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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여자

[ 개정판,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014이동
리뷰 총점8.7 리뷰 17건 | 판매지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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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9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30g | 148*210*30mm
ISBN13 9788954609159
ISBN10 8954609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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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작가적 실험정신과 노골적 성애묘사로 논란을 일으킨 문제작


200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여성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2001년, 칸 영화제 사상 최초로 그랑프리와 남녀 주연상을 모두 석권한 영화, '피아니스트(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원작소설이다. (참고로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와는 전혀 다른 영화이다.) 유능한 피아니스트인 에리카 앞에 나타난 금발의 공대생 클레메. 아름다운 제자를 사랑하는 여자 선생님의 이야기가 충격적인 영상으로 그려졌으며, 국내 개봉 당시, 화장실 바닥에 앉아 키스하는 남녀의 사진이 실린 영화 포스터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이다.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는 작가의 급진 페미니스트적 시각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피아니스트 에리카. 자신을 정신적으로 억압하고 결속하는 어머니를 증오하며 성적 불구자로 지내온 에리카가 제자와 비틀린 애정행각을 벌이는 내용으로, 모녀 및 남녀 관계의 폭력성을 격렬한 언어로 표현한 작품.

작가는 대부분의 여성 운동가들과 달리, 여성 자신의 우매함이 가부장적 사회의 존립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가졌고, 이 같은 무자비한 여성의식 때문에 다른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반 페미니스트'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은 가차없는 현실 폭로, 노골적인 성묘사 등으로 격찬과 비판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으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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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이병애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1961년 독일 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독일 뮌헨대학에서 수학했다. 1965년부터 2003년 2월까지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잉게보르크 바흐만 연구』가 있고, 연구 논문으로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말리나』에 나타난 자아분열과 자아일치의 문제」 「‘도전의 여성미학‘으로서의 여성적 글쓰기」, 「90년대 독일 여성문학사에서 재평가된 엘프리데 옐리네크」 등이 있다.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와 『탐욕』(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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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직 어머니가 있으니 남자와 결혼할 필요가 없다. 두 사람에게 새로운 가족이 하나 생기면 그는 당장 내쳐지고 소외당할 것이다. 그 인물이 예상대로 쓸모없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판명되는 날이면 즉시 그와의 관계는 끝이 난다. 어머니는 가족 구성원이 되려는 사람들을 망치로 두드려보고 하나씩 하나씩 추려낸다. 솎아내고 거절하고 시험해보고 버린다. 이런 방법을 쓰면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기생족들은 생길 수가 없게 된다. “우리끼리만 사는 거야, 에리카야. 우리는 그 누구도 필요 없지 않니?” --- pp.21~22

아무도 집에 없을 때 에리카는 일부러 자신의 몸을 벤다. 그녀는 벌써 오래전부터 남에게 들키지 않고 몸에 칼을 댈 수 있는 순간을 항상 엿보고 있다. 문이 찰칵 소리를 내자마자 아버지가 쓰던 그녀의 부적, 즉 다목적 면도칼을 꺼내온다. 그녀는 다섯 겹으로 싼, 처녀막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비닐 주머니에서 이 면도칼을 풀어낸다. 면도칼을 다루는 솜씨에 있어서 그녀는 아주 능숙하다. 더 이상 어떤 생각으로도 흐려지지 않고 더 이상 어떤 의지로도 주름지지 않는 아버지의 텅 빈 이마 밑 부드러운 뺨을 그녀가 면도해야 했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 면도날을 자신의 살에 대려 한다. --- p.121

에리카는 발터 클레머가 그녀에게 고통을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클레머는 에리카에게 고통을 주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는 에리카의 뜻에 따를 수 없다고 말한다. 에리카는 그가 노끈과 밧줄들을 튼튼히 얽어매서, 그 자신도 매듭을 풀 수 없게 만들라고 부탁한다. “나를 가차없이 다뤄. 있는 힘을 다해서 묶어줘! 그리고 몸 어디든지 다 그렇게 해.”--- p.294

