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9년 03월 04일 |
---|---|
쪽수, 무게, 크기 | 279쪽 | 428g | 148*210*20mm |
ISBN13 | 9788982739088 |
ISBN10 | 8982739084 |
발행일 | 2009년 03월 04일 |
---|---|
쪽수, 무게, 크기 | 279쪽 | 428g | 148*210*20mm |
ISBN13 | 9788982739088 |
ISBN10 | 8982739084 |
옮긴이의 글 제1장 난롯가, 그리고 샐러맨더 제2장 체, 그리고 모레 제3장 타오르는 불꽃 후기 마치는 글 레이 브래드버리와의 대화 |
화씨 451 리뷰
원래 디스토피아물 좋아하는데 책이 금지된 사회다? 아묻따 구매했어요. 성경에는 문외한인데 성경을 대충이라도 파악하고 있었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꼭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 책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와닿는 문장도 많고 감탄한 표현도 많고 밑줄 많이 그었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작가 인터뷰가 몰입을 좀 깨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의 소재만을 봤을 때 나름 상상해 본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자신의 생각만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기 위해서 책을 모조리 다 태워버리고(분서갱유) 사람들은 그 지도자의 신념에만 따르게 되는데, 주인공이 책 한 권을 어디선가 발견하면서 어느덧 계몽을 하게 되는 이야기. 책을 불태우거나, 주인공이 책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주인공이 계몽을 하게 되는 과정이나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사회가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어요.
소설 속 사회에는 소방서가 아닌, 방화서가 존재합니다. 소방수가 아니라 방화수가 등장하고, 주인공인 몬태그 또한 한 명의 부지런한 방화수죠. 이 사회에서는 화재가 큰 일이 아닙니다. 건물들이 모두 화재를 방지하는데 적합한 원료로 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도 불이 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죠. 그런데 불이 나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책 한 권만 보여도 기겁을 합니다. 이들 사회에서의 책은 마치 벌레, 화재, 마약과 같은 존재입니다.
몬태그 또한 그런 사회적 모습에 잘 적응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는 한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사회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다만 솔직히 이야기 하면, 소녀가 몬태그의 생각과 일상에 영향을 줄만큼의 이야기를 전했던 것인가에 대해 오히려 더 의문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소녀가 그 생각의 시발점이라기 보다는 몬태그는 이전부터 사회적 모습에 의구심을 가져왔고, 다만 소녀가 그 생각의 불씨에 불을 지핀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회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몬태그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는 마치 인형의 집과도 같습니다. 완벽해보이지만, 전혀 완벽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세계와 사람들 같죠. 영상에서 나오는 말만 듣고 믿으며 가십거리에만 흥미를 갖습니다. 정치를 논할 때조차도 정치 그 자체보다는 정치인의 외모를 평가하기 바쁘죠. 사회적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하는 것은 그들에게 쓸데없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모습, 낯설지가 않습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것이 50년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나 정확한 예언이 아니었나 놀랍기도 합니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후반부에 몬태그가 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갔을 때 그 사람들이 묘사된 모습이었는데요. 소설의 전반부가 책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라고 보았다면, 후반부에서 기대되는 모습은 책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좀 더 희망적이고 반짝거려야 할테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책을 한 권씩 암기를 하며 그들 자체가 한 권의 책이 된 그들은 그저 나이 든 노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눈빛조차 빛이 많이 바래져 있었죠. 그들은 자신들이 그저 책 덮개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왜 작가는 이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초라하게 그렸을까 계속 생각해 보았는데, 책을 그저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즉, 제가 생각한 이 소설은 책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의문', '비판 의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다른 미디어와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기억하는 그 노인들의 모습처럼 되지 않으려면, 책을 읽되 비판의식을 가지고 질문 거리들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저 또한 그저 책을 읽고 받아들이기만 급급한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치 많은 책을 그저 담아두기만 하는 책 덮개처럼 말이죠. 그런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추천받았을 때는, 재밌는 책이라고 무조건 읽어보시라고 하여 기대를 너무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책의 소재나 책이 쓰였을 시대를 생각하면 참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그리고 상당히 의미있는 책이기는 합니다만, 잘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부족한 저의 독서력 탓이겠지만).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이기는 한데, 누군가가 재밌는 소설책 좀 추천해줘 라고 말한다면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다만 책을 읽고 있을 때보다도 책을 읽은 이후에 주인공들과 그 소설 속 사회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혼자서 책을 읽는 것으로 그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으며 의견을 나누거나 읽은 후에 느낀 감정들을 기록하기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읽은 이후에도 계속 의문을 가지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아요. 대개는 침묵한 채 고분고분 받아들이기만 해요. 이미 정해진 해답을 따라가기만 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