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중 16명이 활동했다. 그만큼 여기서 논의되는 담론에 따라 경제학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근 NBER에서 진행된 학술 세미나 주제들을 보면, 주가, 금리, 무역, 환율, 경기변동과 같은 전통적인 경제 분야의 담론 못지않게 경제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주제들도 많다.
· 온도 변화가 섹스 주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 고등학교 시절 인기가 임금수준을 결정한다
· 맞벌이 부부 중 누가 요리를 해야 하는가
· 여름철 기온 21도에서 수학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다
· 수학, 과학 전공 여학생 수가 적은 이유는 선생님 편견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주제만 보더라도 경제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 들어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경제학은 금리, 환율, 물가 등 지극히 경제적인 요소들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섰다. 경제학은 삶의 여러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혜안을 제공하는 유용한 도구로 거듭난 상태다.
---「들어가기 전에」중에서
· AM 8:00 홀수날의 지하철
오늘 아침 여느 때와 달리 안경제는 서둘러 출근하고 있다. 자동차 홀짝제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는 요일제였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만 차를 두고 다녔지만, 최근 홀짝제로 바뀌고 나서부터 여간 불편해진 게 아 니다. 안경제는 자동차 운행제가 요일제에서 홀짝제로 변경된 게 더 효율적인 건 지 궁금해졌다.
· AM 9:05 신규 매장은 어디로?
결국 5분 지각한 안경제는 출근하자마자 회의실로 달려간다. 오늘은 신규 매장 입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간부회의가 잡혀 있기 때문이다. 새로 런칭할 브랜 드의 매장을 어디에 오픈할지에 대해 한 달 내내 옥신각신 싸웠다. 본부장이 경 쟁 회사 매장 바로 옆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자고 계속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경제는 왜 본부장이 경쟁사와 인접한 곳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자고 고집하는 지 의문이다.
· PM 12:05 사내 규칙과 경제학자
점심시간이 다 되어 끝난 회의. 역시 이번에도 결론이 나오지 못한 채 끝났다. 식 당에 가려고 회사에서 나오는데, 본부장은 오후에 또 회의를 하자고 한다. 안건은 런칭한 브랜드 매장의 지점 관리를 위한 약관과 사내 규칙을 만드는 일이란다. 이 와 관련해서 약관과 사내 규칙을 만들 전문가로 법률 전문가와 경제학자를 모셔 오라고 재촉한다. 아니 약관과 사내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 법률 전문가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경제학자는 왜 부르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PM 1:30 대충 결정하는 본부장 옆에서
신규 매장 위치를 정할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다시 묻고 확인하 던 본부장이, 약관과 사내규칙을 정할 때는 적당히 알아보고 추진하자고 하니 황 당할 수밖에. 안경제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본부장의 업무 처리가 곤욕스럽다. 어 떤 업무에는 꼼꼼하게 굴면서 어떤 업무는 대충 결정하는지 안경제는 본부장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 PM 6:30 현금과 선물 사이
하루 종일 회의에 시달린 안경제는 퇴근을 서두른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기 때 문이다. 아직 선물도 못 샀기 때문에 백화점부터 들려야 한다. 백화점을 둘러보던 안경제는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현금을 주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사라고 하면 될 텐데, 굳이 선물을 바라는 아내가 도통 이해가 되질 않기 때문이다. --- pp.12-13
기원전 3천 년경 페니키아인들은 염료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역에 도시를 형성하고 교역을 통해 살아갔다. 도시국가로 유명한 아테네 역시 교역 없이 도시를 형성하기엔 어려운 지역이었다. 아테네는 가내수공품과 올리브 제품을 주로 생산했고, 기타 필요한 물품은 다른 지역과의 교역을 통해 조달했다. 이 밖에 베니스·제노바 등 역사가 깊은 고대 도시들 중에는 교역을 중심으로 도시를 형성한 경우가 많았다. 교역은 다양한 지역에 도시가 출범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도시 간의 교역 규모가 점차 커지고 넓어지면서 별다른 생산 기반 없이 교역 기능만으로 도시 형태를 유지하는 곳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시 간 원거리 교역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상인들은 중간에 쉬었다 갈 지역이 필요했고, 이에 부합해 교역 도시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교역 도시는 숙박 기능뿐만 아니라 보험·대출·투자 등의 새로운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생산 기반에 근거하지 않고도 도시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도시 형성 과정을 미국이라는 나라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목격할 수 있다. 초기 미국의 주요 도시는 유럽과 교역이 쉬운 뉴욕을 비롯해 동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또는 오대호 연안지역인 시카고와 필라델피아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후 특정 농산물 생산에 유리한 일부 내륙지역에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 내륙지역 도시들은 동부 해안 도시들과의 교역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조달했다. 다시 미국이 서부 해안 지역까지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중앙에는 교역 도시들이 형성되었다. --- p.34
하버드대 로스쿨의 홀메스Oliver Wendell Holmes교수는 “지금은 법을 이해하기 위해 법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미래에는 법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과 통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경제학은 법과 제도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으며,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위와 같은 사실은 우리가 경제학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 p.39
경제학자들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선물은 마음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경제학자들은 선물이 내포하고 있는 신호 보내기 효과에 주목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현금보다 선물이 훨씬 긍정적인 신호 보내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선물을 할 경우 선물을 사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는 점을 드러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었는지를 선물의 내용과 성격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 즉 한 번도 말한 적 없었지만 상대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사온 애인, 혹은 스쳐지나가는 말을 기억했다가 선물한 애인을 바라보는 마음은 단순히 현금을 받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일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 p.42
라이언에어에서 운행하는 모든 비행기가 공짜는 아니다. 그들이 공짜 티켓으로 제공한 것은 주로 주중이나 심야에 운행되는 비행기들이다. 인기 시간대가 아닌 시간대에 운행되는 비행기 표를 공짜로 제공해주는 프로모션을 통해 무명의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이는 막대한 자금을 투여해야 거둘 수 있었던 엄청난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 p.119
당시 포드는 하루 5달러에 달하는 임금을 제공하겠다고 제시했다. 경쟁사의 하루 임금이 3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포드의 대응책은 경쟁 회사로부터 비웃음을 샀고, 급기야 비합리적인 수준의 임금 때문에 곧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914년 3천만 달러 수준의 이익을 거둔 포드는 1916년에는 6천만 달러로 이익이 2배 이상 상승했다. 물론 이러한 급격한 이익률 상승은 전적으로 노동생산성에 기인한 것이었다. --- p.150
맥도날드는 아직 개발이 덜 되었지만,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매입해 그곳에 점포를 오픈하는 방식으로 매장 위치를 결정했다. 그리고 해당 매장주들과 매출의 일정 비율을 나누는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수익 분배 방식은 매장 주인과 맥도날드 본사 모두에게 적합한 분배 방식이었다.
--- p.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