불 꺼진 여러 창문들을 올려다보며 클레머는 조용히 위치를 가늠해본다. 그는 누구 방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창문 하나를 올려다본다. 그 창문의 방이 에리카의 것이면서 또한 그녀 어머니 것일 거라고 그는 추측한다. 그 방을 부부 침실로 간주하는 것이다. 에리카와 어머니라는 한 쌍의 부부 말이다.
--- p.347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피아니스트가 되는 데 실패하고 음악원 피아노 선생으로 남게 된 에리카는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어머니에게 ‘내 귀여운 회오리바람’이라고 불린다. 어머니에게 있어 딸은 남편(남근)의 부재를 채워주고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충족시켜줄 유일한 존재이다. 어머니는 에리카의 생활 전체를 통제하고, 딸에게 ‘유일하고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될 것을 역설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한다. 자신과 딸 사이에는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다. 에리카가 옷, 구두, 장신구 따위를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도 딸이 예쁘게 꾸미고 다녀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딸이 오로지 ‘자신만의 에리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어머니의 통제는 어려서부터 에리카에게 남들이 가진 물건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게 했고, 그것은 곧 자신이 갖지 못한 물건들을 파괴하고 그 소유자들을 학대하려는 사디즘 성향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지배로 인해 에리카는 사디즘뿐 아니라 자신을 학대하는 마조히즘 성향도 갖게 된다. 자기 방에 혼자 있을 때면 아버지가 쓰던 면도칼로 자기 몸을 베는 것이다. 이런 행위를 통해 그녀는 자해를 하는 권력자와 그 고통을 감수하는 순종적인 피지배자라는 두 가지 자아를 연출하며 사도마조히즘 성향을 드러낸다. 이런 에리카에게, 어느 날 제자인 대학생 클레머가 남성으로서 접근해오기 시작하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작가적 실험정신과 노골적 성애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작!


천재성과 작가적 실험정신으로 격찬을 받는 동시에 도전적 문제제기와 노골적 성애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으로, 자전적 성격이 짙은 소설이다. 남편의 빈자리를 딸이 대신해줄 것을 기대하며 딸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간섭하는 어머니와, 그에 억눌려 사도마조히즘 성향을 보이며 욕망을 비뚤어진 방식으로 표출하는 딸 에리카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모녀의 비정상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어머니와 딸 혹은 여성 사이에도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독일어권 여성문학을 꾸준히 연구해온 이화여대 이병애 교수가 번역했으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새로이 선보인다.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
1986년 하인리히 뵐상 수상

독일 대학 강의실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현대 독일 문학권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천재성과 작가적 실험정신 및 문제의식으로 격찬을 받는 동시에 도전적 문제제기, 언어유희에서 비롯되는 작품의 난해성, 그리고 지나치게 노골적인 성애 묘사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제나 언어적인 측면에서 많은 논의거리를 내포하고 있는 옐리네크의 작품은 독일 대학의 문학 강의에서 매우 빈번하게 다뤄진다.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창작 초기부터 페미니즘을 자기 문학의 근간으로 삼았고, 소설 『피아노를 치는 여자』, 『욕망』, 희곡 『노라가 남편을 떠난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클라라 S.』등의 대표작을 통해 그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여성 억압이라는 주제에서 시작한 옐리네크의 문제의식은 오스트리아의 나치 역사 청산 문제, 유럽 정치권의 극우화 경향,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스포츠 행사에서 나타나는 국가주의,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확대 등 이 시대의 정치 사회 문제로 범위를 넓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이런 민감한 이슈들을 꾸준히 다루며 목소리를 내왔다.

옐리네크의 이런 비판적 참여정신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주제적 무게와 깊이의 면에서 결코 녹록지 않은 그의 문학적 성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2004년 스웨덴 한림원이 옐리네크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결정한 것도 거의 음악적인 경지에 가깝게 언어를 구사하는 탁월한 능력과 더불어 유럽의 ‘비판적 지성’으로 대표되는 그의 문학이 지향하는 사회적 참여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_ ‘해설’ 중에서

『피아노 치는 여자』는 폭력과 굴종의 냉혹한 세계를 잘 표현해낸 작품이다.
_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1983년에 발표된 옐리네크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여자』는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주인공 에리카 코후트처럼 옐리네크도 어린 시절 자신을 탁월한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켰던 어머니를 증오했고,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으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도 음악가의 길을 가지 않고 독문학과 연극을 공부했다고 고백한다. 옐리네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종속적이고 비정상적인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동정 혹은 서글픔 같은 감정은 완전히 배제된, 섬뜩할 만큼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해외 서평

씁쓸한 아이러니의 강렬함으로 독자를 유혹하는 감탄스러운 작품. _ LA 타임스

노골적이고 맹목적인 성 묘사, 가차 없는 현실 폭로, 마구잡이로 토해내는 언어 등으로 격찬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 옐리네크는 『피아노 치는 여자』에서 보여주듯 충격적인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이다. _ 조선일보

