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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멘타 하인학교

: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016이동
리뷰 총점9.0 리뷰 3건 | 판매지수 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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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09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43g | 148*210*20mm
ISBN13 9788954609081
ISBN10 895460908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가장 미미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한 소년의 反영웅적 이야기


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발터 벤야민 등에게 격찬을 받았으나 생전에 작가로서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일생을 철저히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은 귀족 태생의 소년이 ‘가장 작은 존재, 가장 미미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하인 양성학교에 스스로 찾아간다는 ‘반反 영웅적’ 이야기로, 성장과 발전으로 대변되는 서양 근대 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문제작이다.

주인공 야콥은 ‘폰 군텐’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귀족 가문 태생이지만 그의 인생 목표는 하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하인을 양성하는 벤야멘타 하인학교에 입학한다. 주인공 야콥의 이야기는 서구의 근대 담론에 대해 가장 극단적이고 근본적인 성찰을 제기하여 유럽 근대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 교양소설의 해체적 패러디로 평가받는다.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홍길표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논문으로는 「우연과 지연의 시학 혹은 근대문학의 자기성찰―카프카의 『성』」 「근대 유럽인의 정체성과 타자화된 아시아―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과 오리엔탈리즘」 「근대 인간의 자기주제화―괴테의 『파우스트』와 인간중심주의」 등이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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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야콥 폰 군텐은 성실한 부모의 아들로 이러이러한 날에 태어나, 이러이러한 곳에서 자랐으며, 어느 누군가의 시중을 드는 데 필요한 몇몇 지식들을 습득하기 위해 벤야멘타 학원에 훈련생으로 들어왔다. 본인은 삶에 아무런 희망도 갖고 있지 않다. 본인은 엄히 다스려지기를 희망한다.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험하기 위해서다. 야콥 폰 군텐은 많은 것을 장담하지는 않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행동할 것을 결심한다. --- p.56

이곳 벤야멘타 학원에서는 상실감을 느끼는 법과 견디는 법을 배운다. 나는 그것이 일종의 능력,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 훈련생들은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 삶의 희망들을 가슴속에 품는 것이 우리에게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느긋하고 밝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가지런히 빗질된 머리 위로 수호천사라도 날아다닌다고 느끼는 것일까? 뭐라 말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우리는 제한받고 있기 때문에 밝고 걱정 없이 지내는지도 모른다. --- p.103

난 내가 밑바닥, 맨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몰락한 후예임을 결코 잊지 않는다. 출세를 위해 필요한 특성들이라고는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한 가망 없는 후예이다. 어쩌면, 그렇다, 모든 게 가능하다. 하지만 난 찬란한 행복을 그려보는 덧없는 시간들을 믿지 않는다. 벼락출세한 사람들이 갖는 덕목들이 내겐 전혀 없다. (…) 몰락한 후예로서, 혹은 내가 그 어떤 존재이든, 나는 그런 신사들, 어쩌면 다소 잘난 척할지도 모를 그런 신사들의 시중을 들게 될 것이다. 정직하게, 충실하게, 성실하게, 있는 힘을 다해, 아무 생각 없이, 사사로운 이익에 전혀 집착하지 않고 시중을 들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오직 그런 식으로만, 그러니까 아주 예의 바른 태도로만, 누군가의 시중을 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p.130~131

나는 짐을 싸고 있다. 그렇다, 우리 두 사람, 원장 선생님과 나, 우리는 짐을 싸느라, 짐들을 차곡차곡 잘 싸느라 정신이 없다. 싸던 것을 멈추고, 치우고, 잡아끌고, 밀어 옮기느라 바쁘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 나는 벤야멘타 씨와 함께 사막으로 간다. 보고 싶다. 황야에도 삶이라는 것이 있는지 보고 싶다. 호흡하고, 존재하고, 정직하게 선을 추구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지 보고 싶다. 밤에 잠을 자고 꿈을 꿀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 pp.183~18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로베르트 발저의 책을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이 읽었다면 세상은 보다 나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 ― 헤르만 헤세

독일 문학사의 불가해한 신화로 평가받는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작품이다.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발터 벤야민 등에게 격찬을 받았으나 생전에 작가로서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일생을 철저히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로베르트 발저는 1970년대 그의 작품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이 새롭게 이루어지면서 스위스에서 국민작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는 귀족 태생의 소년이 ‘가장 작은 존재, 가장 미미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하인 양성학교에 스스로 찾아간다는 ‘반反 영웅적’ 이야기로, 성장과 발전으로 대변되는 서양 근대 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문제작이다.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을 꾸준히 연구해온 연세대 홍길표 교수의 번역으로 선보인다.

