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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17g | 148*210*20mm
ISBN13 9788954610414
ISBN10 895461041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장
2장
3장
4장

미시마 유키오, 그 인간과 문학(사예키 쇼이치)
『가면의 고백』에 대하여(후쿠다 쓰네아리)
해설 ㅣ 가면을 쓴 작가의 고백(허호)
옮긴이의 말
미시마 유키오 연보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이 세상에 몸을 얼얼하게 만드는 어떤 종류의 욕망이 있음을 예감했다. 지저분한 몰골의 젊은이를 올려다보며 나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 저 사람이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였다. 그 욕구에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 또렷하게 생각난다. 한 가지는 그의 감색 작업복이고, 또 하나는 그의 직업이었다. 감색 작업복은 하반신의 윤곽을 명료하게 드러냈다. 그것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감색 작업복을 향해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인지는 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 p.18

“흥, 완전 어린애 같은 장갑을 끼고 있네.”
“어른들도 털장갑 껴.”
“안됐다. 너는 가죽 장갑 끼는 맛도 모르지? 이거 봐.”
오미가 눈에 젖은 가죽 장갑을 갑자기 내 달아오른 뺨에 들이댔다. 나는 흠칫 몸을 피했다. 생생한 육감이 뺨에 타오르고 낙인처럼 흔적을 남겼다. 나는 자신이 참으로 맑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때부터 나는 오미를 사랑했다.

이런 조잡한 말이 허용된다면,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느낀 사랑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명백히 육체적인 욕망과 하나로 이어진 사랑이었다. --- pp.64~65

겐로쿠 시절의 우키요에 판화에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얼굴이 놀랄 만큼 닮게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 조각에서 표방하는 미의 보편적인 이상도 서로 닮은 남녀에게로 향했다. 여기에 사랑의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의 아주 깊은 내면에는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상대를 닮고 싶다는 불가능한 열망이 흐르는 게 아닐까. 이 열망이 인간을 몰아세워서,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반대의 극점으로부터 가능하게 만들려고 무익한 몸부림을 치는 저 비극적인 이반(離反)으로 인도하는 게 아닐까. 즉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서로 닮는 것이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서로 조금도 닮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러한 이반을 그대로 환심을 사는 데 이용하려는 심리적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닐까. 더구나 서글프게도 서로 닮는 것은 한순간의 환영인 채로 끝나버린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소녀는 과감해지고 사랑하는 소년은 내성적이 된다고 해도, 그들은 서로 닮으려고 애쓰다가 언젠가는 서로의 존재를 건너뛰어 저 너머로, 이미 대상도 없는 저 너머로 떠나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p.82~83

나는 그 복사본을 받아 들고 다 읽기도 전에 사실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것은 패전이라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게는, 단지 나에게만은 무서운 나날이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를 부르르 떨게 만드는, 게다가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속여왔던 인간의 ‘일상생활’이라는 것이 이제 어쩔 도리 없이 내일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 p.19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쇠락해가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몇 차례나 죽음의 위기를 겪는 병약한 아이였기에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기묘한 공상을 즐기는 나에게 다섯 살 무렵부터는 그 공상에 명확한 경향이 나타나, 주로 육체적 활력에 넘치는 젊은이들이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동화 속 왕자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되는데, 그것은 대부분 죽음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특히 열세 살 때 본 구이도 레니의 그림 ‘성 세바스티아누스 순교도’는 나 자신이 갈구하던 욕망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한다. 또한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연상의 동급생 오미에게 은밀한 열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후 나는 친구의 여동생 소노코와 연인 사이가 되지만, 비정상적인 성욕과 육체적 불안감이 차츰 그 본성을 드러내어 결국 자신은 이성과의 관계가 불가능한 존재라고 확신하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마술사이다. 『가면의 고백』은 그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후 문학에서도 아주 오래도록 남을 최상의 수확 중 하나이다.” --- 후쿠다 쓰네아리 (문학평론가)

