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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일기

고양이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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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에세이 top20 20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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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574g | 152*225*25mm
ISBN13 9788997137244
ISBN10 8997137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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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고양이와 함께 한 기록이자 '가족' 이야기] 어떤 가족과 함께 지내고, 누구와 함께 살아가는 지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여기, 두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힘없는 인간이 있다.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삶의 의미가 되는 그들의 모습이 그림일기에 담겨 있다. 그렇다. 이것은 '가족' 이야기다. - 문학MD 김도훈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헤어진 후 더 나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
도서1팀 김도훈 (문학 담당 / eyefamily@yes24.com)
2017-06-01

‘누구와 함께 살아가느냐’는 건 무척 중요한 문제다. 함께 살다 보면 사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서로를 잘 알게 될뿐더러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그야말로 ‘식구(食口)’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그림일기』에는 하악질을 숨 쉬듯 하는 까칠한 고양이 장군이와 길고양이만 보면 싸우는 주제에 외로움을 타는 흰둥이, 그리고 두 고양이 식구와 함께 살아가는 힘없는 인간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개체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삶의 의미가 되는 그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다. 이것은 ‘가족’ 이야기다.

장군이는 집고양이로 어릴 적부터 함께 살았고, 흰둥이는 장군이 집을 영역 중 하나로 둔 길고양이였다가 유야무야 마당에 정착한 고양이다. 두 고양이는 출생도 성향도 전혀 다른,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관계였지만 이따금씩 함께 밤 외출을 한다고. 일어나자마자 고양이들의 갖은 재촉에 시달리는 인간은 고양이 밥이 배달된 날에는 캔을 줄 맞춰 정리하는 작은 기쁨을 누리고, 장군이가 팔베개를 하고 잘 때면 너무 귀여워서 팔이 저리는 것도 꾹 참고 꼼짝 않고 장군이 얼굴을 바라본다. 멍 때리는 시간에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 눈물이 나려고 해서 참기도 하고 그냥 울기도 한단다. 우리는 대개 이런 모습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장군이를 먼저 떠나 보낸 후 인간과 흰둥이가 서로 배려하면서 슬픔을 극복해가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전한다. 고양이를 기르는 동료들은 모두 눈물을 훔쳤다고. “장군이가 간 이후 더 나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장군이와 함께 지낸 시간 덕분에 장군이가 없는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장군이 덕분에 지금의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어서 책 속에 그득 담긴 ‘행복’의 의미를 알지 못했는데 작년 3월 처음으로 강아지 가족 ‘토니’를 맞아 함께 지내면서 날마다 새로운 ‘행복’을 누리고 있다. 손을 대는 것 조차 조심스러웠던 아기 강아지가 이젠 “대방동에서 가장 예쁜 강아지”로 자랐다.(모든 강아지를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토니는 물론, 모두 그렇다고 믿고 있다) 퇴근 후 집에 가면 사람 가족보다도 반갑게 맞아주는 토니를 볼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매일 밤 산책할 시간이라고 재촉하는 녀석 덕분에 몸은 조금 힘들지만 토니가 주는 행복과 기쁨에 비할 수 있으랴. 오늘 밤에도 사람들에게 예쁨 받길 좋아하는 토니와 함께 산책에 나설 게다. 혹 대방동에서 토니와 마주치면 예쁘다고 말 한마디 정도는 건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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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가 봄이 올려나 말려나, 하는 시기부터 털을 뿜어대고, 장군이는 초여름에 털갈이를 시작하는데 털갈이 시즌에도 털이 그다지 빠지질 않는다. 흰둥이가 활엽수라면, 장군이는 침엽수다.

멍 때리는 시간에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 눈물이 나려고 해서, 참기도 하고 그냥 울기도 하고 그런다.

흰둥이는 날씨가 급변하면, 우렁차게 울기 시작한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돌풍이 불어도 운다. 길고양이로서의 걱정과 염려가 섞인 소리다.

나는 자주 장군이와 아주 신기하게 이어져 있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언제 녀석이 목이 마를 것인지를 안다. 그릇에 물을 따라주다 보면, ‘어쩐지 비린내가 날 것 같은데’ 그런 기분이 드는 날에는 장군이가 물 마시길 거절한다. 지금 어떤 풀이 먹고 싶다거나, 이 밥은 먹으면 속이 안 좋아질 것 같다는, 그런 것을 아는 것이다. 나와 장군이가 그런 식으로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니 장군이는 원하는 게 있어도 굳이 표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장군이가 새벽 1시 40분에 귀가했다. 녀석이 새벽 2시경에 들어올 정도로 사생활이 있는 동물이라는 점, 또한 맘에 든다.

장군이는 강아지풀 말고는 특별한 기호의 대상이 없어서 장군이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물량공세보다는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해줘야 한다. 큰 물건을 들고 옮길 때, 놀라지 않게 조금 떨어져서 지나치는 것, 안아 올리기 전, '들어 올린다' 미리 귀띔하는 것, 주전자에서 나오는 김이 장군이 얼굴을 향할 때, 주전자 방향을 살짝 돌려놓는 것. 그런 작은 행동을 좋아한다.

장군이에게도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은 있지만, 그 영역은 공간이 아니고 나라는 인간이었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공기엔 흙냄새가 섞여든다. 흰둥이가 비의 전조에, 고개를 들어 공기 중의 냄새를 맡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사는 흰둥이에게 날씨 정보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나도 식물을 키우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날씨를 추적한다. 단 한 번의 꽃샘추위와 장대비에 공들여 키운 싹이 단번에 죽기도 한다. 나도 흰둥이와 같은 이유로, 공기 냄새를 맡을 때가 있다.

가끔 흰둥이가 길고양이인줄 알고 발을 구르며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양이를 보면 방아쇠가 당겨진 듯, 몸부터 먼저 나간다. 생각이 일어날 찰나가 없는 행동. 약자멸시는 얼마나 학습된 폭력이며, 스스로 생각할 의지가 없는 인간의 행동인가.
내가 나타나 저 고양이가 내 고양이다, 말하면 상대방은 대부분 당황스러워한다. 그리곤 미꾸라지처럼 혼잣말을 하며 상황을 빠져나가려 한다. 차라리 나한테까지 욕을 하며 발길질을 하려 든다면, 그보단 덜 혐오스러울 텐데.

흰둥이를 보살피고 싸움을 따라다니며 말리는 동안 길고양이가 어떻게 사는지 알게 되었다. 도시의 골목에는 먹을 게 터무니없이 모자라고, 영역을 지키느라 며칠 동안 잠도 자지 못한다. 언젠가 잔뜩 지친 흰둥이를 지나가는 중학생 무리가 발을 구르며 겁주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들은 흰둥이가 어떤 밤을 보내는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갈색 털 고양이가 8차선 도로 옆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먹고사는 게 너무 너무 힘든 건 정상적인 일도,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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