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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3월 1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71g | 148*210*30mm
ISBN13 9788954610018
ISBN10 895461001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현대문학의 방향성을 새로이 제시하고 정립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20세기 최고의 문제적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이다. 서른 번째 생일날 아침 갑자기 체포된 요제프 K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유로 1년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소송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가장 비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내며,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구속과 억압,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관료주의’가 지휘하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개인이 겪는 무력감을 담아냈다.

자신의 서른번째 생일날 아침 하숙집에서 두 명의 감시인에게 갑자기 체포된 요제프 K는 1년 동안 자신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어떤 죄로 인해 법원과의 소송에 휘말려 지내다가 결국 서른한번째 생일날 밤에 처형당하고 만다. '악몽' 같은 진실을 담은 그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가장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20세기에 나온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인간성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에 눈 뜨게 한 가장 ‘카프카적’인 텍스트이다.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권혁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서울대와 공군사관학교에서 강의하던 중 독일로 건너가 쾰른대학교에서 독문학, 영문학, 철학을 전공한 후 2006년 프란츠 카프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 「카프카 문학에 나타난 성서의 ‘인류타락’ 신화 수용과 형상화 연구」는 같은 해 독일 쾨니히스하우젠 & 노이만 출판사의 학술총서 중 하나로 출판되었다. 현재 서울대, 한양대, 이화여대, 동덕여대에 출강하면서 독일문학, 독일 및 유럽 문화, 독일 영화 등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다섯번째 여자』 『모래사나이』 『카프카 단편집』 등 다수가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기서 나갈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뭐죠?” K가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걸 말해줄 입장이 아니오. 방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이제 소송 절차가 시작되었으니,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 p.13

K는 아주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중략) “이 법원에서 행하는 모든 발표의 배후, 그러니까 제 경우에 비추어 말하자면 체포와 오늘 심리의 배후에 어떤 거대한 조직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략) 그런데 여러분, 이 거대한 조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상대로 무의미하며 제 경우에서처럼 대개 아무 성과도 없는 소송을 벌이는 것입니다.” --- p.65

K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중략) 소송에 대해 이전에 품었던 경멸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그가 세상에 혼자 사는 것이라면 소송 같은 건 가볍게 무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략) 그러나 지금은 숙부가 별써 그를 변호사에게 끌고 왔으며, 집안과 가족들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중략) 그는 소송의 한복판에 서서 자신을 방어해야 했다. --- pp.154~155

“당신의 소송이 안 좋은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신부가 물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더군요.” K가 말했다. “저로서는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중략)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어요. 신부님은 아십니까?” “모릅니다.” 신부가 대답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나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중략)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당신의 죄가 입증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죄가 없습니다.”
--- pp.263~26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은행의 부장인 요제프 K는 서른번째 생일날 아침 하숙집에서 두 명의 감시인에게 갑자기 체포되었다. 그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자신 역시 알 길이 없다. 체포되기는 했으나 행동의 자유는 허용되었고 직장에도 전과 다름없이 나갈 수 있었다. K는 체포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면 금방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다.
첫 심리 날짜를 통보받아 출두한 법원은 다름 아닌 가정집이었다. 판사도 배심원도 심리 과정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소송은 금방 끝날 듯하면서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결국 K는 변호사를 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변호사는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청원서 한 장 제대로 써주지 않았고, K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몇몇 사람을 만나고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지만, 어디서도 명쾌한 답은 얻을 수가 없었고 다만 K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몇 년 동안 소송에 매달리지만 소송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상한 이야기만 듣게 된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가고 자신은 무죄이기 때문에 소송이 금방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K도 다른 소송 당사자들처럼 무력해지고 불안해지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20세기가 물려준 위대한 ‘문학’유산

