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철학은 시대의 자식입니다. 한 시대의 특수한 문제의식을 보편적 단계의 사유체계로 승화시킨 것이 철학입니다.
언제부턴가 철학자들의 말에 공감하게 되고, 그 말들을 내가 처한 현실에 비추어 생각해보기도 하며, 그 말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심리학, 역사학, 사회학 등등의 책을 읽어봐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듯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지적 호기심이 많거나, 혹은 지적 허세라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현상학적으로 이슈를 설명해놓은것은 가려운곳을 긁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동양철학 서양철학책을 보기 시작했다.
몇백년 몇천년전 그들이 말하는 철학의 이야기는 지금에 내가 가지는 '왜' '어째서'라는 매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하나씩 힌트를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철학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원에 가서 철학공부를 제대로 해보고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사실, 그 철학자들의 이론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지 쉽게 알아듣기 어렵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그런점에서 엄청 쉬운 철학책이다. 무지 빠르게 쉽게 읽히며, 문장이 너무 쉽다.
문장이 쉬운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참으로 비장하기도, 통렬하기도, 또 아이러니하게 희망적이기도 하다.
어려운 개념을, 생각을, 저렇게 쉬운 문장으로 쓰다니, 참으로 존경스럽다.
최진석 교수님은 그랜드마스터클래스 2017 강연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45분의 강의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마치 답답한 이시국에 응답을 받은 느낌?
모든 지식은 '문제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이롭게 하는 문제이므로, 그로 인해 만들어진 모든 지식은 '공공선'을 위한 것이며 도덕성이 높고 윤리적이다. 그러므로, 지식이 높은 국가의 윤리적 수준은 지식이 낮은 국가에 비해 높다.
이부분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부정부패가 많으며, 도덕적이지 않고, 대통령이 무능한데 본인의 무능을 몰라 뻔뻔한가. 왜 사람들은 여유가 없고 하루하루 시달리며 살아가나. 왜 다들 삶이 힘들다고 하나.
그저 현상학적으로 설명하는 많은 말들은 그저 좋은 가설, 혹은 좋은 변명, 혹은 좋은 설명이 될뿐이었다.
최진석 교수님의 저 말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 우리가 지식을 창출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기에 그렇구나. 우리가 지식을 소비하는것에서 넘어서, 높은수준의 사유를 하기 위해 질문을 하고 판을 넓혀야 하는구나.
- 높은 수준의 사유는 어떻게 하는것인가. 높은 수준의 사유는 시대에 기반한다. 시대에 대해 치열히 고민하고 관찰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유할수 있다. '적토성산'을 하게 되며 ' 통찰력은 행운처럼 주어진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모든 고민들, 사회에 대한 고민, 가족과 직업에 대한 고민, 사람에 대한 고민이 모두 내가 처한 현실에 기반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치열하게 생각할때,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선물처럼 주어질 것이다. 그러하면 나는 철학자의 시선으로 사유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