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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시전집

[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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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3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958쪽 | 1526g | 158*233*40mm
ISBN13 9788937406720
ISBN10 893740672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북에 김소월이 있었거니 남에 박목월이 날만하다 - 정지용
박목월 시인은 초년엔 '박영종'이란 본명으로 훌륭한 동시의 세계를 펼쳤다면, 말년의 박목월 시인은 훌륭한 종교시의 세계를 펼쳤다. 시인의 『청록집』『산도화』『난. 기타』『첨담』『경상도의 가랑잎』『무순』『크고 부드러운 손』등과 같은 시집의 시와 미수록작들을 모아놓았다. 전무후무할, 박목월의 시의 정본(定本)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머리말
일러두기
작품 해설 / 이남호
작가 연보

1. 청록집
임 / 윤사월 / 삼월 / 청노루 / 갑사댕기 / (...)

2. 산도화
구강산 1 / 구강산 2 / 한석산 / 선도산하 / 달 / (...)

3. 난. 기타
야반음 / 심상 / 사향가 / 하관 / 생일음 / (...)

4. 청담
가정 / 밥상 앞에서 / 영탄조 / 겨울장미 / 방문 / (...)

5. 경상도의 가랑잎
벽 / 난초잎새 / 운석 / 낙서 / 춘분 / (...)

6. 무순
한계 / 빈컵 / 양극 / 틈서리 / 복도 끝에서 / (...)

7. 크고 부드러운 손
거리에서 / 자리를 들고 / 오른편 / 순금의 열쇠 / 감람나무 / (...)

8. 미수록작
기차속 / 숲 / 소(宵)의 호수바람 / 구월풍경 / 달은 마술사 / 송년송 / (...)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이남호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었으며, 저서에 『한심한 영혼아』『문학의 위족』『녹색을 위한 문학』『보르헤스 만나러 가는 길』『느림보다 더 느린 빠름』『상상력의 보물창고』『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서사문학의 이해』등이 있다. 현재 『현대문학』과 『비평』편집위원이며 고려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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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木月君 등을 서로 대고 돌아 앉어 눈물 없이 울고 싶은 리리스트를 처음 맞나뵈입니다그려. 어쩌자고 이 험악한 세상에 哀憐惻惻한 리리시슴을 타고나셨으니까! 모름지기 시인은 강하야 합니다. 鳥籠 안에 서도 쪼그리고 견딜 만한 그러한 사자처럼 약하야 하지요. 다음에는 내가 당신을 몽둥이로 후려갈기리라.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기 위하야 얼마나 약한지를 推戴하기 위하야!
― 「길처럼」, 「그것은 年輪이다」가 1회 추천되었을 때, 정지용,
《文章》 제1권 제8호 1939년 9월호
朴木月君 민요에 떠러지기 쉬울 시가 시의 지위에서 전락되지 않었읍니다. 근대시가 <노래하는 情神>을 상실치 아니하면 朴君의 서정시를 얻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충분히 묘사적이고 색채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도 보류할 필요가 있는 것이나 朴君의 서정시가 제련되기 전의 石金과 같어서 돌이 금보다 많었읍니다. 옥의 티와 미인의 이마에 사마귀 한낯이야 버리기 아까운 저몯 있겠으나 서정시에서 말 한개 밉게 놓이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외다. 朴君의 시 수편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겨우 이 한편이 나가게 된 것이외다.
―「산그늘」이 2회 추천될 때, 정지용,《文章》 제1권 제11호 1939년 12월호

