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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 2013 노벨문학상 수상

리뷰 총점8.6 리뷰 7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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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15g | 128*188*30mm
ISBN13 9788901107790
ISBN10 8901107791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작업실
나비의 나날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휘황찬란한 집
망상
태워줘서 고마워
하룻강아지 치유법
죽음 같은 시간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그림엽서
붉은 드레스―1946
주일 오후
어떤 바닷가 여행
위트레흐트 평화조약
행복한 그림자의 춤

옮긴이의 말
옮긴이 주

저자 소개 (1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먼로는 하나의 단편에 세계 전체를 담아낸다!”

〈맨 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 수상
캐나다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 2회 수상 작가,
북미 최고 작가, 앨리스 먼로가 선사하는 삶의 기쁨과 슬픔

“널 보러 또 올게, 기억해, 사랑해…”
이런 말들을 나는 하지 못했다.

“앨리스 먼로는 단편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의 장편소설 작가들이 평생을 공들여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와 정밀성을 매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게 된다.”--- 2009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선정 경위 중에서

ㆍ앨리스 먼로는 단편소설의 정수를 보여 주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이다.《뉴욕타임스》
ㆍ더 이상 말할 필요 없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전문 작가 앨리스 먼로.《가디언》
ㆍ먼로는 하나의 단편에 세계 전체를 담아내면서 우리를 끊임없이 경탄하게 한다.《시카고트리뷴》
ㆍ캐나다 〈총독문학상〉의 유일한 3회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
인간에 대한 진실을 일깨우며 독자를 놀라게 하는 그녀의 경이로운 재능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
ㆍ인간의 감각과 생각의 흐름을 잡아내어 분석하는 앨리스 먼로 특유의 힘은
프루스트에 비견할 만하다.《뉴스테이츠먼》

북미 최고 작가 ‘앨리스 먼로’ 대표 소설집
열다섯 가지 이야기로 아름답고 정교하게 태피스트리


2009년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을 2회 수상하며 마거릿 애트우드, 얀 마텔 등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 문단의 작가들이 다투어 존경을 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먼로는 장편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열두 권의 단편집을 출간했는데, 1968년 출간된 『행복한 그림자의 춤(Dance of the Happy Shades)』은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화려한 찬사를 받은 앨리스 먼로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포함하여 「작업실」, 「나비의 나날」,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태워줘서 고마워」, 「일요일 오후」, 「어떤 바닷가 여행」 등 총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의 단편 안에 삶 전체를 재현해 온 앨리스 먼로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에 비견되곤 한다.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 온 그녀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너선 프랜챈(미국 소설가,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은, “먼로는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의 순간들을 풀어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라고 했을 정도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우리들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요란한 수사와 복잡한 기교 없이 삶 전체를 껴안으며 작가 특유의 감미롭고도 강렬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먼로는 단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명되고 있기도 하다.

세심한 관찰을 통해 촘촘하게 묘사한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 이야기

「작업실」은 어느 날 불현듯이 작업실을 얻어야겠다고 가족에게 공표한 여성(아내이자 엄마인)이 주인공이다. 쾌적하고 널찍하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놔두고 “구태여” 작업실을 얻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 길만이 자신의 현재 삶을 해결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족의 품 안에서 보호를 받았으되 숱한 시간을 시달렸고 그들과 정을 나눴으되 줄곧 얽매어 살았음을 자각한 여성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숨 쉬고 사유할 사적인 공간인 것이다. 아직은 습작을 하는 단계이지만 그녀는 집에서 해방되어 가족들에게는 “먹혀들지 않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그녀는 타자기와 노란 머그잔 하나를 들고 빈 사무실을 구하지만 건물주는 그녀의 공간을 침해하고 위협하며 그녀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혼자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작업실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소한 “그 남자를 지워 없애는 것은 내 권리”라고 그녀는 스스로 위로한다.

