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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라 브라바

프린세스 라 브라바

: 기대해도 좋을 내 인생을 위해

프린세스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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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46g | 140*195*30mm
ISBN13 9788960862487
ISBN10 896086248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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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손 그녀의 사진촬영이 있던 날이었다. 사진작가와 보조기사 그리고 나와 그녀는 하루 종일 뉴욕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는데, 밥도 못 먹고 작업한 우리는 배가 고프다 못해 시렸다. 10시쯤 마지막 신이었던 타임스퀘어에서의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카메라를 가방에 넣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비가 억수로(그렇게 순식간에 억수로 쏟아 붓는 건 난생처음 봤다)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임스퀘어 주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비를 피하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당황한 우리도 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대처럼 내리는 비를 피할 재간이 없었다. 몇 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생쥐처럼 뛰는데, 그게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우리 네 명은 서로의 꼬라지를 놀리며 웃기 시작했다. 눈은 마스카라 때문에 새카매지고, 구두에는 질퍽질퍽 물이 차고, 머리카락은 머리에 딱 붙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서로 배꼽을 잡고 웃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그건 자유였다.
우리 일행은 비를 피하기 위해 간신히 어느 상점의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 나란히 서서 비에 젖는 뉴욕을 마주했는데, 그게 정말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비가 그친 후에도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는데, 그건 상점 윈도우에 걸려 있던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한 중년 신사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 사진이었는데, 그의 옆에는 첼로가 세워져 있었다. 사진 속에서도 비가 오고 있었는데, 그 신사는 온몸이 흠뻑 젖도록 비를 맞으면서도 첼로만은 우산으로 씌우고 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그날 그 분위기에서 눈에 들어온 사진은 우리 네 명의 가슴을 울렸다. 사진 속의 신사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내 꿈을 비 맞게 할 수 없다’고. --- pp.37~38

“맞아요, 어쩌면 전 ‘호박벌’이 되고 싶었는지 몰라요. 호박벌 알아요? 호박벌은 과학적으로는 절대 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태어난대요. 몸에 비해 날개는 형편없이 작고 가벼워서 공기역학적으로 날기는커녕 떠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죠. 그런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호박벌이 꿀을 따 모으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주일에 무려 1600킬로미터를 날아다닌대요.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말이죠. 그 불가능한 일을 가능으로 바꿔놓은 건 바로 호박벌 스스로 자신이 날 수 없는 벌이라는 걸 모른다는 거예요. 호박벌에겐 자신의 몸의 구조, 뭐 그런 거 따윈 중요하지 않은 거예요. 오로지 꿀을 따 모으겠다는 목적만을 가지고 날고 있는 거죠.
저도 그렇게 제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동양인이기에, 미국 국적이 없기에, 동양인이기에, 그리고 여자이기에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 따윈 하고 싶지 않았어요. 솔직히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런 건 관심 없었어요. 오로지 더 큰 세상에서 꿈을 이루겠다는 목적에만 집중했죠. 그렇게 비행기를 탄 후 지금은 버클리 대학을 졸업했고, 여러 유명 인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요. 제 꿈은 언젠가 올림픽의 오프닝 파티를 주최하는 거예요. 나의 노력이 나를 이렇게 날 수 있게 해준 것처럼 그 꿈 또한 반드시 이루고 말 거예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니 그녀 옆으로 필름 영사기가 돌아가듯,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화려한 인생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졌다. --- pp.72~73

“환영합니다. 우리 부서에서는 이런 일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주세요.”
보통 인터뷰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인데 그녀의 인터뷰는 질문 없이 그렇게 몇 분 만에 끝났다.
너무 놀란 그녀는 물었다.
“제가 합격한 건가요?”
심사자는 싱긋 미소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이미 한나 씨의 이력은 서류를 통해 보았고, 한나 씨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한나 씨의 능력 평가 또한 들었어요. 지원자들 모두 화려한 이력들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정작 인터뷰 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내가 과연 이 사람하고 같이 일하고 싶은가.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 몇 시간 갇힌다면 이 사람하고 같이 있고 싶은가’ 라고요. 한나 씨는 나를 어렵게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항상 밝게 인사하며 다가와 말을 건넸어요. 그런 당신과 내가 일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게 그녀는 대학교 학위만으로 유엔 정직원 타이틀을 따냈다.
예전에 그녀가 교수님이나 주위 친구들에게 “유엔에서 일하는 게 제 꿈이에요” 라고 말하면
‘그래, 꿈은 클수록 좋지’ 라면서 별로 믿지 않거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전 세계 몇백 명의 인턴들 중에 그녀만이 유일하게 유엔 정직원이 되고야 말았다. 당당히 정년 62세까지 보장받는 국제 영토의 주역이 된 것이다.
--- pp.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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