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보는 가장 깊은 시선은 철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1973년 처음 출간된 이래 이 책은 당시 척박하던 학문적 풍토에서 미학·예술학을 이 땅에 정립시킨 주춧돌이었다. 저자는 너무나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전통미학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예술을 바탕으로 그 철학적 근거를 밝혔다. 이에 많은 이들에게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는, 가장 체계적인 이론서라 평가 받아왔다.
먼저 예술철학의 기본문제를 다룬 후 현대의 예술이론과 한국미를 다뤘다. 그리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미학', '홍익미술', '숭대논문집'에 발표된 미학논문을 전재했다.
한국 예술철학의 정체성 찾기
제3부의 ‘민속예술에 대한 논고’, ‘한국의 전통미와 정통의식’, ‘동서의 인체비례’, ‘예술에서 초월의 문제’ 등을 보면 저자의 한국 예술철학에 대한 관점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현실을 주체적으로 살아낸 예술가로 환기, 중섭, 수근 같은 화가들을 꼽았다. 또한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어떤 형식을 취하든 이어받아야 할 정신을 옳게” 살려서 “자신의 체험미”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즉, 주체적으로 ‘정통의식’을 갖고 ‘전통미’를 계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고유섭 이래 한국 예술철학의 학문적 과제가 ?예술철학?에서 일단락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학 예술학이라는 학문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동시에, 예술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에 무기력했던 서구 근대미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의 현실을 끌어안고 있다.
'현대 한국의 명저 100권’에 선정
현재 예술학계에서 활동하는 사람 치고 『예술철학』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이 책은 고전으로 잡았다. 과거와 현재, 서구문화 수용과 전통의 지속, 이론과 실제, 좌와 우, 예술과 비예술 사이의 틈이 아울러지게 하는 이 책이 많은 지성을 감동시킨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그 결과로 이 책은 지난 세기 ‘현대 한국의 명저 100권’에 올랐으며, 조요한 선생이 국내 최초로 미학부문의 대한민국학술원 정회원으로 추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름다운 삶과 예술을 열망하는 이들에게
저자 조요한 선생은 판을 거듭하던 이 책의 간행을 한동안 멈추게 했다. 두세 편의 글을 덧붙일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머리말을 다시 쓰고, 부분 교정만으로 다시 간행하리라는 말씀을 뒤로한 채 작고하셨다.
1973년 출간되었던 『예술철학』을 토대로 한글세대를 위해 한자를 한글 표기로 바꾸고, 각주를 다듬고, 본문에서 언급되는 작품 도판(102컷)을 추가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부분적인 교정을 했다.
이 책이 다시 발간되어 새로운 세대에게 읽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온갖 이론이 예술계를 점령하여 난해한 현대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기본부터 되짚어 가면서 예술철학의 기초와 우리 예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론 전공자뿐 아니라 창작을 하는 예술가나 일반 독자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삶과 예술을 열망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잡아왔던, 그 힘이 다시 한번 새롭게 발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