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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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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0년 06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73g | 140*210*20mm
ISBN13 9788937483066
ISBN10 893748306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이 땅의 모든 불우한 청춘들의 벌거벗은 삶을
시리도록 아프게 그려 낸 성장소설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혜성같이 등단한 신예작가 김혜나의 첫 장편소설이다. 치명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이 땅의 모든 불우한 청춘들의 벌거벗은 삶을 시리도록 아프게 그려 낸 성장소설로, 깜짝 놀랄 만큼 진솔한 자기 고백, 치열한 성적 욕망의 분출, 그리고 치명적인 성애 묘사로 주목을 받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 ‘루저’들, 이 시대 비루한 20대의 삶을 치밀하게 표현한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대학 학생인 ‘나’, 그리고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 출발부터 뒤처진 그들 “신(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청춘들에게 일상은 무의미하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섹스뿐”이다. 의미 없는 섹스를 마치 출근하듯 나누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오로지 고통의 징후로 환원하는 이들의 모습을 파괴적이고도 충격적으로 그려낸 『제리』는 불편하지만 동시에 삶의 한 줄기 작은 빛을 전해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언니는 연예인 싫어한다더니, 꼭 아이돌 같은 애를 골랐네? 왜 아까는 잘 안 보였지? 요즘 많이 나오는 애들 중에서 누구 닮은 거 같은데, 안 그래?”
아닌 게 아니라 내 파트너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처럼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 생김새였다. 손바닥 하나만으로도 가려질 듯한 조그마한 얼굴, 빨간 입술을 돋보이게 만드는 새하얀 피부, 기다란 눈 사이로 드리워진 속 쌍꺼풀…….
이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담배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 둔 라이터를 집으려는데, 그가 재빠르게 자신의 주머니에서 은색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댕겼다. 두 손으로 정중하게 라이터를 든 그의 모습은 상대방에 대한 각별한 예의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아랫것이니 마음대로 하세요, 라고 말하는 손짓. 그것이 내 마음 한구석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 p.14

“언니. 언니는 꿈이, 뭐야?”
애써 넘긴 소주가 목구멍에서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마신 소주를 죄다 뱉어 놓아도 부족할 정도로 기가 막힌 질문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차 선배, 임 선배, 박 선배, 그리고 여령 언니까지 모두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꿈이 무엇이냐니. 서울도 아닌 인천의 2년제 대학 야간반에 재수까지 해서 겨우 들어온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니.
나는 나보다 두 살이 많은 여령 언니를 바라보았다. 여령 언니는 코를 너무 높게 세우는 바람에 성형한 티가 딱 난다는 게 좀 흠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할 만큼 예쁘게 생겼다. 168센티미터의 큰 키에 늘씬한 몸매, 길고 부드러운 머리칼까지 지닌 여령 언니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괜찮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는 말을 종종 내뱉었다. 다만 그 ‘괜찮은 남자’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도 엄청나게 잘생긴 얼굴인데 결혼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보면 그 기준이 외모만은 아닌 게 분명할 따름이었다. 그런 여령 언니를 보고 있자니 2년 뒤의 내 모습이 더욱더 그려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수도권의 별 볼일 없는 2년제 야간대학조차 겨우 다니고 있는 나에게 어떠한 꿈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했다.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대학을 함께 다니고 있는 우리들 중에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하다못해 꽤 이름 있는 중소기업에만 취직해도 옳다꾸나, 개천에서 용 났네, 잔치라도 열어 줄 태세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주는 꿈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었다. --- pp.73-75