여자에게 집이란 남자와 같은 곳이 아니다. 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떼려야 뗄 수 없다. (중략) 밍크코트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바랐다면 오히려 쉽사리 뜻을 이루었을 터였다. 모름지기 여자라면 그런 것들을 얻으려 한다고 믿으니까. 내 계획을 알고 나서 아이들은 내가 세상에서 둘도 없이 허무맹랑한 일에 덤벼들기라도 한 것처럼 콧방귀를 뀌었다.(pp. 13~14)

「휘황찬란한 집」은 우람한 나무들과 풍성한 숲을 밀어내고 조성한 신도시의 새 주택단지를 무대로 그곳에 입주하여 집값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50년 가까이 가축을 치고 달걀을 파는 노파를 몰아내려고 한목소리를 내는 지역주민들의 모습을 그렸다.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한다는 명목으로 의기투합하는 그들과 맞서 잘못된 방식이라고 여긴 한 여성은 노파를 두둔해 보려 하지만 결국 힘없이 물러설 뿐이다. 노파를 쫓아내려는 서명에 동참하지 않고 그 무리들에 맞설 길은 분하고 정나미 떨어지는 마음을 억누른 채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는 방법밖에 없다.

낮에는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정원마을도 밤이 되니 개발되지 않은 깜깜한 산속으로 뒤꽁무니를 빼는 것 같았다. (중략) 그들은 승자이고 선량한 사람들이다. 자식을 위해 집을 마련하려 하고, 어려울 때면 서로 돕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한다. 마치 그 지역사회 안에서 아주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현대식 마술을 찾았으니 한 치의 실수도 없을 것처럼 운운하면서.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정나미 떨어진 마음을 억누르는 수밖에. (pp. 107~108)

첫사랑의 두근거림, 성장기 소녀들 특유의 예민한 감성의 시각으로 수놓은 순수한 세계

두 소녀 사이의 아릿한 예감을 그려놓은 한 편의 동화 같은「나비의 나날」. 어느 겨울날 아침 너무 일찍 등교해 버린 헬렌은 앞서 가는 마이라에게 큰맘 먹고 말을 건넨다. 학교에 와서도 항상 오줌싸개 남동생을 돌보는 마이라는 왠지 모르게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이다. 헬렌이 평상시에는 말도 안 해본 마이라에게 과자를 권하며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것은 마이라가 자신을 동경하고 있을 거라는 치기 어린 마음 때문이고 주위에 지켜보는 아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나눠 먹던 과자 상자 안에서 나비 브로치가 상품으로 나오자 헬렌은 마이라에게 선뜻 선물로 준다. 헬렌이 막상 그 브로치를 자신의 예쁜 원피스에 꽂고 오겠다며 기뻐하자, 헬렌은 마이라가 나비 브로치를 꽂지 않기를,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주었다고 얘기하지 않기를, 헬렌이 자신과 친구가 된 것처럼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후 결석하기 시작한 마이라가 병으로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담임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반 아이들 몇몇과 함께 문병을 간 헬렌은 자신과 깊은 우정을 나누기라도 하는 듯이 자신에게 특별한 미소와 약속을 속삭이는 마이라가 불편하다. 헬렌은 거짓말을 둘러대고 어떻게 빠져나와야 좋을지 몰라 난감해한다.

일말의 죄책감으로 갖다 바친 그 모든 것들이 순수를 잃었다. 이제는 위험을 무릅쓸 각오를 하지 않고는 만져서도, 맞바꾸어서도,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물건들이 돼버린 것이다. (중략) 줘버리겠다고, 절대로 갖고 놀지 않을 거라고, 나는 속다짐했다. 남동생에게 낱낱이 해체해 버리게 할 작정이었다. (p. 54)

