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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바쁜 일상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그러나 참으로 소중한 것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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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71g | 148*210*30mm
ISBN13 9788901107066
ISBN10 890110706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도시의 냉정함 속에 길들여져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하늘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선사하는 책


도시는 바쁘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바쁘고,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를 달려가는 이들이 살고 있기에 참 바쁘다. 도시의 거리에는 무엇이 그리 바쁜지 각자의 갈 길을 바삐 걸어가는 이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도시에 대한 수많은 수식어 중에 '삭막하다'는 수식어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것일게다. 이 책은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며 바쁜 일상에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너무 바빠서 놓치고 살아간 '중요한' 일들을 끄집어내어 도시민들의 삶을 비추어본다.

세계 각국의 도시와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횡단하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 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행자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탈도시적으로 살며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도시인 부산으로 이사하여 줄곧 도시에서 살아온 그는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혹시나 주인이 집세를 올리겠다는 전화를 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직장과 일을 찾아 종종걸음치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에 움츠러들며 살아왔노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도시의 냉정함에 길들여지고 완벽하게 동화된 우리들이지만, 이 현장 속에서 가치있고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도시인들의 일상을 낯설고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저자가 새롭게 발견하고 깨달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혼자 밥 먹기, 택배 받기, 내 집 마련하기, 이사하기, 거짓말하기, 장보기, 대화 나누기, 재태크하기, 전화하기, 부탁과 거절하기 등등의 일상에서 깨달은 것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리가 정말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뒤돌아보게 된다.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미소지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로 주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가는 데 급급하여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 이 책은 그들에게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지을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해 줄 '선물'이 될 것이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작가의 말

1. 혼자 밥 먹기 | 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2. 택배 받기 | 내가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3. 면접 보기 | 면접관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
4. 호의 받아들이기 |잘 받고 잘 주는 법을 배우기까지
5. 일하기 | 일에 관한 지극히 소박한 진실
6. 나를 받아들이기 | 핑계 찾아 삼만리
7. 나직이 읊조리기 |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
8. 도시에서 사랑하기 | 천국에서 미리 가불한 시간
9. 감사하기 | 사랑하는 힘을 일깨우는 마법
10. 도시 산책 1 | 밤이 더 어두웠으면 좋겠어요
11. 명절 보내기 | 고향과 타향 사이
12. 타인 이해하기 | 사람 때문에 마음이 다칠 때
13. 내 집 마련하기 | 집의 노예로 사는 시대
14. 공항 가기 | 여행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
15. 인생 배우기 | 엄마가 말했다
16. 우정 쌓기 | 사랑이 아니어도 좋은 그들
17. 이사하기 | 도시에서 유목민으로 산다는 것
18. 버스 음악 듣기 | 뽕짝이 가슴에 와 닿던 날
19. 거짓말하기 | 사랑할 때 하는 찬란한 거짓말들
20. 도시 산책 2 | 이방인에게는 낯선, 너무나 낯선 풍경들
21. 장보기 | 사람을 홀리는 마트에서 생각하다
22. 대화 나누기 |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듣는다면
23. 더불어 살기 | 그해 겨울이 내게 일깨워 준 것
24. 살림 장만하기 | 우리를 목마르게 하는 것들
25. 광장에서 생각하기 | 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
26. 행복해지기 | 하루 벌어 하루 살기
27. 재테크하기 | 불안이 앞세우는 변명들
28. 편의점 가기 | 24시간 내내 깨어 있는 문명
29. 서로 매혹되기 | 사랑의 호황기와 불황기에 대하여
30. 도시 산책 3 | 나무 같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31. 고향 떠나기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사
32. 전화하기 | 도시에서 손전화 없이 사는 살아보기
33. 자기 소개하기 | 인간이 명함을 만든 이유
34. 부탁과 거절하기 | 당신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요!
35. 중독되기 | 우리는 왜 중독에 빠지는 걸까
36. 쉬어가기 | 없으면 탈 나는 두 가지
37. 터미널에서 서성이기 | 터미널에 나가 기다리고 싶었던 그대
38. 롯데월드 가기 | 내 마음속 청춘의 랜드마크
39. 느끼기 | 한 순간의 느낌에 속지 않기를
40. 도시 산책 4 | 굳이 여행을 떠나야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41. 느리게 걷기 | 내가 사랑했던 그곳에 대하여
42. 춤추기 | 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
43. 정리하기 | 묘비명을 짓는 시간
44. 출근하기 | 아침마다 찍는 영화 한 편
45. 마음 알아차리기 | 나는 오늘 몇 개의 콩을 옮겼는가
46. 나누기 | 진정한 이기주의자로 살 수 있기를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타임머신이 있다면 지난 날로 돌아가 식당에 혼자 있는 나를 한 번쯤 안아 주고 싶다. 아이야, 좀 더 견디렴. 견뎌서 어서 내게로 오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우리에겐 아직도 홀로 견뎌야 하는 가정식 백반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 세월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는 뭔가를 간직한다면 너는 그 자체로 빛날 거야. --- ‘혼자 밥 먹기-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중에서

