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쿵푸 아니고 똥푸」
친구들 앞에서 똥싸개가 된 탄이, 똥푸맨에게 우주 최고의 무술 똥푸를 전수받다!
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세발자전거 두 대의 바퀴 수는 모두 몇 개냐고 물었을 때, 일이 터졌다. 탄이가 그만 바지에 똥을 싸고 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엄마를 닮은 피부색 때문에 “까맣게 탔니?”라고 놀림 받던 탄이는 이제 똥장군, 똥싸개라고 불릴 생각에 갑갑하다. 낙담한 탄이 앞에 황금빛 똥 근육을 꿀룩거리는 똥푸맨이 나타난다. 똥푸맨은 탄이에게 우주 최고의 무술 똥푸를 전수하고 똥의 위대함에 대해 알려 준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파워레인저처럼 세계에서 제일가는 영웅들의 일급 노하우가 출동하기 전에 똥을 꼭 싸는 것이라나? “너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 똥푸맨이 언제든 올게.”라는 똥푸맨의 약속에 탄이의 걱정은 훌훌 날아가고, 자신감도 쑤욱 자란다.
“장군 오셨쎄요? 똥장군!”이라고 놀리는 반 아이들에게 똥의 위대함을 당당히 알릴 만큼! 다음 날, 탄이는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과 반찬을 골고루 잘 먹고, 뽈록한 배를 하고 변기에 앉아 외친다. “멸치, 두부, 깻잎이여! 당신의 몸과 마음을 나에게 다 주었으니 나는 힘을 낼 거야. 또오오오오오옹푸!” 해마다 미뤄지기만 했던 엄마의 고향 필리핀 방문을 도우러 출동하기 위해서다. 탄이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탄이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일어서는 과정을 아이다운 상상력과 순수함으로 밀고 나가는 이 이야기는 읽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똥푸맨과 신나게 뛰노는 동안 마음 바탕에 불끈 힘이 솟았다면 이미 우주 최고의 무술을 전수받은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오, 미지의 택배」
아홉 살 미지에게 도착한 첫 택배! 택배 상자에서 나온 운동화가 미지를 데려간 곳은?
아홉 살 오미지의 기준에서 어른이란 이런 것이다. 큰길에서 손을 흔들었는데 택시가 서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아무리 해도 엄마 아빠가 본체만체하거나, 자기 앞으로 온 택배 상자를 받는 것. 그런데 어느 날 미지의 인생에 첫 택배가 도착한다. 보낸 이의 이름은 너덜너덜 찢겨 있어서 한 글자도 알아볼 수가 없는 택배 상자에선 정체 모를 하얀 운동화와 제품 설명서가 나온다. 설명서에는 하얀 운동화를 신고, 만나고 싶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리면, 운동화가 천국에 있는 누군가에게 데려다 준다고 적혀 있다. 미지는 망설임 없이 온 마음으로, 온 배 힘을 끌어모아 그리운 이름을 외친다. “봉자야, 봉자야, 봉자야!” 하고.
“유년동화의 서정성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라는 심사평처럼, 「오, 미지의 택배」는 사랑하는 개 봉자를 잃은 미지가 봉자와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리고, 진정으로 “안녕, 봉자야.”라고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다. 봉자와는 헤어졌지만 봉자 덕분에 얻은 사랑의 마음만은 고스란히 남았다. 그래서 미지가 다시 돌아온 일상 속에는 봉자처럼 사랑할 것이 너무 많았다.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활짝 핀 벚꽃들처럼, 불가항력적인 아픔의 시간을 통과한 미지는 실은 봉자가 언제나 자기 곁에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훌쩍 자라 있는 제 마음의 키도.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건 큰길에서 택시가 서거나, 제 앞으로 온 택배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일이란 것도.
세 번째 이야기 「라면 한 줄」
겁쟁이 시궁쥐 ‘라면 한 줄’에게 내려진 쥐덫 뺨치게 무시무시한 임무는?
‘라면 한 줄’은 하수구 시에서 가장 겁 많은 시궁쥐의 이름이다. 다른 시궁쥐들이 ‘쪼르르’를 40번이나 해야 하는 김밥집에 가거나, 쪼르르를 60번은 해야 하는 생선 가게에 갈 때, 라면 한 줄은 쪼르르를 세 번만 하면 되는 집 앞 라면 가게에서 고작 라면 한 줄만 낚아채 돌아오기 때문이다. 엄마는 세상은 커다란 쥐덫 같다며 항상 조심, 또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그런 라면 한 줄이 마을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외눈박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된다. 믿을 거라곤 매일 밤 꾸준히 라면 한 줄을 구해 온 성실함과, 부르면 요정이 나타난다는 엄마의 자장가 “요스요스 야호 쥬스쥬스 야하”뿐. 외눈박이를 향해 쪼르르, 쪼르르 나아갈수록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간신히 외눈박이 고양이를 찾아낸 라면 한 줄은 뜻밖에도 곤경에 처한 외눈박이를 목격하게 되는데…….
「라면 한 줄」은 독자들에게 여리디 여린 주인공이 막강한 악당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카타르시스를 주면서도 우리가 무엇과 대결하고 어떤 용기를 내어야 하는지를 곰곰이 곱씹게 하는 이야기다. 눈앞의 적은 단지 처단의 대상이 아니라 나처럼 숨을 쉬고 고통을 느끼는 또 하나의 생명이며, 적이라 이름 붙인 그 생명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잃지 않아야만 진정한 승자라는 것을, 매일 밤 들려준 엄마의 자장가 속에 진정한 ‘힘’이 담겨 있었음을 독자들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