『가면의 고백』은 일본을 대표하는 심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첫 장편소설로, 그 파격적인 내용과 유려한 묘사는 출간 당시 일본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을 뿐 아니라, 이후 미시마 문학을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나아가 남성 문학의 출현을 알리는 화제작이다. 그 자신의 내밀한 동성애적 성향을, 출생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 및 주변환경과 결부시켜 논리적으로 피력한 것 자체가 당시 일본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것이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일본문학의 20세기가 시작된다”는 등의 격찬으로 이 새로운 문학의 등장을 반겼다. 삶 그 자체를 최고의 예술로 생각한 미시마 유키오의 심미주의 세계관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구축한 미시마 유키오의 자전소설

자전적 성격이 짙은 『가면의 고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로, 도쿄 대학 출신의 엘리트 관료인 아버지와 교육자 집안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925년 1월 14일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숙아로 태어나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던 그는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귀족학교인 가쿠슈인에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1944년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아버지가 권하는 대로 도쿄 대학 법학부에 입학한다.
열세 살 때부터 조숙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미시마가 일본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46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단편 「담배」가 『인간』 지에 실리면서이다. 대학을 졸업한 미시마는 대장성 은행국에 근무하지만 일 년도 안 되어 사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전업작가로 출발하게 된다. 그때 마침 가와테쇼보로부터 장편소설 집필 의뢰를 받고 쓴 것이 바로 『가면의 고백』이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프롤레타리아 문학에는 전혀 동조하지 않고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구축하여 『사랑의 갈증』 『푸른 시절』 『파도 소리』 등의 수작을 잇달아 발표한 데 이어 미시마 문학의 최고봉 『금각사』로 불과 서른한 살의 나이에 문학적 절정기를 맞이한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미시마 유키오는 청년장교들에 의한 쿠데타인 2·26 사건을 소재로 ‘2·26 사건 3부작’을 발표하는 등 문무양도와 내셔널리즘에 경도한다. 그리고 마흔 살이던 1965년 9월부터 4부작 ‘풍요의 바다’를 『신초』 지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1970년 11월 25일 오전 마지막 원고를 잡지사에 넘긴 미시마는, 자신의 추종자 네 명을 데리고 일본 육상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지에 도착, 총감을 인질로 삼아 대원들을 발코니 아래에 모아놓고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총감실에서 전통의식에 따라 할복자살을 하고 만다. 향년 마흔다섯 살이었다.

가면의 고백, 혹은 예술가의 맨얼굴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에 관한 ‘젊은 날의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내가 이 소설을 쓰려 한 것은 그 반대의 욕구에서이다. 이 소설에서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완전히 사상된다. ...... 나는 완전한 고백의 픽션을 만들려 했다. ‘가면의 고백’이라는 제목에는 그러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작가 노트)

1인칭 소설인 『가면의 고백』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 ‘나’의 출생에 관한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근무하다 사표를 제출한 20대 중반까지의 이야기가 앞에서 소개한 미시마의 연보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남의 눈에 나의 연기로 비치는 것이 나로서는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었고, 남의 눈에 자연스러운 나로 비치는 것이 곧 나의 연기라는 메커니즘을 그 무렵부터 나는 희미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작가 노트)

미시마 유키오는 예술에의 욕구, 즉 가면을 쓰려고 하는 욕구 그 자체에서 맨 얼굴의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면의 고백』은 이러한 욕구를 여과 없이 발현하고 있다. 또한 초판본에 실린 작가 자신의 해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죽음의 영역에 남기려는 유서이다. 이 책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역설적인 자살을 의미한다. 투신자살을 영화로 찍어서 되돌리면 자살자가 맹렬한 속도로 계곡 밑으로부터 절벽 위로 날아올라 되살아난다. 이 책을 씀으로써 내가 시도한 것은 그러한 삶의 회복술이다.
고백이라고는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나는 ‘거짓말’을 방목했다. 원하는 곳에서 그 거짓말들이 풀을 먹게끔 했다. 그러면 거짓말들은 만복이 되어 ‘진실’의 밭을 헤집지 않게 된다.
같은 의미로, 살에까지 파고든 가면, 살집이 달린 가면만이 고백을 할 수 있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이다라는 것이다. (작가 노트)