붉은 벨벳 옷감으로 엄마가 만들어준 드레스를 차려입고 중등학교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 간 로니의 이야기 「붉은 드레스―1946」. 댄스파티에 가지 못할 일이 생겼으면 바랄 정도로 로니는 중등학교 수업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소녀이다. 댄스파티 날, 계속 플로어로 짝을 지어 나가는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심드렁한 얼굴빛으로 춤을 권한 남자아이와 딱 한 번 춤을 추고는 내내 혼자 벽 쪽에 서 있게 된 로니는 혼자 화장실에 틀어박힌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 언니는 남자애들과 시시덕거리고 삶의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남자애들에게 간택되길 바라느니 핫 초콜릿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로니는 선배 언니처럼 이제는 자신의 “길”을 갈 거라며 파티장을 떠나려 하는 찰나, 로니의 앞길을 막고 댄스 파트너가 되어달라는 남자애와 마주 선다. 그리고 어느 새 플로어 한가운데에서 “본의 아니게”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선배 언니와 핫 초콜릿을 마시러 가는 길이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못했다. 내 얼굴은 분명 미묘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선택되어 춤을 추는 여자애들의 심각하고 멍한 표정이 내 얼굴에 저절로 나타났다. (중략) 자신이 내 구원자라는 사실도, 메리 포춘의 영토에서 평범한 세상으로 나를 끌어내 준 사람이라는 것도 영영 모른 채. (중략) 보풀이 일고 빛바랜 페이즐리 무늬의 실내복을 입고 애써 졸음을 참으며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주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를 보는 순간, 내게 이상야릇하고 지긋지긋한 의무가 있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깨닫는다. 하마터면 그 행복을 놓칠 뻔했다는 것도, 언제고 엄마가 알려고 하지 않는 때가 되면 쉽사리 놓치리라는 것도. (pp. 290~292)

평범한 하루, 삶 속에 갑자기 찾아든 아릿한 작별의 순간과 작은 기적

「어떤 바닷가 여행」은 평온한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죽음의 순간을 애틋하게 그린 단편이다. 일흔여덟의 할머니와 손녀딸 메이는 집 세 채와 가게 하나가 달랑 있는 고속도로 주변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메이에게 놀 곳이라고는 오래된 공동묘지뿐이다. 할머니는 늘 느긋하고 이모는 시내에 나가 살자고 하고, 메이는 할머니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투덜대던 어느 평범한 날, 할머니가 메이에게 가게를 팔고 20년이 지나도록 본 적 없는 아들을 보러 가자고 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바닷가 여행을 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 할머니에게 메이는 할머니 연세 때문에 여행은 무리라고 대답하면서도 바닷가를 떠올리며 좋아한다. 그리고 조금 후 언제나 바깥세상과 겨루며 남한테 져본 적이 없던 할머니가 잠들 듯 조용히 쓰러진다.

메이는 눈앞에 바닷가가 보이는 듯했다. 더 길고 훨씬 반짝거릴 뿐 호숫가와 다를 바 없는 길게 굽은 모래밭이 또렷이 떠올랐다. 바닷가라는 말만으로도 시원해지고 기쁨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메이는 믿기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할머니가 언제 그런 근사한 약속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p. 332)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마살레스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파티의 하루를 담았다. 선생님이 한 번도 연주회라고 부른 적이 없는 그 파티는 피아노 교습반의 학생들과 학부모를 초대하여 학생들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는 정기적인 연주회다. 아이들의 어머니들도 마살레스 할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을 만큼 파티는 여느 날과 조금도 다름없이 진행된다. 모든 게 너무나 똑같아서 엄마들이나 아이들에게 조금은 성가시고 특별할 거 없이 의례적으로 느껴지는 그날 파티에 모두가 예기치 않았던 손님들이 참석한다. 꿋꿋하게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실천하며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아온,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마살레스 선생님의 또 다른 학생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어딘가 묘한 표정을 짓거나 유난히 천진난만한가 하면 눈이 한쪽으로 쏠린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자 “기적을 믿는 사람은 정말로 기적이 일어날 때 법석을 떨지 않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아무 편견 없이 오로지 순수한 열정과 마음으로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의 연주를 감상하는 건 마살레스 선생님뿐이다.

마살레스 선생님의 파티에서는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데 길들여진 우리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감상하는 아이가 하나라도 있겠지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귀 기울이라는 요구도 거의 없이, 심지어 우리를 그다지 놀래지고 않고 음악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든다. 그 여자애가 연주하는 곳은 귀에 설다. 가냘프고 간드러지고 유쾌한 그 곡은 크나큰 무념무상의 행복을 누릴 자유를 퍼뜨린다. (중략) 너나없이 모두 조용하다. 반발하는 기색이 뚜렷한 얼굴로 앉아 있던 엄마들은, 마치 자신들이 잊은 줄도 모른 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열망이 우러나온다. (pp. 396~397)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우리들 내면의 진짜 이야기