옐리네크는 사회적, 정치적 부조리와 남성 중심적 권력체제에 대한 분노와 항거의 목소리로 강력한 언어적 열정을 갖고 독자들의 의식을 뿌리째 흔들어놓는다. _ 동아일보

옐리네크의 작품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성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서구사회와 인류 문명 전체에 대한 근원적인 비판으로 나아가는 면모를 보인다. _ 한겨레

회원리뷰 (17건) 리뷰 총점8.7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피아노 치는 여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리* | 2022.01.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소설은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라는 책에서 미움에 관한 감정을 이야기 하면서 소개된 책인데 인용글로 적힌 소설속 내용을 읽으면서 상당히 솔직하고 자극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아마도 여성작가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검색해보니 정말로 여성작가였고 소설을 읽는 내내 출판사 리뷰에서처럼 '언어유희에서 비롯되는 작품의 난해성' 때문인지;
리뷰제목

이 소설은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라는 책에서 미움에 관한 감정을 이야기 하면서 소개된 책인데 인용글로 적힌 소설속 내용을 읽으면서 상당히 솔직하고 자극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아마도 여성작가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검색해보니 정말로 여성작가였고 소설을 읽는 내내 출판사 리뷰에서처럼 '언어유희에서 비롯되는 작품의 난해성' 때문인지 술술 읽어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읽어내기 쉽지만은 않았지만 소설속의 문제의식만큼은 너무나 분명하게 알수있어서 어느정도는 공감할수 있었고, 에리카와 어머니의 상황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고, 취향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독특한 형식의 소설을 나름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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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크***스 | 2020.04.21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우리끼리만 사는 거야, 에리카야. 우리는 그 누구도 필요 없지 않니?" p.22   음악원에서 피아노 선생으로 일하는 에리카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얽매여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어머니는 에리카에게 집착을 했고 그녀를 피아니스트로 성공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억압을 해왔다. 어머니는 에리카의 수업이 몇 시까지 있는지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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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만 사는 거야, 에리카야. 우리는 그 누구도 필요 없지 않니?" p.22

 

 

 

음악원에서 피아노 선생으로 일하는 에리카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얽매여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어머니는 에리카에게 집착을 했고 그녀를 피아니스트로 성공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억압을 해왔다. 어머니는 에리카의 수업이 몇 시까지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곧장 집으로 오지 않으면 온갖 잔소리와 때로는 폭력으로 에리카를 고통스럽게 했다. 어머니는 에리카가 어떤 옷을 입는지 참견을 하고,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했으며, 밤에는 한 침대에서 자야만 했다. 에리카는 그런 어머니를 견디기 힘들어서 소리 높여 화를 내고 폭력에 맞대응하지만,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20대 중반의 공과 학생 발터 클레머가 접근한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악기를 배우는 것에도 적극적인 클레머는 누군가와의 만남에 대비하기 위한 연습으로 피아노 선생 에리카를 꼬시려고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때문에 영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클레머는 더욱 오기가 생긴다.

 

 

 


 

 

 

보통의 서른 중반 성인이라면 진작에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고도 남았을 나이지만, 에리카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간섭과 억압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제 와 벗어나기란 어려운 것이었다. 가뜩이나 어머니에게 남은 가족은 자신뿐이라 그 일이 더욱 힘들 터였다. 집과 음악원 외에 어디를 갈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누구를 만날 수조차 없었다. 에리카에겐 자유가 없는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순진했던 소원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파괴적인 욕구로, 섬멸 의지로 변해갔다.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을 그녀는 자기도 억지로 소유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은 부숴버리려 든다. p.116

 

 

 

이런 와중에도 에리카는 틈틈이 자신의 욕구를 만족할 만한 일을 했다. 어머니가 그토록 원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데 저축할 비용을 입지도 않을 옷을 사는 데 썼고 포르노 상영 극장에서 자신의 학생들을 잡아내기도 했다.

