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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레이첼

나의 사촌 레이첼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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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2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72쪽 | 592g | 127*188*35mm
ISBN13 9788972758266
ISBN10 8972758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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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으로 유유히 휩쓸려 내려가다 잦아드는 강물을 바라보며, 다리에 매달린 하나뿐인 등불의 일렁임 속에서 갈색 거품으로 일어나는 물결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천천히 휘몰아치는 물결을 따라 네 다리를 허공으로 들어 올린 듯 떠 있는 개의 시체가 나타났다. 시체는 다리 밑을 지나 멀어져갔다.
그곳 아르노강 가에서 나는 자신에게 맹세했다.
앰브로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겪은 고통과 괴로움의 대가가 무엇이었든, 그 원인을 제공한 여인에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앙갚음을 해주겠다는 맹세였다. 레이날디의 이야기를 믿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른손에 쥐고 있는 두 통의 편지에 적힌 진실만을 믿었다. 그것은 앰브로즈가 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였다.
언제든, 어떻게든, 나의 사촌 레이첼에게 앙갚음을 해줄 것이다. --- p.91~92

유언장 문제가 불거진 건 3월이었다. 당시 나는 몸이 좋지 않았고 실은 두통 때문에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단다. 레이날디가 그런 문제를 끄집어낸 것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차가운 계산속을 드러낸 셈이겠지.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서로 의논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겠지. 나로선 그걸 알아낼 방도가 없다. 이제는 나를 감시하듯 따라다니는 그녀의 이상한 시선을 종종 마주한다. 내가 그런 사실을 지적하자 레이첼은 두려워하는 것 같더구나. 대체 무엇을, 누구를 두려워할까? --- p.350~351

내 손에 잡힌 그녀의 손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녀의 앙상한 손가락은 차갑기만 했고, 반지에 긁힌 손바닥이 아파왔다. 나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지 만, 그러면서도 다시 잡고 싶었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죠? 내가 당신한테 무얼 잘못했다고? 당신 얼굴이 변했어요.” 레이첼이 속삭였다.
나는 또 무엇을 주어야 그녀의 마음을 얻을지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재산과 돈, 보석을 가졌다. 그녀는 나의 영혼과 몸, 마음을 가졌다. 나에게 남은 건 이름뿐이었지만, 이미 그것은 그녀가 갖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남아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두려움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에서 촛불을 빼앗아 계단 위 선반에 올려놓았다. 나는 양손으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 이제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그녀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 p.45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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