이제는 면접장에 들어설 기회가 드문 나이에 이르렀지만, 꽃피는 나무와 마주서거나, 몸을 부풀렸다 사라지는 구름장을 보거나, 누구나 만나서 한 끼의 식사를 나누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로 발을 좁혀 설 때 나는 좀 더 확장된 면접장에 들어선 것임을 안다. 일상의 면접관들이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의 환한 얼굴이 아닐까. --- ‘면접 보기-면접관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 중에서

그날 밤 버스 안에서 만난 남자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 몸을 얹고 살아가지 않으면 세상이 자신을 만만하게 볼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믿게 됐는지도.
남자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처 받지 않을 만큼 믿음의 면적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 ‘호의 받아들이기-잘 받고 잘 주는 법을 배우기까지’ 중에서

사랑에 빠진 순간 우린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을 내려놓는다.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되며, 세상을 향해 마음의 빗장을 모두 열어젖힌다. 사랑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다. 기적이 일어났던 순간, 우린 이미 천국을 맛본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천국에서 보낼 날들 가운데 얼마의 시간을 먼저 쓴 것일까. --- ‘도시에서 사랑하기-천국에서 미리 가불한 시간’ 중에서

전 인류를 사랑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부모와 평화롭게 지내는 데는 서투를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 ‘광장에서 생각하기-한 사람의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살면서 가끔 이런저런 일에 지칠 때 뜬금없이 그 애가 생각날 때가 있어. 서로 뻔한 처지였는데 말 한 마디 나눠 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나봐. …… 비약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종종 그런 게 죄가 아닐까 싶어.”
서로의 불모, 불구를 인식하고도 모른 척 지나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마음과 마음을 주고받다 서로 어긋나서 생긴 부서질 것 같은 고통만이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 일 없이 헤어졌다는 것, 그림자 끝자락도 겹쳐 본 일이 없다는 것, 그 역시 비할 데 없는 막막함이다. --- ‘명절 보내기-고향과 타향 사이’ 중에서

이 도시에는 너처럼 약하고 여린 것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아. 개발을 명목으로 강제 철거 당하는 사람들을 내 일처럼 아파하고 분노하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행상하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할머니나 어린 소녀들이 나눠 주는 전단지를 뿌리치지 않고 받아 주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있기에 그나마 이 도시에 생가기 돌지. 따스한 사람들 덕분에 이 도시가 그나마 살 만한 거지. --- ‘도시 산책 3-나무 같은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한곳에 머물기엔 감수성이 너무 예민하고, 떠나기엔 용기가 부족한 사람, 스스로 그런 범주의 사람이 된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질 때면 공항으로 간다. --- ‘공항 가기-여행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 중에서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또 뽕짝이 흘러 나왔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간 그 배는 어디로 갔소
무심하게 귀를 빌려 주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지. 갑자기 뱃속 깊은 곳에서 더운 덩어리가 꿈틀댔다. 그러게, 그 배는 어디로 갔을까. 가사를 음미하노라니 설움이랄까 아픔 같은 것이 왈칵 몰려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버스 음악 듣기-뽕짝이 가슴에 와 닿던 날’ 중에서

