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9년 08월 25일 |
---|---|
쪽수, 무게, 크기 | 656쪽 | 727g | 128*188*35mm |
ISBN13 | 9788954608640 |
ISBN10 | 8954608647 |
발행일 | 2009년 0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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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56쪽 | 727g | 128*188*35mm |
ISBN13 | 9788954608640 |
ISBN10 | 8954608647 |
#독서후기
하루키의 <1Q84> BOOK 1 -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주저주저하다가 이제야 이 책으로 그의 이야기 세계에 입문한다. 제목도 어렵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책 <1Q84>
루쉰의 <아큐정전>도 처음에는 발음하기 어려웠는데 적응이 되듯, <1Q84>도 조금씩 적응이 된다. '원큐팔사'라 읽어야 할지, '일큐팔사'라 읽어야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꼭 정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책에 두 세계가 나오고, 두 개의 달이 나오듯, 이 책도 <원큐팔사>의 제목과 <일큐팔사>의 제목이 있는 것으로 하면 되겠다.
초등학생 시절, 증인회의 딸로 외톨이처럼 지냈던 소녀가 있었고, NHK수신료를 받는 아버지의 아들로 한때 그 소녀의 외로움을 지켜준 소년이 있었다. 둘은 학교가 쉬는 주말에 가끔 길에서 마주쳤는데, 소녀는 증인회 포교활동을 하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서, 소년은 NHK수신료를 받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서 서럽고 서글픈, 그러나 아는 척을 할 수 없는 스쳐 지나감을 경험한다. 그러다 어느날 소녀는 딱 한번 빈 교실에서 소년의 손을 잡는다.
결국은 자신이 배척당하는 소수가 아니라
배척하는 다수에 속한다는 것으로 다들 안심을 하는 거지.
아, 저 쪽에 있는 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하고.
160쪽
160쪽 글은, 덴고와 아오마메가 한 말은 아니다. 그리고 따돌림을 당할 때 나온 말도 아니다. 덴고의 연상 걸프렌드가 덴고의 집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도처에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고발한다. 이 고발하는 문장은 바로 우리의 심장을 향해 진격한다. "아, 저 쪽에 있는 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소년과 소녀가 동일하게 간직하는 이 기억(텅 빈 교실에서 손을 맞잡)은 이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이끌어가는 원천적 사랑의 힘으로 뿌리내린다.
둘은 20대가 되었다.
덴고는 평범한 학원의 수학강사이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다.
매번 최종심까지 올라가지만 한번도 수상을 하지는 못한다.
아오마메는 뭉쳐진 근육을 풀어주는 스프츠클럽 소속 직원이다.
그리고 연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의 남자들을 자신이 개발한 방법으로 간단하게 처단하는 청부살인업자이기도 하다.
소설가가 되기를 자신이 정말 원하는지,
그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소설가로서의 재능이 과연 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만 자신은 날마다 소설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걸 알 뿐이다.
글을 쓰는 일은 그에게 숨쉬기와 같은 일이다.
48쪽
어쩌면 소설가, 글을 쓰는 일에 대하여 하루키는 자신의 말, 자신의 생각을 덴고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서 덴고는 수학강사로서보다는 소설가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하다.
최종심에 올랐다가 심사위원 중 한 명인 고마쓰의 눈에 들어 아르바이트처럼 이름없이 잡다한 글을 써주고 용돈 벌이를 한다. 글 쓰는 감각도 익힌다. (고마쓰,라니. 일본의 유명한 거대기업 이름인데. 사람이름으로도 쓰나 보다. 우리로치면 사람 이름이 김삼성,이라는 격이다.) 그러다 문학상 응모작품 가운데 본선에 올릴 작품을 가리는 일도 하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하나의 작품 <공기번데기>
이 이야기는 <공기번데기>를 쓴 소녀 후카에라의 이야기를 덴고가 완성도 있게 다시 써서 다른 문학상에 응모하면서, 전개된다. 이야기는 아오마메, 덴고에서 고마쓰, 후카에라로 넓혀진다.
그리고 달이 하나인 1984년의 현실세계의 이야기에서 두 개의 달이 뜨는 1Q84의 새로운 세계 이야기로 연결된다.
어딘가의 시점에서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소멸하고,
혹은 퇴장하고, 다른 세계가 거기에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레일 포인트가 전환되는 것처럼.
