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 부친 편지 (작가와의 인터뷰)
다음은 작년 가을, 프랑스에 유학 중이던 송희진 작가님과 이 책의 담당 편집자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입니다. (2달 후, 작가님은 한국에 돌아오셨습니다.)
Q. 프랑스 유학을 가게 된 과정과 이 책을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황금 사과』는 저의 첫 번째 책입니다.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했을 때는 프랑스로 유학 와서 적응하던 시기였어요. 프랑스로 유학을 오게 된 계기는 대학 때 우연히 접한 "Dominique Goblet" 라는 프랑스 작가의 책 덕분입니다.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해도, 장면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들이 마치 책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매력을 느꼈거든요. 연필 하나만을 이용해 순수하고 진실하게 표현한 그 책을 보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했지요.
하지만 생활로 접하는 프랑스는 생각과는 또 많이 달랐어요. 한국과는 다른 프랑스인들의 삶의 속도, 프랑스 학교의 시스템, 프랑스 문화 등에 정신이 없던 때였죠. 차이와 다름을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학교생활에 몰입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수강하던 워크숍 수업에서 2박 3일 체험 학습을 떠나게 되었어요.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이었는데, 마을 전체가 담으로 둘러싸인 특이한 곳이었어요. 알고 보니, 세계대전이 치열하게 이루어져 여러 곳이 파괴되고 폐허가 된 마을이었죠. 그곳에서 각자 느낀 바를 토대로 "전쟁"이라는 테마 아래 작품을 구상하는 게 워크숍 프로젝트였어요. 마을을 빙 둘러보고 있는데, 문득 제 눈에 띈 것은 마을 가운데에 심어진 반 토막밖에 없는 큰 나무였어요.
황량하게 느껴질 만큼 커다란 그 나무를 보면서 자연스레 6.25 전쟁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전쟁을 간접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2세대로서 이야기를 풀고 싶었고 또한 긴 전쟁의 모순들과 잔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으로 절단된 두 나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세월이 흐르면서 이유 없는 증오와 미움이 쌓여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아마도 태생적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2차 세계대전"에 초점을 맞추었더라고요. 그래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동양적이고 개성 있는 관점의 제 작품이 더욱 눈길을 끌고, 관심을 많이 받게 된 것 같습니다.
Q. 어떠한 책을 만들고 싶으세요? 작가관이나 포부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일을 하다보면 적극적인 제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하고, 사람 만나는 걸 워낙에 좋아해서 그런 가 봐요. 발품 팔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을 잘 하는 편이에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글과 그림에 담고 싶거든요. 빠듯한 학교 생활 중간에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을 세 번이나 다녀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저를 있게 한"카스테르만" 출판사를 만나게 되었죠."카스테르만"출판사의 편집장님께 제 작품을 보여 드렸고 그렇게 해서 『황금 사과』와 그 다음 작품도 진행하게 되었어요.
음.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한가요? 하하, 그럼에도 저는 이렇게 말하기를 고집하려고 합니다. 꿈과 희망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갈 원동력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감성과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책,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독자가 어떤 감정이든 느낄 수 있는 책, 책 한 권을 지루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설렘으로 읽을 수 있는 책, 그래서 맘껏 상상하고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책, 그리고 나 자신도 즐기면서 만들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아! 그렇다고 어렵고 재미없는 책을 상상하진 말아 주세요. 엄청나게 재미있고 기막히게 감동적인 책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다음 책도 서커스 쇼에 갇힌 곰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나가는 흥미진진한 모험 동화예요. 어때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