돌아보니 그랬다. 어렸을 때는 어딜 가나 내가 있는 곳이 곧 나의 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내 집이 필요한, 그 집 한 칸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어른이 된 것이다. --- ‘내 집 마련하기-집의 노예로 사는 시대’ 중에서

누군가 받기를 바라며 사막의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십중팔구 아무도 받지 않으리란 걸 안다. 그런데도 번호를 누른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자신이 있는 동네나 도시의 누군가에게 할 수 없는 얘기를 털어놓고 싶었을까. 사막에 울려 퍼지는 벨소리를 상상하며 자기 내면의 사막에도 누군가 접속해 주길 바랐던 것일까. --- ‘전화하기-도시에서 손전화 없이 사는 살아보기’ 중에궼

우리는 일생 동안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다. 그리고 최대한 자신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모으려고 애쓴다.
그리하여 인간은 명함을 만들었다. --- ‘자기 소개하기-인간이 명함을 만든 이유’ 중에서

나는 유난히 중독에 취약하다. 첫발을 딛는 것이 어렵지 무엇이든 한번 빠지면 한동안 헤어나질 못한다. 우리는 외로워서 중독되는 것일까, 아니면 중독되어 외로워진 것일까. 이성에 대한 사랑을 느낄 때 뇌가 반응하는 부위와 코카인을 흡입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같다고 했던가. 무엇인가에 쉽게 중독되는 사람들에겐 허기진 내면의 자아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중독되기 | 우리는 왜 중독에 빠지는 걸까’ 중에서

내가 전화를 거는 순간, 상대도 내 번호를 눌러서 서로 통화 중이라는 메시지를 들을 때,
파지 줍는 동네 할머니의 리어카에 새 옷 넣은 쇼핑백을 가만히 얹어 두고 올 때,
한 남자가 자신을 트럭 운전사라고 밝히며 어떻게 하면 티베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느냐고 물을 때, 그 통화를 하는 전화기 너머로 슁슁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 마음이 먹먹해질 때,

춤 추 고 싶 었 다

이 도시에서 춤추고 싶었던 순간마다,
나는 죽음 너머에서 후회 없는 한 생을 맛보았다. --- ‘춤추기-당신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 중에서

유난히 몸이 무거웠던 어느 날 아침, 마침내 운명처럼 내 몫의 묘비명이 떠올랐다. 부끄럽지만 여기에 적어 둔다.
“이제 안 일어나도 되는 건가?”
한 줄 더 허락된다면 덧붙이고 싶은 말.
“언제까지?”
--- ‘정리하기-묘비명을 짓는 시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왜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하지 못할까? 왜 자꾸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걸까? 도시 생활을 따라살기란 참 숨이 차다.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행복은 더 멀어져 가고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이 책은 저자가 여행자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탈도시적으로 살며 깨달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밥 먹기, 택배 받기, 출근하기, 편의점 가기, 전화하기 등 바쁜 도시인의 일상을 찬찬히 보고, 듣고, 느끼며 그 속에서 길어 올린 46개의 소중한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가 추천사에서 썼듯 이 책은 바빠서 잠시 밀쳐 둔 우리의 내면을 성찰해 보게 만든다. 또한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도시의 삭막한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 준다.