朴木月君 北에 金素月이 있었거니 南에 朴木月이 날 만하다. 素月의 툭툭 불거지는 朔州 龜城調는 지금 읽어도 좋더니 木月이 못지 않이 아기자기 섬세한 맛이 좋다. 민요풍에서 시에 진전하기까지 木月의 고심이 더 크다. 素月이 천재적이요 독창적이었던 것이 神經 감각 묘사까지 미치기에는 너무도 <민요>에 終始하고 말었더니 木月이 謠的 데쌍 연습에서 시까지의 콤포지슌에는 謠가 머뭇거리고 있다. 謠的 修辭를 다분히 정리하고 나면 木月의 詩가 바로 조선시다.
―「가을 어스름」, 「연륜」으로 3회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데뷔할 때, 정지용,《文章》 제2권 제7호 1940년 9월호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박목월 시전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삼중당에서 『박목월 자선집』(1974)이 나오고, 1984년에 다시 서문당에서 『박목월 시전집』이 나왔지만, 박목월 시인의 전 시편들이 망라되고 그간의 어떤 전집에서도 수록되지 않은 102편을 발굴하여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엮은이 이남호 교수와 민음사는 박목월 시인의 시 세계 전모를 잘 정리하고 시인의 시적 성취를 새삼 복권(復權)시키고자 하는 계기로 이 책의 출간을 준비하였다. 3인 공동시집 『청록집』에서 「산도화」, 「난ㆍ기타」 「청담」, 「경상도의 가랑잎」, 「무순」, 「크고 부드러운 손」 그리고 102편의 미수록작 등 총 466편을 모았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의해 엮어졌다.
1) 무엇보다 박목월 시의 기준 판본을 확정하는 작업을 하였다.
2) 기준 판본과 다른 판본과의 차이점을 주석을 통해 설명하였다.
3) 사후에 발굴된 유작 시와 기존 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시들을 엮어 모두 102편을 따로 실었다.(8부 미수록작 부분)
4) 맞춤법, 띄어쓰기, 구두점, 문장부호 등, 어느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박목월 시인은 1939년에 등단하여 1978년 타계할 때까지 40년 동안 수많은 시와 산문을 남겼다. 그의 문학적 업적은 산문과 동시 분야에서도 빛났지만, 무엇보다도 시에서 가장 빛났다. “북에 김소월이 있었거니 남에 박목월이 날 만하다.”라는 정지용의 평에서 보듯, 그는 등단할 때부터 주목받아 왔으며, 한국 시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크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시인 박목월과 그의 시는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 시인의 사후에 태생한 세대들의 경우, 시인의 이름을 단지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이었다는 것으로만 기억하게 되었고, 민요풍 서정시의 대가로만 여기게 되었다. 한국 현대 시단에서 박목월 시인처럼 생전에 큰 영예를 누리다가 사후에 갑자기 잊혀진 시인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박목월이 없는 한국 현대시는 생각할 수 없다. 시인은, 올곧은 시 정신과 남다른 언어 감각 그리고 예민한 서정성으로 독보적인 시 세계를 확립하였으며, 40년 동안 쉼없이 새로운 시 세계를 개척했다. 그런데도 그의 시에 대한 기존의 평가가 문학 교실 안에서 겨우 언급될 정도에 불과하다. 초기의 몇몇 작품들에 한정된 평단의 평가에 의해 그 외의 많은 수작(秀作)들이 간과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엮은이 이남호 교수는 “현재 한국 현대 시사에서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할 시인이 있다면 그 첫째가 박목월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목월의 초기 시의 세계는 『청록집』에서 첫 개인 시집 『산도화』로 이어진다. 초기의 시인은 매우 절제된 언어로 자연을 노래하였으며, 짙은 서정성을 보여주었다. 초기에 성취한 미학은 매우 인상적이고 독특하였는데, 「나그네」, 「윤사월」, 「청노루」, 「산도화」 등의 시에서 보이는 자연은 인간이나 현실과는 상관이 없는 미학적 공간이다. 이남호 교수는 이를 가리켜 “이전의 우리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름다운 공간을 열어주었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초기 시의 자연의 모습이며 미학적 공간은 시인에게 일약 명성을 갖다 준다. 정지용이 시인을 “북의 소월”에 비견하듯이, 그는 한국시의 민요적 서정의 한 장을 열어젖힌 것이다. 그런데, 이 순도 높은 미학적 공간의 구축이라는 한국 시사적 의의가 상대적으로 폄훼된 면이 없지 않다. 민족의 도탄기에 현실 도피적, 음풍농월적인 시를 읊었다는 데서 거칠고 단순한 정치 이념의 논리로써 목월의 시를 평가한 것이다. 이남호 교수는 “인간이나 현실과 직접 상관이 없다고 해서 그 자연의 가치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인간의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그러한 아름다움의 공간을 창조하였던 점이 예술 본연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이때 그는 「윤사월」, 「청노루」, 「나그네」, 「산도화」, 「임에게」, 「청밀밭」 등 주옥같은 시편들을 써서 시인으로서 크나큰 명성을 획득한다.