그렇게 매일 돈 들여, 공들여 치장하고 관리를 해도 막상 룸에 나오면 초이스가 되는 건 언제나 에이스들뿐이야. (……) 그런데 에이스들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여자들은 무조건 만족하는 거야.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 모두들 침 질질 흘리며 행복해 죽으려고 하지. 그러니까 나는 아무리 돈 들이고 노력해도 결국에는 이 모양 이 꼴이고, 에이스들은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환영받는 세상이지. (……)
뭘 해도 안 되는 신세, 애초부터 글러 먹은 신세. 그래, 늘 그랬다. 공부를 비롯해 매사에 의욕이 없던 나는 일찌감치 문제아로 낙인찍혀 있었다.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만 가득하니 늘상 지각이었고,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딴전만 부렸다. 당연히 교실 밖으로 내쫓기거나 교무실로 불려 가는 일들이 다반사였고, 선생들은 나에게 네가 학생이냐, 정신이 있는 거냐, 살아만 있다고 다 사람인 줄 아냐, 너 같은 애를 인간쓰레기라고 하는 거다, 등등의 말들을 쏟아 냈다. 그럴 때마다 뺨이나 머리를 맞는 등의 모욕적인 체벌을 받는 건 차라리 나았다. 혼내는 체하며 귓불이나 목덜미를 은근슬쩍 더듬는 선생들도 많았고, 상담실로 불러내 서슴없이 몸을 만지거나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선생들도 있었다. 학생도 사람도 아닌, 그저 날라리일 뿐인 나에게 그 모든 차별과 무시와 폭력은 너무도 합당한 일인 양 가해졌다. --- pp.103-106

나는 이 모든 게 다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섹스 한번 나눈 게 전부인, 나보다 나이도 어린, 고작 호스트바 선수나 뛰는 가벼운 남자애 한번 만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내가 정말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제리도, 제리와 만나는 일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야말로 이 아무것도 아닌 아이와의 만남에 나는 왜 이렇게 신경이 곤두서는 것일까. 나로서는 그것이 가장 이해되지 않았다. --- p.192

