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선(善)한가, 악(惡)한가? 이 질문은 인류의 오랜 고민이자 논의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이 저지른 악은 인류의 역사 동안 광범위하고 잔인하게 계속되었다. 인간은 종교, 민족,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전쟁을 벌이고, 마녀로 몰아 화형하고, 가스실에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 히틀러, 폴 포트, 스탈린 등으로 대표되는 폭력적 독재정권은 세상을 죽음과 파괴로 얼룩지게 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악행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2001년 세계무역기구를 공격한 9·11테러가 일어났고, 2007년에는 한국계 미국 청년 조승희가 버지니아 공대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32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기 충분하며, 심지어 ‘인간은 악하다’라는 생각을 확고히 다지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악은 사람의 관심과 주의를 끄는 묘한 힘이 있다. 선행이나 미담보다 범죄, 사건사고, 살인 관련 보도가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악이 내뿜는 마력 때문이다. 무시무시하고 엽기적인 범죄 이야기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포장되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러한 범죄를 다룬 영화나 소설은 인기를 모은다. 짜릿한 흥분, 강렬한 감각, 흥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어 악은 계속해서 인간을 유혹한다. 악마는 계속해서 우리의 방문을 노크한다. 악은 인간에게 ‘반갑지 않은 방문자’가 분명하지만 쉬지 않고, 집요하게, 무섭지만 매혹적이게 우리를 부른다.
인간의 내면에 악이 존재한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은 평화로운 시기에는 사슬로 묶어 함께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잘 듣는 맹수와 같았다. 그러나 폭력성이 사라지지 않은 맹수이기에 언제 어디서 무서운 발톱을 치켜들고 공격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맹수는 본질적으로 평화로운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이라는 맹수가 맹렬하게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려면 끊임없이 채찍과 달콤한 음식으로 달래야만 한다. 우리가 인간이 저지른 악의 단면과 원인, 모습 등을 살펴보고 다각도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은 왜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기와 폭력, 질병 등으로 나타나는 악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불행과 파괴의 상징인 악에 대해 논해왔다. 일반적으로 악은 선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철학과 신학, 문화사에서는 대체로 악을 형이상학적인 대상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자연재해나 질병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 인간의 사악함은 사람들의 복수심이나 분노를 유발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인간을 사악하게 만드는 것일까? 또한 악은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연쇄살인범이나 독재자의 심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국가 테러나 인간의 사악한 행동은 인간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악을 뿌리부터 파헤치고 있다. 자연 안에 존재하는 악부터 인간 안의 악의 악까지, 또한 기독교 발생 이전의 악령에 대한 믿음부터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 나치 독재, 현대에 이르기까지 악의 정체를 조명해본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이야기는 악이 우리 안에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지 잘 보여주며 나아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배경과 원인, 그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자료가 된다.
살인, 테러, 폭력…… 악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사디스트, 연쇄살인범, 성범죄자로 만드는 것일까? 무차별 살인범의 범행 동기는 무엇이며 테러리스트의 내면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사악한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또 심리학, 철학, 신학에서는 인간의 사악한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어 도덕적 가치 기준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악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과 함께 행동생물학, 사회학, 정신 병리학, 두뇌 연구의 연구 결과를 참고하여 악의 근원에 대해 밝힌다.
두뇌 연구가, 철학자, 법학자들은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는 교화가 불가능한 사악한 범죄자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규범을 어긴 사람은 사회에서 격리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성적 사고, 후회, 속죄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죄를 저질러놓고 자신의 불행한 환경, 질병, 안 좋은 경험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죄가 용서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이나 자신이 처한 불행한 환경에 책임을 넘긴다면 재사회화와 개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