즉, 지금 이곳에 있는 내 의식은 원래의 세계에 속해 있지만 세계 그 자체는 이미 다른 것으로 변해버렸다.
231쪽
이런 류의 소설 전개에 당황하거나 놀라지 말라.
다만, 현실 세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1Q84의 소설 전개는 실망일 수 있다.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고,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SF라는 생각에 책을 던져 버릴 수도 있다.
호불호가 갈렸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다만, 나는 이런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 중 한 명이다.
SF 장르는 아니다. 미래세계도 아니고, 과거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양자역학의 병행세계도 아니다.
그저 또 다른 세계, 하루키가 만든 1Q84의 세계이다.
그런 일을 하고 나면 그다음의 일상 풍경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235쪽, (아오마메에게 1Q84의 세계를 안내한 택시기사의 말)
두 개의 세계가 있고,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레일포인트처럼 바뀌어 버리지만, 작가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이라며,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독자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까. 우리는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이 책의 두 세계, 아니 언제나 하나뿐인 세계에 집중을 해야 한다.
하루키는 음악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음악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하고, 또 이야기의 전환장치로 사용된다.
BOOK 1에서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그 중심에 선다.
1Q84로 들어가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
야나체크의 바이올린 음악은 이미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신포니에타,는 처음이었다.
심장의 고동이 들린다.
그 고동에 맞춰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도입부의 팡파르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진다. 부드러운 바람이 보헤미아의 초록빛 들판을 소리없이 건너간다.
85쪽
사실 1Q84라는 이름은 주인공 아오마메가 스스로 지었다.
신포니에타,를 전혀 몰랐던 그녀가, 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고 정확히 곡명을 기억?하고, 경찰의 총기가 어느새 바뀌어있고, 도서관에서 찾아본 엄청난 사건들에 대한 기억은 자신에게 전혀 없고, 결정적으로 하늘에 달이 두 개가 떠 있다. 정신병자라 부를까봐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달이 두 개인 세계.
혼란스러워하던 아오마메가 그냥 그럼 이런 상황의 세계를 1Q84, Question, 의문의 개념으로 부르자라고 정했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아오마메는 그렇게 정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다.
의문을 안고 있는 것.
그녀는 걸으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240쪽
그런데 사실 달이 두 개인 설정은 소설 <공기번데기>에 나오는 것이다.
덴고는 그 개념을 가져와 자신이 창작하는 소설 속에 녹여 넣었다.
눈을 감자 덴고는 지금 자기가 어떤 세계에 있는 것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
BOOK 1, 마지막 문장, 655쪽
(BOOK 1을 읽고 나서-선한리뷰)
훅 빨려 들어갔다.
1984의 세계와 1Q84의 세계로.
나는 아오마메처럼 내 세계를 2J23으로 명명했다.
내게 J는 Jump다.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저 편으로 풀쩍 뛰어 건너가는 것이다.
나 역시 2022년 퇴사를 하고, 2023년 새로운 세계로 건너간다.
달이 두 개인 세계일지, 해가 두 개인 세계일지 알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올해 안에 읽어내리라 작정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조지오웰의 <1984>에는 '빅브라더'가 나온다.
세상과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며 한 사람이다
반면 하루키의 <1Q84>에는 '리틀 피플'이 나온다.
작가 하루키는 또 다른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리틀 피플'의 의미를 가져온다.
빅 브라더 vs 리틀 피플
세상은 빈과 부가 있고,
집단과 외톨이가 있고,
통제자와 피통제자가 있고,
위와 아래가 있다.
크고 작은 것이 있다.
저쪽 세계인 영화나 소설에서는 작고 아래에 있으며 외톨이인 사람들이 맞서 싸우지만,
이쪽 세계인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집에서 죽음을 택하고,
라면을 배낭에 넣은 채 스크린 도어를 고치다 죽고,
외톨이로 더 외진 곳으로 숨어들어간다.
곧 크리스마스다.
성탄의 기쁨,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온 누리에 가득.
외진 곳까지 퍼져나가면 좋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1Q84》는 모두 합쳐 2000페이지, 3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소설이다. 1권과 2권이 2009년에 출판되고 2010년에 3권이 나왔다. 이후 10년이 넘도록 4권에 대한 소식이 없는 걸 보면 3권으로 완결된 것 같기는 한데 ‘완결’이라고 부르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많다. 어느 날 4권이 나왔다고 하면 반가울 것 같다.