1)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도시의 냉정함과 삭막함에 길들여져 버린 걸까?
오늘날 세계 인구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20억 명이 도시에 살고 있고, 해마다 새로 유입되는 인구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행복을 원하고 찾건만 왜 우리는 자꾸만 도시에서 작아져만 가는 걸까? 과연 우리는 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삭막함과 황폐함 속에서도 끝내 우리를 쓰러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또 무엇일까?
이 책은 한 도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의미를 묻고 답하는 길에서 주운 작은 열매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일곱 살 때 처음으로 도시에 가 보았다. 그리고 중학교 때 부산으로 이사하면서부터 도시에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이처럼 오래 도시에서 살게 될 줄은 짐작도 못했다. 부산을 떠나 대학을 졸업하고는 당연하다는 듯 일을 찾아 서울에 터를 잡았다. 돌이켜 보면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도시의 삶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도시에서 살아가는 과정은 고독하고 피로했다. 여름날 반지하 방에서 잠이 들었다가 서늘한 느낌에 두리번거리며 일어나 보면 밤새 내린 빗물이 새어 들어 장판이 붕 떠 있기도 했다. 그 순간 저자의 소원은 단 하나. 지하방이나 옥탑방이 아닌 중간층에 살아 보는 것이었다. 그 뿐이랴.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혹시나 주인이 집세를 올리겠다는 전화를 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직장과 일을 찾아 종종걸음치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에 움츠러들던 날들.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도시의 삶을 선택했건만, 도시에서 저자는 자꾸만 작아져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움츠러드는 한편 저자는 도시와 철저히 한통속이 되어 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기도 했다. 차가운 길바닥에 죽은 듯 엎드린 노숙자들을 무심히 지나칠 때, 아래층에서 차례도 올라오는 외판원의 기척에 초인종이 울려도 안에 없는 척 숨을 죽일 때, 정류장에서 피치 못할 사정을 대며 차비를 꾸는 사람을 안쓰러워하던 첫 마음은 까맣게 잊은 채 속는 셈치고 준다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지갑을 열 때, 저자는 이미 자기 안에는 도시의 삭막한 얼굴이 완벽하게 들어서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말한다. “도시, 서로의 곁을 내주지 않는 익명성을 편리로 인정해 주는 공간. 도시인, 익명의 공간에서 시치미를 떼며 살지만, 누군가 가끔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기를 사무치게 바라는 외로운 사람들. 그 안에 내가 있고 당신이 있다”라고.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도시에 살며 도시의 냉정함에 길들여져 버린 우리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어느새 좌절과 고달픔에 더 익숙해진 사람들의 외로움 또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2) 여행자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탈도시적으로 살며 깨달은 것들
저자는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1996년 이래 서울에서 살고 있다. 본인은 전라도와 경상도, 서울의 말씨와 억양을 고루 익혀 3개 국어를 할 수 있다고 자부하나, 정작 토박이들에겐 어느 쪽에서도 인정받지 못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게다가 곁방살이 같은 도시의 고달픈 삶은 저자로 하여금 도시 때문에, 사람들 때문에 지치고 피로에 짓눌린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인도, 네팔, 티베트를 수차례 여행하며 살아 본 경험은 저자에게 도시의 삶을 한 발자국 떨어져 응시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해 주었다. 붙박이 일상인으로 살 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의문을 품게 되고, 늘상 그곳에 있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그처럼 촌사람과 도시인, 여행자와 일상인의 경계에서 서서 흔들리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이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책을 쓰는 내내 탈도시적으로 살려고 애썼다. 손전화를 정지시키고,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플러그를 뽑았다. 용건이 있을 때는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아날로그 매체인 라디오만 가끔 들었다. 그렇게 거리를 둠으로써 디지털 문명과 도시의 속살을 맨몸으로 바라보려 했다. 쉽지만은 않았던 그 과정을 통해 저자는 비로소 한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언제나 도시 때문에 사람들 때문에 지치고 피로에 짓눌린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도시가 아니었다. 결국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였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세상 그 어느 곳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행복은 발견의 문제이지 성취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 진정한 여행은 낯선 곳에서 돌아와 내가 살던 집에 다시 짐을 풀며 시작된다는 것. 이 사실을 깨우치기 위해 그처럼 여러 번 배낭을 꾸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는 도시인들의 일상을 낯설고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저자가 새롭게 발견하고 깨달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혼자 밥 먹기, 택배 받기, 내 집 마련하기, 이사하기, 거짓말하기, 장보기, 대화 나누기, 재태크하기, 전화하기, 부탁과 거절하기 등등의 일상에서 깨달은 것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우리가 정말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뒤돌아보게 된다.

