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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490이동
리뷰 총점9.2 리뷰 28건 | 판매지수 6,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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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86위 | 소설/시/희곡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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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46g | 128*205*20mm
ISBN13 9788932029085
ISBN10 8932029083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농담 한 송이
그 그림 속에서
이 가을의 무늬
이국의 호텔
베낀
포도나무를 태우며
네 잠의 눈썹
병풍

2부
딸기
레몬
포도
수박
자두
오렌지
호두
오이
포도메기
목련
라일락

3부
동백 여관
연필 한 자루
우연한 감염
문득,
너무 일찍 온 저녁
죽음의 관광객
내 손을 잡아줄래요?
나비그늘 라디오
온몸 도장
아침식사 됩니다
돌이킬 수 없었다
아사(餓死)
나의 가버린 헌 창문에게
우산을 만지작거리며

4부
수육 한 점
사진 속의 달
발이 부은 가을 저녁
방향
우리 브레멘으로 가는 거야
루마니아어로 욕 얻어먹는 날에
매캐함 자욱함
운수 좋은 여름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유령들
빙하기의 역
가을 저녁과 밤 사이
너, 없이 희망과 함께
지구는 고아원
푸른 들판에서 살고 있는 푸른 작은 벌레
겨울 병원

5부

엄마와 나의 간격
네 말 속
지하철 입구에서
가짓빛 추억, 고아
설탕길
카프카 날씨 1
언제나 그러했듯 잠 속에서
카프카 날씨 2
카프카 날씨 3
밥빛
나는 춤추는 중

해설 | 저 오래된 시간을 무엇이라 부를까 | 이광호(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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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래된 시간을 무엇이라 부를까”
그 모든 시간의 ‘사이’를 둘러싼 상상력과 질문들

우리말의 유장한 리듬에 대한 탁월한 감각, 시간의 지층을 탐사하는 고고학적 상상력, 물기 어린 마음이 빚은 비옥한 여성성의 언어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을 노래해온 시인 허수경이 여섯번째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 2016)를 출간했다. 2011년에 나온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이후 5년 만의 시집이다. 물론 보다 아득한 세월이 시인과 함께한다. 1987년에 등단했으니 어느덧 시력 30년을 바라보게 되었고, 1992년에 독일로 건너가 여전히 그곳에 거주하고 있으니 햇수로 25년째 이국의 삶 속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무엇을 하든 결국은 시로 가기 위한 길일 거야. 그럴 거야.”(『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2001)라고 했던 그의 말을 새삼스레 떠올려보게도 되는, 산문도 소설도 아닌 다시 시집으로 만나는, 마디마디 가뭇없이 사라지기 전 가슴 깊이 파고들어 먹먹하기만 한 시 62편이 이번 시집에 담겼다. 대부분 돌아오지 않거나 돌이킬 수 없다는 무참한 예감 속에, 대체 “얼마나 오래/이 안을 걸어 다녀야///나는 없어지고/시인은 탄생하는가”(「눈」) 스스로 묻고 다녔던 이국의 거리와 광장과 역에서 씌어진 시들이다. “내일이라도 이 삶을 집어치우며 먼바다로 가서 검은 그늘로 살 수도 있었다 언제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몸은커녕 삶도 추상화가 아니어서”(「오렌지」) 쓰리고 아린 고독의 시간들. 시집을 열면, 차마 “그냥, 세월이라”(「네 잠의 눈썹」) 하고 지나치기엔, 묻고 싶은 말들이 넘쳐 연신 쌓여가는 그 시간의 내력 속에 한 발 한 발 들이게 된다.