미시마 유키오가 『가면의 고백』 속에 진술한 내용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고 다채롭다. 처음 부분에서 자신이 출생하던 당시의 광경을 보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어 마치 이 작품이 모두 허구인 양 연막을 편 뒤 적나라한 고백을 시작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가는 집안의 장남으로 출생하여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여자아이처럼 지냈던 유년 시절의 이야기, 분뇨 수거인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바로 그 수거인이고 싶었다는 이야기, 축제에 참가한 청년들이 광란하는 모습, 분장욕에 들떠 있던 이야기, 비극적인 것에 대한 애착심, 죽음과 맞선 잔다르크의 모습, 용에게 죽임을 당하는 동화 속 왕자, 자위행위, 전쟁놀이에서의 ‘연기’와 성 세바스티아누스 순교도의 충격, 연상의 동급생 오미에 대한 연모 등 다양하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전반부인 1장과 2장에 열거되어 있다.
이어 3장과 4장에서는 그러한 주인공이 실생활 속 이성과의 교제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를, 아마도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상세한 분석을 곁들여가며 기술하고 있다. 소노코는 실제로 미시마와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 모델이다.
『가면의 고백』은 과거의 에피소드를 사실적으로 고백하던 기존의 고백문학과는 달리, 그것을 관념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으며, 고백이라는 행위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원이 다르다. 미시마는 스스로 이 작품을 ‘정신적 위기에서 생겨난 배설물’이라 설명했는데, 당시 평론가들의 반응 역시 ‘여우에게 홀린 듯한 기분’ ‘날카롭고 역설적인 작품’ ‘수컷 문학이 출현했다’ ‘자기찬미, 자기도취’ ‘그는 완전히 새롭다.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20세기가 시작된다’는 등의 격렬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가면의 고백』처럼 내부의 괴물을 가까스로 정복한 듯한 소설을 쓴 다음에, 스물네 살의 내 마음속에는 두 가지 상반된 지향이 확실하게 생겨났다.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고, 또 하나는 명확한, 이지적인, 밝은 고전주의에의 경도였다. (작가 노트)

『가면의 고백』은 미시마 유키오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 일본의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또한 미시마 유키오의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문장이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학적 가치를 지님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피타고라스의 이른바 천구(天球)의 음악처럼 정연한 구성 자체가 몰고 오는 음악적 쾌감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에서 문학적 매력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
사에키 쇼이치(문학평론가)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마술사이다. 『가면의 고백』은 그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후 문학에서도 아주 오래도록 남을 최상의 수확 중 하나이다.
후쿠타 쓰네아리 (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3건) 리뷰 총점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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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가면의 고백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b* | 2016.09.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3번째 가면의 고백이다. 다른 번역에 어쩌다보니 3권째 읽은 가면의 고백.매번 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작가님인 것 같은 생각으로 읽은 것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매번 그런 느낌을 받는 소설이다. 금각사보다 가면의 고백을 먼저 읽은 것이 행운이었던 것같다. 금각사를 먼저 읽었다면 가면의 고백을 읽지 않았을 테니.. 소설은 커피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것같다. 대다수의 독;
리뷰제목

3번째 가면의 고백이다. 다른 번역에 어쩌다보니 3권째 읽은 가면의 고백.

매번 소설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이 작가님인 것 같은 생각으로 읽은 것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매번 그런 느낌을 받는 소설이다. 금각사보다 가면의 고백을 먼저 읽은 것이 행운이었던 것같다. 금각사를 먼저 읽었다면 가면의 고백을 읽지 않았을 테니.. 소설은 커피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것같다. 대다수의 독자들이 좋아하는 혹은 선호하는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혹은 그 반대도 존재 할 테니.. 리뷰는 참고만 하시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마치 내가 가면의 고백은 좋아하지만 금각사는 안 좋아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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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가면의 고백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c****1 | 2015.11.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제목이 주는 힘은 분명 있다. 그것은 읽는 사람에게,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설을 읽기 전부터 아주 큰 선입견을 주게 된다. 제목은 소재이거나 주제 의식이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고백"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것은 분명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채 독서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   소설은 장편이지만 요즘의;
리뷰제목

 

  제목이 주는 힘은 분명 있다. 그것은 읽는 사람에게, 특히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설을 읽기 전부터 아주 큰 선입견을 주게 된다. 제목은 소재이거나 주제 의식이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고백"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것은 분명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채 독서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소설은 장편이지만 요즘의 그리 긴 이야기책은 아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짙은 속내가 담겨있다. 1인칭 소설이 주는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1인칭 소설은 '나'와 '작가'를 하나로 느끼게 만들어, 마치 그의 일기나 그의 감춰어진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그런 매력이 있는 듯하다.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은 처음 접하게 된 듯하다. 오래전 그의 다른 소설 "금각사"를 어디선가 본 듯은 한데 ... 읽은 기억은 없다.

