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인문의 통섭을 실천하는 독서
해답보다 질문을 찾아라!
“한때 내가 사람보다 더 사랑했던 책들.
읽고 잊었어도 다시 기억해 낸 책들을 향한 호기심.
여러분을 그 책들로 유혹하려고 합니다.” ―김대식
과학자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인문서는 무엇일까
학자들에게 늘 자료가 풍부한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에서도 문제 해결을 돕는 정보가 다 내 손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다. 『미메시스』에서 제한된 정보가 오히려 풍부한 해석을 나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아우어바흐의 통찰을 통해 김대식 교수는 현실에 제한받지 말고 진실을 찾을 것을 제안한다.
어떤 책들이 과학자의 사고력에 영향을 주었을까는 매우 궁금한 점이다. 특히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서 언급된 책들은 모두 저자가 아끼는 작품들이다. 19세기 시인 랭보,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 보르헤스, 카프카, 베케트, 제임스 조이스 등이다.
저자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읽고 영웅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사실 가장 추구하는 것은 작은 행복에 있다고 말한다. 또 사르트르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함께 혼자’ 사는 태도를 제안한다. 이처럼 위대한 작가들로부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거대한 물음의 조각들을 찾아 나간다.
해답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질문을 찾아라
AI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로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기존의 룰만을 따를 수 없기에 무엇보다도 현상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이 필요할 때다. 이제 남들이 정한 룰 안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그 룰 자체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룰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김대식 교수는 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코앞의 문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계가 언젠가 질문할 수 있는 이 위험한 질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계는 무엇을 원할까? 왜 기계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가? 왜 인간은 존재해야 하는가? 이 거대한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도 없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의 진정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우리는 여전히 남들이 다 하고 남은 ‘설거지’ 연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뿐만이 아니다. 철학, 역사, 사상 다 마찬가지다. 새로운 질문보다는 남들이 이미 다 풀어 본 교과서적 문제들,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새로운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남들이 이미 다 보고 깔끔하게 앨범에 정리한 사진들이나 다시 정리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 걸까? 모든 진정한 과학과 철학과 종교의 기원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기에, 우리는 그 누구보다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
이제는 창조적인 파괴가 필요하고,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보기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독서광이었던 저자의 읽기 스펙트럼은 고전에서 현대까지, 문학에서 인문학으로, 자연과학에서 기술과학으로, 종횡무진 확장되고 있다. 나만의 읽기 혁명을 실천하고 있는 과학자의 책 읽기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