“이제는 정말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어. 이곳을 벗어나 대학에 가고…… 아니면 연예인이 되어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해도 나는 어차피 이 바닥인 거야.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는, 모두에게서 따돌림당하는 이 바닥 삶을 계속 살게 될 거라고. 누나, 나는…… 죽어야만, 죽어 버려야지만 이 바닥의 삶이 끝날 것 같아.”
죽으면, 죽어 버리면 정말로 모든 게 끝이 날까. 언제나 나를 따돌리고 억누르는 이 지긋지긋한 세계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게 되는 걸까.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이지 죽어 버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죽는 건 하나도 무섭지 않아. 이 구질구질한 삶만 좀 끝낼 수 있다면 차라리 죽는 게 더 편하겠어. 그런데 내가 진짜로 무서운 건, 죽어서도 이대로일까 봐, 죽어서까지도 늘 이따위 신세일까 봐, 또다시 이 바닥으로만 떨어질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 죽어서도 결코 변하지 않을 이 바닥 인생을 생각하면, 도무지 죽을 수조차 없게 돼 버려.”
결국, 죽음을 통해 삶으로부터 도망친다 한들 마찬가지라는 얘기일까. 그러고 보면 현실은 어느 곳으로도, 어떤 식으로도 벗어나지지 않았다. 그러니 죽음으로 이 삶에서 도망친다 한들 마찬가지가 아닐 리도 없었다. 그럼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해야 이곳을 벗어나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는 걸까. 더 이상은 도망칠 곳도 없는데, 주저앉을 바닥도 없는데.
마주 앉은 제리는 고개를 한껏 떨어뜨리더니 눈물방울을 툭 쏟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에이스가 되지 못하고, 에이스가 되지 못하므로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하는 제리……. 나는 무겁게 떨리는 그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 안았다. 끌어안고 싶었다. 오래, 그리고 더 깊이, 있는 힘을 다해 안아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괄약근에 힘을 주고 다리를 한껏 오므려 그를 끌어안았다. 그가 내 안에 있기를, 그를 잡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음부를 꽉 조여 나갔다.
--- pp.214-215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인천에 있는 2년제 대학 야간반에 재수까지 해서 겨우 들어간 스물두 살의 나. 나는 거의 매일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고 헤어진 남자 친구 강과 의미 없는 섹스를 나누며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어느 날 나는 대학 동기인 여령 언니, 미주와 함께 노래바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서는 시간당 3만 원만 내면 함께 술 마시고 놀아 주는 멋진 남자 선수들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나는 일렬로 늘어선 열 명의 선수들 가운데 엉겁결에 7번을 초이스한다. ‘제리’라는 이름의 7번 선수, 그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처럼 귀엽고 예쁘장한 생김새에 뽀얀 피부, 손바닥 하나로도 가려질 듯한 조그마한 얼굴을 지닌 172센티미터의 가냘프고 어려 보이는 외모의 남자다. 한 살 연하의 제리는 처음이라 어색해하는 나를 선수답게 리드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민망하고 부끄러운 한 시간은 금세 흐르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제리는 룸을 떠나 버린다. 그러나 미주가 조금만 더 놀다 가자고 떼를 쓰자,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제리를 다시 불러들인다.
노래바에서 나와 강을 찾은 나는 모텔로 향하고, 강은 지난번 시도하다 만 애널 섹스를 하자고 난리를 부린다. 2주쯤 전, 콘돔을 덧씌운 그의 성기가 항문에 닿자마자 나는 소리를 꽥 지르며 침대에서 굴렀다. 누군가 내 살들을 죽죽 찢어발기는 듯한, 이전까지 느껴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 때문이었다. 그날 나는 무릎을 꿇고 빌면서 제발 그만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을 거라며, 오늘은 아마 잘 들어갈 거라며 성기에 콘돔을 끼우고 있다.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내가 원해서 온 건데 하고 생각하니 머리가 핑 돈다.
또 이유 없이 그저 술을 마신다. 그런 내게 미주가 묻는다. “언니는 꿈이, 뭐야?” 애써 넘긴 소주가 목구멍에서 턱 막히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마신 소주를 죄다 뱉어 놓아도 부족할 정도로 기가 막힌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을 함께 다니고 있는 우리들 중에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하다못해 꽤 이름 있는 중소기업에만 취직해도 옳다꾸나, 개천에서 용 났네, 잔치라도 열어 줄 태세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니. 나이트에서 부킹이나 하며 실컷 놀자는 친구들에게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나는 혼자 노래바로 가서 제리를 불러낸다.
그러나 제리 역시 그렇게 잘나가는 선수는 아니다. 한 번도 에이스였던 적 없으며, 앞으로도 에이스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한때는 연예인을 꿈꾸기도 했으나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 그 꿈을 접어 가고 있는 제리. 나는 그런 제리를, 제리의 몸을 미칠 듯 열망하기 시작한다. 강에게서 훔친 시계와 돈으로 제리와 함께 밤을 보내며 불같은 섹스를 나누지만, 이후 제리에게서는 도통 연락이 없다. 나는 진심을 들려주고 싶어 전화를 걸지만, 돌아온 것은 수화기 너머의 차가운 침묵뿐이다. 나는 더 많은 고통을 느끼기 위해 코와 귀에 피어싱을 하고, 끊임없이 술을 마시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친구들과 다시 찾은 노래바에서 제리와 재회한 나는 외진 건물의 노래방으로 들어가 섹스를 나누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파괴적이고도 충격적이며 반도덕적인 소설
치명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이 땅의 모든 불우한 청춘들의
벌거벗은 삶을 시리도록 아프게 그려 낸 감동적인 성장소설


일찍이 한국 문학 “독자가 경험하지 못한 이상하고도 낯선 세계의 존재를 예감케” 하는 소설, 바로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제리』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도대체 이 작품의 무엇이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은 다음에도 며칠 동안 불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일까?
『제리』는 깜짝 놀랄 만큼 진솔한 자기 고백, 치열한 성적 욕망의 분출, 그리고 치명적인 성애 묘사로 인해 일견 ‘일본 연애 소설의 여왕’ 야마다 에이미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야마다 에이미를 이미 한 단계 넘어선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희망을 갖는 것이 섹스하는 것보다 더 비경제적인 88만 원 세대의 절대 절망과 자해적 섹스가 다큐멘터리보다도 더 리얼하게 동영상처럼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21세기 청춘들의 절망은 그들의 삶보다 오래 지속되고, 그들의 섹스는 그들의 삶보다 언제나 빨리 끝난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 ‘루저’들, 김혜나가 제시하는 비루한 20대의 삶은 이전의 한국 문학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롭고 낯선 지점이다. ‘그 빌어먹을 진창’을 이미 건너온 당신에게, 그리고 여전히 ‘그 빌어먹을 진창’에서 헤어나지 못한 당신에게, 진정 삶의 한 줄기 작은 빛이 되어 줄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당신은 지금, 과연 어느 곳에 서 있는가…….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국 문학에 전혀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대형 신인의 탄생!

