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낮이 오고
그 다음에는 밤이 오리,
어둠이 있은 뒤
빛이 반짝이리.
사람들은 말하네, 그 차이를
올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정련된 제다이의 시각에 의한
회색의 결의뿐이라고.
- 휠족의 기록, 7:477
--- p.9
스톰트루퍼는 그들이 왔던 길의 뒤쪽 방향을 가리켰다. “이쪽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희망찬 표정하지 마요. 낙관은 포로에게 안 어울리니까.”
포는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딱 한 번, 주 통로로 재진입하던 중 미소가 살짝 떠올랐지만, 곧바로 지워 버렸다.
더 이상 아무도 그들을 가로막지 않고 아무도 그들의 통행에 의문을 품지 않자 포는 점점 더 희망을 품을 용기가 솟아올랐다. 그들의 시도는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퍼스트 오더의 구속을 벗어나기란, 그것도 스타 디스트로이어 내부에서 달아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거의.
바로 그 실현 불가능함이 그들의 편이 되어 줬다.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 포로일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탈출하는 포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로를 살리기 위해 자기네 기지에서 탈영하는 스톰트루퍼 역시 존재하지 않았듯이.
일반 스톰트루퍼들은 그렇다 쳐도 격납고에 진입하는 그들을 향해 접근 중인 일단의 장교들이 상대라면 다소 이야기가 달랐다. 결연히 고개를 아래로 숙인 포는 긴장 속에 그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 옆에서 스톰트루퍼가 자신의 블래스터 끝으로 그를 살짝 찌르며 중얼거렸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포가 침을 삼키는 와중에 그 장교가 가까이 오더니, 멀어져 갔다.
“난 침착해.” 포가 속삭였다.
“나한테 하는 말이었어요.” 스톰트루퍼가 격납고 맞은편을 향해 흔들림 없이 규칙적인 발걸음을 떼며 설명했다.
“나 이거야 원.” 이번에는 포가 자기 자신에게 속삭였다.
“불안한 척해요.” 스톰트루퍼가 그에게 충고했다.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요.”
포가 침을 삼켰다. “충고 한번 고맙군.”
--- p.63-64
레이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높은 데다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출력 정보를 짚었다. “드라이브 제어 링이 과열되고 있어요.”
“그래.” 한이 투덜거렸다. “왜 그런지 알아?”
보조 파일럿은 콘솔을 한 번 힐끗 보더니 선뜻 그 답을 내놨다. “역장이 불안정해요.”
“맞았어.”
레이는 그가 자신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실력에 대한 모종의 시험……은 아닐 거라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현재 하이퍼드라이브 시스템에서 발생 중인 일은 시험치고는 너무 위태로웠다. 그녀가 제어 장치를 살펴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매개 변수를 다시 계산해서 조정해야 해요.”
“다시 계산?” 그가 자신의 계기판을 보았다. “좋아. 잠깐만 있어 보라고. 다시 조정을…….” 여러 표시등이 느닷없이 붉어졌다. “전력 과부하!”
“제가 고칠 수 있어요!” 레이가 자신의 제어 장치 위로 바삐 손가락을 움직였다.
“역장이 불안정해, 위험 수위라고! 넘어가면 다시 안정시킬 수 없어!”
그녀가 미친 듯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유동 자동 조정 시스템 있죠? 그거 아직 작동 안 해요? 혹시 아직 작동 안 하면 보조 전력을 그리 돌려봐요.”
“보조 전력?” 한이 그녀에게 외쳤다. “알았어!”
잠시 후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외침이 라운지 쪽에서 들려왔다. 한이 조종석에서 일어나 그리로 향했다. “금방 올게. 뒷일 좀 부탁해.”
그녀는 자신이 굉장한 평가를 받은 줄도 모른 채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제어 장치 조작을 계속했다.
라운지에서는 핀이 부상당한 츄바카의 어깨에 붕대를 거의 다 감아 가고 있었다. 츄이도 참 덩치는 큰 주제에 골치 아픈 환자라니까 라고, 핀은 몸을 숙여 우키족의 발버둥을 피해 가며 생각했다. 크고 덥수룩한 손이 또다시 핀을 움켜쥐자, BB-8이 허둥지둥 굴러왔다. 털 뭉치에 파묻혀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핀이 우키족의 상황 파악을 재촉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p.186-187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외면하려 하지 않고 그의 시선을 뚫어져라 마주봤다. 외면함이 마땅했다. 그편이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정신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시선을 돌리는 것이 이성적으로 옳은 일이요, 온당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러는 대신에 그녀는 노려만 볼 뿐이었다. 눈 하나 움찔하지도, 깜빡하지도 않았다.
아. 그는 생각했다. 뭔가 있군, 흥미로워. 지도 같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확실히 조사해 볼 가치가 있었다. 그는 주의를 그리로 돌려 그것을 식별하고, 분석하려 했다.
장벽이 나타나 그를 멈춰 세웠다. 눈을 깜빡인 것은 다름 아닌 카일로 렌 쪽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온 정신을 다해 더욱 세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심문은 진척이 없었다.
자신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녀의 얼굴에 두려움 대신 놀라움이 떠올랐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동시에 무언가에 몹시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당신.” 그녀는 그렇게 분명히 말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신은 두려워하고 있어. 자신이 강해질 수 없을까 봐, 바로 그 다스 베이더만큼 강해질 수 없을까 봐!”
그는 마치 그녀의 피부가 하얗게 달아오르기라도 한 듯이 황급히 그녀의 뺨에서 손을 거둬들였다. 경악한 그가 당황스러워하며 비틀비틀 그녀에게서 물러났다. 그녀의 시선이 그를 쫓았다. 그녀의 눈은 그대로였지만 무언가가 변해 있었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였다.
--- p.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