  소설 속 '나'는 병약한 도련님 같은 이미지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소설을 쓰던 그 시점까지 자신이 느껴왔던 성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판 연도로 보면 1949년인데 그 무렵에 '동성애자'일 수 있다는​ 고백은 그 당시 일본은 그러함을 받아들여질만한 사회였을까? 그로 인한 약간의 충격도 있었다. 사실에 기인한 것이든 아니든 내가 가진 성적 판타지는 이러한 것임을 소설로 적어낸다는 것이 ... 현재 내가 가진 정신과 많은 차이를 보여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제목인 '가면'이란 의미는 자신의 내재된 성질을 다름이 아닌 틀림 그래서 고쳐야 할 것으로 인식하며 자신의 속과는 다른 것을 삶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말하는 듯하다. 강인하게 보이고 근육질의 남자에게 자신을 이입시키고 싶어하고 그런 남자를 사랑한다고 느끼며, 매혹적이었던 기사가 여성인 잔다르크임을 알게 되고는 흥미를 잃게 되는 ... 그런 어린 시절을 지나 "어떤 육체적 욕망도 거의 품지 않은 채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미화하는 '가면'. 그래서 '나'는 자신이 지닌 욕망의 모습이 치유될 수도 있다는 '가면'을 쓰고 친구의 여동생에게 다가가고, 그녀와의 키스를 통해 이성에 대한 혹은 '그녀'에 대한 육체적 욕망을 느끼지 못하고는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나'는 또 한 편으로 죽음에 대한 '가면'을 쓰고 있다. 전쟁의 막바지에서 징병이 되어 군인이 된다면 전쟁터 어느 곳에서 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막상 신체검사를 받을 때는 자신의 병을 부풀려 군인이 되는 것을 스스로 막아보려 애쓴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친구의 여동생 '소노코'와의 만남을 계속 이어간다. 소노코는 남편 이외의 '남자'를 만난다는 것에 대해 짙은 번민을 보이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면서도 이성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어떤 욕망도 불륜도 여전히 느끼지 못한다.

  소설 "가면의 고백"은 난해한 소설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뒤쪽에 실린 여러 편의 ​해설들과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고백'에 대한 의미를 말하고, 작가 자신의 거의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말도 건네준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게 동성애 성향을 털어놓은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의미를 주려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탐미주의라는 꼬리표를 어디선가 본 듯하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문장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너무 아름다워 글을 읽어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의 문장들을 다시 읽기를 반복해야 했다. 청명한 하늘에 햇살이 쨍하는 느낌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만으로도 책을 읽는 설렘을 던져주었다. ​고등학생 시절 읽은 아름다운 단편 소설들이 떠오를 만큼, 요즘은 쉽게 만나기 힘든 그런 문장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붕에서 눈이 녹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아침 햇빛이 뚝뚝 녹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신발이 끌고 온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콘크리트 위 가짜 진창에, 차례차례 환성을 지르며 햇빛이 몸을 던져 추락사하는 것이었다. 그중 한 빛은 멋모르고 내 목덜미에도 몸을 던졌다 ......"