애써 학교 이름을 대 봤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는, 수도권의 별 볼일 없는 2년제 야간대학 학생인 ‘나’, 그리고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 출발부터 뒤처진 그들 “신(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청춘들에게 일상은 무의미하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섹스뿐”이다. 당연히 주인공 ‘나’는 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가장 당혹스럽고, 결코 죽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죽어서까지도 늘 이따위 신세일까 봐 구질구질한 삶을 끝낼 수조차 없다. 그녀는 의미 없는 섹스를 마치 출근하듯 나누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오로지 고통의 징후로 환원한다. 고통과 상처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사유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갈 뿐, 왜 혹은 어떻게 이토록 파괴적인 삶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그녀의 초연한 태도는 부끄러움과 당혹의 몫을 모두 독자에게 건넨다. 결국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썩은 동아줄이다. 하지만 그 줄을 잡으면 땅에 떨어질 줄 알면서도 잡을 수밖에 없는 역설적 초연함을 『제리』는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것이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치열한 섹스가 야하지 않고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이며, 여타의 작가들이 숱하게 보여 준 “연민과 공감, 멜랑콜리와 애도로 특징지어지는 20대의 주류 문화와는 다른” 감성, 바로 김혜나가 제시하는 불쾌한 발견의 지점이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체득한 이 1982년생 작가의 하드보일드한 삶의 질감과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주인공은 미칠 듯 열렬하게 제리를 갈망하고 또 갈망한다. 제리의 몸은 그녀에게 구원이 아닌 소통의 계단이기에 저 나락의 밑바닥으로부터 시작된 제리라는 계단은 삶과 지상의 세계, 그리고 그녀 자신에게로 이어진다. 제리라는 지독한 열망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끌어안으며 그렇게 고통에 대해 말하는 법을 체감한 순간, 그녀는 지상으로의 통로를 발견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어 섹스를 하는 강에게, 나는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다. 너무 아프다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괜찮다고, 한 번도 말해 주지 않았”으며 “아프다고 말하면, 이런 섹스가 정말 싫다고 말하면 그가 먼저 나를 떠날까 봐, 그가 주는 고통마저도 사라져 버릴까 봐, 삶을 견딜 수 없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려(216쪽)”워했던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돌고 돌아 숱한 방황 끝에 다다른 지점은 여전히 출발선에도 한참 못 미친 곳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이제 지상으로 한 걸음 내딛을 채비를 시작한다. 스스로 발을 딛고 서게 된 그 한 걸음만큼의 성장으로 인해 비로소 지상의 세계로부터 흘러나오는 한 줄기 빛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안티-나르키소스 세대에게 이 작품이 발휘할 수 있는 작은 치유의 힘이며, 또한 『제리』가 지닌 커다란 미덕인 동시에 김혜나라는 이 젊은 신인 작가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제리』는 21세기적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루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에 대한 킨제이 보고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섹스가 야하지 않고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 메타포가 아니라 리얼리티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세기 청춘들의 절망은 그들의 삶보다 오래 지속되고, 그들의 섹스는 그들의 삶보다 언제나 빨리 끝난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세태를 유희가 아닌 상처, 냉소가 아닌 권태, 관념이 아닌 실감으로 제시한 이 작품으로 인해 우리는 21세기에 맞춤한 또 한 사람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닮은 작가를 가지게 되었다.
김미현(문학평론가·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은 다음에도 며칠 동안 불쾌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벌거벗은 삶’들을 정면으로 이야기한 이 충격적인 소설은 다 읽고 나면 외려 슬프고 쓸쓸해진다. 반어(irony)를 사용하지 않고도 반어가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 충격적이고, 반도덕적인 소설이다.
박성원(소설가·동국대 문창과 교수)
노래방에서 남자 도우미들을 불러 선택하는 첫 장면부터 당혹스럽다. 김혜나가 제시하는 20대의 삶은 우리를 불쾌한 발견의 지점으로 데려간다. 도서관이나 책상에 앉아 상상한 삶이 아닌, 길 위에서 직접 체감한 하드보일드한 삶의 질감들이 잠잠한 동년배 소설의 감상 사이를 파고든다. 이 침범은 최근 한국 소설에 없었던 새로운 어떤 표정으로 바뀐다. 동시대 소설에 낯선 무늬를 그려 줄 새로운 작가의 탄생에 축하를 전한다.
강유정(문학평론가)