이처럼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온타리오 고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작품 대부분의 무대를 자신의 고향인 온타리오 주의 마을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또한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여자들을 화자로 삼는다. 소설 속 여자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서 잔잔한 물길을 따라 흐르는 듯한 시간 속에 문득 슬픔을 느끼거나 사랑을 만나고, 때론 절망하다가도 기쁨을 찾아낸다.
사회의 규범을 따르며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현재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일탈을 꿈꾸곤 해도 세상에 대한 위험스럽고 격렬한 전복이 뒤따르진 않는 것이다. 대개 쓰린 실패와 끝없는 갈증이 남겨지긴 하더라도, 그래서 눈을 떠보면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왔을지라도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건 과거보다 희망적인 미래와 오늘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풍경도 비슷하다. 요란하거나 화려한 묘사 대신에 스쳐 지나간 손길 속에, 전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 작가가 써 내려간 행간 사이사이에 사랑의 여러 빛깔이 희붐하게 풍겨 나오기 시작한다.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첨예한 현실의 문제들을 마주하여 복잡한 기교 없이도 실오라기 하나가 풀려나듯 자연스럽게 해결해 나가는 작가의 필력은, 정교한 보석 세공사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여성의 섬세한 자의식과 내면의 풍경을 담담하게 수놓듯 보여 주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어디 한군데 모나지 않다. 그래서 더욱 평범한 이야기일수록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를 작가가 그대로 투영한 듯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잔잔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것이 아닐까.

“작품을 쓸 때 특정한 형식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할 뿐이지요. 그것도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풀어쓰는 구닥다리 방식으로요. 그러나 저는 ‘일어난 일’을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우회로를 거쳐,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독자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방식’에 놀라움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단편소설이 거둘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입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회원리뷰 (71건) 리뷰 총점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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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행복한 그림자의 춤/앨리스 먼로] 마살레스 할머니의 선생님의 가치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신*****리 | 2018.04.0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어제는 늦게까지 책을 읽어도 멀쩡하고오늘은 10시도 안 되어 졸리고, 내일은 어떠할까.  "메이는 다리를 포개고 앉아 이제는 어디든 마음 가는 대로 갈 수 있는 길과 편편해서 쉽게 갈 수 있는, 침묵으로 가득 찬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다보았다" - <어떤 바닷가 여행> 중에서 (p.340)  단편의 특성답게, 다양한 삶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앨리스 먼로;
리뷰제목

어제는 늦게까지 책을 읽어도 멀쩡하고

오늘은 10시도 안 되어 졸리고,

내일은 어떠할까.

 

 

"메이는 다리를 포개고 앉아 이제는 어디든 마음 가는 대로 갈 수 있는 길과 편편해서 쉽게 갈 수 있는, 침묵으로 가득 찬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다보았다" - <어떤 바닷가 여행> 중에서 (p.340)

 

 

단편의 특성답게, 다양한 삶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앨리스 먼로의 단편집은 읽는 동안 행복감에 젖기에 충분했다. 일상을 일상같지 않게,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들에 흠뻑 빠져들 때쯤에, 나는 이 책의 깊이를 놓치고 있었다. 그래서 옮긴이의 말을 살짝 빌려와 본다.

 

 

"이 책의 표제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예술, 곧 소설 세계에서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궁극의 뜻을 펼쳐 보인 작품으로 읽힌다. 삶의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의 문이 막히고 닫힌 세상에서 아이들은 물질만능사회에 물젖고 사회의 온갖 부조리에 익숙해지면서 본연의 순수한 자기를 배반한다. 자신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보호를 받고 싶은 욕구, 숨고 싶은 욕구, 위장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이는 그 아이들은, 그러나 본디 선량하다. 그것이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모두가 그 대세를 따르는 속세에서 멀찍이 벗어나 꿋꿋하게 자기 신념을 실천하며 피아노를 가르치는 할머니 선생님의 가치관이다. "당신이 어린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고 거기에서 착한 마음씨와 선한 것이면 무엇이든 다 좋아하는 천성을 간직한 보물고를 찾아낼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마살레스 할머니 선생님의 가치관이 앨리서 먼로가 예술로 승화한 결정체이다. - p.407

 

 

나의 어제는 선량했을까.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해지고 더욱 더 악독했을까. <행복한 그림자의 춤>처럼 본디는 선량했지만, 살아남기 위해 악독했을 것이고 그러나 본디는 선량했을 것이다. 다만, 거기서 나의 가치관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왕좌왕했으며, 기회주의적이었으며, 바른 길을 가지 못했다. 어쩌면, 나의 마음속에서 어린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지 모르는데, 엉뚱한 데서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는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억울해했고, 화를 냈을 것이다. 지금?