『소송』은 카프카가 남긴 세 편의 장편소설 중 하나로, 작가 사후에 출간되어 뒤늦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그러나 출간과 동시에 독자와 비평가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20세기에 나온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와 함께 카프카를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대성과 인간성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에 눈뜬 『소송』 이후의 현대문학은 이제 이전의 문학과는 결코 같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표현주의가 힘을 얻고 있던 당시의 독일 문단에서 카프카 역시 표현주의 작가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그의 문학은 당대의 주류 문학 사조 속에 뭉뚱그려 넣을 수 없을 만큼 평균적 질서와는 거리를 두고 있기도 하다. 정형화된 해석을 단연 거부하고 현대문학의 방향성을 새로이 정립, 제시한 카프카의 문학은, 이후 카뮈와 사르트르 같은 실존주의 작가들의 탄생을 돕고, 나아가 20세기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데리다, 라캉, 들뢰즈 같은 후기구조주의 내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의 이론을 입증해주는 중요한 텍스트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초현실주의 작가 카프카가 서술하는 소설 속 세상은 현실이면서 현실 같지 않다. 우리가 경험하고 사고하는 세상과는 다른 비정상적 현실이다. 그래서 그의 문학은 난해하고 몽환적이다. 그러나 그 희뿌연 안개 뒤에는 사실 우리가 눈감고 있어 보지 못했을 뿐인 실재의 현실이 있다. 그는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가장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실존주의 리얼리즘 작가이기도 하다.

“어느 날 아침에 그는 느닷없이 체포되었다.”

은행의 부장으로 있는 요제프 K는 자신의 서른번째 생일날 아침 하숙집에서 두 명의 감시인에게 갑자기 체포된다. 그 후 그는 1년 동안 자신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어떤 죄로 인해 법원과의 소송에 휘말려 지내다가 결국 서른한번째 생일날 밤에 처형당하고 만다.
그가 정해진 종말과의 헛된 싸움을 벌여나가는 그 1년 동안, 소설 속에서는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대거 등장한다. 법정은 가정집과 연결되어 있고, 법원과 관계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부패하고 음란하다. 주인공은 모든 여인들과 성적 관계로 연결되고, 변호사는 의뢰인을 노예처럼 다룬다. 결국 그는 채석장에서 ‘개같이’ 처형된다.
이런 그로테스크하고 초현실적인 형상들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실존적 이야기를 하려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 또는 종교적 비유를 시도했거나, 그도 아니면 광기의 전체주의로 흘러가는 현대의 관료체제에 통렬한 냉소를 날리려 한 것일 수도 있다. 카프카의 텍스트는 단 하나의 해석만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의문들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그대로 남아 있으며, 화자는 사건을 해석해주지 않고, 독자의 시선은 제한된 곳만 볼 수 있다. ‘악몽’ 같은 진실을 담은 카프카에스크(kafkaesk), 즉 ‘카프카적’ 텍스트는 비인간화된 현대 세계에서 인간이 느끼는 소외와 불안을 묘사했지만, 기존의 문학적 범주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어떤 확정적인 해석도 단연 거부한다.

비현실적인 세상에서 가장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다

카프카는 『소송』에서, 세속적인 자아에 몰두해 있지만 진정한 자아로부터는 소외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소외된 현대인의 전형을 등장시켰다. 그는 사회의 규범에 훌륭하게 적응했다. 그러나 ‘죄 있는’ 인물이다. 사회의 규범에 적응한 유죄의 인물에게 작가는 법률적이고 도덕적인 기준만으로는 정의 내리기 어려운 죄, 나아가 실존적 차원 내지 종교적 차원까지 암시하고 있는 죄의 문제를 묻고 있다.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불안과 부조리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한 『소송』은 다양한 방식으로 읽히면서 또한 여러 방향의 해석을 낳고 있는 소설이다. 세 번의 약혼과 세 번의 파혼을 거치면서 평범하고 정상적인 시민적 삶에 끝내 편입되지 못한 카프카의 자전적 체험은 죄책감과 좌절감의 형태로 소설 곳곳에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카프카는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구속과 억압, 감금과 규제에 의해 속박되는 현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관료주의’가 지휘하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개인이 겪는 무력감을 소설의 주제로 삼았다. 그러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무력감은 외부에 실재하는 어떤 실체적 대상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여러 권위들에 의해 가치와 규범들이 내면화된 것, 즉 ‘죄의식의 투사’로 해석될 수도 있다. 나아가 ‘인간인 이상 이미 유죄’라는 사상, ‘유죄 판단의 기준과 법의 집행에 인간이 관여할 수 없다’는 사고 등은 카프카의 텍스트에 내재되어 있는 종교적 함의 역시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얼마나 진기하고 흥분되며 독창적이면서 또 즐거움을 주는 책인가! 이것은 너무나 정교한 거미줄이며 상상의 세계의 건축물이다.
헤르만 헤세
카프카의 『소송』은 우리를 인간 사고의 극한까지 이끌어간다. 이 작품은 부조리의 문제를 온전하게 다루고 있다.
알베르 카뮈
『소송』은 권위주의와 인간 양심 사이의 복잡한 상호관계에 대한 훌륭한 예를 보여준다.
에리히 프롬
카프카는 활자화된 ‘투란도트(청혼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답을 맞히지 못하면 살해했던 『천일야화』의 공주)’이다. 이 점을 알아차리고도 달아나지 않기로 한 자는 자기 머리를 내밀거나 아니면 차라리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야 하며 앞 사람의 전철을 밟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 해답을 찾지 못하는 한, 독자에게는 여전히 책임이 남아 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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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서평] 소송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책**개 | 2022.06.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스포주의) 『소송Der Prozess,1925(권혁준 옮김/문학동네)』은 프란츠 카프카의 “고독 3부작”으로 불리는 세 편의 장편 소설(『실종자(아메리카)』, 『소송』, 『성』) 중 한 작품이다. 카프카의 벗 막스 브로트는 유고를 불태워 달라고 했던 카프카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작가 사후에 모두 출간한다. 출간할 첫 책으로 브로트가 선택한 작품은 『소송』(1925)이었고 『성』과 『실종;
리뷰제목