회원리뷰 (84건) 리뷰 총점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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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지루하고 공허하다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내*자 | 2020.09.0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6.8  내가 이 작품을 9년 전에 읽었을 땐 아직 고등학생이라 그랬는지 작중 인물들의 이야기를 막연한 어른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작중 인물보다 나이가 좀 든 다음에 읽으니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공감이 되지만 한편으론 공허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차를 두고 읽었다고 한들 왜 9년 전의 내가 이 작품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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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내가 이 작품을 9년 전에 읽었을 땐 아직 고등학생이라 그랬는지 작중 인물들의 이야기를 막연한 어른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작중 인물보다 나이가 좀 든 다음에 읽으니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공감이 되지만 한편으론 공허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차를 두고 읽었다고 한들 왜 9년 전의 내가 이 작품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줬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까놓고 말해서 야하니까 좋다고 읽어댔던 걸까? 절대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이 소설의 성애 장면은 수위가 제법 센 편이다. 노래방을 전전하는 호스트, 속된 말로 선수인 '제리'와 가볍다고도 가볍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관계를 이어가는 주인공 사이의 성관계가 생각 이상으로 적나라했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적나라하게 느껴지는데 작가가 이런 성애 묘사로도 용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구나 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문학이 대체로 야한 경향이 있고 <제리>도 별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겠지만, 성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것치고 - 여러 체위를 시도하거나 강요당하는 여성의 고충을 판타지 없이 묘사한 것에서 야한 것 이상의 목적을 추구했다는 게 느껴진다. - 묘사가 너무 반복적이고 소모적이라 불쾌함을 느낄 독자가 많을 듯하다.


 개인적으론 작품의 성애 묘사가 그렇게 불쾌하지도 않았고 내심 어느 정도는 무탈히 읽어내려갈 수 있었으나 -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 상술했듯 어렸을 때는 이런 묘사들에 눈이 번쩍 뜨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지금은 그저 지루하고 공허하게만 읽혔다. 장래도 불안정하고 열정도 없는 인물들이 몸으로밖에 교감을 나눌 줄 모른다는 듯한 묘사가 상투적으로 다가왔고 주인공이나 제리나 작중에서 내내 삶의 목적이 불분명한 채 방황하는 편이라 결말에서 그들의 사이가 깨지든 뭘 어쨌든지 간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체위로 사랑을 나눴든 어처구니 없이 헤어졌든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가독성 하나는 인정하지만 사실상 남는 건 별로 없는 작품이었다. 글쎄, 자세를 고치고 그 많은 성애 묘사 한 줄 한 줄까지 꼼꼼히 읽었더라면 뭔가 더 느껴지는 바가 더 있었을지 모르지만 딱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평소 지론이기도 한데, 정독을 요하는 주제에 정독을 하고 싶게끔 유도하지 못한다면 그 작품에 독자들이 꼭 의리를 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라리 진짜 작품 주인공과 동년배였을 때 읽었더라면 느낌이 또 달랐을 것도 같은데 내가 지금 애매하게 나일 먹어버려서 이것도 이미 해봤자 소용도 없는 후회가 돼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후회되지도 않는다. 단지 9년 전에 내가 야한 것에 무지하게 환장했나 싶어 쑥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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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r********2 | 2017.04.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얼마전에 동네 서점에서 그녀의 최근 작품을 하나 사서 읽었다.<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라는 책이었다.-보통 거의 모든 책을 예스24에서 구입했지만 이 책만큼은 예스에서 사고싶지않았다.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 있었기때문이다.-그때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읽고 참 매력적이 여성 작가를 알게됐다는 생각에 들떴던 기억이 난다.그렇게해서 그녀의 작품을 더 찾아보게됐고 그때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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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동네 서점에서 그녀의 최근 작품을 하나 사서 읽었다.<나의 골드스타 전화기>라는 책이었다.-보통 거의 모든 책을 예스24에서 구입했지만 이 책만큼은 예스에서 사고싶지않았다.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 있었기때문이다.-그때 그녀의 자전적 소설을 읽고 참 매력적이 여성 작가를 알게됐다는 생각에 들떴던 기억이 난다.그렇게해서 그녀의 작품을 더 찾아보게됐고 그때 이 책<제리>를 읽게되었다.

