수 있게 되었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다. 고도로 활성화된 두뇌가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 능력을 잠금 해제시킨 것이다. 게다가 감각 신경의 통로들이 교차했는지 숫자와 색깔이 연결됐고 시간도 그림처럼 눈에 보인다. 색깔들이 불쑥불쑥 생각 속으로 끼어든다. 나 같은 사람들을 ‘공감각자’라고 부른다. 나는 숫자와 색깔을 연결 지어 생각하고 시간을 ‘본다’. 사람이나 사물을 색깔로 인식한다.
공감각자들은 상당수 자폐증이나 아스퍼거증후군 환자이기도 하다. 나는 아니지만. 하지만 누군가 내 몸을 건드리는 건 싫어한다. 그리고 농담은 취급하지 않는다. 아마도 웃을 의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는 평범했었다. 평범한 부류의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 p.39~40

“내가 죽였어요.” 레오폴드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는 멍하니 데커를 바라보았다. 데커는 놈의 눈에 인정하는 빛이 있는지 살폈다. 만약 정말로 범인이라면 어떡해야 할까? 목이라도조를까? 몰리가 당했던 대로?
레오폴드는 다시 양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같은 손짓이었다. 데커는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파고들었다.
“왜 그랬죠?”
“그놈이 날 열 받게 했어요.”
“어떤 놈?”
“그놈. 거기 사는 남자.”
“어떻게 열 받게 했죠?”
“그냥 열 받게 했어.”
“하지만 어떻게?”
“나를 존중하지 않았어요.”
“거기서 일했어요? 아니면 손님으로 간 거였나? 드살레의 세븐일레븐에?”
레오폴드는 그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내가 그놈한테 한 방 먹인 거야, 그렇죠?”
“어떻게 한 거죠?”
“그놈 가족을 몽땅 죽여버렸다고.”
--- p.57~58

“자식을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당신들은 상상도 못 할 거예요.” 그녀는 커피테이블에서 휴지를 한 장 집어서 눈가를 눌렀고, 그동안 남편은 서툴게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여자의 말에 랭커스터는 데커를 흘끔거렸지만 그는 그녀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데커는 베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자식을 잃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처지의 사람들은 상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각자 나름의 생지옥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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