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는 환자의 체질이나 암의 상태 등에 잘 맞추면 눈에 띄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 후두암 등 일부 조기암에 대해서는 방사선요법과 병행해서 사용하면 외과수술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항암제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은 제한적이며,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들이 ‘항암제로는 암이 낫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른다. --- p.22
만약 항암제 치료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1년은 더 살고 싶으니 설령 부작용 때문에 힘들더라도 그 기간만큼은 치료를 더 받겠다’ 하는 식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항암제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바라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생각해서 주치의에게도 의견을 말하자. 그렇지 않으면 ‘그만둘 때’를 놓쳐서 그다지 효과도 없는 치료에 힘겹게 매달릴 수도 있다. --- p.34
의사들이 암을 고치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많은 의사가 기본적으로 ‘환자는 의료 지식이 없으며, 내 치료 방법이 옳다’라고 생각해서 그 방법을 일방적으로 환자에게 강요한다. 한편 내과의가 항암제의 한계와 위험을 숙지하고 있듯이 외과의도 외과수술의 한계와 위험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막상 자신이 암에 걸리면 ‘외과수술’이라는 수단을 거부하기도 한다. --- p.52~53
의사는 설령 ‘외과수술이 더 확실하게 치료하는 방법이다’, ‘최대한 잘라내는 편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환자에게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장점과 단점을 설명해야 한다. 또 환자도 수술을 받은 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2차 의견(다른 의사의 의견)을 알아보는 등 정보를 수집해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 p.63
면피 의료의 문제점은 ‘진료 지침이라는 매뉴얼에 따른 치료만 함에 따라 환자가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환자는 저마다 개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암에 걸린 원인도, 체질도, 사정도 각각 다르다. 본래는 암에 걸린 원인을 찾아서 그것을 제거하거나 환자의 가치관 또는 희망에 맞춰서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환자를 보지 않고 암이라는 병과 진행 상태만을 보고 진료 지침에 환자를 끼워 맞추는 의사가 참으로 많다. --- p.89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암은 생명과 인생이 걸린 병이다. 의사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은 아닐지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의사는 의학의 전문가이지만 환자에게 무엇이 행복인지, 환자가 무엇을 바라는지는 알지 못한다. 의사에게 치료를 ‘일임’했는데 효과가 없을 경우 고통 받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환자 자신이다. --- p.105
또 2차 의견을 구할 때는 가급적 주치의와는 다른 진료과도 찾아가 보기 바란다. 앞에서도 썼듯이, 의사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높기 때문에 가령 외과의라면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보다 수술을 통한 치료를 주장하기 쉽다. 따라서 진료과가 다르면 다른 치료 방법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 p.107
의사는 자신이나 가족이 암에 걸렸을 대 비로소 ‘한 인간’이 되어 ‘모든 환자는 저마다 자신만의 사정과 생각, 희망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 p.112
참고로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대체의학은 믿지도 않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시도해서는 안 되는 대체의학’은 다음 세 가지다. -반드시 낫는다고 주장하는 요법, -서양의학을 포함하여 다른 치료 방법을 전부 부정하는 요법, -터무니없이 비싼 비용이 드는 요법.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암의 원인이나 진행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며, 체격이나 개인차가 있다. ‘어떤 상태든, 어떤 암이든 효과가 있는 치료법’,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법’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없다. --- p.128~129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암환자를 진료해왔다. 물론 암의 상태나 치료 내용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마음가짐이 암의 진행이나 치유 상황, 생존율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장 경과가 좋은 환자는 역시 정신력이 강하고 치료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임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서양의학이든 대체의학이든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판단하며,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은 모두 시도해본다. --- p.155
서양의학의 연명치료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을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항암제의 부작용에 괴로워하거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사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하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과연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느 시점에 연명치료를 그만두고 삶의 질을 유지한 채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를 기다리는 선택도 괜찮지 않을까? --- p.173~174
암에 관해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