시간이 날 때마다 터미널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가방을 기다렸다

술냄새가 나는 오래된 날씨를 누군가
매일매일 택배로 보내왔다

마침내 터미널에서
불가능과 비슷한 온도를 가진
우동 국물을 넘겼다

가방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그 예감은 참, 무참히 돌이킬 수 없었다
―「돌이킬 수 없었다」 부분

“어떤 삶이라도 단 한 빛으로 모둘 수 없어서”
생과 죽음을 넘어서는 깊고 오랜 시간의 감각

“영원히 역에 서 있을 것 같은 나날”(시인의 말)은 어쩌면 내 삶에서조차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하여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으로 우리 모두의 채우지 못한 마음의 공동(空洞)을 가리키는지도 모른다. 한때 생생했던 그 모든 생과 기억도 시간의 힘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고, 남아 있는 우리가 그 의미를 알아내기란 영영 불가능할 터. 시인은 “토해놓은 사랑과 죽음으로도 돌이킬 수 없던”(「나의 가버린 헌 창문에」) 생에 대한 감각을 다시 시간의 감각으로 옮겨놓는다. 삶도, 사랑도, 기억도 “모든 죽음이 살아나는 척하던/지독한 봄날의 일/그리고 오래된 일”(「오래된 일」)이라고. 남은 우리는 그 ‘오래된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름 불러야 하는지, 또 무엇으로 남아 현재의 시간을 비추고 있는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고. 눈앞에 타들어가는 포도나무를 바라보며 오래된 시간에 대한 상상과 뼈아픈 시간에 대한 쓸쓸한 질문을 보태는 일이 ‘장례’와 ‘애도’ 그리고 ‘어루만짐’의 시간이 될 수 있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서는 것과 앉는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라갔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아 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서 터뜨릴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그림자를 뒤에 두고 상처뿐인 발이 혼자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포도나무의 시간은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습니까
그 시간을 우리는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의 시간이라고 부릅니까

지금 타들어가는 포도나무의 시간은 무엇으로 불립니까
정거장에서 이별을 하던 두 별 사이에도 죽음과 삶만이 있습니까
지금 타오르는 저 불길은 무덤입니까 술 없는 음복입니까

그걸 알아볼 수 없어서 우리 삶은 초라합니까
가을달이 지고 있습니다
―「포도나무를 태우며」 전문

“잘 가, 라고 말하는 순간”
깊숙한 고요와 오래된 시간을 품은 영혼의 이름들


차마 가늠할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시인의 상상력은 그의 실존적 몸과 영혼의 기억을 한껏 확장시켜 “무언가, 언젠가, 있었던 자리”를 한데 불러 모은다. 그렇게 ‘내 속의 할머니, 아주머니, 아가씨, 계집아이와 고아’, 다시 ‘내 안의 노인과 신생아와 태아’의 중얼거림이 “고요한 연”처럼 이어지고 “눈보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악수”를 나누며 “기별의 기척”을 건네고 헤어진다.(「빙하기의 역」)
시간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는 여러 겹의 계절을 소환하는 일도 허수경의 시에서는 독특한 이름과 무늬를 낳는다. 밤과 새벽의 틈새에서 열매 맺은 모든 “당신이 나에게 왔을 때”(「딸기」), 시인은 ‘아주 영영 익어버린 환한 봄빛’을, ‘손바닥처럼 구겨지며 몰락해가는’ 지난여름의 꿈을(「레몬」), ‘익은 속살에 어린 단맛으로 눈치채는 말 이전에 시작된 여름’을(「자두」), 그리고 ‘그대 영혼 쪽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어 한 욕망과 가을의 살빛’(「호두」)을 동시에 꿈꾼다.

아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들어 있었는지 우는 얼굴을 안아주던 손이 붉은 저녁을 따른다 지난여름을 촘촘히 짜내던 빛은 이제 여름의 무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올해 가을의 무늬가 정해질 때까지 빛은 오래 고민스러웠다 그때면,

내가 너를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너를 조금씩 잃어버렸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순간 너를 절망스런 눈빛의 그림자에 사로잡히게 했다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순간 세계는 뒤돌아섰다

만지면 만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검푸른 짐승의 울음 같았던 여름의 무늬들이 풀어져서 저 술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무늬의 시간이 올 때면,