(스포주의) 『소송Der Prozess,1925(권혁준 옮김/문학동네)』은 프란츠 카프카의 “고독 3부작”으로 불리는 세 편의 장편 소설(『실종자(아메리카)』, 『소송』, 『성』) 중 한 작품이다. 카프카의 벗 막스 브로트는 유고를 불태워 달라고 했던 카프카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작가 사후에 모두 출간한다. 출간할 첫 책으로 브로트가 선택한 작품은 『소송』(1925)이었고 『성』과 『실종자』가 뒤를 잇는다. 역자는 카프카의 잠언에서 “우리의 책임과는 상관없이 인간이 처해 있는 상태가 유죄의 상태”라고 인용한다. “카프카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겪는 경험은 필연적인 좌절의 경험이고, 이는 인간의 불완전한 실존에 기인하는 것”(p.345)이라고 설명한다. 독일의 저명한 작가, 평론가, 학자들이 꼽은 '20세기 10대 소설', 독일어소설 열 작품에 카프카의 “소송”이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린다. 이현우는 토마스 만의 소설 세 편과 카프카의 소설 두 편(소송, 성)이 포함된 게 눈길을 끈다며 두 작가가 20세기 독일문학의 절반인 셈이라고 덧붙힌다.(로쟈의 저공비행 인용) 『소송』이 장들의 순서 등 작가의 의도가 일부 변형된 ‘브로트 판’이 아닌 카프카 원고 그대로 편집된 ‘패슬리 판’ 번역본이라는 점은 재독을 더 기대하게 한다.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 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p.9) 첫 문장은 은행의 간부로 근무하고 있는 주인공 요제프 K가 갑자기 체포되는 장면이다. “엄연히 법치국가에 살고 있”(p.13)는 K가 서른번째 생일날 아침에 당한 일에 분개하자 감시인은 오히려 “당신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줄을 모르는군”(p.15)하고 비난한다. 착오의 가능성도 차단한다. “법에 쓰여 있듯이 죄에 이끌려서 감시인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오. 그것이 법이라는 거요. 거기에 무슨 착오가 있겠소?”(p.15) 감독관은 그에게 절망시키려는게 아니다, 당신은 체포되었을 뿐이고 그것이 전부라고 말한다. 또한 이 체포는 K의 일상생활을 구속하거나 방해하지 않는 체포다. 한 통의 전화는 K가 심리를 받기위해 출두해야 한다는 통보다. 특정 장소에 도착 후 심리가 열리는 방을 찾아내고, 들어가고, 맞닥뜨리는 일들은 또 다른 차원으로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이미지는 잔상으로 남고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기이한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던 앙드레 브르통의 주장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억울함을 밝히고 부당함을 호소하고 싶은 K. 그는 자기만의 고유한 역사를 쌓아온 보통의 시민으로써 받아 마땅한 권리를 되찾고 자유를 누리고 싶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니 스스로를 구원키 위한 방도를 최대한 모색한다. K가 우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모호한 정체성을 드러내며 출현했다 사라지곤 한다. “그는 적어도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당장 법원 전체를 때려 부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있지 않은가? 이 정도의 자신감도 가질 수 없단 말인가?”(p.78)라는 기세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시도한다. K가 통과하고 맞게 되는 경험은 과도하고 비틀려있다. 그렇기에 바로잡겠다는 마음은 더 확고해진다. 하지만 치밀하고 현란한 카프카적 묘사를 따라갈 때 K의 시도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일 뿐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는 소송 전체인 것이다. K의 인생행로에 갑자기 이 무슨 장애물이 닥친 것인가!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은행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중략) 은행 업무는 소송과 연관되어 있고 소송에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그리고 법원이 인정한 일종의 고문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은행에서는 그의 업무를 평가할 때 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줄까? 아무도, 그리고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p.164) 이쯤 되면 늪이 맞다. 그런데 늪은 책이 아닌 현실에도 즐비하다. 늪, 빗물웅덩이, 돌부리, 걸림돌들은.

