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이공학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건설회사 설계사업부에서 근무하다 닛케이BP출판사에 입사 《닛케이 아키텍처》, 《닛케이 스토어 디자인》, 《닛케이 아트》, 《닛케이 디자인》 편집부를 거쳐 2003년 독립했다. 지금은 주택과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 취재와 집필을 담당하는 프리랜서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가족과 재산을 지키는 내진 리폼』, 『설계사무소의 교육법』, 『건축 프레젠테이션 15가지 방식』 등과 공저 『디자인 엑설런트 컴퍼니 상』, 『디자인 엑설런트 상을 수상한 경영자』가 있다.
저자 : 닛케이디자인
비즈니스와 경영 디자인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종합 정보지. 히트 상품이나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다룬다. 색, 브랜딩, 패키지 등 다양한 요소에서 디자인 활용법을 찾아낸다. 1987년에 창간됐다.
역자 : 김윤경
중앙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호텔에서 일본어 번역을 담당하다 번역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삶에 도움이 되는 일서를 기획하는 한편 저자의 목소리를 쉽고 바르게 전하고자 오늘도 정진하고 있다.
테라오 겐 대표의 디자인 점검은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진행된다. 가령 전기 코드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게끔 만든 〈그린팬 미니〉는 제품 특성상 사용자의 피부에 맞닿을 일이 매우 많다. 디자인을 점검하며 이 사실을 파악한 테라오 겐 대표는 공정을 한 단계 더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제품 전면의 덮개뿐만 아니라 배터리팩을 장착하는 바닥에 이르기까지 표면에 노출되는 모든 검정색 부품에 고무처럼 보들보들한 촉감이 느껴지도록 코팅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세세하게 품질 관리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이에 테라오 겐 대표는 최종적인 품질 향상을 위한 점검이야말로 본래 경영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단언한다. --- p.28
“집 안에서 선풍기가 가장 빛날 필요는 없습니다. 거주하는 사람이나 테이블, 또는 의자처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존재는 아주 많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가전제품이 사람이나 다른 물건에 비해 더 존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그 존재감을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했죠. 물론 디테일한 부분까지 디자인을 신경 쓰는 건 중요합니다. 원래 제 성격도 무의식중에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어가는 편이고요. 그러나 노력하고 고민한 흔적을 굳이 소비자에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과하지 않도록, 일부러 꾸며낸 듯 보이지 않도록 스스로 항상 경계하고 있습니다.” --- p.76
“전자제품 개발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제품 개발은 1단계에 해당합니다.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의 불편이 이미 해소된 선진국에서는 1단계 제조업으로 살아남기 힘듭니다. 다음 단계로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그런 제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도 바로 이 점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에요. 경쟁사들이 자기네 제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강조할 때, 애플은 ‘제품을 사용하며 느낄 수 있는 가치’를 내세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발뮤다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만족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능이나 성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도구 같은 거죠.” --- p.114~115
“반년 앞의 수요를 예측해서 제조하고 비축하는 일은 항상 도박과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 내에서 생산하는 과정이 확실히 자리 잡게 되면, 칩 상태의 플라스틱 원료를 저장해두었다가 성형, 생산, 조립을 한 공장에서 작업하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용적이 적은 재료 상태로 보관하면 재고 부담을 지금보다 30퍼센트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계속 발전시키다 보면 ‘내일 생산량을 오늘 결정하고 다음 날 조립해서 발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물류 창고를 따로 세울 필요가 없으니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 손실까지도 줄일 수 있다. --- p.160~161
그런데 2008년 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발뮤다는 도산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때 어차피 망할 거면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제품이나 한번 만들어보고 끝내자 하는 마음으로 꺼내든 카드가 바로 선풍기였다. 그렇게 모터 회사에서 돈을 빌려 제작한 〈그린팬〉이 2010년 4월에 출시되었다. 〈그린팬〉 출시 이후 발뮤다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직원이 50명 이상으로 늘었고, 틈새시장을 노렸던 제품 개발 방향도 ‘폭넓은 소비자의 삶에 도움을 주는 도구 개발’로 바뀌었다. 기업 공개를 목표로 삼았으며, 생산 과정에 필요한 품질 관리를 좀 더 조직화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테라오 겐 대표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는 일관되게 이어졌다.
발뮤다 디자인의 강점은 인간의 보편적인 추억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데 있다. 부수적인 요소와 의미 없는 치장을 없애고 본질에 주목하는 것, 바로 그 철학이 발뮤다 디자인을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은 비결이다. 발뮤다의 테라오 겐 대표를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미 그는 디자이너로서, 경영자로서 자신만의 확고한 길을 개척했다. - 파워블로거 ‘나의 시선’(blog.naver.com/cmoonn)
내부 디자이너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디자인 디렉션을 외부에 맡기는 테라오 겐 대표의 경영 철학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디자인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을 굳이 소비자에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는 그의 말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 스티브 잡스나 테라오 겐 대표처럼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감각이 남다른 경영자가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조수용 (JOH 대표)
만약 지구를 처음 방문한 외계인에게 공기청정기를 설명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발뮤다 제품을 보여줄 것이다. 외계인에게 그 제품의 개념과 기능을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본질에 가까운 물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을 만든다는 것은 그 제품의 본질을 찾아간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영혼은 결국 그 브랜드만의 철학과 연결되며, 철학은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이 책은 발뮤다의 영혼을 키워가는 노력과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석우 (산업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