2000페이지를 다 읽어봐도 초반에 언급된 공기 번데기나 리틀 피플의 존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내 이해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작품이 낱낱이 분석되기를 원치 않은 작가의 의도라는 생각도 든다.
작품의 주인공은 아오마메와 덴고다.
1권은 24장으로 되어있는데 홀수 장은 아오마메, 짝수 장은 덴고가 주인공이다.
마치 두 개의 소설이 엇갈린 모양으로 1권이 끝날 때까지도 둘은 만나지 못한다.
다만 아버지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덴고가 종교로 인해 학교에서 따돌림 받는 아오마메를 도와주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 호감이 생겼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다.
아오마메
30살의 여자로 부모님이 ‘증인회’라는 종교의 열성 신자로 어려서부터 일요일마다 어머니를 따라 선교활동을 했고 특이한 교리 때문에 학교 생활 내내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열한 살에 가족과 의절하고 독립한다.
현재는 스포츠센터 트레이너이자 ‘킬러’다.
스포츠센터 고객인 부유한 노부인과 합심해 가정폭력을 행하지만 처벌받지 않는 남자들을 흔적 없이 살해한다.
1984년 4월 어느 날 아오마메는 노부인의 의뢰로 어떤 남자를 살해하러 가던 중 고속도로에서 길이 막히자 비상계단으로 다른 길을 찾는다.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그녀는 1984의 세계에서 1Q84의 세계로 들어선다. 처음엔 다른 세상이라는 걸 인식 못하다가 무언가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결정적으로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을 보며 다른 세상으로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노부인은 아오마메에게 사이비 교단인 선구의 리더이자 아동 성폭행범인 후카다를 살해하라고 부탁한다.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주변에 그들을 위협하는 일들이 생겨난다.
덴고
역시 30살의 남자로 수학학원 강사이고 소설가 지망생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부재했고 NHK수금원인 아버지와 살았다. 그도 일요일마다 수금을 나가며 동행을 강요하는 아버지를 피해 집에서 일찍 독립했다.
그는 출판사 편집자의 요구로 <공기 번데기>라는 내용은 좋지만 문장이 어설픈 작품을 비밀리에 리라이팅한다. 이 작품은 원래 후카에리라는 17살 소녀가 쓴 소설로 ‘선구’라는 사이비 교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교단의 리더 후카다의 딸이다. 7년 전에 부모를 떠나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양녀처럼 살고 있다.
덴고가 리라이팅한 <공기 번데기>는 베스트 셀러가 된다.
그런데 <공기 번데기>를 개작한 이후 평온한 덴고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교단의 이야기가 밝혀지는 걸 원치 않는 사람들 때문에 그는 더 이상 기존에 살던 논리적인 세상에만 머물 수가 없게 되었다. 아직은 깨닫지 못하지만 그도 이제 1Q84의 세계로 온 것이다.
여러 이야기들이 수수께끼처럼 등장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설명된 것은 없다.
1권의 이야기는 4월부터 6월까지이다.
왜 1월이 아니라 4월이 1Q84의 시작일까
일본의 4월을 생각하면 <4월 이야기>라고 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가 떠오른다. 홋카이도 출신의 여학생이 도쿄로 와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들이 보신 걸로 알고 있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4월의 도쿄 거리가 예뻐서 기억에 남는다.
정든 고향과 가족들, 친구들을 떠나 새로운 세계인 도쿄로 가서 적응하려 애쓰는 주인공이 사랑스럽고 한편 안쓰러웠다.
일본에서 4월은 우리의 3월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시간인 것 같다. 달력으로야 1월부터 새해지만 1월은 12월에 이어져 비슷하게 추운 겨울이라 별 변화가 없는 대신 신학기가 시작되는 4월이 한 해의 시작으로 더 의미가 있어서 이렇게 설정한 것 같다.
가족이 상실된 사람들
등장인물 모두 가족이 없다. 가족이 죽거나 있어도 사이가 좋지 않고 같이 살지 않는다.
아오마메와 덴고는 부모와 의절한 상태고 <공기 번데기>의 원작자 후카에리도 어려서 ‘선구’라는 종교조직을 탈출한 이후 가족 없이 아버지 친구 집에서 지낸다. 아오마메에게 살인을 의뢰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노부인과 그의 보디가드 모두 가족이 없다.