시인은 두 번째 개인 시집 『난ㆍ기타』에서부터 새로운 시 세계를 열어가는데, 이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인간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신비한 미학의 세계로부터 자신의 일상적인 세계로의 이행을 보여준다. 극도의 압축과 생략을 구사하던 언어 사용 방식도 어느 정도 평이하게 풀어진다. 이 시집에서부터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는 시인의 내면적 성향이 본격적으로 시인의 시 세계를 주도하는데, 이는 세 번째 개인 시집 『청담』으로 이어진다. 시인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내면이었고, 세상의 이런저런 일들은 항상 내면에서 변명과 이해와 만족을 구했으며, 그 과정이 곧 시쓰기의 과정인 경우가 많았다. 이 시집에서 보여준 세계는 「청노루」, 「윤사월」을 쓸 때와 같지 않다. 생활의 고달픔을 읊기도 하며 시인의 길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슬한 경지의 삶, 즉 시인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회한이 담겨 있기도 하고 고단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삶의 품위를 지키려는 시인의 고결한 마음씨를 보여준다. 「당인리 근처」, 「적막한 식욕」, 「난」, 「밥상 앞에서」, 「심야의 커피」, 「겨울장미」 등의 작품이 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의 시들 중에는 유독 「무제(無題)」라는 제목의 시가 많이 나오는데, 시 전체를 통틀어 모두 18편에 달할 정도다. 이 ‘제목 없음’이라는 시인이 지닌 하나의 정서가 등장하게 된 시기도 이 중년기의 시작 활동 즈음이다.
말년에 시인이 추구한 또 하나의 세계는 “질박한 향토성의 미학”이다. 이것은 시인이 지향했던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제4시집 『경상도의 가랑잎』, 제5시집 『무순』에서 시인은 고향의 소박한 삶 속에 숨어 있는 가치를 발견하여 시의 그릇에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상당한 시적 성과를 얻는다. 「이별가」, 「만술 아비의 축문」, 「한탄조」, 「장 맛」, 「그저」 등에서 보듯, 초기 시만큼 값진 시적 성취를 얻는다.
시인 사후에는 유족들이 시인의 종교시를 모아 『크고 부드러운 손』을 내었다. 이 시집은 미망인 유익순 여사가 시인의 유작 중에서 종교시만을 보아 펴낸 것이다. 따라서 중기 이후 말년에 이르는 그의 시적 경향이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경향, 종교적이고 구도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시인은 노년에 접어들어, 죽음에 대해서 보다 빈번하게 생각하고 신에게 더 많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년의 시인이 박영종이란 본명으로 훌륭한 동시의 세계를 펼쳤다면, 말년의 목월은 훌륭한 종교시의 세계를 펼쳤다. 동시와 종교시는 시인의 시 세계에서 서론과 결론이 된다. 그리고 한 서정적 인간의 일상과 내면의 진실 그리고 독창적인 언어 미학으로 구축된 풍요로운 시적 공간은 시의 본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목월이 성취한 시 세계는 섬세하면서도 넓고 다양하다.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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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박목월 시 두 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스 | 2018.06.14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1. 인연을 건너는 갈밭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리뷰제목