이런 에리카의 모습은 모두 비뚤어진 욕망이 표현된 것이었다.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인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그녀를 억압하고 짓눌러왔고, 남자란 믿을 게 못 된다는 견해를 주입받아왔기 때문인지 에리카의 욕망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내보일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관음 증세를 보이며 집창촌에서 돈을 내고 여자의 나체 곳곳을 관찰하고, 늦은 밤 으슥한 공원 같은 데서 연인들의 짙은 스킨십을 훔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장면을 훔쳐보면서도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에리카는 클레머가 강압적으로 행동하기 전까지는 욕망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가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클레머와 대면한 사건으로 에리카는 자신의 욕망을 그에게 분출해도 될 거라 예상한 것 같았다. 이전까지는 피하려고만 했지만 10살 가량 많은 선생 에리카에게 하대를 하며 성적인 권위가 자신에게 있다고 행동하는 클레머를 어머니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여겼는지도 몰랐다. 클레머가 애정을 억압과 통제로 표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에리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사슬 따위로 신체를 묶고 강압적으로 굴며 폭력 등을 행사하는 성행위는 그를 위한 것이고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클레머는 에리카를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빛깔과 천 등으로 겉만 치장한 뼈와 살의 꾸러미를 한번 풀어보고 싶을 뿐이다. 포장지는 구겨서 그냥 던져버릴 생각이다. p.264

 

에리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한 번도 무엇인가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비에 젖은 마분지 조각처럼 무감각하다. p.106

 

 

 

그럼에도 에리카에겐 부드럽게 대하며 아픔을 주지 않는 애정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었다. 어릴 때부터 평범한 애정의 범주 바깥에 있던 그녀였기에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거라 느껴졌다. 처음엔 에리카의 마조히즘적인 부탁에 강하게 거부하는 클레머를 보고 기대를 했을 수도 있지만 클레머는 보통의 애정으로 에리카를 유혹한 게 아니었고, 그 역시 제정신은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에리카는 원하지 않았고 클레머는 원했던 바를 이루고야 만다.

 

처음엔 비정상적인 욕구를 가진 에리카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머니에게조차 사랑받는 행복을 누려본 적이 없는 그녀의 모습이 점점 가여워졌고 마지막엔 그럼에도 돌아갈 곳은 집뿐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만약 클레머가 정상적인 남자였더라면 에리카의 비뚤어진 욕망은 남들처럼 평범해졌을까. 적어도 어머니가 에리카를 사랑한다고 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을 것 같다. 마음대로 휘두르며 언어, 신체 등의 폭력을 가하는 것과 아껴주며 조심스러워하는 것에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랬더라면 그제라도 에리카는 평범하게 사랑받으며 살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클레머 같은 놈이 다가오는 바람에 그녀의 삶에는 더 이상의 탈출구 없이 이전과 다름없는 구속된 삶을 애정이라 느끼며 평생을 살게 될 거라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보편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지경까지 오게 되어 그런지 가정 환경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이 새삼 상당하다고 느꼈다.

 

이 책 역시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다.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눈살이 찌푸려질 묘사가 많이 등장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다시 읽으니 에리카가 얼마나 가여운 사람인지 와닿았다. 그녀의 행동을 보며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친구도 없고 연인은 당연히 유니콘 같은 존재고 자신만을 바라보며 스토커처럼 집착하는 어머니만 있다니,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에리카는 여태까지 숨은 쉬고 살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기 위해 다시 읽은 책인데, 글로 표현된 그 모든 것들의 영상은 당분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최근에 워낙 강하고 충격적인 이미지의 영화를 봐서 아무래도 자제해야 될 듯싶다. 그래도 주연 배우와 감독의 이름만으로 궁금하니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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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여성적 글쓰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d*********5 | 2019.08.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엘프리데 옐리니크를 알고 나면 이 소설을 야설이라고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옐리니크의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엘렌 식수는 지금까지 모든 여성작가들이 사실은 남성적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지만 여성적 글쓰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옐리니크는 남성과 여성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워 글을 씀으로써 여성적인 글을 써왔다. 내가;
리뷰제목
엘프리데 옐리니크를 알고 나면 이 소설을 야설이라고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옐리니크의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엘렌 식수는 지금까지 모든 여성작가들이 사실은 남성적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지만 여성적 글쓰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옐리니크는 남성과 여성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워 글을 씀으로써 여성적인 글을 써왔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페미니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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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5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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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잘 보겠습니다. 생각거리가 많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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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낭**날 | 2022.03.25
구매 평점5점
책을 읽고 한동한 다른책을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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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바**리 | 2022.03.12
구매 평점5점
클레머는 에리카의 껍데기에 균열을 냈다. 알을 깨고 나오는 건 이제 그녀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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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R**y |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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