1956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베르트 발저는 독일문학사에서 불가해한 신화로 평가받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일찍이 프란츠 카프카, 로베르트 무질, 헤르만 헤세, 발터 벤야민에게서 찬사를 받았지만, 정작 발저 자신은 생전에 작가로서 명성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그의 난해한 작품들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이 새롭게 이루어졌고, 그가 태어난 스위스에서 국민작가의 명성을 누리게 되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W.G. 제발트, 페터 한트케 등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작가가 로베르트 발저였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작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는 발저를 둘러싼 신화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구분이 무의미한 이야기의 흐름, 깊고 예리한 문장들, ‘부’의 지배에 대한 섬뜩한 통찰 등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이 소설에 뚜렷한 현재성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발저가 독일문학사에서 오랫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가 일생을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살았기 때문이다. 발저가 남긴 서간문이나 그에 대한 전기적 기록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정신병원에서 여생을 보내다 세상과 이별하기 전까지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누구와도 친교를 맺지 못한 유목민이었다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던 발저는 고등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하인, 도서관 사서, 비서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글을 썼다. 가난 때문에 종이를 살 수 없었던 발저는 글을 쓸 수 있는 흰 종이만 발견하면 (광고전단지, 달력의 뒷면, 영수증, 포장지 등 가리지 않고) 그 위에 아주 작은 글씨로 글을 썼다. 게다가 종이를 아끼기 위해 글씨를 최대한 작게 썼기 때문에 그의 글은 오랫동안 해독할 수 없는 비밀암호처럼 여겨졌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이르러 미세하고 아름다웠던 그의 필체가 비로소 해독된 뒤 여섯 권의 두툼한 책으로 편집되어 나왔다. 열여섯에 정규 교육을 중단한 뒤로 집필과 노동을 겸하며 그가 수없이 거쳤던 일자리들의 체험은 『벤야멘타 하인학교』나 『조수』 같은 작품에 그대로 투사되어 있다. 헤르만 헤세를 비롯하여 발저의 문학성을 인정한 많은 애호가들은 성장과 발전을 거부하는 발저의 주인공들을 ‘작은 존재로 머물기’라는 윤리적 이념의 담지자, 합리와 자본이 지배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장 작은 존재, 가장 미미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한 소년의 반反 영웅적 이야기!


로베르트 발저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작품 『벤야멘타 하인학교―야콥 폰 군텐 이야기』는 발저의 반反 영웅이 가장 분명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소설로 꼽힌다. 일기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주인공 야콥은 ‘폰 군텐’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귀족 가문 태생이지만 그의 인생 목표는 하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하인을 양성하는 벤야멘타 하인학교에 입학한다.

자아를 찾기 위해 방랑을 떠나야 하는 전통적인 교양소설의 주인공에게 세계가 학교라면, 야콥이 선택한 벤야멘타 학교는 세계를 부인하는 공간이며 황량함과 정적이 지배하는 곳이다. 이곳의 교육 목표는 ‘배우지 않는 것, 늘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곳은 무위(無爲)가 실천되는 곳이다. 하인이 되려는 야콥은 근대 교양 이념을 거부하며 아무도 아닌 자로 살아가려 한다. 흠모했던 여 선생님이 병들어 죽고 급우들도 일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진 뒤 야콥은 자아소멸이라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유럽을 떠나 원장 선생과 함께 황야로 떠난다. _ ‘해설’중에서

『벤야멘타 하인학교』가 유럽 근대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 교양소설의 해체적 패러디로 평가받는 이유는 주인공 야콥의 이야기가 서구의 근대 담론에 대해 가장 극단적이고 근본적인 성찰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던 시기가 유럽에서 근대 및 탈근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와 맞물렸던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인간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하는 ‘돈’과 ‘권력’의 구속력, 개인을 집단사고의 노예로 훈련시키는 매스미디어의 횡포, 규격에 맞는 삶 이외의 대안에 인색한 획일주의적 발전논리들에 대한 비판으로서 로베르트 발저의 소설은 한 세기가 흐른 지금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해외 서평

