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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에게 말을 걸다

풀꽃에게 말을 걸다

: 미움을 모르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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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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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20g | 153*224*20mm
ISBN13 9788990534217
ISBN10 899053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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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과 노새의 시인, 양채영

툭하면 내가 찾아가 신세를 지던 친구가 있다. 예컨대 도망다녀야 할 일이 생기면 며칠이고 가서 묵새기고 돈도 갈취했다. 평생 시골 학교로만 돈 평교사로, 아들 장가들 때 중매쟁이가 상대방에게 교감이라 과장하는 바람에 크게 곤욕을 치렀다던 친구다. 지난달 지나는 길에, 나는 그가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강마을의 한 분교엘 들렀다.
양채영 시인은 1957년 처음 교단에 선 이래 충주 관내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하고 큰 학교, 작은 학교, 분교를 만 42년 동안 돌다가 명예퇴직을 했다. 그 편리하다는 아파트로 이사도 못하고 호암지라는 호수에서 가까운 낡은 단독주택에서 20년 이상을 눌러 살면서.
“세상을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도시 학교로 나갔더라면 풀꽃을 보며 사는 즐거움은 또 없었겠지. 답답하다가도 풀꽃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든.”
아이들과 함께 산과 들을 헤매며 풀꽃을 따는 것이 꿈이었던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잘 썼건 못 썼건 나만큼 풀꽃에 대해서 많은 시를 쓴 사람은 없을 거야.”
실제로 그처럼 풀꽃을 소재로 한 시를 많이 쓴 시인은 우리나라에 없다. 개망초, 달맞이꽃, 여귀풀, 부채붓꽃, 장다리꽃, 토끼풀꽃, 쇠비름, 엉겅퀴, 자운영, 쑥부쟁이, 맨드라미, 백일홍, 오랑캐꽃, 패랭이꽃, 달개비꽃, 도라지꽃 등 그가 시로 쓴 풀꽃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 〈시인을 찾아서 2(우리교육 출간)〉 수록
신경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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