3) 냉정한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 주는 책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 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이마에 손을 얹는다.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 내 이마에도 손을 얹어 다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다른 이의 이마에 새기며 위로하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거품처럼 들끓는 욕망에 휘둘리느라 제대로 누려 보지 못한 침묵이 우리를 품어 주리라.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도시의 삭막한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고, 따뜻하게 안아 준다. 홀로 밥 먹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같은 처지면서 혼자 밥 먹는 남자나 나이 든 이들을 보면 저편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괜히 마음이 짠해진다. 늦은 오후 포장마차에서 한 손을 찌른 채 튀김이나 어묵을 먹는 남자를 봐도 그렇다. 나는 그들의 주름 자국 선명한 구두에서 고단한 삶의 한 단면을 보고 혼자 거룩해진다.”(혼자 밥 먹기-외롭지만 거룩한 시간),
술에 취해 심야 버스 손잡이에 겨우 제 몸을 의지한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한 남자에겐
“저 남자는 참 외롭게 살겠구나, 싶었다. 외롭고 꼿꼿하게,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세상을 걸어가자면 힘들겠구나.”(호의 받아들이기-잘 받고 잘 주는 법을 배우기까지)라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겐 “아침 녘 만원 지하철을 떠올릴 때마다, 인도 갠지스 강가에서 초를 띄우며 기도하듯 마음을 모은다. 그대, 이번 생에 이토록 수고했으니 다음 생에는 아예 출퇴근을 알리는 햇빛이나 달빛으로 태어나기를, 하루에 두 번쯤 크게 웃을 일 생기기를.”(출근하기-아침마다 찍는 영화 한 편)라는 응원을 보낸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저자가 도시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체험적 삶의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 배움의 이야기입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 자연 풍경, 소소한 사건들을 작가 특유의 예리한 통찰과 섬세한 필치로 빚어 낸 이 책은 페이지마다 밑줄 긋고 싶은 구절들이 많습니다. 자기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재발견하는 법, 삶을 깊이 긍정하고 인간을 넓게 이해하는 법을 겸손함과 따뜻함,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목소리로 나직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읽는 이도 금방 행복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빛깔을 띤 축제가 되는 기쁨을 맛보게 하며, 바빠서 잠시 밀쳐 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게 하는 아름답고 고요한 힘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구도자의 은은한 속삭임처럼.
이해인(수녀, 시인)
도시 생활을 따라 살기란 참 숨이 차다. 바쁨과 성공에의 강박이 핑핑 돌아가는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 행여 낙오자라도 될세라 보폭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방향을 잃고 허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행복은 더 멀어져 가고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이런 우리에게 정희재는 나지막이 반문한다.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잠시 멈추어 일상이 건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고……. 삶에 지쳐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그리고 언젠가부터 삶이 불공평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김혜남(정신분석 전문의)

회원리뷰 (36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추운 도시의 삶을 이기는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c*****j | 2016.11.1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살다보면 지치고 힘든 비바람이 찾아온다. 남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큰 일로 주변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게 될 때, 그리고 원치않는 두려운 일들이 엄습해 올 때, 인생 선배 한 분이 이 책을 건네주었다...책에 몰두하면서 차츰차츰 가슴 속 생채기들이 아물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 서로의 곁을 내주지 않는 익명성을 편리로 인정해 주는 공간. 도시인, 익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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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지치고 힘든 비바람이 찾아온다. 남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큰 일로 주변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게 될 때, 그리고 원치않는 두려운 일들이 엄습해 올 때, 인생 선배 한 분이 이 책을 건네주었다...책에 몰두하면서 차츰차츰 가슴 속 생채기들이 아물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 서로의 곁을 내주지 않는 익명성을 편리로 인정해 주는 공간.

도시인, 익명의 공간에서 시치미를 떼며 살지만, 누군가 가끔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기를 사무치게 바라는 외로운 사람들.

그 안에 내가 있고, 당신이 있다.

