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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중력가속도

예술과 중력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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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10g | 140*210*30mm
ISBN13 9788956057859
ISBN10 8956057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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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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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충분히 많아진 시점이었겠지요. 갑자기 거리의 간판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예. 읽을 수 있게 된 거였습니다. 그냥 그림인 줄 알았던 모양들이 갑자기 의미를 갖게 된 순간이었죠. 마치 불이 켜진 것 같았습니다. 딱히 불이 들어오는 간판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게 바로 의미라는 거였겠죠. 무언가 눈앞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그런 빛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이라니. _「유물위성」 중에서

키 큰 나무 한 그루조차 없는 고요한 들판에, 밤이면 별들이 마치 우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끝없이 펼쳐지고, 그 아래 세워진 육중한 비석의 세 면에는 빛을 잃은 글자들이 조용히 자신을 읽어줄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미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초원 저 끝까지 닿을 만큼 밝은 빛을 ‘반짝’하고 일제히 내뿜기 위해서요. _「유물위성」 중에서

어, 이상한 메시지가 뜨네요. 스마트 D가 11개 남았대요. 방금 썼으니까 이제 10개. 계속 이런 편지를 보내서 여러 사람 귀찮게 만드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제 8개 남았네요. 그간 감사했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제 동생에게 그렇듯이 여러분에게도 이게 마지막 모습인데, 이왕이면 이런 모습은 보여 드리지 않는 게 좋았겠죠. 이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럼 조만간 제대로 된 파일을 보내-. 이런, 이제 전부 써버렸-. 나 이거 참. 그럼. _「스마트 D」 중에서

조개들은 말이야. 딱 한 마디 말만 해. 태어나서 평생 죽을 때까지 딱 한 마디만 하는 거야. (…) 딱 한 마디만 남기는 거지만, 세상에 조개가 얼마나 많이 있었겠어? 그 조개들 다 합치면 진짜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야. 조개 하나하나가 다 하나씩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거든. _「조개를 읽어요」 중에서

수면 위에서는 아마도 핵겨울이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핵겨울 가설이 옳다면, 지금쯤 거대한 구름 띠가 지구 둘레를 감싸기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적에게 들키지 않은 채, 연료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 바닷속에 잠자코 머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명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곳에 상륙해 소박하게나마 새 문명을 꿈꿔보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_「예언자의 겨울」 중에서

그러나 기계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또한 고뇌에 빠지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그들은 인지한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질이 곧 공허이고 공허가 곧 물질임을 조금 전 벽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_「예비군 로봇」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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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배명훈은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을 가로질러 섭렵하고 활용하는 탁월한 작가입니다. 세계를 해석하는 도구를 많이 가진 작가가 세계를 더 정확히 그려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가진 것 안쪽으로 침잠하지 않고 끝없이 범주를 넓혀 나가는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써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이번 단편집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회전하며 발전했는지, 2005년에서 2015년까지 형성된 지층을 고고학자처럼 한 꺼풀 한 꺼풀 파내려갈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조각조각이 모여 완성되는 배명훈의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요. 코스모마피아가 실존할 것 같고, 유물로 된 위성이 숨겨져 있을 것 같고, 달 정착지 출신들이 우리 사이를 걸을 것 같고, 은경 씨가 입술을 내밀고 중장비 기술을 배우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배명훈의 세계를 말입니다.”
정세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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