발저의 작품에 나타나는 윤리의 핵심은 권력과 지배에 대한 저항이다. 발저의 힘은 고도로 세련된 예술의 힘이다. 그는 진실로 놀라움과 저릿함을 느끼게 하는 작가이다. _ 수전 손태그

로베르트 발저는 매혹적인 천재이다. 간결하고 견고한 그의 글은 웃음과 고통을 함께 주고, 반어와 물음표를 퍼붓는다. 독자는 그의 기괴한 관찰 방식에 꼼짝 못한 채 ‘영혼의 경련’을 바라보게 된다. _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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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벤야멘타 하인학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열**호 | 2019.05.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우리는 여기서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가르치는 교사들도 없다. 우리들, 벤야멘타 학원의 생도들에게 배움 따위는 어차피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훗날 아주 미미한 존재,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뜻이다. 우리가 받는 수업은 우리에게 인내와 복종을 각인시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 " p.7첫 문장이 아주 강렬했다. 너무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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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여기서 배우는 것이 거의 없다. 가르치는 교사들도 없다. 우리들, 벤야멘타 학원의 생도들에게 배움 따위는 어차피 아무 쓸모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훗날 아주 미미한 존재,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뜻이다. 우리가 받는 수업은 우리에게 인내와 복종을 각인시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 " 

p.7


첫 문장이 아주 강렬했다. 너무나 신랄하고 발랄하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상황을 '까는' 이 문장에 실제로 소리내서 웃으며 크게 공감했다. '벤야멘타 학원' 자리에, 내가 나온 학교들을 넣어도 될 것 같았다. 거의 100여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주 재미난 풍자소설임을 짐작케 했다. 원 제목이자 작중 화자인'야콥 폰 군텐'은 유력한 집안의 자식이다. 대대로 공직을 맡아온 귀족 가문 태생이다. 하지만, 야콥은 큰 돈을 내면서 '하인학교' 에 입학했다. 벤야멘타 남매가 운영하는 이 하인학교는 원생 수도 얼마 없는데다가 가르치는 것도 거의 없는, 직업 훈련소라고 부르기에도 미미한 학교다. 


비교적 흥미로운 도입부와는 달리, 읽을수록 지쳐갔다. 하인학교의 동료들인 하인리히, 샤흐트, 크라우스와 학교의 원장인 미스터 엔 미스 벤야멘타에 관한 다소 장황한 인평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화자의 심리가 두서없이 나열되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건도 없고, 일관되기 주지되는 메시지도 없다.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이랄까. 중심된 이야기가 없이, 화자의 일상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큰 흐름 없이 시종일관 주변의 소소한 일상과 주변인물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작품은 소설의 형식을 빌린 일기와도 같다. 

주인공의 심리는 일관성 없이 수시로 바뀌고, 그 변화에 개연성이란 없다.


사람의 감정은 불안정하다. 인간이 사고활동을 시작했을 때 부터,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불안정함은 즉 감정의 동요, 이것은 종교와 예술의 기반이 된다. 때문에, 시시각각 이유없이 변화하는 화자 야콥은 무척이나 인간적인 캐릭터지만, '소설의 화자' 로서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작품을 읽다보면 수많은 '왜?? ' '읭?!' 같은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데, 이 작품은 수많은 '왜?' 를 던져주지만, 그 대답은 '그게 왜 궁금해?' 라는 답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읭?!' 하게 되는 것.


개인적으로 독서는 일종의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간접경험' 이라는 용어로 종종 표현되어 왔는데, 글자를 읽으며 펑펑 울고, 크게 웃는다면 이미 그것은 '간접' 보다는 더 직접적인, 체험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내게 꽤나 신선한, 그리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체험이었다. 

야콥이 학교 안에서 만나는 주변 인물들; 벤야멘타  원장과 부원장 남매와 몇분의 선생님들,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소수의 동료들, 그리고 예술가인 형 요한- 과 만나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그 이야기에 대한 야콥의 심상들이 장황하게 나열된다. 