 

당신 이마에 손을 얹는다.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시골과 도시의 삶은 다르다.
자연이 빚고 시멘트가 빚기에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저자가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경험한 일들을 주변 사람들의 삶과 버무려 잘 그려내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도시인답지 않은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삶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것이었다. 시골에서 손수 파김치며 김부각을 해 보내고, 지쳤을 때 따뜻한 아랫목을 내주며 품어주는 선배 어머니,(작가의 어머니는 아홉살에 돌아가셨다!) 지친 삶을 쉬어가기 바라며 자신의 카메라를 헐값인 50만원에 넘겼으나 선배가 어려운가부다며 그 돈을 선뜻 내어준 후배.(후배는 이미 좋은 카메라가 있었다!)

아니면 도둑 든 작가의 집에 와서 방범창을 달아달라고 집주인에게 대신 말해주던 고향오빠. 티벳을 여행하며 만났던 맑은 영혼의 사람들...그들은 그녀에게 각박한 도시생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  책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누구나 공감할만한 보편적 문제와 연결짓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으로 상징되는 밤문화, 중독, 마트, 집의 노예로 사는 시대, 사랑, 학벌이나 커리어로 평가된 비통한 경험 등...도시생활 속에선 피할 수 없는 주제로 이끌어 깊이있는 사유로 이끄는 능력이 탁월하다.

아름다운 감수성과 무거운 도시의 주제를 천의무봉으로 잘 연결해 두었다고 할까...

 

기운 빠지고 만사가 심드렁해지고 누군가가 몹시 미워지는 날이 있다.

마음이 싸늘하게 식고, 모든 걸 끝장내고 싶을 만큼 화가 나는 날이.

이런 날은 내 삶에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느림과 텅 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동은 이 두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생긴다.


공원이나 숲길, 가능한 조용한 곳을 홀로 걷는다.

도심이라면 세 정거장쯤 미리 내린다.

오른발, 왼발의 움직임을 느끼며 천천히 걷는다.

느림을 충전하는 거다.

속도를 내어 달린다고 한들 마음이 쉬지 않는 한 어디에도 이를 수 없다

...

느림과 텅빔.

이 두가지로도 마음이 쉬어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해 보는 방법 하나.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먹고, 푹 자기.

 

 

내가 고민하던 지점에 해답을 준 부분들이 몇 개 있었다. 역시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무겁고 어려운 법인데 그것은

 

 "쓰이는 기쁨이 없는 사람은 활기가 없어요.그리고 기쁨보다는 슬픔에 공감하게 돼요.내 능력을 넘어서는 조금 힘든 일을 해 볼 때 진짜 공부가 됩니다."

는 한 스승의 말로  해결점을 찾게 되었다.
누구에게, 어느 장소에서 쓰일지 알 수 없지만 한치 앞 높은 지점을 보며 발밑의 고통을 잊는 방법을 모색해보려 한다.

그리고, 누구 한 사람에게라도 온기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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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엄마가 말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해**이 | 2015.08.14 | 추천2 | 댓글4 리뷰제목
    엄마가 말했다.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그때도 서선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을 했느니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그 밤에 엄마가 속으로 삭인 뒷말이 있었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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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했다.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그때도 서선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을 했느니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니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그러면 다 괜찮다.'

 

그 밤에 엄마가 속으로 삭인 뒷말이 있었다.

'그러다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게 몸서리쳐지게 무서웠단다.'

 

그 말까지 더해야 진실이 완성되지만 엄마는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새벽이 되면 절로 느낄 것이므로.

당장 그 순간 자식에게 필요한 것은 기운을 북돋아주는 말이란 걸 알기에.

 

나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 뒷말까지 온전하게 전해 듣고 그 말에 담긴 서슬 푸른 삶의 비의에

혼자 몸을 떨었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p123)-인생배우기, 엄마가 말했다

 

그랬다. 외로움이 사무치는 낯선 땅에선 '엄마'가 고향이고, 그리움이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갈 때........

 철 없던 젊은 날, 그토록 듣기 싫었던 엄마의 잔소리가 희안하게도 자장가처럼 스며들 때가 있다.

'가시나, 빨리 안 일어날래..... 참, 방 구석 꼴 조오타.......'

 

엄마도 이제 늙으셨는지 그 호탕했던 기세는 어디로 가고, 훌쩍 커 한 아이의 엄마인 나에게 아주 작게

말한다........ '힘들제. 조금만 참고 기다려봐라. 그 시간도 다 지나간다.....'

