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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040이동
리뷰 총점8.3 리뷰 63건 | 판매지수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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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79쪽 | 382g | 148*210*20mm
ISBN13 9788954610971
ISBN10 8954610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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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어두운 기억의 거리를 헤매는
한 남자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작이자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의 대표작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 소설로, 흥신소의 퇴역 탐정인 작중 화자는 조악한 단서 몇 가지에 의지해 마치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작가는 단순히 소멸된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을 넘어서 ‘기억 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한 단면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다.

흥신소에서 탐정 일을 하는 주인공 롤랑은 자신에 대한 일체의 기억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그는 탐정 일을 은퇴한 후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찾는 것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유일한 실마리는 한 장의 귀 떨어진 사진과 부고(訃告)뿐이다. 그것을 단서로 바의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 등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점점 자신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과 대면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태어나 모든 과거를 상실한 세대로 자란 모디아노는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어두운 기억의 거리를 헤매는 한 남자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 p.9

나는 벌써 나의 삶을 다 살았고 이제는 어느 토요일 저녁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 떠돌고 있는 유령에 불과했다. --- p.65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무(無)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미(美)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위트는‘해변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한 인간을 나에게 그 예로 들어 보이곤 했다. 그 남자는 사십 년 동안이나 바닷가나 수영장가에서 여름 피서객들과 할일 없는 부자들과 한담을 나누며 보냈다. 수천수만 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그는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룹 저 너머에 수영복을 입은 채 찍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왜 그가 그곳에 사진 찍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그가 어느 날 문득 사진들 속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위트에게 감히 그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해변의 사나이’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하기야 그 말을 위트에게 했다 해도 그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해변의 사나이’들이며‘모래는 ?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고 위트는 말하곤 했다.
--- pp.75-7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흥신소에서 탐정 일을 하는 주인공 롤랑은 자신에 대한 일체의 기억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그는 탐정 일을 은퇴한 후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찾는 것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유일한 실마리는 한 장의 귀 떨어진 사진과 부고(訃告)뿐이다. 그것을 단서로 바의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 등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점점 자신의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퍼즐처럼 하나씩 짜 맞춰진 그 기억 속에서 그는 한편으로는 뚜렷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욱 불확실해지는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과 대면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의 공쿠르상 수상작이자 대표 걸작

파트릭 모디아노가 자신의 여섯번째 소설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출간했을 때, 프랑스 언론은 모디아노가 마침내 이 작품으로 자국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 예상은 실제로 들어맞았고,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현대 프랑스 문학이 거두어들인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 평가받는 모디아노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흥신소의 퇴역 탐정인 작중 화자는 조악한 단서 몇 가지에 의지해 마치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그러나 탐정소설의 외형을 입고 소멸된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태어나 모든 과거를 상실한 세대로 자란 모디아노는 이 책을 통해 ‘기억 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한 단면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멸한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 악몽 속에서 잊어버린 대전(大戰)의 경험을 주제로 하여, 그는 프루스트가 말한 존재의 근원으로서 ‘잃어버린 시간’을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인 언어로 탐색해냈다.

1978년 공쿠르상 수상
1984년 프랭스 피에르 드 모나코상 수상
2000년 폴 모랑 문학 대상 수상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나는 천천히 읽을 수 있는 아름답고 낯선 글을 좋아한다. 주변이 소란스럽거나 삶이 뻔하게 느껴져 신물 날 때, 나는 프랑스 소설 몇 권과 함께 틀어박히는 일로 멋을 부리곤 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다.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지만, 그렇게 해서 찾아간 존재의 마지막 지점은 바스러진 그림자나 무(無)일지도 모른다는 것. 매혹적인 소설이다.
은희경(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처음 읽은 것은 1982년 내 나이 스물하나일 때였다. 한적한 거리의 신호등 아래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친구가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나는 그 곁의 헌책방을 기웃거리게 되었고, 함부로 쌓인 책더미 속에서 매우 인상적인 제목의 책 한 권을 뽑아올리게 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탄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책의 첫 문장은 내 속의 어떤 것과 단번에 일치되었다. 불안정한 허기와 즉흥적이고 공허한 충동들, 아직 형상화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질료에 불과한 스무 살의 내 삶과…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번지는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 남자가 가진 마지막 주소인데, 그것은 또한 우리의 내면에 뚫린 기억 상실의 공동 깊숙이 가라앉은 낯익은 주소 같기도 했다. 그렇게 수중에 들어온 책은 십육년 동안 늘 내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자주 책꽂이에 꽂힌 책의 제목을 곰곰이 바라보며 한 사내의 뒷모습을 따라가곤 했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과거를 추적한다. 그리고 집요한 추적을 강행하는 그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서적으로 심각하지 않다. 그들은 공허에 길들여진 자들이며 수증기처럼 이미 승화된 자들이다. 오히려 심각한 것은 무화되는 기억의 장애물들을 넘어 끈질기게 책장을 넘겨야 하는 지상에 붙박인 독자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책을 읽으며 한 독자로서 그 지루하고 우수 어린 추적에 동행하여 헛수고를 반복한 끝에 한순간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뜻밖에도 현재라는 것의 매혹이다. 모디아노가 말하려는 것과는 상관도 없이, 바로 이 순간에 햇빛에 쨍하고 튀어오르는, 현재라는 이름의 사금파리를 보게 되는 것이다. 삼 초의 지속에 불과한, 연약한 영사막과도 같이 줄지어 지나가는 현재들의 축복을.
책을 덮으며, 어린 계집아이가 계속 놀고 싶어하는 것 같은 이유로,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그동안 나는 너무 길게 울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와 현존 사이에서 예민하게 긴장하며 이젠 아주 잠시만 울자고……
전경린(소설가)
언뜻 지나치며 본 한 장면, 끊어진 한 토막의 대화, 어렴풋한 소리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모디아노의 예민한 감각과 탈색된 언어는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의 문체는 탐정의 보고서만큼이나 단순명료하다. 그래서 더욱 많은 침묵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래서 신비스럽다.
김화영(문학평론가)