그리고, 그게 계속 반복된다. 

야콥이 주변인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은 -비록 통찰력은 느껴지지만- 통일성도, 일관성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소소한' 이야기들. 그러다 갑자기 벤야멘타양과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현실인지 몽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기묘한 일을 겪게 되고, 학교의 부원장인 벤탸멘타 양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학교가 사실상 폐쇄되고, 야콥은 벤야멘타 원장과 사막으로 떠나면서 소설이 끝나버린다.


 이렇게 한번 읽고 나서부터 이 책을 조금 다르게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소설은 당대를 주름잡던 모든 주류를 비트는 소설이다.

과거엔 지주였고, 현재엔 시의원을 지낸 유서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야콥은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가장 '미미한 존재' 가 되고자 하인학교에 들어갔다. 기본적으로 '하인' 의 일을 '배우는' 학교라는 장소부터가 지독한 역설이다. 유럽사회에서 학교는 크게 두 부류였다. 지금도 그런식으로 운영되는데, 한 갈래는 학문을 위한 기초를 닦는 방향이고, 다른 한 방향은 직업 기술을 익히는 방향이다. 애초에 학교라는 것이 국가의 공공정책으로 발전하기 전,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서 순종적으로 반복노동을 하는 직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장에 딸린 기숙식 고등학교가 많았던 이유다. 책의 첫 문장에 쓰인것처럼 학교에서 행하는 교육이란 자신의 계급과 신분에 맞는 역할을 주입시키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태생에 따라 가늠되는 전통적 계급과 신분의 차이가 명징하고, 거기에 자본주의의 새로운 신분-부르주아와 프롤레타이아-까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계급과 신분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부조리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적응해서 어떻게든 살아냈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부조리를 깨닫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체념과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시기. 


 야콥이 원했던 '미미한 존재' 는 사실 그 사회의 가장 다수를 차지하며, 사회라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굴러가게 하는 기반이다. 하지만, 사회의 시스템의 보호에서 가장 먼 계층이기도 하다. 야콥은 어머니와 하녀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기화로 사회의 부조리를 깨닫는다. 그 순간은 마치 번개처럼, 번득하는 순간이었다. 왕자였던 싯달타가 그 이후 가장 낮은 자들 사이에서 고행하며 구도자의 길을 걸어 열반에 올랐듯, 예수가 문둥병자와 교회 밖에서 구걸하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듯, 야콥은 하인학교에 들어간다.

 

 사실 그 이후 야콥의 생활은 싯달타나 예수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아마 저자인 로베르트 발저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야콥을 당대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로 치환시켰던 듯 하다.

사회의 부조리를 알아챘으나, 깨달음이나 구원과는 거리가 먼 보통 사람. 

그럼에도 야콥은 그의 형인 요한에 비해 '행동하는' 사람이긴 했다. 요한은 자신의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리면서 동생인 야콥에게는 제법 훌륭하게 들리는 조언을 건넨다. 예술과 대중, 부유함과 근검함, 자유와 자본주의에 대해. 요한의 말은 마치 중근세의 귀족층들이, 나아가 근현대 부르주아들이 서발턴(어제 배운 단어를 이렇게 써먹어본다)에게 강요했던 의식들과 일맥상통한다. 단지 그들을 '제어' 하고 '다스리기' 위한 공허한 가치들. 


 이 작품 전체를 당시의 시대와 사회에 저항했던, 일종의 '반감' 을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한 글이라고 이해하면 작품 전반에 느껴지는 유머러스함과 다소 히스테릭한 감정변화가 어느정도 이해된다. (특히, 로베르트 발저의 연보를 읽고 나니, 조금 더 이해되는 면이 있다.)

마치 매일매일의 일기 같은 형식의 짧은 내러티브들이 정신없이 나열된다. 

때로는 시간을 넘나들고, 몽상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기도 하기때문에,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원장, 부원장과 여러 친구들이 혹시 발터의 상상 속 인물은 아닐까? 아니면, 벤야멘타 하인학교가 아니라, 사실은 벤야멘타 정신병원은 아닐까? 벤야멘타 원장과 부원장 남매는 의사들, 여러 친구들은 발터와 함께 입원한 환자들은 아니었을까?


 매일매일의 감정과 일과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일생을 이룬다. 