 

 

하루하루가 새롭게 다가온다. 무언가의 깊이에 도달한다는 것은 신선하고 기분좋은 일이다. 책 한 권에서 아무런 가치도 발견하지 못했고, 생각없이, 그리고 아무런 목표없이 읽기 자체에만 몰두했던 지난날. 그리고 결국은 책읽기는 내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며 책읽기를 그만두자며 주저앉았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림자가 행복할까. 그림자로 사는 것은 어떤 행복을 가져다줄까. 그래서 나와 같이 그림자가 춤춘다면. 책읽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내 삶이 새로워질 것을 믿는다. 책읽기의 작은 행복이 내게 소소한 기쁨을 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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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저쪽 나라에서 보내는 코뮈니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생****데 | 2015.07.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일부러 찾아 읽는 것은 아니다. ​다른 책을 사면서 노벨상 작가의 광고를 보면 그냥 궁금해진다. 살 생각 없었는데 어느새 배달이 되고 서둘러 읽으려 했던 것도 아닌데 다른 책보다 먼저 읽게 돼버리는 게 노벨상 작가들의 작품이다.   ​여태 노벨상 작가의 책에 실망했던 적은 없다. 심지어 아주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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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을 일부러 찾아 읽는 것은 아니다.

다른 책을 사면서 노벨상 작가의 광고를 보면 그냥 궁금해진다.

살 생각 없었는데 어느새 배달이 되고 서둘러 읽으려 했던 것도 아닌데 다른 책보다 먼저 읽게 돼버리는 게 노벨상 작가들의 작품이다.

 

여태 노벨상 작가의 책에 실망했던 적은 없다. 심지어 아주 재밌다.

그런데도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니 뭔 생각인지 나도 모르겠다.

 

오르한 파묵의 경우엔 노벨상을 타기 전에 읽었다.

>! 정말 소름 돋는 책이었다

후에 그가 노벨상을 받고 내 이름은 빨강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그의 소설은 노벨상 공식 중 하나인 심오한 주제를 잊을 만큼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무겁고 권위 있는 노벨상보다 베스트셀러가 먼저 떠오른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스릴러물 읽는 기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노벨상 수상 작가였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도 아직까지 세세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꽤나 인상적이었다는 증거다.

영화 오멘분위기였는데...

이럴 바에는 올해의 노벨상 수상 작가부터는 관심을 기울여 일부러 찾아 읽어야겠다.

2014년 노벨상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파트릭 모디아노, 그 전 해인 2013년은 캐나다 노작가 앨리스 먼로였다.

오랜만에 여성 작가, 게다가 특이하게도 단편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다.

단편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었는데 이 단편집의 첫 소설 작업실부터 아리송했다.

뭐지? 뭐 이런 일상 소재의 단편이 노벨상이지?

이런 의문은 마지막 소설을 읽은 후까지 계속되었다.

굳이 우리나라 작가와 비교하자면 박완서 선생의 소설이 노벨상?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나는 마음먹고 매일 독서일기를 쓰다가 책을 다 읽은 후에 독후감을 쓰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서는 도무지 판단이 안 서 독후감을 미루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이 책을 간단하게나마 분석(?)는데 거기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에 대해 시카고트리뷰먼로는 하나의 단편에 세계 전체를 담아내면서 우리를 끊임없이 경탄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 말에 수긍했다.

다만 하나의 단편이 아닌 책 한 권에 있는 모든 단편들의 하모니가 세계 전체를 담고 있었다.