회원리뷰 (63건) 리뷰 총점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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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자리매김하는 여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D**********f | 2022.04.2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때로는 소설의 내용보다 분위기가 오랫동안 기억나는 작품이 있는데,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바로 그렇다. 자신도 모르게 과거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얼핏 무슨 이야기인지를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이름도 정체도 알지 못하는 주인공이 과거를 찾아나서는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중요한 것 같기;
리뷰제목

때로는 소설의 내용보다 분위기가 오랫동안 기억나는 작품이 있는데,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바로 그렇다. 자신도 모르게 과거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얼핏 무슨 이야기인지를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이름도 정체도 알지 못하는 주인공이 과거를 찾아나서는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쉽게 지나치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의 기억들은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어렴풋이 사라진다. 주인공은 기억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과거를 탐색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과거를 찾아내 그래서 어쩌라고의 작품이 아니라, 과거를 직시하면서 현재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실존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듯 하다. '아무 것도 아닌' 내 현재의 의미는? 과거를 추적하는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기는 한 것인가? 과거의 흔적을 파헤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의미는 일견 사소해 보인다.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자신의 존재에 '자리매김' 하고 싶은 알 수 없는 에너지는 강렬하지만, 그러한 에너지는 파리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건조한 분위기에 흩어진다.

마치 파리의 어두운 거리의 한 단면을 조명하듯, 매우 건조한 스타일의 작품이다. 보이지 않는 실루엣같은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그려 내면서도, 파리의 건조한 분위기를 묘사하는 장면의 디테일은 인상적이다. 아마 이 소설의 매력은 인간의 뜨거운 감정을 숨기고, 어두운 파리의 거리의 건조함을 아무렇지 않게 묘사하는 장면들이다. 왠지 모르게 단순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면이 있다.

 

과거, 사라짐, 공허, 부재하는 것을 추적하는 것이 파트릭 모디아노가 그의 소설 속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모티브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의 세계로 여행을 안내하려고 한다. 파리의 어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자를 따라 여행을 안내하는 가이드처럼.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의 여행이 흥미롭고 신기한 법이다. 주인공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하지만, 주인공과 관계된 모든 순간들이 '나'라는 지점으로 모여진다. 그 과정이 바로 '나'라고 말한다.

 

