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3월 20일 |
---|---|
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418g | 135*200*30mm |
ISBN13 | 9788970639925 |
ISBN10 | 8970639926 |
발행일 | 2017년 03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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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0쪽 | 418g | 135*200*30mm |
ISBN13 | 9788970639925 |
ISBN10 | 8970639926 |
브뤼셀의 두 남자 007 개?에마뉘엘 레비나스를 기리며 087 콘스탄체 폰 니센 177 재 속의 심장 211 유령 아이 305 작가 노트 327 |
두 이웃(행복한왕자, 책읽는베토벤 님)이 검은 기쁨보다 재미나다 그랬다.
정말 그랬다.
검은기쁨보다 좋았다.
따라읽기 참 잘 했다.
이 작가 덕에 또 한번 단편에 대한 편견이 확~ 깨졌다. 그래서 더더더 좋았고 말이다.
너무나 어리석게만 보이는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이 인간이 단순한게 아니라 복잡하고 선악이 혼재된 존재 로서 논리적이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이리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솜씨는 내가 읽었던 그 어떤 장편소설들보다 탁월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나 '개'라는 작품은 단편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액자소설로 끼워 넣고서도 이런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이지 깜짝놀람과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또 눈물은 와그리 나던지.
정말 오랜만에 텍스트를 읽고 마구 울었지 말이다.
인간의 삶이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선택지들은 우리를 현명하게도 어리석게도 만드는데, 그 판단은 언제나 결과론 적일 뿐일 뿐이다. 현재는 미래가 과거로서 규정해줄 터이니 지금 내가 그리 선택했다면 그것으로 족할 거라 생각해 본다.
뒷 편에 작가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읽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하다.
한 편 한 편이 감동이다. 단편소설에서 감동이라니, 이건 정말 보물이다. 마구마구 권하고 싶다. 그런데 작가 이름이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 하나하나는 익숙한데 셋을 이어야 하니 다 잊혀지고 만다. 그래도 괜찮다. 이 작가의 작품을 사 모으는 재미를 가져볼까 한다. 이 축축하고 느끼하고 지긋지긋한 여름을 견디는 방편으로.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아쉽다. 다섯 편뿐이라니. 아끼며 읽었다. 어서 읽고 싶은 마음과 이렇게나 충족된 기분을 한꺼번에 후다닥 느끼고 말면 안 되리라는 절제 사이에서. 독자로서의 행복이 오롯이 내 몫이었다.(이 작가를 알게 해 주신 이웃님-행복한왕자님-께 또 한 번 감사의 메시지를 남겨 두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이웃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 사명감마저 든다. 모름지기 단편소설을 읽는 기쁨이란 이런 책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으쓱대면서 말하고 싶을 정도로.
묘하게도 담고 있다. 우리네 인간살이의 희노애락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데도 실감나게 느껴지고, 대놓고 나무라는 게 아닌데도 내 안의 악성이 흔들리면서 움찔해진다. 나도 이런 사람이지, 너도 이런 사람일걸? 그런데 왜 우리는 스스로를 외면하면서 잘난 척만 하는 거니? 소설은, 작가는, 묻고 또 물어 준다. 내가 내 답을 내놓을 때까지. 그리고는 답이라고 내놓은 하찮은 것에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갸웃거리는 내 모습을 토닥여준다. 그만해도 되었다고. 소설 한 편 읽고 이만큼 생각해 주었다니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작가로서 고맙노라고. 자신의 소중한 감정을, 이웃의 고단한 처지를, 인류의 소망을 이렇게 같이 확인해 주어서 다행이라고.
철학과 역사와 예술을 즐기는 마지막 단계가 소설 창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작가를 보니 그러하다. 단순하게 체험만으로 그려 내는 소설에서 얼마나 자주 작가의 한계를 보았던지, 소설가라면 적어도 독자보다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이 소설집은 내 안의 철학과 역사와 예술의 작디작은 영역마저 한 뼘씩 확장시켜 주었다. 그럼, 그럼, 내가 이 소설을 잘 읽어 내었으니 나도 괜찮은 사람인걸, 하는 만족스러운 자각도 하게 해 주었고.
덤으로 각 소설의 배경지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어 이마저 흐뭇하다. 브뤼셀로 아이슬란드로 알프스로 파리까지. 더 이상 말해 무엇하리.
앞서 읽었던 '검은 기쁨'을 읽고나서, 이 작가의 책을 더 읽어야 할지 살짝 망설였다.
좋기는 했지만, 계속 좋을지 의문이였고 유머와 위트는 있지만 칼같은 뭔가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건 나의 기우일 뿐이였다.
아직 두 권의 책 밖에 읽지 못했지만, 이 작가가 써내려가는 이야기들의 닮은 꼴은 없다.
관통하는 무언가는 있지만, 같은 소재를 욹어먹는 일이 없고, 또 슬그머니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하는 구석이 있으니 책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겨져 있는 단편들을 모두 재미나게 읽었다. 그리고, 단편들 중의 '개'라는 작품을 읽고는 조금 많이 울었다. 그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하이만 박사의 선택은 의외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마 그러하였기 때문에 이 단편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하이만 박사와 아르고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먹먹하다.
소설집의 표제와 같은 '브뤼셀의 두 남자'도 독특하다. 어제 읽었던 '시절과 기분'같은 책이 왜 별로였는지....이 책을 보니 알겠다. 재미있게 써내려 간다고 하여도 모두 수작이될 수는 없는 법.
나머지 단편 '콘스탄체 폰 니센'을 다 읽고는 깜짝 놀랐고, '재 속의 심장'이나 '유령 아이'를 읽고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오를 정도로...결론내기 어려운 일들.
책을 다 읽고는 어지간하면 잘 읽지 않는 작가의 말까지 다 챙겨 읽었다.
그리고, 그의 새 책들을 주문을 했다.
예스 24라는.. 명작과 평작과 졸작 그리고 대부분 쓰레기인 홍수에서 건져올린 진주같은 작가이다. 아주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