1. 인연을 건너는 갈밭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 박목월, 이별가

 

 

죽은 동생이 저편 강기슭에서 소리치고 있다. 무언가 보이기는 하는데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답답하다. 저편에 동생이 있지만 이편에 있는 사람은 그리로 갈 수 없다. 저편은 저편이고 이편은 이편이다. 이게 자연의 법칙이다. 시인은 바람에 불려서 이편으로 오는 소리 때문에 애가 단다. “뭐락카노라는 사투리에 섞여 있는 애달픈 정서는 이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편 사람의 슬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오직 바람만이 이편과 저편을 넘나들 수 있다. 사람은 바람이 될 수 없으니 결국 바람에 소리를 실어 보낼 수밖에 없다.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저편으로 가지만 동생이 이 소리를 들었을 리 만무하다. 이편은 이편이고 저편은 저편이기 때문이다.

 

뭐락카노라는 시인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 애가 다니 소리만 커질 수밖에 없다. 동아줄은 이미 삭아 내렸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저편에 있는 저 사람이 저렇게 보이는데 동생이 어떻게 죽었다고 생각하겠는가? 동생을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가 커진다. 저편의 동생이 대답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바람에 니 흰 옷자라기만펄럭인다. 이리로 오라는 것 같기도 하고, 저리로 가라는 것 같기도 하다. 시인은 오냐, 오냐, 오냐라고 대답한다. 들리지 않아도 대답은 해야 한다. 그래야 저편의 동생이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이편이 포기하면 저편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편이 안 되면 저편에 가서라도 만나야 한다. 그러니 동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이라는 시구는 동생의 죽음을 대하는 시인의 이런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갈밭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다. 갈밭을 건넌 동생은 이리로 올 수 없고, 갈밭을 건너지 않은 형은 저리로 갈 수 없다. 그런데 인연이라는 고리가 여전히 두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인연이 바람이 되어 갈밭을 건넌다. 이승에 부는 바람이 저승으로 흘러갔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형이 쐬는 바람은 그러므로 저승의 바람이다. 동생의 숨결이 묻은 바람이라고 해도 좋다. 그래서 바람이 부는 한 동생과의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바람이 그칠 리 없으니 동생과의 인연 또한 끊어질 수 없다. 말 그대로 인연은 바람처럼

이곳과 저곳을 왕래한다.

 

박목월의 이별가는 이처럼 이별의 노래가 아니다. 그가 부르는 이별 노래는 인연이 끝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노래이다. 저편 강기슭에 있는 동생의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이리로 온다. 이편 강기슭에 있는 형의 목소리는 바람에 날려서 저편으로 간다. 그러니 이승이 아니면 저승에서라도 만날 수 있다. 확신에 가까운 이 마음으로 시인은 이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썩어서 동앗밧줄은 삭아 내리는상황에서도 시인은 저편에서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를 반복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라. 들리지 않아도 그는 끊임없이 뭐락카노를 외친다. 소리가 곧 바람이고, 바람이 불어야 갈밭을 건너 저편으로 가는 뱃길이 만들어진다.

 

오냐, 오냐, 오냐.”라는 말 역시 뭐락카노라는 시어와 다르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갈밭을 건너기 위해 시인이 내는 소리들이다. 그 소리들이 실제로 갈밭을 건너가는지 아닌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소리로 갈밭을 건너려는 형의 그 마음이다. 소리가 바람이 되어 갈밭을 건널 거라는 형의 그 마음 때문에 동생은 저편에서 형을 계속 부르고 있다. 시인의 이 마음을 죽은 이에 대한 집착이라고는 말하지 말자. 시인은 저승으로 가는 소리를, 바람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 소리가, 그리고 그 바람이 우리의 인연을 잇게 할 것이라고 시인은 믿고 싶을 뿐이다. 죽은 이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이 바람의 상상력과 맞물려 한 편의 아름다운 시로 승화되고 있는 셈이다.

 

    

2. 죽은 아비를 향한 간절한 애도

 

 

  아베요 아베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베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리고개

  아베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 손이믄

  아베 소원 풀어드리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묵고 가이소.