기 롤랑, 하워드 드 뤼즈, 페드로 맥케부아. 주인공과 관계된 수많은 이름들은 관계된 주위 사람들의 흔적을 뒤쫓지만, 무엇이 이 사람의 실존에 남아 있는 지는 작품이 끝난 다음에도 끝까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내가 무얼 본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릭 모디아노가 만든 세계에 잠시 여행을 다녀온듯한 오묘한 느낌이 남아 있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로부터 비롯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 우리가 겪는 체험들의 기반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추억이 현재에 가져다주는 의미는 불확실한 단편의 기억이겠지만, 그것도 지금 이 시점의 현재와 맞닿아 있을 때 추억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기능한다. '아무것도 아닌' 인간의 존재에서 지나가버린 과거의 무를 발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지금 현재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를 탈출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파트릭 모디아노가 말한 잃어버린 인간의 정체성은 2차대전이라는 잔혹함에 연관된 기억의 상실과 관련이 깊은 듯 하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서 보여지는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는 찾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의 어둠이자 침묵이다. 짧고 간결한 모디아노의 문체는 침묵 사이에 무심코 던져진 토막이 횅하니 길바닥에 놓여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을 옮긴 김화영 교수님은 파트릭 모디아노에 대해 '언뜻 지나치며 본 한 장면, 끊어진 한 토막의 대화, 어렴풋한 소리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모디아노의 글을 '예민한 감각과 탈색된 언어'의 세계로 규정했다. 마치 탐정의 보고서같은 단순명료한 언어 끝에 불안감과 신비스러움, 슬픔이 가득 담긴 아름다움이 담긴 예민한 감각을 서려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벼려진 칼날처럼 단순하지만, 감정은 날카로운 언어에 닿을수록 깊게 울린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같은 건조한 세상에서 나도 묻는다. 그래도 나를 알고 있는 사람과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게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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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오**록 | 2022.03.17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인상적이지만 알 수 없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기억상실에 걸린 ‘나’가 주인공이다. ‘나’,‘기 롤랑’은 10년 전 기억을 잃어 이름, 나이, 가족, 국적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는 상태인데, 이런 ‘나’에게 흥신소 사장 ‘위트’는 ‘기 롤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신분증까지 만들어주면서 과거는 생각하지 말고 현재와 미래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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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인상적이지만 알 수 없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기억상실에 걸린 가 주인공이다. ‘’,‘기 롤랑10년 전 기억을 잃어 이름, 나이, 가족, 국적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는 상태인데, 이런 에게 흥신소 사장 위트기 롤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신분증까지 만들어주면서 과거는 생각하지 말고 현재와 미래만 보고 살자고 한다. 그의 말대로 는 그동안 흥신소에서 위트와 함께 사설탐정으로 일해 왔는데 이제 위트는 흥신소 일을 정리하고 고향 니스에 가려고 한다.

탐정 일을 쉬게 된 는 사무실에 남겨진 전화번호부와 여러 정보들을 가지고 과거를 찾기 시작한다. 그는 먼저 사무실에 있던 서류로 과거의 와 연결점이 있다고 추정되는 소나쉬체를 찾아가고 그에게서 오래된 사진 몇 장을 얻는다. 사진 중의 하나에서 는 나와 아주 닮은 남자를 발견하고 그 남자가 자신일 거라고 확신한다. ‘는 사진에 같이 찍힌 사람들을 찾아간다. 어렵게 찾아낸 사진 속 인물들은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지만 확실한 것은 없고 정확한 정보를 줄만한 사람은 이미 죽고 없다. 여러 과정을 거쳐 드디어 는 자신의 이름이 페드로였다는 것과 드니즈라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프레디’,‘게이커플과 절친이었다는 것도 알아낸다. 그들 모두는 어느 산장에 같이 도피해 있었는데 와 여자친구 드니즈는 스위스로 가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려 했고 이후 는 실종되었다고 밝혀진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도피하려는 이유도 책에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지만 아마 2차 대전 중에 쫓기는 상황으로 추측된다. ‘가 자신이 누군지 모르듯 모든 과거는 분명하지 않아 흩어진 퍼즐 조각들 같다. 그래도 아니 나 페드로는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거주지로 생각되는 로마의 어두운 상점의 거리라는 곳으로 자신의 과거를 찾아 떠나려 하며 작품은 끝난다.

소설은 전체 260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분량으로 장편소설치고는 짧은 편이었지만 읽기 편한 작품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분명 존재함에도 그가 누군지 모른다니 시작부터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았고, 뚜렷한 기승전결도 눈을 끌만한 갈등구조도 없었서 전체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저 주인공 의 관심이 오직 자신의 과거를 찾는 것에만 있어서 다른 요소들은 모두 흐릿하게 흑백처리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작품의 주제가 뚜렷하고 모든 문장이 군더더기 없는 명문장이어서 어렵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었고, 또한 생각해보고 싶은 것도 몇 가지 있었다.

먼저, 주인공 10년이 넘는 동안 자신의 과거를 찾지 않다가 위트가 떠나는 지금에서야 자신을 찾겠다고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흥신소일이 바빠서일수도 있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이고 자신의 과거가 그토록 중요했다면 진작 찾아봤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처음엔 과거가 궁금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과거를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억상실이라는 증상은 그동안 그에게 장애이자 보호막역할을 했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방어기제로 그의 과거가 억압되었다가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어느 정도 상처를 극복할 수 있기에 과거 찾기에 나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는 아무리 선별적 기억상실이라고는 해도 인지능력이나 과거에 학습된 지식은 멀쩡한데 자신과 관계된 것들만 완전히 잊는다는 설정이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현실에서 기억상실을 겪는 환자들은 와 같은 인지능력을 갖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 과거를 찾으려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기억상실이라는 걸 밝히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얻어내는 걸 보면 그는 분명 유능한 탐정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고 위트는 늘 말하곤 했다. 본문 p.76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첫 문장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해준 구절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 우리가 이룬 것은 순간이고 아무리 대단한 업적을 쌓는다 해도 고작 수 천 년에 지나지 않는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의 삶이 해변의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공감되었다.