긴 작품이라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고 나름의 연결점은 있지만 핏줄의 끈끈함이나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모래알 같을 뿐. 중간 중간 지나치다싶게 길고 자세하게 묘사하는 성애 장면들은 충만한 애정은커녕 고독감만 더할 뿐이다.
가족은 성가실 때도 있지만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의 세계에서 아무도 간절히 잡아주는 사람 없는 그들이기에 또 다른 세계인 1Q84로 쉽게 갔는지도 모른다.
그들만의 1Q84
작중에서 사이비 교단이라고 표현되는 ‘증인회’나‘ 선구’같은 조직은 또 다른 1Q84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바깥세상의 법과 도덕이 통하지 않고 극단적 이상주의에 빠져 살아가는 새로운 우주다.
현실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코뮌은 처음엔 순수했겠지만 점점 전체주의의 성격을 띤다. 리더의 말에 비판 없이 순종하다보니 다수의 인권을 말살하면서도 본인들이 잘못되었다는 자각이 없다.
인간이 희생되는 종교라니 주객이 전도되었다.
아오마메
빈틈없는, 적확한, 군살 없고, 유능한, 반듯하고, 꼿꼿하고, 야무지고, 흐트러짐이 없는, 키 크고, 날씬하고, 꾸준히 단련하는... 그녀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어려서부터 혼자 살아야했기에 갖추어야했던 덕목들이다. 완벽해서 좋아 보이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살아야하는 그녀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완벽한 솜씨로 악당을 처단한 날 밤, 긴장을 해소하고자 원나잇을 한다. 악인을 죽였으니 행복할까. 그게 아니라면 성취감이 있을까.
아오마메는 가정폭력범을 살해하러가는 길에 자신도 모르게 1Q84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오마메의 부모, 그 부모가 믿는 ‘증인회’, ‘선구’라는 종교집단의 지도자와 추종자들. 그들은 모두 극단적 이상주의에 빠져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작게는 가정 내 아동학대이고 크게는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자신만의 믿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녀가 왠지 사이비 종교에 빠져 딸을 힘들게 했던 그녀의 부모와 많이 닮아 보인다.
덴고
NHK수금원이었던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는 있을지언정 현재는 가장 심신이 건강해 보이는 인물이다. 수학 강사면서 소설을 쓴다는 점이 특이하다. 작가가 덴고를 통해 논리적, 감성적으로 완벽한 인물을 그리고 싶었나하는 생각도 든다. 덴고는 평생을 규칙적으로 반듯하게 살고 싶은 하루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10살 위의 유부녀 애인이 있다는 점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다.
순수하지만 사물을 정확하게 보는 후카에리와 그녀의 보호자 에비스노 선생이 덴고를 만나자마자 무한 신뢰해서 <공기 번데기>의 리라이팅을 허락하는데는 아마 그에게서 의롭고 심지 굳은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배척당하는 소수가 아니라 배척하는 다수에 속한다는 것으로 다들 안심을 하는 거지. 아, 저쪽에 있는 게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하고. 어떤 시대든 어떤 사회든 기본적으로 다 똑같지만 많은 사람들 쪽에 붙어 있으면 성가신 일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래, 소수의 사람 쪽에 있으면 성가신 일만 생각해야 하지.”
“그렇다니까.” 우울한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 속하면 적어도 자기 머리를 쓸 수 있게 될지도 몰라.”
“머리를 써서 성가신 일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건 문제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덴고는 말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나쁘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 반에서 몇 명쯤은 머리를 올바르게 쓸 줄 아는 아이가 있을테니까.”
(1권 p.160~161)
작중에서 덴고와, 자신의 딸이 따돌림 당한다고 걱정하는 그의 애인이 전화로 하는 대화의 일부다.
덴고는 자신이 초등학교때 따돌림 당하는 아오마메를 구해주었듯이 반에서 누군가는 올바른 생각을 하는 아이가 있을 거라고 믿고 애인을 위로한다.
달이 두 개인 세상에 사는 아오마메와 달이 두 개인 세상의 이야기를 쓰는 덴고.
체호프는 말했다. ‘소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대단한 명언이다. (1권 p.559)
체호프의 명언에 충실한 작가다. 650페이지 분량에 문제제기만 가득한데 그것조차도 몽환적이다.
2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