너는 아주 돌아올 듯 망설이며 우는 자의 등을 방문한다 낡은 외투를 그의 등에 슬쩍 올려준다 그는 네가 다녀간 걸 눈치챘을까? 그랬을 거야, 그랬을 거야 저렇게 툭툭, 털고 다시 가네

오므린 손금처럼 어스름한 가냘픈 길, 그 길이 부셔서 마침내 사윌 때까지 보고 있어야겠다 이제 취한 물은 내 손금 앞에서 속으로 울음을 오그린 자줏빛으로 흐르겠다 그것이 이 가을의 무늬겠다
―「이 가을의 무늬」 전문

“아무도 그 심장을 거두지 않던 오후여”
삶의 지반을 뒤흔드는 이상하고도 불안한 날씨


한편, 이방인의 운명을 타지에서의 실존의 삶으로 이어가는 시인에게 모국어만큼이나 절실하고 그래서 의지하게 되는 것이 모국의 존재였을 것이다. 때문에 세월호의 유가족들, 정권의 폭력에 희생된 시민들, 하루하루 알바를 전전하며 불안한 미생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국가의 보호는커녕 하루아침에 ‘해충’으로, ‘불순 세력’으로 전락하고 고국 안에서 또 다른 ‘이방인’으로 내몰리는 모습들은 그야말로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충격이 되고 말았다. 이는 마치 이국의 거리에 선 그가 눈앞에서 목도하는 풍경, 전쟁과 종교 근본주의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피해 중부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행렬과 그들 앞에 국경의 빗장을 내건 유럽국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이 “이상하고도 불안한 날씨” 속을 걸어가는 시인이 계속해서 ‘무엇이었을까’ 묻고, 살아남은 우리만이라도 쉬지 않고 ‘기별의 기척’을 건네자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례 행렬이 지나갈 때 남자들은 울면서 밤하늘을 향하여 총을 쏘았고 하늘에 구멍이 뚫릴 때 청년이 아직 가슴에 피를 흘리며 우주의 난민이 되어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네

동쪽에는 지나가지 못하는 나라가 있고
―「죽음의 관광객」 부분

이 거리 처음 본다
이 건물들 본 적 없다
이 사람들 모른다

그들은 내가 여기에서 이십여 년째
살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 같다

국경을 넘어서 들어오는 사람들 속에
강도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끼어 있다고 했다

그들은 천년 전에 지어진 수도원을
내가 어제 폭파했다고 했다
그 수도원에는 이 지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방언들을 모은 자료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 말들을 함께 폭파한 거라고 했다

나는 어제 집에만 있었는데!
천년을 살아도 낯선 내 그림자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는데!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잠 속에서 깨어나면
투명한 벌레 한 마리가 될 날씨다
- 「카프카 날씨 1」 부분

얼굴에 먼지와 피를 뒤집어쓰고
총 쏘기를 멈추지 않던 노인이여
붉은 양귀비꽃이 뒤덮인 드넓은 들판이여
무너진 담벼락 사이로 터지던 지뢰여
종으로 팔려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던 소녀들이여

이 이상하게 빠른
이 가벼워서 낯설디낯선 시간이여
-「카프카 날씨 2」 부분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당신과 내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일은, 남아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서로를 베끼는 존재들에 대한 상상력이 시작된다면, 그 상상력조차 이런 질문의 일부가 될 수 있다. [……]
위로는 불가능하지만, 불가능에 대한 노래는 다른 시간의 잠재성에 가닿는다. 시는 그 시간이 다시 올 거라고, 당신과 내가 다시 만날 거라고, 혹은 오래전 그 순간이 영원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오히려 저 뼈아픈 불가능 속에 남아 있는 오래된 시간의 영혼을 대면하게 한다. 영원성은 미리 주어져 있지 않으며, 시간을 지배하는 단일한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오래된 시간의 영혼은 시적인 이행의 순간 탄생한다. 또 다른 시적인 시간이 도래하는 그 순간, 시간에 대한 날카로운 애도는 시간의 고독을 둘러싼 미래가 된다.” ―이광호(문학평론가)