 

마지막 두 장은 “대성당에서”와 “종말”이다. 무죄를 주장하는 K에게 신부는 “그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죄 있는 사람들이 늘 그런 식으로 말하지요.”(p.264)라며 K가 법원과 관련해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 지적한다. 이어 “법의 서문에는 그런 기만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p.267)로 시작하는 비유담이 재등장한다. 1915년 따로 출간되었고 카프카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는(p.168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은행나무) 『법 앞에서』다. 하지만 여기서는 신부와 K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보여준다. 카프카는 첫 장과 마지막 장을 거의 동시에 완성한 후 중간 부분을 집필했다고 한다. 마지막 장,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고군분투했던 시간은 하나의 결말을 맺는다. -“개 같군!” 그가 말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치욕은 살아남을 것 같았다.“(p.287)- 이 쓸쓸한 마지막은 작가 자신이기도하고 인류 대표이기도 한 K,가 의도하고 구했던 것을 내어주지 않고 구원과도 멀다. 앞에서 변호사의 방법이라는게 ”의뢰인이 세상사를 다 잊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이런 잘못된 길로 질질 끌려다니기를 스스로 바라게 만드는 것“이고 결국 의뢰인은 더 이상 의뢰인이 아니라 ”변호사의 개“(p.242)가 된다고 했다. 마지막 은유는 ”인생의 베일“에서 월터가 죽기 직전에 했던 말 ”죽은 건 개였다.“(p.269, 인생의 베일/서미싯 몸/민음사)에 닿는다. 역시 쓸쓸했던 죽음이다.

 

어울리지 않게도 “학교종”이라는 오래된 동요가 떠오른다. 이 짧은 가사 실현이 그토록 어렵나? 어렵다. 학교종이 울릴면 모이고 이때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세상. 단순하고 친절하고 자명한 세계, 우리는 예측 가능한 약속된 세계를 추구하지만 책에서 이는 찾아볼 수 없다. 종이 울리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문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권유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강제, 무엇보다도 우리를 기다리는 게 그곳에 있어야 할 선생님은 아니다. 법, 법원도 상급법원도 아니다. 한 사람일지 전체일지도 알 수 없다. 미지인 채로 커튼 막은 내려온다. 기요틴의 칼날처럼 속도감 있는 막이다.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나. 반복되는 일상, 살아있는 한 살아내야 하는, 업적도 공로도 표창도 없이 때론 죄의식 달래는 삶. 미약할 지언정 ‘이게 말이 돼?’ 외치며 한계없이 대치하고 투쟁할 때 확인케되는 부조리한 인간 조건을 닮았다. 이를 믿기 어려울만큼 빼어나게 펼쳐보이고 직면시킨다는 점이 카프카, 특히 “소송”의 매력이다.