 

당신은 편하시겠군요..... 나는 싫어도 먹어야 해요..... 오늘 저녁으로 기사를 써야 하니까요.....” 본문 p.80

 

식도락 비평가의 푸념이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로 먹방 프로그램을 보면 맛있는 것 실컷 먹고 돈 버는구나싶어 부러울 때도 많았는데 막상 직업이 되면 고충이 많겠다 싶었다. 식도락 비평가 뿐이랴 모든 직업이 다 그렇겠지.

 

아무리 보아도 사람들은 벽으로 가려진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의 친구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본문 p.120

 

우리가 누구를 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내 속으로 낳고 키운 자녀도 내 앞에서 보여지는 것들 외에 학교나 직장 같은 다른 장소에서의 그들에 대해서는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만큼도 모르고 있다.

 

그들이 지나간 뒤에도 무엇인가 계속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더 약해져가는 어떤 파동, 주의하여 귀를 기울이면 포착할 수 있는 어떤 파동이. 따지고 보면 나는 한 번도 그 페드로 맥케부아였던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었다. 그러다 그 파동들이 때로는 먼 곳에서 때로는 더 세게 나를 뚫고 지나갔었다. 그러다 차츰 차츰 허공을 떠돌고 있던 그 모든 메아리들이 결정체를 이룬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였다. 본문 p.130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과거를 조각조각 모아 기억해내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으로 저자가 공쿠르 상을 받았다는데 그럴 만 하다 싶다.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글의 맛이 느껴지는 걸 보면 원작도 훌륭하지만 번역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것 같다.

 

첫 문장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부터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본문 p.262

 

라는 마지막까지 너무도 아름다운 글이어서 기억을 찾는 와 함께 나도 아리아드네의 실을 잡고 어둑한 미로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한권의 장편소설이 한 편의 시로 다가왔다.

 

 

댓글 2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기억 상실자가 과거 정체성을 찾아가지만, 모호함이 매력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J**e | 2021.08.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아주 내용이 모호한 소설이다. 경계가 불분명하고 안개속의 흐릿한 형상을 쫓아가는 꿈속에서의 모습이다. 파리 시내의 골목을 구경하고, 도시를 묘사하는 장면도 흐릿한 영화를 보는 그런 느낌이다.     처음에 소설을 읽으면서, 시대와 인물을 상상했다. 주인공이 과거를 잃어버렸고, 아마 과거를 잃어버린 것은 아픈 상처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인 사건과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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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내용이 모호한 소설이다. 경계가 불분명하고 안개속의 흐릿한 형상을 쫓아가는 꿈속에서의 모습이다. 파리 시내의 골목을 구경하고, 도시를 묘사하는 장면도 흐릿한 영화를 보는 그런 느낌이다. 

  

처음에 소설을 읽으면서, 시대와 인물을 상상했다. 주인공이 과거를 잃어버렸고, 아마 과거를 잃어버린 것은 아픈 상처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인 사건과 연결되고, 아마도 나치의 프랑스 점령과 그에 관계되는 인물이 유대인과 엮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결과는 비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상상과 추론은 맞지 않았다.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탐정 사무소를 닫게 되면서, 주인공인 기 롤랑이란 사람이 약 8년간의 탐정 생활을 접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이다. 그는 8년전에 기억 상실자였고, 탐정사무소장의 도움으로 탐정으로 일하다가 소장의 은퇴로 비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 떠난다. 

작은 단서를 바탕으로 하나씩 과거의 인물들을 찾아 간다.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데, 십 수년이 지난 과거의 인물들이 파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친밀하지 않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이 소설의 굉장한 매력이다. 파리 구석 구석의 여러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민 낮을 구경할 수 있다. 

결국은 4명인 그룹을 발견하게 되고, 그 중에 한 명이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이민자 출신으로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한때 도미니카 여권을 가지고 영사 업무를 봤던 과거의 본인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들은 스위스 국경 근처의 마을도 갔다. 도미니카 여권을 가진 그와 프랑스 출신의 그녀가 스위스로 국경을 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소설은 끝까지 모호하다. 결국 아무런 내용과 정체를 확인시켜주지 않는다. 다만 어쩌면 과거에 즐거운 날들의 추억이 있었으며, 전쟁 중에 고통속에 좌절한 내용이 있었음을 거저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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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2건) 한줄평 총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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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4점
재밌게보겠습니다만 책 좀 제대로보내주세요 표지가 다찢어져서 왔어요 중고책 서점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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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 2022.05.24
구매 평점4점
호불호 많이 갈릴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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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 | 2022.01.09
평점4점
구조와 서술이 새롭고 먹먹한 감동을 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종이책도 구입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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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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