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즐기기 아까운 뉴욕의 현대 미술 이야기
순수한 젊음이 숨쉬는 브루클린―작가들의 작업실
1. 현대 예술가들이 꿈꾸는 뉴욕에 관한 모든 것
재미在美 공예가인 저자 주지완 씨는 이 책을 통해 뉴욕에 살면서 보고 느꼈던 현대 미술에 관한 이야기들을 작심한 듯 꼼꼼하게 들려준다. 미국에서 수차례 개인전을 갖기도 하였던 저자는 세계적인 뮤지엄들과 작가들의 작업실, 특히 현대 미술의 중심이라는 뉴욕에서 열리는 전시회와 미술 관계 행사를 직접 다니며 그 모습들을 하나하나 스케치하고 사진 속에 담아 내었다. 또한 맨해튼, 브루클린, 덤보, 부쉬윅, 롱아일랜드 시티로 퍼져 있는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생생히 포착해 보여준다. 훌륭한 뮤지엄들과 거대한 규모의 전람회들이 끊이지 않으며 새로운 예술가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곳,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일깨워주는 곳 NEW YORK―― 저자는 현대 예술가들이 꿈꾸는 도시 뉴욕에 관한 모든 것을 몇 년에 걸쳐 열정적으로 기록하고 사진으로 정리했다.
저자의 인생에서 뉴욕은 그곳을 알기 전의 삶과 알고 난 다음의 삶으로 나뉘어진다고 말할 만큼 특별하다. 버지니아에서 이사해 뉴욕에 와 살기 시작하면서 저자는 도시 곳곳에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뉴욕은 화려하면서도 어둡고, 찬란하면서도 음습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치열한 공간임도 곧 알게 된다. 뉴욕 생활이 시작된 이후 모든 일들이 뉴욕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저자는 “매일 뉴욕 거리를 걷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볼거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둘러보면서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도시는 내게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갑자기 신명이 났다. 그렇게 이 거대한 도시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내 삶의 중반의 나이에 이곳, 거대한 도시에 도착했다. 나는 도시의 번화가와 뒷골목, 뮤지엄과 작가의 작업실들을 찾아다니면서 구경하기에 바빴고, 한 장면 한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일상 속에 무뎌진 자신의 영혼에 새로운 영감을 전해주고, 매혹케 만든 장면 하나하나를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2. 잃어버린 열정을 다시 일깨워준 뉴욕의 뒷골목 이야기! (저자의 말)
나는 맨해튼이 아닌 브루클린의 부쉬윅에 둥지를 틀었다. 그곳은 이전에 공장이었던 건물들이 지금은 창고로, 또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바뀌어가고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뉴욕 미술의 중심지가 맨해튼에서 브루클린과 롱아일랜드 시티로 옮겨가는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이제 막 젊은 예술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곳이다.
이 동네에 들어와 살면서 나는 이 지역에 대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 번쯤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뉴욕의 뒷골목인 브루클린에서 예술을 하는 젊은이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싶었다. 나도 그들과 같이 발맞추어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은 내가 잃어버린 예전의 순수한 열정을 다시 일깨워준 곳이다.
브루클린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를 원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뉴욕의 생활은 이상하다. 지나치게 개인적이면서도 교류를 원하고, 또 각자의 사생활을 보호받기를 바라면서도 외부와 소통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외부의 시끄러운 소음을 즐기면서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정말로 사생활 보호만을 원한다면, 아마도 산골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은 도시 한가운데 모여 있다. 브루클린이라는 지역에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항상 유동적이고 조그마한 공간에서라도 무언가를 하고 있기에 그 정확한 숫자를 아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가 사는 동네 부쉬윅Bushwick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그 예전에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영혼의 자취가 남아 있는 그리니치 빌리지나 소호SoHo처럼,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살았었다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
뉴욕에서는 대형 아트 페어와 아트 페스티벌, 공공예술 프로젝트 등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외부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고 진행하는 행사들도 많다. 특히 브루클린의 뒷골목에서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는 각자의 작업실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행사이다. 이 행사를 주축으로 전야제와 뒤풀이 이벤트도 있다. 이를 위해서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경매에 부치고, 또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해서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행사가 열리는 주말에 부쉬윅 전체에 널리 퍼져 있는 작업실을 모두 찾아다니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들의 홈페이지를 미리 찾거나,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홍보물을 체크하여, 어떤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둘러볼 것인지, 또 어떤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볼 것인지 확인하고, 관심이 있는 곳을 위주로 계획을 세우는 지혜도 필요하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런 동호회와 같은 성격의 일종의 커뮤니티는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 브루클린 어느 지역이든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은 이러한 커뮤니티를 통해서 자신을 알리고 사람들과 교류한다. 이런 행사는 다른 사람들의 작업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브루클린에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점일 것이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에너지가 전달되기 마련이다. 내가 모르던 다른 곳, 낯선 곳에서의 생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나는 마치 인생 전체가 여행인 것처럼 새로운 호기심으로 이곳에 닿았고, 또 머물고 있다. 그리고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정을 다시 일깨울 수 있었다.
3. 뉴욕의 미술관
뉴욕은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뮤지엄이 집중되어 있는 미술의 중심지이다. 규모를 말할 때, 우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브루크린 뮤지엄을 들 수 있겠고, 근현대 미술의 컬렉션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모마MoMA가 있다. 또, 미국의 현대 미술 컬렉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휘트니 뮤지엄이 있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건물로 유명한 구겐하임 뮤지엄이 있다. 또한 5번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뮤지엄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뮤지엄이 집중되어 들어서 있는 거리를 ‘뮤지엄 마일Museum Mile’이라고 한다.
뉴욕의 뮤지엄을 이야기할 때, 미국의 신흥 부자들을 빼놓고 시작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의 현대 미술에 대한 후원과 사랑이 오늘날의 뉴욕을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런 규모의 문명과 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자본의 힘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뮤지엄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은 뉴욕의 부자들이 뉴욕시 당국의 노력과 함께 백여 년에 걸쳐 만들어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해마다 이 동네에서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Museum Mile Festival’이 열린다. 이 축제는 뉴요커들에게 미술관의 존재를 알리고, 더욱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고자 기획된 것이다. 일년 중 하루를 정해 관객들에게 5번가의 모든 미술관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행사가 열려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1970년대 뉴욕에 경제 위기가 왔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 바로 예술계였는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미술관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만든 축제가 이제는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뉴욕시에는 MAD라고 불리는 콜롬버스 서클에 생긴 뮤지엄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이 있고, 이스트 빌리지에 생긴 뉴 뮤지엄, 파크 애비뉴에 아시아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그리고 할렘에 있는 스튜디오 뮤지엄 인 할렘 등이 있다. 그리고 클로이스터스라는 메트로폴리탄에 소속되어 있는 중세 미술 전용관이 있고, 롱아일랜드 시티에는 모마의 분관인 P.S.1과 이사무 노구치 뮤지엄 등이 있다.
그리고 뉴욕시를 벗어나면, 디아 비컨, 스톰 킹 조각공원, 잭슨 폴록 스튜디오, 댄 플라빈 아트 인스티튜트와 같은 크고 작은 뮤지엄이나 연구소와 같은 수준의 작은 기관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