이 놀라운 발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노벨문학상 작가이다.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는 심오한 주제도, 거창한 소재도,  장엄한 문체도, 번득이는 구성도 표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보단 뭔가 짠한 것이 있다. 눈물을 글썽거리게 하는, 하지만 결코 감정을 쥐어짜지 않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지난 세월에 두고 온 잊혀진 기억을 툭 건드리지만 결코 아프지 않은, 오히려 미소를 띄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마지막 소설로 이 단편집의 표제이기도 한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그랬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다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마살레스 선생님의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애잔한 그리움에 뭉클해지며 언제까지나 응원하고 싶은 박수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올려졌다.

이런 게 좋은 소설이다.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는 일상의 한 컷이 담담하고 경쾌하게 그려져 있다.

열다섯 편의 소설에는 우리 인생이 골고루 녹아 있다.

사회, 사람, 예술... 그야말로 인간 삶의 총체적인 모습이 꼼꼼한 필체로 펼쳐져 있다.

 

우선 이 책은 삶의 일대기와 삶에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적의 관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분석해 보면 성장기 소설은 다음과 같다.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 성 정체성

망상>- 어른 세계에 대한 모호함

나비의 나날> - 친구

하룻강아지 치료법> - 청소년기의 고민, 호기심

붉은 드레스-1946> - 사춘기의 이성

''는 엄마의 세계보다 아빠의 세계가 더 즐겁고 관심 있지만 자신은 결국 여자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사내아이와 계집아이>) 한편으론 어른의 은밀한 세계를 은밀히 안 것 같은 혼란(<망상>)에 빠지게 된다

아직 어려서 인간관계에 서툴고 이기심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나비의 나날>) 조금씩 자라면서 어른의 불합리성과 모순을 발견하고 기존 세대에 반항하고 싶지만 어설픈 항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성장기 소녀의 이야기(<하룻강아지 치료법>)가 각각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는 유년시절을 거쳐 이십대 초입의 삶(<태워줘서 고마워>)으로 들어가 처녀 시절(<주말 오후>)을 통과한다.

결혼하면 주부(<작업실>)나 아버지(<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로서 살아야 하고 그러면서 ''는 노인이 된다.

노인의 삶은 소외된 채 젊은 사람들의 이해를 얻을 수 없지만 ''는 자기 터전을 지키고(<휘황찬란한 집>), 자기 모습대로 살며(<어떤 바닷가의 여행>),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고(<행복한 그림자의 춤>) 살아간다.

그런  인생이기에 삶은 아름답다.

''를 둘러싼 세계는 타인에게 유린당하기도 하고(<태워줘서 고마워>, <주말 오후>, <그림 엽서>), 하고 싶은 일(<작업실>)과 옛 추억에 빠질 수조차 없게 만들지만(<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그래도 의무와 책임을 다 해야 하는 엄마 혹은 아버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이처럼 앨리스 먼로는 삶의 여정을 넉넉한 미소로 화답해 주듯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었다.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한편으론 사회 문제도 짚고 넘어간다.

앨리스 먼로가 살았던 시대는 미국 대공황의 여파로 개인의 삶이 핍진했을 때였다.

이런 시대상에 대해 앨리스 먼로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구시대와 신시대의 갈등(<휘황찬란한 집>), 가난과 무지(<태원줘서 고마워>, <주말 오후>,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고통을 표출할 수 있는지, 진정한 고통은 무엇인지도 죽음 같은 시간에서 말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 인간 삶에 놓인 통과의례적인 일들을 피해 갈 수 있는 인생은 없다.

결국은 맞닥뜨리고 통과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공평한 삶이기에 호들갑 떨 필요없이 묵묵하고 고요히 하지만 결코 무거움에 함몰되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게, 우리는 각자 주어진 삶을 살아야겠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처럼.

 

우리 인생이 빛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는 진리를 이 소설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을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장식한 데에는 이런 연유가 있는 것 같다.

한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이 책은 앨리스 먼로라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앨리스 먼로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마살레스 선생님처럼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 한다.

그 음악은 선생님이 사는 저쪽 나라에서 보낸 코뮈니케(399)’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예술가는 저쪽 나라에 살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예술가의  코뮈니케’, 예술가는 작품으로 자기 삶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앨리스 먼로의 노벨상 수상에 일말의 이의도 없다.

감동적이다. 퍼펙트하다.

