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저씨가 누구일까요”
“검피 아저씨요.”
“그래요. 이 아저씨가 바로 검피 아저씨예요.” 하며 자세히 얼굴을 보라고 합니다.
“어떤 아저씨 같아요?” 물으면, “웃는 게 착해 보여요, 귀여워요.” 합니다.
정말 그래요. 싱그럽게 웃음을 지으며 정원 꽃밭에 물을 주다가 우리를 쳐다보는 장면이, 벌써부터 기분 좋은 기대를 하게 합니다.
강가에 있는 아저씨네 집엔 배가 있고 아저씨는 배를 끌고 강으로 나옵니다. 그림책의 왼쪽엔 섬세한 펜 터치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엔 더 세밀하게 채색이 되어 있어서 흑백과 컬러의 대비가 재미있습니다. 그 순간, 동네 꼬마들이 달려오며 물어요. “우리도 따라가도 돼요?” 아이들이 나타나는 오른쪽엔 강가로 내려오는 두 아이가 웃으며,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아저씨를 쳐다봅니다. 이 장면을 보고 반 아이들이 말합니다. “어, 선생님! 아이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아요.” “미끄러지는 거 아닌가?” “그래도 표정은 즐거워 해! 하하”
“여기서 우리가 검피 아저씨라면 어떤 대답을 할까요?” 물어봅니다. 한가롭게 강을 지나며 여유를 즐기고 싶어 나왔기에 거절할 수도 있겠죠. 가려던 곳이 있어 무시할 수도 있겠죠. 아니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처럼 ‘내가 왜’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검피 아저씨와 우리 반 아이들은 기꺼이 태워주기로 결정합니다. 단, 검피 아저씨는 조건을 달아요. ‘그러렴. 둘이 싸우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신나서 배에 탑니다. 하지만 그 조건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요? 슬쩍 걱정도 됩니다.
이번엔 귀가 큰 회색 토끼가 물어요. ‘아저씨, 나도 따라가도 돼요?’ 아저씨는 단박에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깡충깡충 뛰면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아요. 아이들이 이상해 합니다. “어? 토끼는 원래 깡충깡충 뛰는데.” 여기선 그냥 넘어갑니다. 그리고 동물들이 계속 배에 올라탑니다. 이번엔 고양이입니다.
“여러분, 검피 아저씨는 고양이에게 어떤 조건을 걸까요?”
“글쎄요, 야옹야옹거리지 말라고 하나?”
아이들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배에는 개와 돼지와 양과 닭, 그리고 송아지와 염소까지 열 마리도 넘게 탔어요.
“과연 뱃놀이를 신나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아이들은 벌써 왁자지껄한 소동을 예상합니다. 마치 자기들이 그럴 것처럼 말이죠. 맞아요. 결국 검피 아저씨가 내건 조건은 모두 엉망이 됩니다. 아이들은 싸우며, 토끼는 깡충거리고, 누구는 파닥거리며, 누구는 울고, 쿵쿵대다가 배가 기우뚱하며 모두 물속으로 빠져 버립니다. 아이들의 예상이 적중한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됩니다. 안타까움은 없어요. 당연한 결과라는 안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묻습니다.
“그런데 물에 빠진 모두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검피 아저씨는 화를 낼까요?”
아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 p.66-68
“자~ 여러분이 얼마나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는지 테스트를 한번 해 볼까요?” 하며 그림책 《누구 그림자일까》의 그림자만 보여 주고 누구인지 맞혀 보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그림자를 통하여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합니다. (중량)
“여러분, 이것은 누구의 그림자일까요? 힌트는 동물이랍니다!” 하면, 아이들은 다양한 동물을 말합니다. 가오리라고 하는 아이도 있지만 금방 박쥐를 맞추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들 모두에게 칭찬을 듬뿍 해 줍니다.
다음에는 안경 모양의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아이들은 주춤주춤 ‘올챙이’가 아니냐고 말합니다. 이때도 적절한 힌트를 줍니다. “아주 기다란 몸을 가지고 있어요. 다리는 없네요.” 하면 뱀 두 마리를 맞춥니다. 다음 그림자는 과장이 심합니다. 아이들한테는 미리 유아용 그림책이라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말해 줍니다. “자, 그럼 장화같이 생긴 이 그림자는 누구의 그림자일까요?” 아무도 맞추는 아이가 없습니다. 이럴 때 힌트를 주며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줍니다. (중략)
아이들과 소통하며 읽는 그림책 수업은 또 다른 효과가 있어요. 바로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에 진지하게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힌트 하나하나에 머릿속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의 열정적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p.6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