 

헤세는 “이 특이한 작가의 첫 소설은 그가 죽고 2년이 지난 다음 작가의 의지를 거스르며 나왔다.”고 1925년 9월 ‘베를린 일간지’에 쓴다. 그는 “독자는 꿈결처럼 비현실적인 세계의 분위기 속으로 끌려들어가, 뒤엉킨 꿈의 실타래로 짜이는 구조물 속으로 함께 짜여 들어가고, 제대로 깨어나지 못한 상태로 자신이 환상적인 꿈 세계의 이미지 속에서 지상과 지옥과 하늘을 보고 경험하고 있음을 막연히 예감한다.”며 마지막에 덧붙인다. “이 작가는 도이치 언어의 감추어진 대가이자 왕이다.”라고.(p.30,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헤르만 헤세/안인희/김영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에 이만한 도끼가 또 있을까. 재독을 마치며 다시 펼 날을 기다린다. 부분적으로 선택한 장면을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곱씹어 읽어도 좋겠다. 날개를 단 것처럼 스쳐 읽고 다시 돌아와 사진을 찍듯 멈춰 읽거나 하나의 페이지에 하루를 고정하며 읽고 싶기도 하다. 어쩌면 숨을 참고 읽어볼지도 모르는데 먼저 어울리는 장면을 추린 후 시도하겠다. 다시 읽기 위해 일부러 떠나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매일 읽는다면 화창한 태양 아래 꽃향기 가득한 날이 지속되더라도 마음의 페이지는 모노톤으로 고정될 것이다. 흐림, 흐림, 흐림으로 일관할 내적 날씨를 견딜만하다면, 그 틈새의 빛, 찬란함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여긴다면 카프카의 “소송”읽기는 빼앗기지 않을 온전한 기쁨으로 독자 곁에 머물 것이다.

도대체 너는 이번 소송에서 지고 싶은 거야?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기나 해? 그건 네가 간단히 지워져버린다는 뜻이야.(p.119)

다른 한편으로, 이들의 지위는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므로 그들에게 부당한 행동을 한다든가 그 지위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법원의 서열과 직급 체계는 끝이 없어서 그 세계에 정통한 사람들조차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데 법정에서의 재판 과정은 일반적으로 하급 관리들에게도 비밀이며,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이 다루는 사건의 향후 추이를 완전히 파악할 수가 없고, 따라서 재판 사건은 대부분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른 채 그들의 시야에 나타났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계속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즉 개별적인 소송 단계들, 최종적인 결정, 그리고 그런 결정의 근거들을 연구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 같은 것이 하급 관리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p.146)

 

(중략) 변호사의 방법이라는 것은 의뢰인이 세상사를 다 잊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이런 잘못된 길로 질질 끌려다니기를 스스로 바라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더 이상 의뢰인이 아니라 변호사의 개였다.(p.242)

"나는 다만 그에 관한 여러 의견을 들려줄 뿐입니다. 당신이 그런 의견들에 너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요. 글은 불변하는 것이고, 해석들은 종종 글에 대한 절망의 표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심지어 문지기야말로 기만을 당한 자라는 의견까지 있어요.“(p.273)

누굴까? 친구일까? 좋은 사람일까? 관련된 사람일까? 도와주려는 사람일까? 한 사람일까? 아니면 전체일까? 아직 도움이 가능한 것일까? 생각해내지 못한 반대 변론이라도 있는 걸까? 틀림없이 그런 것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확고부동한 논리라 하더라도 살려고 하는 사람을 당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판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가 아직 이르지 못한 상급 법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는 두 손을 쳐들고 손가락을 쫙 펼쳤다.(p.287)



 

천번째 블로그 서평/감사

[서평]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권혁준 옮김/..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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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소송. 프란츠 카프카 장편소설. 세계문학전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구**모 | 2021.11.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프란츠 카프카 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의 문체가 다시금 떠오르면서 작품을 읽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시작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으로 사건은 시작되며 작품의 흐름은 점점 흐릿하고, 시원하지 않는 답답함을 끈끈하게 내재하면서 중반부를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소송 사건의 결말까지도 독자 한 사람으로서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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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의 문체가 다시금 떠오르면서 작품을 읽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시작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으로 사건은 시작되며 작품의 흐름은 점점 흐릿하고, 시원하지 않는 답답함을 끈끈하게 내재하면서 중반부를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소송 사건의 결말까지도 독자 한 사람으로서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지만 작품의 화자가 의문을 가지며 주장하는 것들 하나하나까지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것이 법이라는 거요. 거기에 무슨 착오가 있겠소? 15쪽

 

이 법원에서 행하는 모든 발표와 배후, 그러니까 제 경우에 비추어 말하자면... 배후에 어떤 거대한 조직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뇌물을 밝히는 감시인들, ... 이 거대한 조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상대로 무의미하며... 아무 성과도 없는 소송을 벌이는 것입니다. 65쪽

