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9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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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67g | 148*210*20mm |
ISBN13 | 9788954609128 |
ISBN10 | 8954609120 |
발행일 | 2009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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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67g | 148*210*20mm |
ISBN13 | 9788954609128 |
ISBN10 | 8954609120 |
1장 2장 3장 4장 미시마 유키오, 그 인간과 문학(사예키 쇼이치) 『가면의 고백』에 대하여(후쿠다 쓰네아리) 해설 ㅣ 가면을 쓴 작가의 고백(허호) 옮긴이의 말 미시마 유키오 연보 |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미시마 유키오 작가님의 < 가면의 고백>을 감상하고 작성하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에는 금각사를 읽으려고 했는데 이 작품을 발견하고 먼저 읽어요. 이 소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자전적 소설이라 좀 더 주인공과 좀 더 가깝게 느껴져서 금각사 읽기 전에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원문의 감동은 어떨지 궁금해질 정도로 글이 참 유려해요. 다만, 작품 외적인 부분이긴한데 표지를 좀 변경했으면 좋겠어요.
『가면의 고백』 주인공은 외면적 삶과 내면적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동성애자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성애자의 인상과는 크게 다르다. 요즘 시대에 이르러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향을 떳떳하게 드러내며 문제 없이 살아가지만, 주인공은 일반인의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이성애자라는 가면을 쓴 채 행동과 심리가 엇갈려 나뉘고 있다.
정상성이란 무엇일까? 정상성이란 사회 내에서 무작위로 고른 어떤 한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보편성을 의미한다. 정상성에 어긋나는 이단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쩐지 불편한 감정이 들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정상성은 사회가 밀어붙이는 억압적 관습인 것이다.
주인공은 이러한 정상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삶을 살아간다. 겉으로는 유흥을 즐기고 사랑도 할 줄 아는 흔해 빠진 청춘의 가면을 에두르지만, 속으로는 강인한 남성의 단단한 근육질에 에로스를 느끼며 잔인한 공상에 빠져들곤 한다. 누구는 그 삶에 대하여 떳떳하지 못한 소극적인 삶이라 비난할 수 있지만, 나는 그가 갈구하는 내적 욕망에 대해 연민의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는 가면을 에두른 것으로 알다시피 현실에서의 진실한 사랑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오로지 온전한 일상을 영위하고자 하는 태도로 가면을 쓴 채 허위와 가식으로 물든 비극적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로 하여금 나에겐 얼마 전 다시 읽은 고전소설 『이방인』을 떠올리게 한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사회가 들이미는 정상성을 거부한 채 진실된 태도로 일관하여 삶을 살아가지만 끝내 비극을 맞이한다. 『가면의 고백』 주인공은 어쩌면 그러한 비극의 예지몽을 꾸었던 건 아닐까? 진실된 삶과 사회적 관습 및 정상성,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양극을 이룬다면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는가. 그러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과연 돌연변이로 치부하며 극히 소수일 뿐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런 경우의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가히 유전자의 비극이라 말하며 불쾌함을 표해야할까?
참으로 어렵다. 이러한 부조리를 잘 표현해낸 작품, 『가면의 고백』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전형적인 일본식 탐미주의' 그리고 읽는 동안 왠지모를 괴로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으나, 필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가 맛있다고 해야하나....곱씹어 느끼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탓에 할머니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도니스같은 육체적으로 활력있고, 생기 넘치는 소년이나 청년에 대한 동경을 품고 이어 욕망이라는 것의 감정을 깨닫게된다. 구이도 레니의 '성세바스티아누스' 그림을 보며 처음으로 성적 욕망을 경험한다. 이것이 옳지 못한, 사회적으로 나쁜 것으로 취급되는 감정임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해 고민하고 남과 다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기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는 이를 '타고난 결함' ,타고난 죄악으로 이를 여긴다.
남의 눈에 나의 연기로 비치는 것이 나로서는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었고 남의 눈에 자연스러운 나로 비치는 것이 곧 나의 연기라는 메커니즘을 그 무렵부터 나는 희미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 때 남의 눈에 비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괴리감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눈에 비치는 나도 나이고 내가 생각하는 나도 '나'라는 존재가 아닐까 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남의 눈에 보이는 나도 내가 만들어 낸 나의 모습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과연 본질적인 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뭐가 되었든 나는 '나'라는 생각이다.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 그래서 더욱 이 문장에 공감한다.
'살에까지 파고든 가면, 살집이 달린 가면만이 고백을 할 수있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이다라는 것이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함이라고 정의내림으로써 작가는 독자와 나아가 자기 자신도 배제시킨다. 자신의 불완전함, 운명적으로 타고난 결함을 숨기고도 싶었지만, 또한 이를 직시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진다. 가면을 벗겨내고 이것에 좌지우지 되지 않으려는 노력,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가면의 고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