나는 내 섬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섬으로 들어간다

나의 고독이란 그대들이 없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나여서 나의 고독이다
그대들의 고독 역시 그러하다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부분

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에게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 이 발명품에는 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
자연을 과거 시제로 노래하고 당신을 미래 시제로 잠재우며 이곳까지 왔네 이국의 호텔에 방을 정하고 밤새 꾼 꿈 속에서 잃어버린 얼굴을 낯선 침대에 눕힌다 그리고 얼굴에 켜지는 가로등을 다시 꺼내보는 저녁 무렵

슬픔이라는 조금은 슬픈 단어는 호텔 방 서랍 안 성경 밑에 숨겨둔다

저녁의 가장 두터운 속살을 주문하는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는 골목 토마토를 싣고 가는 자전거는 넘어지고 붉은 노을의 살점이 뚝뚝 거리에서 이겨지는데 그 살점으로 만든 칵테일, 딱 한 잔 비우면서 휘파람이라는 명랑한 악기를 사랑하면 이국의 거리는 작은 술잔처럼 둥글어지면서 아프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그러니 오늘은 조금 우울해도 좋아, 라는 말을 계속해도 좋아
-「이국의 호텔」 부분

기쁨은 흐릿하게 오고
슬픔은 명랑하게 온다

바람의 혀가 투명한 빛 속에
산다, 산다, 산다, 할 때

나 혼자 노는 날
나의 머리칼과 숨이
온 담장을 허물면서 세계에 다가왔다

나는 춤추는 중
얼굴을 어느 낯선 들판의 어깨에 기대고
낯선 별에 유괴당한 것처럼
-「나는 춤추는 중」 전문

[시인의 말]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를 기다리다가
역에서 쓴 시들이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

영원히 역에 서 있을 것 같은 나날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기차는 왔고
나는 역을 떠났다

다음 역을 향하여

2016년 가을 허수경

[뒤표지 글(시인의 산문)]
어느 기차역, 노숙자는 낡은 시집을 읽으며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면 무심코 눈길을 주었다.

나는 염치 불고하고 시집 제목을 훔쳐보았다.

『불가능에게로』

시인의 이름은 너무 희미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기차는 철로에 앉은 비둘기들을 몰아내며 들어왔고 비둘기들은 도시의 눅눅한 하늘로 흩어졌으며 나는 기차를 탔다. 차창 너머로 보랏빛 시집 제목이 보였다. 내 목적지인 것 같았다.

회원리뷰 (28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m*******n | 2022.11.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리뷰는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에 관한 리뷰이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라는 시집의 제목을 보자마자 가슴 한 켠이 먹먹한 기분이었다. 이 시집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한번에 다 읽어내리기에는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다. 버터 풍미 가득한 식빵을 조금씩 뜯어 먹으며 음미하듯이, 천천히 뜯어 읽어내리;
리뷰제목

이 리뷰는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에 관한 리뷰이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라는 시집의 제목을 보자마자 가슴 한 켠이 먹먹한 기분이었다. 이 시집은 읽기 시작하자마자 한번에 다 읽어내리기에는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다. 버터 풍미 가득한 식빵을 조금씩 뜯어 먹으며 음미하듯이, 천천히 뜯어 읽어내리고픈 그런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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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소**고 | 2022.08.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기차역'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군가와의 만남 그리고 어딘가로의 떠남이다. 이 시집의 제목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이 시집에 실려있는 '빙하기의 역'이라는 시에 있는 문장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 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슴 절절한 만남과;
리뷰제목

'기차역'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군가와의 만남 그리고 어딘가로의 떠남이다. 이 시집의 제목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이 시집에 실려있는 '빙하기의 역'이라는 시에 있는 문장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 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슴 절절한 만남과 떠남을 느끼게 해주는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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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레**디 | 2022.02.2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고인이 된 시인은 어느 별에 하차했을까. 영원히 도착하지 않을 것 같던 기차를 기다리며 역에 서 있던 시인은 결국 도착한 기차를 타고 역을 떠났다. 시인이 도착했을 곳은 이 세상에서 상상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어떤 짐작과 상상력도 오랜 시간을 관통한 애증의 기차보다 더 간절할 수 없다.   # 달이 뜬 당신의 눈 속을 걸어가고 싶을 때마다;
리뷰제목

고인이 된 시인은 어느 별에 하차했을까.

