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 섬에서 만난 양서류 중에서 가장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은 중국인 인부가 가져온 커다란 청개구리였다. 인부는 녀석이 키 큰 나무에서 마치 나는 듯 비스듬하게 활강하는 것을 봤다고 장담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발가락이 매우 길고 물갈퀴가 발가락 끝까지 나 있어서 발가락을 쫙 펴면 면적이 몸보다 훨씬 넓었다. 앞다리에도 막이 달려 있어서 몸을 크게 부풀릴 수 있었다. 등과 팔다리는 매우 짙고 반짝이는 초록색이고 배와 발바닥은 노란색이지만, 물갈퀴는 검은색에 노란색 줄무늬가 나 있었다. --- p.70
나이가 별로 다르지 않은 두 녀석의 행동이 사뭇 다르다니 신기했다. 새끼 미아스(보르네오오랑우탄)는 어린 아기처럼 무방비 상태로 누워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네 발을 허공으로 뻗은 채-하지만 손가락으로 구체적인 물체를 가리키지는 못했다-이쪽저쪽으로 한가롭게 뒤척였으며, 불만이 있을 때면 이빨이 거의 나지 않은 입을 크게 벌려 아기처럼 고함을 질러 욕구를 표현했다. 반면에 새끼 원숭이(필리핀원숭이)는 늘 분주했다. 내키는 대로 달리고 뛰어오르고 모든 것을 살펴보고 아무리 작은 물체라도 정확하게 집었으며 상자 귀퉁이에서 균형을 잡거나 기둥 위로 기어올랐고 먹을 수 있는 것을 발견하면 다짜고짜 입에 넣었다. 이보다 더 대조적일 수는 없었다. 새끼 미아스는 상대적으로 더 아기 같아 보였다. --- p.78
나는 이 나무들이 본디 기생목이었으리라 추측한다. 처음에는 새가 씨앗을 날라다 키 큰 나무의 가지 사이에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곳에서 아래로 공기뿌리를 뻗어 자신을 지탱하는 나무를 움켜쥐고 결국은 고사시켜 시간이 지나면 주인과 객이 완전히 뒤바뀐다. 이렇듯 식물계에서도 사투가 벌어진다. 우리가 쉽게 관찰하고 알 수 있는 것은 동물들의 투쟁이지만 식물들의 투쟁도 패배자에게는 그에 못지않게 치명적이다. 빛과 온기와 공기에 더 빨리 접하는 이점을-덩굴식물도 이를 위한 나름의 방식을 발달시켰다-여기서는 나무가 누린다. 이 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몇 해 동안 자란 뒤에야 다다를 수 있는 높이에서 생을 시작할 수단이 있으며 다른 나무들이 쓰러져 자리를 내어준 뒤에야 독자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 p.121
자와 섬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발리 섬과 롬복 섬은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말레이 제도를 통틀어 힌두교가 아직 남아 있는 유일한 섬이며, 동반구의 두 거대한 동물학적 구분에 해당하는 두 극점을 이룬다. 겉모습과 모든 자연적 특징은 비슷하지만 두 섬의 동식물은 판이하게 다르다. 나는 보르네오 섬, 믈라카, 싱가포르 섬에서 2년을 보낸 뒤에 마카사르로 가는 길에 본의 아니게 두 섬에 들렀다. 싱가포르 섬으로 곧장 가는 항로를 탈 수 있었다면 결코 두 섬 근처에 가지 않았을 테고, 그랬다면 동양 탐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발견을 놓쳤을 것이다. --- p.205
티모르 섬의 산악 부족은 파푸아인 유형의 민족으로, 몸매가 호리호리하고 머리카락이 덥수룩하고 곱슬곱슬하며 피부는 탁한 갈색이다. 코가 길고 콧부리가 튀어나왔는데 이는 파푸아인의 특징으로 말레이 계통의 민족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해안에는 말레이 민족과 아마도 힌두인, 포르투갈인이 많이 섞였다. 키는 대체로 작고 머리카락은 반곱슬이며 이목구비가 덜 뚜렷하다. 집은 땅바닥에 짓지만, 산악 부족은 9~12미터 높이의 말뚝 위에 집을 짓는다. 평소 복장은 사진을 모사한 257쪽 삽화에서 보듯 긴 천을 허리에 감고 무릎까지 늘어뜨린다. 두 사람 다 전통 우산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부채모양 야자 잎을 통째로 써서 만들었으며 찢어지지 않도록 작은잎의 겹친 부분을 꼼꼼히 꿰맸다. 소나기가 오면 이것을 펼쳐 머리 위에 비스듬히 치켜든다. 작은 물바가지는 벌어지지 않은 야자 통잎으로 만들었으며, 뚜껑 덮은 대나무 통에는 내다 팔 꿀이 들어 있을 것이다. 다들 신기하게 생긴 지갑을 들고 다니는데, 네모난 천을 단단히 꿰매고 네 모서리를 끈으로 묶고는 곧잘 구슬과 술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오른쪽 사람 뒤쪽으로 벽에 기대어 있는 대나무들은 물통 대용품이다. --- p.256~258
이 나비(크로에수스비단제비나비)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마침내 녀석을 잡았을 때 내가 느낀 희열은 자연사학자가 아닌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녀석을 그물에서 꺼내어 멋진 날개를 펼치자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피가 머리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임박한 죽음을 예감할 때보다 훨씬 어질어질했다. 지나치게 흥분한 탓에 그날 내내 머리가 지끈거렸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흥분한 이유에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 p.430
한편으로는 이렇게 빼어난 피조물(왕극락조)이 이 야생의 인적 없는 지역에서, 오래도록 미개한 채로 남아 있을 이곳에서만 삶을 살아가고 매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인이 이 오지를 찾아와 이 원시림 귀퉁이에 도덕적, 지적, 물질적 빛을 가져다주면 유기적 자연과 무기적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가 교란되어 그만이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놀라운 구조와 아름다움을 지닌 바로 이 존재가 사라지고 결국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모든 생물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많은 생물은 인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들의 생명 순환은 인간과 별개로 흘러왔으며 인간의 지적 발달이 진행될 때마다 교란되거나 파괴된다. 이들의 행복과 기쁨, 사랑과 미움, 생존 투쟁, 격렬한 삶과 이른 죽음은 자신의 안녕과 영속과만 직접적 관계를 맺으며,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수많은 생물의 동등한 안녕과 영속에 의해서만 제약될 것이다.
--- p.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