   

  여보게 만술(萬術)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亡靈)도 응감(應感)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 박목월, 만술 아비의 축문(祝文)

 

 

아버지 제삿날이다. 까막눈(티눈) 아들이 차린 제사상에는 축문(祝文) 하나 올라 있지 않다. 글자 아는 이들에게 써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들은 아비를 향한 정성스런 마음을 중시한다. 글자를 모르는데 굳이 축문을 쓸 이유가 무언가? 정성만 들이면 되지 않는가?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축문은 없어도 정성만은 누구 못지않게 불어넣어 상을 차렸다.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라는 말에 죽은 아비를 대하는 아들의 정성이 담겨 있다. 때는 윤사월 보릿고개. 언제 어떻게 죽어나갈지 모르는 시절이다. 그런 와중에도 아들은 저승에 있는 아비를 잊지 않는다. 죽어 귀신이 되어 떠돌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아들은 소금에 밥이나마 눌러 눌러 그릇에 담는다. 아들이라고 아비에게 딱 부러지는 제사상을 차려주고 싶지 않을까? 평생을 고생하며 살다가 저승으로 간 아비다. 이승에서 서럽게 살던 아비가 저승에 가서까지 굶는 건 너무 서러운 일이 아닌가 

 

간고등어 한 손이믄/ 아베 소원 풀어 들리련만아들은 그럴 수가 없다.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처럼 사람 마음을 애타게 하는 게 있을까? 간고등어 하나에 아비는 소원을 이루고 아들은 마음이 풀릴 텐데, 그걸 제사상에 올리는 일이 참 힘들기만 하다. 정성 문제가 아니다. 정성으로 따지면 이 아들만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저승길 배고플라요.”라는 시구에 아들의 진정이 나와 있다. 저승길은 산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길이다. 보이지 않는 곳을 터벅터벅 걸을 아비를 걱정하며 아들은 소금에 밥이나마 막이 묵고 묵고 가이소라고 간절하게 이야기한다. 죽은 아비라고 이 간절함을 모를까? 진실한 마음은 언제가 통하기 마련이다.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져 있다고 해도 진심은 항상 진심을 부른다. 가난한 아들은 그 진심으로 가난한 아비를 부른다. 아들이라고 달리 해줄 게 없고, 아비라고 달리 바라는 게 없다. 그저 마음이 서로 통할 뿐이다.

 

아들은 지금 만술 아비가 되었다. 자식을 둔 아비의 마음으로 그는 죽은 아비를 생각한다. 자식을 향한 아비 마음이야 언제나 똑같다. 소금에 밥이나마 아들이 배불리 먹었는지 아비는 늘 궁금하다. 누군가 만술 아비가 제사상을 앞에 두고 하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간고등어 하나 장만하지 못하고 아비 제사상을 차린 만술 아비의 탄식을 들은 모양이다. “여보게 만술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라는 말이 2연에 첫 문장으로 나온다. ‘엄첩다대견하다는 뜻이다. 무엇이 그리 대견한 걸까?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할 것 있을라꼬.”에 그 해답이 나와 있다. 이승에서 통하는 마음이 저승에서도 통한다는 것일까? 인정은 인정을 부른다. 인정은 영혼까지도 강하게 한다. 아비의 영혼이다. 아들이 행하는 조그만 대접에도 아비는 기쁜 마음을 내보일 수밖에 없다. 죽은 아비는 아들을 통해 지금 이곳을 살고 있다. 몸은 이곳에 없어도 마음만은 이곳에 있다.

 

마음이 있는 자리가 곧 영혼이 살고 있는 자리다. 정성에 응감(應感)한 망령이 왜 이 세상에 굵은 밤이슬로 오겠는가? 어차피 되돌아가야 할 저승길이다. 이승으로 돌아오는 찰나가 지나면 영혼은 어김없이 저승길로 돌아가야 한다. 이승에 남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걸 영혼은 잘 알고 있다. 아들이 제사상에 올린 밥 한 그릇을 먹고 아비는 울면서 길을 떠난다. 간고등어 하나 못 올린 아들이 탄식하는 소리가 들린다. 간고등어가 뭐라고 아들이 저리 탄식을 하는가? “니 정성 느껴느껴아비는 눈물을 흘린다. 아들에게 물려준 거라고는 가난밖에 없다. 아비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이 가난은 왜 이리 끈덕지게 들러붙어 있는 것인지. 하필이면 보릿고개에 제삿날이 닿아 아비는 아들에게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아들이 주는 소금에 밥이나마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아비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얼굴로 저승길을 걸어간다.