영원히 도착하지 않을 것 같던 기차를 기다리며 역에 서 있던 시인은

결국 도착한 기차를 타고 역을 떠났다.

시인이 도착했을 곳은 이 세상에서 상상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어떤 짐작과 상상력도 오랜 시간을 관통한 애증의 기차보다 더 간절할 수 없다.

 

#

달이 뜬 당신의 눈 속을 걸어가고 싶을 때마다 검은 눈을 가진 올빼미들이

레몬을 물고 향이 거미줄처럼 엉킨 여름밤 속에서 사랑을 한다 당신 보고 싶다 라는

아주 짤막한 생애의 편지만을 자연에게 띄우고 싶던 여름이었다

-레몬 中

 

*** 시인이 존재하던 시간과 공간은 후각을 자극하는 상큼한 레몬 향기가,

마음을 고백하고 실컷 울어버릴 시간도 모자른 여름 밤을 더욱 끈적하게 엉켜놓는다.

 

#

욕망하면 가질 수 있는 욕망을 익히는 가을은 이 세계에 존재한 적이 없었을 게요.

그런데도 그 기차만 생각하면 설레다가 아득해져서 울적했다오 미안하오.

-호두 中

 

***안고 싶거나 울고 싶은 꿈과 마음의 욕망은 감히 지도에 표현할 수 없어서

기차를 타도 찾아갈 수 없고, 계절 안에 존재하거나 머물 수도 없어서,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어서 아쉬움마저 아득하게 미안해진다.

 

#

무엇이었어요, 당신?

아마도 내가 이 세상을 떠날 적 가장 마지막까지 반짝거릴 삶의 신호를 보다가

꺼져가는 걸 보다가 미소 짓다가 이건 무엇이었을까 나였을까 당신이었을까

아니면 꽃이었을까 고여드는 어둠과 갑자기 하나가 될 때

...

생각해보니 우리 셋은 연인이라는 자연의 고아였던 거예요. 울지 못하는

눈동자에 갇힌 눈물이었던 거예요.

-그 그림 속에서 中

 

***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연스럽게 고아가 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슬프거나 그리운 눈동자 안에 갖히고 만다.

 

#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

빙하기의 역에서

무언가, 언젠가, 있었던 자리의 얼음 위에서

우리는 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처럼

아이의 시간 속에서만 살고 싶은 것처럼 어린 낙과처럼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악수를 나누었다.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

네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을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

내 속의 태아는 답했다, 잘 가

-빙하기의 역 中

 

*** 생을 시작하는 신생아가 되어, 세상을 떠나는 소감을 물어보지만,

다시 만나길 바라는 욕망은 정직한 답을 알려준다. 

"잘 가."

 

***

당신이 타고 간 기차는 지금 어디에 도착했나요?

도착한 곳은 자두가 익어가는 끈적한 여름인가요, 낙엽으로 도배된 가을인가요,

아니면 모든 게 빙하처럼 꽁꽁 얼어붙는 겨울인가요.

태양이 작열하는 한 낮인가요,  은은한 달빛이 내려오는 캄캄한 밤인가요.

당신이 남긴 목소리가 차곡차곡 담긴 행간들처럼 또 다른 기차역들엔,

무수한 사연과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마음들이, 간절한 표정으로 새로운 기차를 기다립니다.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한줄평 (37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잘 읽고 있습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k****** | 2022.12.22
구매 평점5점
따뜻한 시집이에요 좋아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키**작 | 2022.12.15
구매 평점5점
조금씩 읽고 있는데 정말 좋아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m*******n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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