 

죄 없는 사람이 ... 유죄판결을 받게 되는 것이 이 사법제도의 본질 70쪽

 

아무리 비위에 거슬리는 터무니없는 일이 있더라도 조용히 있어야 한다! 148쪽

 

허구성을 가지는 작품이지만 인물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들은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화자의 소송사건의 시작과 진행과정, 결말이 가지는 의미와 법이라는 테두리와 그 안에 내장된 권력까지 연결하면서 읽어가는 작품이 된다. 톨스토이의 작품과 우리 영화들까지 하나둘씩 떠올려보면서 읽어가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소송이 시작된 이유도 모른다. 어떤 죄를 가진 것인지도 모른 채 진행되는 소송 진행과정의 모순들을 작품들의 상황들과 인물들의 풍자적인 모습들과 장소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현실에서도 가지는 기나긴 소송의 맹점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법원을 자극한다는 것, 법원의 거대한 조직, 권력의 상징성까지도 짚어보게 하는 상황들이 전개되기도 한다. 소송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부당한 요구 상황들과 법원의 신부가 등장하면서 서로 나누는 문지기에 대한 이야기, 기만과 자유의지에 대한 사유, 법에 복종하지 않는 그를 향하는 평가들 등 많은 것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기만이 가지는 맹점까지도 다시금 정리해 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 사연들도 책의 <해설>코너에 소개되고 있다. 작가 개인적인 사건도 설명해 주고 있어서 함께 떠올려보면서 작품을 다시금 정리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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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카프카식 관료주의 비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m*****h | 2021.04.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프란츠 카프카의 3대 장편 소설 중 유일하게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 바로 『소송』이다.  주인공 요제프 K는 어떠한 소송에 휘말려 들어서는 그 기소 이유도 전혀 알지 못한 채 소송을 진행한다. 이 소송 자체의 비개연성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 우리는 어떠한 비난을 받았을 때 반드시 그 이유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그 이유에 대해 해명하고, 잘못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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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3대 장편 소설 중 유일하게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 바로 『소송』이다. 

주인공 요제프 K는 어떠한 소송에 휘말려 들어서는 그 기소 이유도 전혀 알지 못한 채 소송을 진행한다. 이 소송 자체의 비개연성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 우리는 어떠한 비난을 받았을 때 반드시 그 이유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그 이유에 대해 해명하고, 잘못되었다고 바로 잡고, 때론 인정하며 비난을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이것이 한낱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면, 요제프 K가 당한 소송은 다소 국가적 차원의 일이다. 처음 요제프 K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헛웃음 짓지만 소송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동안 진척되지 않아 요제프 K는 초반 기세등등한 모습과는 다르게 변호사를 찾아다니고 법원계 인사와 교류하려고 노력한다. 

이 작품의 주요 포인트는 시간이다. 요제프 K 개인의 시간은 밀도 있게 빠르게 흘러가며 소송을 기다리지만 법원의 시간은 그에 비해 굉장히 더디게 흘러간다. 그러는 동안 요제프 K는 직장에서나 가문에서나 사생활에서나 엄청난 피해를 입지만, 법원은 그 사실을 전혀 괘념치 않고서 소송 절차를 차근차근 예비해나간다. 

사실 이는 카프카만이 다루는 관료주의에 대한 독특한 비판이다. 소송 자체의 비개연성도 위와 같은 답답함을 자아내는 데 크나큰 공헌을 한다. 대체 요제프 K의 기소 사유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카프카적 텍스트의 그로테스크함을 더해주는 조미료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하여 그것이 곧 삶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이 되고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원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 된다. 사실 이 같은 해석들은 카프카의 작품 풍미를 더욱더 깊게할 뿐이다. 

그러니 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에 고통을 느끼기 싫다면 소송 자체를 하나의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나의 농담으로 제쳐둔 후 요제프 K의 실존을 주의깊게 바라보라. 그 순간 카프카의 작품은 다시 한 번 그만의 미학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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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9건) 한줄평 총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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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3점
유명해서 읽었는데 그냥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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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 2022.03.14
구매 평점4점
어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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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 | 2021.10.02
구매 평점5점
소송 자체의 비개연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것, 관료주의 비판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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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 |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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