 

제사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요즘이다. ‘정성이라는 말로 그런 사람들이 겪는 갈등을 갈무리할 수는 없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게 조상을 향한 예의를 버린 거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집안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제사가 의무가 되면 의무를 진 사람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제 신세를 탓할 수밖에 없다. 이 시에서 아들이 아비에게 행하는 정성은 사실 밥 한 그릇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저런 음식을 장만하고, 축문을 써서 올리고, 가족들이 쭉 늘어서 절을 올려야만 정성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밥 한 그릇에 그득그득 정성을 담아 만술 아비는 죽은 아비를 기린다. 그것이면 되지 않았는가? 죽은 아비가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차려놓고 정성스레 절을 올리면 영혼 또한 응감하지 않겠는가? 죽은 자를 위한 애도는 곧 산 자들을 위한 의식이기도 하다. 망령이 응감해서 이 세상에 내리는 굵은 밤이슬은 진심과 진심이 만났을 때 펼쳐지는 기적을 에둘러 보여준다. 아비와 아들은 그렇게 이승과 저승에서 하나로 묶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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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박목월] 물새알 산새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목* | 2010.08.04 | 추천1 | 댓글2 리뷰제목
  <두산출판사(우한용 외)국어 1학년 1학기, 비상교육(조동길 외)> 1학년 1학기 국어에 실린 시입니다.   ------------------------------   물새알 산새알    박목월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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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출판사(우한용 외)국어 1학년 1학기, 비상교육(조동길 외)> 1학년 1학기 국어에 실린 시입니다.

 

------------------------------

 

물새알 산새알   

박목월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얼룩진

산새알.

 

물새알은

간간하고 짭조름한

미역 냄새

바람 냄새.

 

산새알은

달콤하고 향긋한

풀꽃 냄새

이슬 냄새.

 

 

물새알은

물새알이라서

날갯죽지 하얀

물새가 된다.

 

산새알은

산새알이라서

머리꼭지에 빨간 댕기를 드린

산새가 된다.

 

 

------------------------------

 

 * 목연 생각 : 청록파 시인(박목월, 박두진, 조지훈)들!  

학창 시절에 열심히 외운 친숙한 이름들입니다.

 

시에는 청록파, 생명파, 시문학파, 해외문학파 등 

그리고 동인지에는 창조파, 폐허파, 백조파 등

그 시절에는 왜 그리 파가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유파 중에서 가장 친숙하게 느껴진 것이 청록파이고,

그 분들 중에서도 박목월 시인이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초기에 동시로 출발했고,

상대적으로 시어가 쉽고 포근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대표작인 <나그네>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명시이기도 하고요.

 

연이 두 개씩 짝을 이루고

비교적 짧은 행으로 운율을 만들면서

평범한 듯하면서도 군더더기가 거의 없이 단정한 이 시는

말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자연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학창 시절에 내가 구입한 유일한 시집이 『산새알 물새알』이었습니다.

보라색 표지로 되어 있던 이 시집이 아직도 떠오르는군요.

(시의 제목은 「물새알 산새알」인데

그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은 『산새알 물새알』이군요.

이렇게 시와 시집의 제목이 다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산에서 산새알도 보았고,

물에서 물새알도 보았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새알을 보던 그 시절의 모든 추억들을 생각하면서

행복한 회상에 잠겼답니다. 

 

* 박목월(1916~1978)  : 시인. 본명은 영종. 경북 경주에서 태어남. 

대구 계성 중학교 2학년이던 1933년에 <어린이>에 동시가 특선에 입상하고,

1939년 <문장>에 시가 추천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함.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활동하며, 3인시집 <청록집>을 펴냄.

순수한 자연의 모습과 향토적 정서를 노래한 시를 씀.

시집 <산도화>, <난, 기타>, <청담>, <무순> 등이 있고,

동시집 <박영종 동시집>, <초록별>, <산새알 물새알> 등을 펴냄. 

 

 

* 자료 출처 : 2010학년도 중학교 1학년학생들이 배우는

  <두산 출판사>, <비상교육> 등의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감상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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