 

서글펐다. 엄마가 변한게 아니라 내가 그 말의 뜻을 알고 이해할 정도로 커 버렸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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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시리도록 따뜻한,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해**이 | 2015.08.1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한 곳에서 태어나고 끝까지 그 곳에서 살아가고 살아온 사람들은 얼마되지 않을거다. 저마다 누구나의 삶은 한 곳에서의 정착을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의 흐름과 각자의 형편에 따라 떠나가고 돌아오고 할 뿐이다. 나고 자란 '고향'이란 의미가 변했다. 떠나서 정착한 곳이 이젠 고향이다. 힘겨운 밥벌이가 시작되는 곳. 사람들과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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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서 태어나고 끝까지 그 곳에서 살아가고 살아온 사람들은 얼마되지 않을거다.

저마다 누구나의 삶은 한 곳에서의 정착을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의 흐름과 각자의 형편에 따라 떠나가고 돌아오고 할 뿐이다.

나고 자란 '고향'이란 의미가 변했다. 떠나서 정착한 곳이 이젠 고향이다.

힘겨운 밥벌이가 시작되는 곳. 사람들과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 눈만 뜨면 아침 출근과 저녁

퇴근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이 된 곳, 바로 이 곳이 도시다.

어릴때부터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여러 도시를 거쳐 지금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사는 도시인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이다.

 

도시, 서로의 곁을 내주지 않는 익명성을 편리로 인정해주는 공간.

도시인, 익명의 공간에서 시치미를 떼며 살지만, 누군가 가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사무치게

바라는 외로운 사람들,.

그 안에 내가 있고, 당신이 있다.

사람 사는 곳이니 어디에 정착하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 든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얼마나 세심하든지... 특히 수시로 파고드는 그 '외로움'이란 단어는 여전히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이다.

책에선 그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며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삶의 목적이나 의미, 형편들은 다르지만 우린 모두 '디아스포라'로서 저마다의 색채로 그 도시에서

정착민으로 살아간다. 눈물 날 정도로 참말로 대견스럽고 대단하다.

낯선 곳이지만 사람을 알아가고 정을 주고, 위로를 보탠다. 그 속에서 행복과 자아찾기가 시작된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바로 내 고향이다. '태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제는 도시가 아니었다. 결국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였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세상 그 어느 곳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을 향한 시선이 참 따뜻했다. 마음이 이끄는대로 떠날 수 있는 그 용기가 부러웠고,

피폐하고 황폐한 사막과 같은 도시를 그저 바라보고 오롯이 끌어안는 마음들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많은 시간 동안 도시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도시에서 살아갈 날들이 많은데, 새삼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나는 얼만큼 알까? 그저 그랬듯이 익숙한 듯 이 도시의 삶에 묻혀 살아가고 있겠지.

궁금해서 미칠 정도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마을 구석구석에까지 돌아댕겨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발길 닿지 않은 곳, 그 곳에 내 마음을 뭉클하게 안아 줄 보물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밑줄을 긋고 긋어도 또 긋을 곳이 나온다.

소중한 것은 마음에 오로새겨지는데 자꾸만 선명하게 눈에 담고 싶은 책이었다.

아마 다음번에 또 다시 펼쳐봐도 줄 긋을 곳이 나올 것 같다.

바쁜 일상, 방황하는 삶이지만 한 템포 쉬어가기를 권하는 책이다.

각박한 도시에서 노예로서의 삶이 아닌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힘을 싣어주는 책이다.

어디에 있든지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존재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너무 한쪽으로만 삶에 얽매이지 않아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지지 않도록..... 그래서 삶이 무뎌지지 않도록.......

이 책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시시때때로 무임승차해야 될 것 같다.

오늘 하루 '감사합니다'는 날마다 염불처럼 외워야 되는 인사가 아닐까싶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참 애썼다........^^

 

'평범함 속에서 건네는 한 마디가 나를 숨 쉬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 (2015.8.12)

책에 적어두었던 메모....... 나 뿐 아니라 날마다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이 많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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