  이 문장을 읽는 순간부터 나는 마치 내 가슴을 설레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러 가기 몇 시간 전의 사람인양 떨기 시작했다. 작가의 문장인지 번역자의 문장인지는 모르겠지만 ... 마치 내가 중학생이 되어 까만 교복을 입은 채 먼 발길에서도 발끝을 세워 애타했을 법한 소극적이고 소심한, 아직 어린아이의 모습이 더 많은 중학생의 내가 가슴 두근거리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나는 중학생이던 시절, 성에 대해 눈을 뜨질 못하였다. 어쩌면 눈을 뜨질 못한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자리에서조차 외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 서울의 중학교에서 시골 전학생인 나는 아이들이 돌려보는 '빨간 책'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를 받았다. 또래 아이들로부터 시골에서 왔음만큼 지녔을 "순수"를 보호받았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그때와는 또 다른 시기에 성을 묵도하게 되겠지만 아마도 나이로 본다면 소년들은 중학생을 고비로 해서 어떤 형태로든 성을 마주치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나이쯤에 발현하는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한 것인지 성에 대한 호기심은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참 무지한 중학생였던 것 같다. 성교육도 없던 시절이라 더욱이 무지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입을 통해 성을 알아가게 되고 또 다른 방식으로의 간접 경험을 마치 직접 경험 인양 입에 먼저 올리는 아이들, 그중에서 분명 또래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보이는 친구에 대한 경외심은 스스로에 대한 초라함보다 오히려 그 친구에 대한 신비에 가까웠는지 모르겠다. 소설 속 '나'가 마주하게 되는 성의 부분 부분들은 그래서 감추었거나 모르는 척 외면했던 내 청소년기의 성에 대한 이야기와도 비슷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곤란하고 겉으로는 잘 아는 척 떠벌리기는 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을 곧이곧대로 말해버리면 이상한 아이 취급을 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성의 호기심이 생겨나면서부터 자연스레 부모님에게서 멀어지게 되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으며 그런 시간을 통해 스스로가 익명으로 해보는 상상에 나를 빠뜨리곤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자주 혼자 있는 시간에는 깊이를 알지 못하는 어두운 곳으로 끝없이 들어가곤 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서투름 투성이의 하루를 살아가지만 미숙했던 그 시절의 알지 못할 그 성에 대한 두려움과 환상 때문에 나는 그때가 가끔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날들에 가끔 읽고 했던 아름다운 문장들에 심취하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국내 출간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은 그리 많지를 않다. 아름다운 문장에 빠져 허우적거릴 준비를 하고 그의 다른 소설들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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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사실을 사실이 아닌 듯 거짓말 같이 쓴 소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c******g | 2015.02.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번째, “가면의 고백”은 일본의 심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전업작가로써 처음 발행한 책으로, 일본이 패전하고 약 4년후인 1949에 발간된 책이다.“가면의 고백”은 반자전적인 소설이며 소설내의 서사가 대부분 사실에 기반한다는 것을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책이 발간된 해와 그의 연보 드리고 동양적인정서를 생각해보면 다소 충격적;
리뷰제목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번째, “가면의 고백”은 일본의 심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전업작가로써 처음 발행한 책으로, 일본이 패전하고 약 4년후인 1949에 발간된 책이다.

“가면의 고백”은 반자전적인 소설이며 소설내의 서사가 대부분 사실에 기반한다는 것을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책이 발간된 해와 그의 연보 드리고 동양적인

정서를 생각해보면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자기파괴적인 심리묘사와 자가

정신분석에 가까울 정도의 치밀한 서사들이 당대의 일본 문학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 같다.


거짓말 같은 사실을 사실이 아닌 듯 거짓말 같이 쓴 소설이라고 할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모호하지만 픽션인지 사실인지는 소설의 중반부가 넘어가면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 되어 버리고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혹은 이미 무너진 것 같은

주인공의 자아가 모순에 모순을 낳는 연상 그리고 부정을 부정하는 모순의 반복으로 끊임없이

그를 따라가 보려는 독자를 괴롭힌다. 의도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추리소설

같은 집요한 두뇌 회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요하는 집요함이 묻어 나는 소설인데, 이는 그처럼

집요한 사람들을 겨냥한 치밀한 플롯에서 나온 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인간은 모두 자기만의 감춰진 비극이 적게는 하나에서 많게는 여러 개씩 가질 수

있는데 대부분 그 비극 앞에 자기만의 가면을 내세우고 가면 뒤에 꼭꼭 숨겨두어 생채기를

내고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생채기로 인해 가면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가

어느 것이 진짜 얼굴이고 어느 것이 가면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는 체 말이다.

이러한 가면을 모두 벗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자각이 우리의 맨 얼굴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꾸려가는 것이 나쁘지 않은 인생을 사는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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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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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가면의 고백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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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2016.09.08
평점4점
인물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이 일본문학답다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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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2016.04.10
평점4점
내면 서술... 좀 징하다. 유키오 책은 마니아층이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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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a*****e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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