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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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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95g | 135*211*20mm
ISBN13 9788970631936
ISBN10 897063193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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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기다림, 연화리 시편 10>전문
--- p.53
얼음 주사위

눈이 옵니다
내 마음의 빈 들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않는
허허로운 그 들에
펑펑 눈이 옵니다

삶은 정육면체의
얼음주사위를 굴리는 일과 같습니다
얼음 주사위의 여섯 면에는
모두 전쟁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 p.20
쓸쓸한 날의 춤- 연화리 시편 33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
쓸쓸한 날들이 있어요.
쓸쓸한 날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요.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서 함께
작은 나룻배를 타요.
내가 삿대를 잡고
당신은 키를 쥐어요.
상처받은 마음들이
강을 만날 때
강물들이 들려주는
손풍금소리를 들은 적 있으세요.
손풍금소리에 맞춰
상처받은 마음들이
춤추는 모습을 본 적 있으세요.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 작은 나루가 있어요.
그곳에서 함께 춤을 춰요.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고
깊게 사랑했던
사람 떠나간 뒤
젖은 눈앞에
상처받은 세상의
끝이 보일 때
타고르
연화리로 와요.
그곳에서 우리
춤을 춰요.
한 방울의 잉크와
세 방울의 눈물이 섞인
그날의 엽서보다
따뜻한 춤을 춰요.
연둣빛 강물이 들려주는
손풍금소리에 맞춰
그날의 사랑보다
사랑스런 춤을 춰요.
--- p.79-82
내, 그대의
가슴 안에 기타의 선율 하나
넣어주고 싶어
내 전생애의 방랑과 고통,
사랑의 땀내음이 한데 뒤섞인,
수제품 악기 하나
풀 틈새인 듯 놓아두고 싶어

그대
한 걸음 걸어가면
신비한 하늘의 음악이 울리리라
모든 바람과 빛들이 설레이며
모든 꽃과 강이 그대의 이름으로 범람하리라.
--- p.59
계단

설령 그때 내게
나를 열렬히 사랑했던
神이 찾아와
자, 이제 네가 그 동안 목마르게 찾았던 그 물건이야
하며 막 봇짐을 푸는 순간이라 해도
난 당신이 내 나무계단을 밟는 소리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神과는 상관없이
강변 숲길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 p.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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