한 인간의 삶은 그가 태어난 혈통과 교육받은것들로부터 골격을 이룬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오직 그것만을 바탕으로 구별되고, 차별된다. 혈통은 선택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지만,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유서깊은 귀족가문의 아들이었던 발터는 과연 하인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이뤄낼 것인가?

아니, 아마도 발터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기 위해 하인학교에 갔을터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 위해 사막으로 떠났을터다.

삶은 그저, 매일매일이 모인 것에 불과하니까. 

그리 대단한 것도, 의미있는 것도 아니며, 그리 대단할 이유도, 의미있을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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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삶, 어떻게 살 것인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빨***나 | 2012.12.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성장소설을 좋아했던 건 불운으로 점철된 현재를 사는 소년이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내게 삶은 전진하는 것이었고, 정지된 삶은 패배자의 삶이었다. 나는 삶에서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훗날 아주 미미한 존재,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뜻이다.(7쪽)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긴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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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을 좋아했던 건 불운으로 점철된 현재를 사는 소년이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내게 삶은 전진하는 것이었고, 정지된 삶은 패배자의 삶이었다. 나는 삶에서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훗날 아주 미미한 존재, 누군가에게 예속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뜻이다.(7쪽)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긴 첫 문단 중 나오는 문장이자 주인공이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말이다. 온 힘을 다하다 보면 행복한 미래가 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사는 사람에게 인간은 결국 미미한 존재로 살아갈 거라는 말은 당혹스럽다. 그것이 설령 진실일지라도. 로베르트 발저는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꺼내 환기하게 했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벤야멘타 학원의 유일한 수업은 ‘소년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이다. 생도들은 벤야멘타 학원 원장의 동생이자 유일한 선생님인 리자 벤야멘타에게 같은 수업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소년은 무릇 야망을 품어야 하거늘 생도들의 꿈은 아주 소소했다. 실린스키는 말을 보살핀 후 가끔 말을 타고 나가는 삶을 원했고, 어린 나이에 중노동을 했던 크라우스의 꿈은 주인을 제대로 섬기는 하인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가능한 시대지만, 이들과 같은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적어도 돈은 벌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그 꿈들은 그들이 꿀 수 있는 최고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금줄을 걸고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당장 먹고 살 일이 다급한 사람들에게 꿈은 헛된 욕망 아니던가.

 

야콥에게 성공은 ‘신경쇠약과 천박한 세계관을 필연적으로 수반’(92쪽)하는 것이었다. 뛰어난 아버지의 그늘에서 질식할까 두려웠던 ‘나’ 야콥이 선택한 곳은 벤야멘타 학원이었다. 야콥은 칼에 찔려 피범벅이 된 노동자와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엄마의 발밑에 엎드려 용서를 비는 하인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갈망했던 자유를 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밑바닥 인생들은 종속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야콥은 사랑받지 않는 삶, 그리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삶을 원했다. 어차피 인생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 영(零)이 될 테니까. 그는 어차피 영이 될 존재라면 충실한 하인이 되어 돈을 벌며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야콥이 확실한 이성을 가진 척 행동했다면 그의 형이자 예술가인 요한은 인식의 혼란 속에 헤매고 있었다. 이 세상은 추구할 가치가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노력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여전히 돈은 가치가 있다고 하곤 부자들은 진정 굶주린 자라고 말했다. 요한의 혼란을 요한만의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야콥은 하인으로 살려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주변인들을 관찰하고 생각했다. 그 역시 요한과 다르지 않은, 끊임없이 혼돈의 숲을 헤매는 사람이었다.

 

몰락한 벤야멘타 원장이 야콥을 동행자로 선택한 것은 규정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야콥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야콥은 ‘호흡하고, 존재하고, 정직하게 선을 추구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지 보고 싶다’(184쪽)며 벤야멘타 원장과 사막으로 떠났다. 나는 벤야멘타 원장을 믿지 않는다. 주종관계 혹은 상하관계가 아닌 인격 대 인격으로 동등하게 그를 대할지 의심이 간다. 그래서 많이 불안하다.