 <제리>를 읽는내내 참 힘들었다.이야기는 술술 잘 읽히는데 내 몸이 반응해서 계속 힘들었다.더 자세히는 못 쓰겠고 암튼 읽어보면 왜 힘든지 안다.이제 그녀의 <정크>라는 책이 내 책상 위에 있다.또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할지 솔직히 기대해보면서 책장을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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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김혜나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YES마니아 : 골드 만***년 | 2017.01.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1. 주인공이 여잡니다. 글쓴이도 여자라서 그런지 감정선이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잘 맞지는 않더라구요. 까칠한 비토님이 별다섯 책으로 추천했기에 구입해서 읽었는데 저랑은 잘 맞지는 않았어요.2. 뭐 주인공이  예쁘지도 않은 20대 여자, 야간 2년제 대학인 것도, 술 퍼먹는 컨셉도 다 좋아요.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단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것이 뭐가 문제인 건지도 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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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이 여잡니다. 글쓴이도 여자라서 그런지 감정선이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잘 맞지는 않더라구요. 까칠한 비토님이 별다섯 책으로 추천했기에 구입해서 읽었는데 저랑은 잘 맞지는 않았어요.


2. 뭐 주인공이  예쁘지도 않은 20대 여자, 야간 2년제 대학인 것도, 술 퍼먹는 컨셉도 다 좋아요.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단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것이 뭐가 문제인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들이 뭐 자기를 규정짓는 것도 아니고, 그게 잘못된 것도 아닌데. 주인공은 마치 '내가 이러니까 밑바닥이지. 그래 난 밑바닥이야'. 하면서 술을 또 들이 붓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주인공이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자신이 너무 불쌍한 거예요. 술을 안 먹으면 되는데 그게 안되는 게 너무 미치고 불쌍한거야. 아몰랑 술먹을 꺼야. 엉엉 나 어떡해. 아몰랑 숨먹을 꺼야. 무한 반복입니다. 얘는 빨리 병원 가야해요.


3. 자기애에 빠져가지고 말이야. 자기가 불쌍하네. 막장이네. 그런소리나 늘어 놓는게 무슨 의미가 있지?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빨리 상담받게 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나이가 먹어서 꼰대스러워진 것도 있습니다만. 주인공은 그냥 중2병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말도 불쾌하지만. '그래 나 븅신이다. 그래서 븅신같이 살꺼다'. 이건 더 별로고 불쾌해요. 누가 그러지 말래? 근데 왜 자꾸 그걸 늘어놓아서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거냐고. 알아 달란 건지. 징징대는 건지. 징징대는 거면 위로라도 하고 싶어지지. 진짜 짜증 폭발하게 만드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은 이해도 공감도 안됐습니다.


4.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도 공감도 안되는 캐릭터를 그리고, 그래서 더 소외되고 불안정한 청춘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 작가 님의 의도였던 것 같네요. 음 그런 깊은 뜻이? 역시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5. 그리고 19금 장면은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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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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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참 매력적인 여성 작가를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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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 | 2017.04.15
평점4점
2시간만에 다읽었어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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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 | 2016.10.31
평점2점
문학상 수상작이라 기대했지만, 저의 정서로는 많은 공감은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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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l***2 |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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