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스 1세는 폴리아나가 입은 차림 때문에 놀랐다. 차라리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면 덜 놀랐을 것이다. “경 로브를 입었구나. 아주 잘 어울린다. 짐이 경이 안 어울려서 놀란 게 아니라, 경이 치마 입은 것이 뜻밖이라, 그래, 보기 좋구나. 예쁘다. 귀경은 갑옷도 치마도 다 잘 어울려.” 당황하여 변명이 길었다. 황제는 몰랐다. 폴리아나가 치마 입은 것보다 놀라운 일이, 심장이 뚝 떨어질만한 일이 곧바로 그를 덮칠 줄은. 쿵! 폴리아나가 룩소스 1세의 팔을 붙잡았다. 동시에 황제가 벽으로 몰렸다. 폴리아나가 벽 짚는 소리가 요란했고 룩소스 1세의 등은 벽에 닿았다. 팔과 벽 사이에 황제를 가둔 폴리아나의 눈이 룩소스 1세와 마주쳤다. 그녀의 시선이 흔들림 없이 룩소스 1세를 직시했다. 반대로 룩소스 1세의 시선은 거칠게 흔들렸다. 룩소스 1세가 입술을 달싹이자마자 폴리아나가 힘차게 몸을 돌렸다. 그녀는 창문 덮개를 닫고 창문을 닫은 뒤에 커튼까지 쳤다. “밖에서 화살이라도 날아오면 어쩌시려고!” 그녀의 주군께선 가끔 이렇게 사람을 놀래키셨다. 창문에 이어 문을 안에서 잠가 안전을 확인한 뒤 폴리아나가 룩소스 1세를 돌아봤다. “폐하!” 폴리아나가 기겁해서 황제에게 달려갔다. 룩소스 1세가 가슴 위쪽으로 손을 얹고 거칠게 호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칠게 호흡하는 미청년은 한눈에 봐도 심장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폴리아나가 달려가자 룩소스 1세는 그녀의 품으로 몸을 기울였다. 폴리아나는 얼른 그녀의 가슴에 황제가 기대도록 조치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심장이, 심장이.” “최근 과로하신다 들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의사를 불러올까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누워 계십시오.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 폴리아나가 룩소스 1세를 바닥에 눕혀 사람을 부르려고 하는데 황제의 손이 다급하게 그녀를 붙들었다. “가지 말거라. 별것 아니다. 이대로 조금 쉬면 나을 것 같구나.” 말을 빠르고 또박또박하는 걸 봐선 이미 다 나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폴리아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룩소스 1세가 입고 있는 제복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 룩소스 1세가 뭐라고 웅얼거렸다. “여자가 남자 가슴 이렇게 풀어헤치고 그러는 거 아니니라.” “폐하, 이럴 때 농은 참아 주십시오.” 폴리아나의 손이 거침없이 상의 안쪽을 파고들었다. 매끈한 속살의 감촉보다 내부의 고동에 폴리아나는 더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