 

 

코뮈니케: 문서에 의한 국가의 의사 표시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외교상의 공문서, 정부의 공식 성명서 따위를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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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어나는 다년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안**짝 | 2015.05.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해외문학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순순히 찾아서 읽었을까? 이름도 태생도 생소한 작가이기에 더 그러했고 어떤 계기가 되었든 저자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이 책에 실린 첫 단편을 읽는 순간부터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고 좀 오랫동안 읽은 셈이지만 조금 새로운 저자의 단편들에 빠져들었;
리뷰제목

해외문학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순순히 찾아서 읽었을까? 이름도 태생도 생소한 작가이기에 더 그러했고 어떤 계기가 되었든 저자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이 책에 실린 첫 단편을 읽는 순간부터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고 좀 오랫동안 읽은 셈이지만 조금 새로운 저자의 단편들에 빠져들었다. 장편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들어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삶에 밀착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면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뚝뚝 끊기는 느낌도 싫고, 결말이 대부분 모호하게 끝나, 단편을 읽는 게 영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조정래 작가 선집을 통해 단편에 대한 편견을 깨게 되었고 그 뒤로 종종 단편을 읽어왔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단편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나에게 소설을 왜 읽냐는 질문을 종종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망설임 없이 현실 도피를 위해서라고 말했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같은 내용을 만나기 싫어 고전을 찾아 읽으면서 철저히 현대소설은 외면했었던 것 같다. 우울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조금씩 외면을 철회했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마주하면서 오히려 위로를 얻었다. 완전히 현대문학에 대한 마음이 열린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의 삶이 도피성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내가 피하고 싶었던 현실의 삶과 많이 닮아 있음에서 오는 위로였다.

  이 책은 저자가 1950년대부터 15년 동안 써 온 글을 모아 처음 낸 단편집이라고 했는데 몇몇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고는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나에게 생소한 캐나다 작가의 작품에다 캐나다를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매력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일들도 있지만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묘사가 좋았다. 그런 이야기들을 마주하고 있자니 어느새 내가 피하고자 했던 삶에 더 한 발짝 다가간 느낌이 들었고 지난하게만 생각했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문구를 이 소설들을 통해 이제야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런 일들은 언제나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거요. 헬렌 혼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도요.「그림엽서」중

  내가, 혹은 우리가 함께 살아내고 있는 삶에는 ‘언제나 끊임없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살아가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삶에 동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떠한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태도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35년을 살아오면서 늘 서투르기만 했던 짧은 내 삶을 되돌아보면 자양분을 쌓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내가 뭔가가 되어 있거나 좀 더 나아진 환경 속에서 살아갈 거라 착각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러한 결과물을 내는 것 역시 ‘나’의 한 요소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자신만의 명확한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종종 단편집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저자의 이 작품 역시 뭔가 결론이 시원하게 드러나거나 희망을 그려낸다거나 나도 저렇게 살아봐야지 하는 되돌아봄은 거의 없었다. 있는 그대로 삶의 단편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옮겼을 뿐이다. 그래서 때론 당황하기도 하고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있는 그대로 그네들의 삶을 받아들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의 문체와 세밀함이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지만 번역임에도 꼼꼼하면서도 독특한 표현들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우리말에 이런 표현도 있었나? 역자는 어떻게 이렇게 번역할 생각을 했을까?’란 생각부터 심지어 원문이 궁금해지기도 했다(비교해 봤자 분간해 낼 능력은 내게 없지만!^^). 그만큼 신선한 표현력과 애정이 담긴 번역 덕분인지 읽는 내내 다채로운 느낌을 받았다.

  단편집의 느낌을 남긴다는 건 장편소설보다 더 어렵다. 그렇기에 두루뭉술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을 주절이주절이 떠들긴 했으나 이 책과 함께 구입한 저자의 다른 작품도 곧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대한, 단편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바꾸고 더 알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런 기분. 소설을 읽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며 그런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란 문학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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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건) 한줄평 총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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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기분으로 읽을수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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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일*인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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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이며 일반적인 삶을 녹여낸 따뜻한 이야기들. 편안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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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s******9 | 2018.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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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벤쿠버의 소금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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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8 |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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