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9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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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1쪽 | 243g | 128*188*20mm |
ISBN13 | 9788932909363 |
ISBN10 | 8932909369 |
출간일 | 2009년 1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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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1쪽 | 243g | 128*188*20mm |
ISBN13 | 9788932909363 |
ISBN10 | 8932909369 |
칠레 출신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첫 소설로 단번에 세계적 베스트셀러 순위를 차지했던 책. 아마존 부근 일 이딜리오에 살고 있는 노인의 꿈은 오두막에서 평화롭게 연애소설을 탐닉하는 것. 하지만 노다지를 찾아 모여든 '양키'들은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들쑤시고, 원주민들은 하나 둘씩 삶의 터전을 떠난다. 어느 날 누군가가 정글의 맹수를 화나게 하고, 노인은 깨진 자연의 균형을 바로하기 위해 총을 들고 숲으로 향한다. 추리 소설적 기법을 사용해 정글이라는 배경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 저자의 탁월한 재능이 돋보이는 글로 이후 그의 소설들을 일관하는 주요한 특징들이 탄생한 소설이다. |
연애 소설 읽는 노인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적자, 루이스 세풀베다 루이스 세풀베다 연보 |
《연예 소설 읽는 노인》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노인은 천천히,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노인은 사탕수수대로 엮은 오두막에 살았다. 거의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단출한 생활 용품을 제외하면 황마로 짠 침대용 그물그네와 석유 풍로가 놓인 맥주 상자와 다리가 긴 탁자가 전부였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리가 긴 탁자였다. 그것은 그가 난생 처음으로 등에 통증을 느끼던 순간에 어찌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절감하고서 가은한 의자에 앉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만든 식탁이자 책상이었다. 그는 강가로 난 창문을 통해 푸른 강물을 쳐다보며 그 탁자 위에 음식을 차려 선 채로 먹거나 연애 소설을 읽었다.
두 사람 앞에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난 것은 모든 것을 운명에 내맡기고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반쯤 벌거벗으 몸에 얼굴과 머리에 팔을 여러 가지 과즙으로 색칠한 그들은 그곳의 원주민인 수아르 족 인디오들이었다. 두 사람을 보다 못한 인디오들이 동정심을 느낀 나머지 구원의 손길을 뻗쳤던 것이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사냥하는 법, 물고기를 잡는 법, 폭우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오두막을 짓는 법, 먹을 수 있는 과일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터득한 일이었다.
또한 그는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고 결정한 부락의 노인들을 위해 베푸는 고결한 의식에도 참여했다. 그들은 임종을 앞둔 노인이 치자 즙과 나테마 즙을 마시고 그 효과로 이미 예정된 내세의 문을 통과하는 동안 스스로 잠이 들면 그 육신을 부락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서 온몸에 달콤한 종려나무 꿀을 바르고, 그 다음날 죽은 자로 하여금 저세상에서 현명한 나비나 물고기나 동물로 다시 환생하길 축원하는 어넨트를 읊조리면서 밤사시에 개미들에 의해 완전하게 육탈이 된 하얀 분골을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