 

아무것도 없는 자연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 살고 싶다는 것은 퇴보일까? 전진일까? 답을 할 수 없지만 야콥이 새로운 삶에 자신을 던진 일은 죽은 삶을 살지 않겠다는, 아름다운 존재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0)의 삶일지언정 영(靈)의 삶은 살지 않겠다는.

 

지금으로 말하면 중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이었던 로베르트 발저는 가난 때문에 밑바닥 삶을 전전했다. 누구와도 인연을 맺지 않았고, 오직 글쓰기와 걷기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삶의 모호함은 그를 세상과의 부딪힘보단 내 안의 세계에 빠지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로베르트 발저가 야콥의 입을 빌려 하인이 되겠다고 말했던 것은 결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은 아닐까. 내게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몰락하고 싶지 않았던, 제대로 살고 싶었던 한 남자의 간절함이 담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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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사색이 돋보이는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테*스 | 2010.10.2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벤야멘타 원장과 그의 누이 동생 리자 벤야멘타양이 함께 운영하는 벤야멘타 하인 학원. 하인을 양성하는 사설학원이다. 이곳에 어느 날 몰락한 귀족의 자제인 야콥 폰 군텐이 입학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굴곡있는 스토리는 전혀 없다. 주인공 야콥이 학원에서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야기는 아니고 인물과;
리뷰제목

벤야멘타 원장과 그의 누이 동생 리자 벤야멘타양이 함께 운영하는 벤야멘타 하인 학원. 하인을 양성하는 사설학원이다. 이곳에 어느 날 몰락한 귀족의 자제인 야콥 폰 군텐이 입학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굴곡있는 스토리는 전혀 없다. 주인공 야콥이 학원에서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야기는 아니고 인물과 사물에 대한 야콥의 관찰과 사색의 표현이다. 쉽게 말하면 야콥의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설(說)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아주 평이하다. 짧게 짧게 이루어진 수많은 단락만이 쉬어가는 구간이다. 앞 단락과 다음 단락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건너뛰며 읽어도 무방하다. 앞에서 말했지만 이야기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 야콥이 일상과 인물에 대하여 사색한 편린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술술 잘 넘어가는 독특한 이야기이다.

 

벤야멘타 원장에 대한 이야기. 원장의 누이동생 벤야멘타양과 야콥 자신과 동료 학원생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의 동료 학원생들에 대한 이야기. 이들 모두에 대하여 야콥 자신이 느끼는 그들의 성격, 그들의 행동, 그들과 자신과의 관계들에 대한 고찰. 주인공 야콥은 소소한 성격분석을 좋아한다.

 

이런한 평이한 흐름에서 가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사건에 대한 전말이 없다. 사건은 그냥 일어났다가 또 하나의 사색의 대상이 되고 그러다가 그냥 사라진다. 수염 잔뜩 난 40대의 벤야멘타 원장이 10대로 추측되는 주인공 야콥애 대하여 야릇한 감정을 표출하고 이를 감지한 주인공 야콥의 모호한 태도는 잠깐 스쳐가는 사건 정도로 여겨지고 이야기 어느 부분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벤야멘타양의 죽음은 느닷없다. 물론 사랑 때문에 죽을 거라는 벤야멘타양의 얘기가 미리 나오지만 어느 날 마루에 누워 있는 영혼 잃은 벤야멘타양의 시신은 생뚱맞기도 하다. 죽음의 원인도 없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들은 벤야멘타양의 시신을 둘러싸고 애도의 노래를 부른다. 이것도 그냥 스쳐가는 한 사건일 뿐이다. 다만 다른 것은 이것이 이 이야기의 끝을 향해 있다는 것. 야콥이 벤야멘타 원장을 따라서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이야기의 끝을 암시한다는 점이다.

 

주변의 인물과 인물들의 내면과 행동에 대한 치밀한 사색이 돋보인다. 광기로 치부되기도 하는 저자 발저의 천재성은, 등장인물들과 그 인물들에 대한 성격묘사.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형이상학적 관찰에 잘 드러난다. 이 이야기는 전혀 픽션이 아니다. 저자 발저의 생애를 살짝 비트러 놓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세밀한 사색의  주인공 야콥은 바로 저자 로베르트 발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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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성장하지않으려는소년의성장기,로 나는읽었다. 조용하게 곱씹으며 읽어내려가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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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 | 2018.08.01

이 책이 담긴 명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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