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문재인이란 개인이 정말로 궁극적으로 노자의 도를 추구하는 정치인이라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 잘 들어맞는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물 같은 이미지가 과연 세력을 만들어나가 끝까지 자기 의지를 관철시켜가야 하는 강한 정치인의 면모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세간의 평가대로 “사람은 참 좋다”라는 평가가 과연 임기 내내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대담을 진행하는 동안 그가 보여준 자신감은 그런 세간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별로 상관하지 않아 보였다는 점이다. --- p.14
‘힘든 내색도, 불평도, 원망도 없이, 그렇게 말없이 운명을 견디는 부모’가 실은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성장과정을 말해주는 핵심 단어일 것 같다. 문재인의 아내, 김정숙 씨의 말에 의하면 “다들 너무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 없어서” 처음 시집왔을 때부터 분위기를 띄워가며 대화를 나누었을 정도라고 한다. 문재인이 “말이 많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런 집안 배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 문재인은 과묵하고 신중하지만, 그래서 “정치인으로서는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사람을 가린다, 적극적이지 못하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머리가 좋고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말을 하지 않으면 ‘거만하다, 사람 가려서 사귄다’ 하는 오해도 더러 받게 된다. 먼저 술잔을 따라주면서 우스갯소리라도 해야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깰 수 있는 법인데,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좀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자기 홍보에 서툴러 보이기도 한다. 그가 참여정부 시절, 청렴하고 열심히 일한 것에 비해 주류 매스컴에서 좋은 이미지로 비쳐지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 흔히 말하는 설레발도 치지 못하고, 분위기 띄우기도 잘 못하는 그의 성격은 과묵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도 있고, 또한 너무나 가난하게 살았던 성장과정에 의한 영향도 있을 터다. --- p.62
“제가 정치에 들어온 것은 대통령에 대한 욕심, 그런 것 때문에 들어온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 욕심이 있었으면 훨씬 일찍부터 정치를 했겠죠. 저는 직책이나 권력에 대한 욕심은 없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어서 만약 세상을 바꾸는 일을 못한다면 대통령이 되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울 수 있죠. 바꾸려면 권력기관이든, 언론이든 부딪쳐야 하죠. 근데 그 맞부딪치는 것 없이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릅쓰고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거고요. 물론 바꾸는 것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바꾸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없이는 안 되죠. 우리 정치 지형 자체가 말하자면 대체로 압도적인 보수적인 지형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실제로 바꾼다는 게 불가능하죠. 그래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바꿀 거라는 것을 분명히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공감과 동의를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169
“유능과 무능의 프레임도 허구에 불과해요. 자신들이 유능하다는 이유가 경제와 관련한 건데,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를 비교해보면 상대가 안 됩니다. 어떤 지표를 가지고 비교해도, 경제성장률부터 국민소득증가율, 수출증가율, 외환보유고 증가율 이런 긍정적인 지표부터, 반대로 실업률, 국가부채증가율, 가계부채증가율 등 부정적인 지표까지 모든 면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더 우월합니다. ‘안보’도 마찬가지에요. 실제로 안보를 다 망쳐놓고 남북관계를 극단으로 파탄시키고, 전쟁이 날까 불안하게 만들고, 북핵 문제도 속수무책으로 방치한 거나 다름없거든요. 외교 안보 면에서 도 지극히 무능한 게 그들이에요. 그런 쪽에서 ‘유능과 무능’ 그런 허구의 프레임으로 우리 쪽을 오히려 공격하는 것인데, 그건 말이 안 됩니다.” --- p.183
여러 자료와 면담을 종합해보자면, 일단 문재인은 융 심리학적 성격 유형으로 따져볼 때, 잠정적으로 내향적 사고형으로 판단이 된다. 내향형은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원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좋게 작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크게 괘념치 않아 추진력이 있고, 나쁘게 작용하면 때론 지나치게 자기 길만 가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가 있다. 여러 번 정치를 하라는 권유를 주변에서 해도 끝까지 버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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