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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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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92g | 135*205*30mm
ISBN13 9788998937461
ISBN10 899893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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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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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더 모으면 코 수술을 하고 몸매를 가꾸고 연봉을 좀 더 늘린 후에 괜찮은 집안에 시집을 갈 생각이었다. 좋은 집에 가기 위해 아직도 자신의 재능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중이다. (중략) 그녀는 문득, 자신은 지금껏 지뢰처럼 도처에 숨겨진 똥을 피하기 위해 살아왔다고 깨달았다.”---「고양이를 부르는 저녁」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야 할 때는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이름을 댔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해야 할 때에는 정수빈, 성가신 일에 쓰일 때는 김미영, 과외를 할 때는 지니였다. 더욱 사소한 일에는 아무 이름이나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 그래서 누군가 그녀를 부르면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돌아보곤 했다. 미영이거나, 수빈이거나, 지니거나, 혹은 다른 어떤 이름이라도 다 자신의 이름 같았고, 그 모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고양이를 부르는 저녁」중에서

“요즘 케이는 잠을 자기 위해 시간을 쪼갠 건지, 시간을 쪼개기 위해 잠을 자는 건지, 학교를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건지, 자주 헷갈렸다. (중략) 그러면서도 왜 걸어야 하는지 이유는 모른다. 기계적으로 사지를 버둥거리며 오직 앞만 보고 갈 뿐이다. 그냥 멈춰 서서 쉬면 될 텐데도 그럴 생각은 하지 못하고 쫓기듯 걷는다.”---「허공의 케이」중에서

“소리를 녹음하는 동시에 씨앗도 수집했다. 자신의 마을에서 마지막으로 수확한 농작물의 씨앗을 시작으로 들리는 마을마다 씨앗을 조금씩 얻거나 샀다. 그것들 모두 자신이 새로 장만한 땅에 심고 키울 것이라고 했다. (중략) 순간 그가 내 속의 글자를 자신의 목소리에 심어 싹을 튀우고 있었다. 그 글자가 얼마나 자랄지 그 글자에서 나오는 열매가 얼마나 예쁠지 나는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손잡고 허밍」중에서

“똥, 똥이라서 어두운 것이 상관없을, 더럽고 비루한 변기 속, 그래도 없을 수는 없는 것들. 저 아래에서 그것들은 빛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한다. 그렇다고 꿈꾸기로 한다. 삶이 지속되는 한, 배변 활동은 멈출 수 없다. 그러니 달빛 받아 반짝이는 내 삶들을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처럼. 다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반짝반짝, 빛나는」중에서

“가게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동차의 빛이 휙, 지나갔다. 그때마다 천장에 걸린 옷들을 싸고 있는 비닐에 자동차 빛이 반사되었다. 구겨진 비닐이 반사하는 빛은 비를 맞는 것처럼 흔들렸다. 나는 집중해서 빛들을 따라간다. 저 멀리서 천장에 걸린 옷들의 주머니로, 소매로, 꾸물꾸물 멸치가 모여든다. 멸치들은 떼를 지어 이쪽에서 저쪽으로 헤엄쳐 나간다. 옷의 비닐이 흔들리면 멸치들은 재빨리 헤엄쳐 가게의 보일러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으로 몸을 숨기고 밖으로 나간다. 멸치들은 등을 청색으로 배를 은백색으로 바꾸어 옷들의 피부를 흔들어댄다. 그것들이 펄떡거리며 지날 때마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오랜 시간 고여 있던 느린 시간이 가게 바깥으로 흘러나간다. 옷들은 곧 바다가 된다.
---「옷들이 꾸는 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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